"인사해. 얘가 내가 말한 동생."
"안녕하세요."
그 잘생긴 얼굴을 들이밀고 씩 웃는게... 나 텔레비젼 보는거 아니지?
"아,안녕...하세요..."
목소리가 떨리는게 느껴지는데다 크기는 개미만하고... 사실 오빠한테 기성용선수를 안다고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기성용선수 얼굴 좀 보여달라고 졸라댄건 나고, 오빠는 그런 나를 귀찮다고 피해다니다 자리를 만들어준건데.... 아 죽겠다.
"원래 목소리가 그렇게 작나?"
"예? 아니..."
"야, 말도마라. 얘 목소리 완전 커. 평소에는 깜짝깜짝 놀라."
"오빠!"
"봤지?"
"아, 진짜."
"목소리 참, 크시네요."
실실 웃으면서 말하는데... 진짜 창피하다. 어색하게 점심식사가 시작됐다. 나는 조용히 둘이 하는 얘기만 들으면서 밥만 먹고있다. 아, 안나오는건데... 왜 나왔을까. 차라리 그냥 유니폼 하나만 갖다달라고 할껄...
"나이가 몇 살이랬지...요?"
"아, 저 20살이요."
"그럼 말 놔도 되지?"
"아...예."
"그럼 너도 그냥 편하게 오빠하고 불러."
"네?"
"너 나보다 늙은 형한테는 오빠라 부르면서 나한테는 아저씨라고 부르게?"
"아,아니요!"
"야 얘 원래 처음에 낯가려. 나랑 처음에 친해질때도 거의 한달 걸렸다."
"그래도 형보다 늙은이 취급을 받을 순 없잖아요."
"기똥아. 너 많이 컸다?"
"원래 형보다는 컸어요."
초딩마냥 둘이 투닥대는 모습을 보니까 기성용선수가 아니라 그냥 아는 오빠같기도...
"야, 솔직히 내가 더 크지?"
"너, 동생이 형한테 이러는게 맞다고 생각해?"
갑자기 두사람의 관심이 나한테 쏟아진다. 어...음...그러니까...
"오빠가 키가 작긴하니까..."
"와, 내가 지난 몇 개월간 먹여주고 키워준게 얼만데, 너 이러는거 아니다?"
"거짓말을 한건 아니잖아?"
맨날 날 갈구는데 오늘 한 번 당해봐라.
"그럼 나도 푼다?"
"뭘?"
"오늘 아침에 얘가 나한테 전화해서는 기성용선수를 안 만..."
아, 진짜!!!!
"왜? 나 만나기 싫었어?"
"아니, 그게 아니라요..."
"팬이라며? 얼빠인건가..."
"아니예요! 제가 서울FC에 있었을 때부터..."
"뭐?"
"팬이였다구요..."
아 진짜 창피해. 진짜로 괜히 나왔어.
"알아. 형한테 들은게 몇갠데. 안 그랬음 점심도 같이 안 먹었어."
큭큭거리는 웃음소리가 저거구나 하는 웃음소리를 내며 말한다. 나 집가고 싶어.
-------------------
그냥 만나는 망상이요......
저는 그것만으로 감지덕지인 여인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