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 연애론- 김민석 씨, 오늘 야근입니다.아, 오늘도.. 익숙하지만 들으면 들을 수 록 화가 나는 메시지에 평소 같으면 네라고 한 단어 치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파워가 조금 더 세졌겠지만 민석은 간신히 화를 억눌렀다. 옆에서 수근대는 작은 소리가 들려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김민석 인생 26년에 처음으로 소개팅 한 번 해보겠다는데 저 개구리 새끼 때문에 내 한 번 뿐인 소개팅을 망칠 수는 없어, 하는 마음으로 민석은 누구보다 비장하게 팀장실에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저 팀장님.. " 하고 작게 말하자 고개를 살짝 들면서 의문을 담은 표정이 보였다. 민석은 짜증이 났다. 잘생기긴 조또 잘생겼네. 소문에 의하면 민석네 팀장 루한은 중국 본사에서 감시차 내려온 사람이라는데 잘은 모르지만 확실한 건 회장과 엄청난 연줄이 있다는 거다. 서글서글하게 여자보다 예쁜 얼굴에 처음 민석은 와, 이번 팀장은 성격 좋겠다 하며 저번 아저씨 팀장과 대조되는 피부톤에 넋을 놓고 쳐다봤지만 그 것도 하루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에서 왔다더니 한국인보다 잘하는 한국어 실력에 제일 먼저 놀라고 날이 갈수록 민석에게만 늘어가는 업무에 놀람 반 분노 반의 감정을 가졌다. 는력있는 팀장이라 차마 욕하고 다니진 못하지만 제일 화나는 건 민석에게만 야근을 시킨다는 거다. 더군더나 민석은 얼마전 자판기 커피 앞에서 여사원들이 자신과 팀장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며 수근거리는 모습을 보고 팀장을 완벽하게 싫어하게 됐다.과거를 회상하다보니 저와 팀장의 얼굴이 너무 가깝게 다가와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은 민석은 헙하고 숨을 들이셨다. 잘생기긴 진짜 잘생겼다. 어떻게 저런 얼굴로 태어날 수 있지, 저렇게 살거면 저 얼굴 나 주지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재빨리 생각을 정리하고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었다. 분명 논리정연하게 할 말이 있었는데 빤히 쳐다보는 개구리를 보니 입에서 주절주절 자신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그러니까요, 제가 오늘 저녁 약속이 있는데 깰 수는 없는 약속이라.. "그래요? 그럼 저랑 같이 가던지, 아님 야근 하던지. 맘대로 해요."피식 웃는 팀장 얼굴이 요즘 애들 말로 좆같았다. " 안녕하세요, 김민석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26살이구요. "민석은 떨지도 않고 나름대로 잘한 첫인사에 만족하며 여자를 쳐다봤다. 우와, 예쁘다. 화장도 옅게한 것 같은데 하얀 피부와 큰 눈에 잘 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안녕하세요, 배나롬입니다. 근데 민석 씨, 옆 분은..? "아, 그래. 설마 따라오겠다곤 했지만 설마 소개팅 자리까지 따라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연애도 연애지만 민석은 회장과 무슨 연이 있음에 확실한 잘생긴 중국인을 어떻게 보낼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고, 또 이 미친 개구리는 민석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개새끼-그러니까 개구리 새끼-였다."아, 저희 회사 팀장님이세요. 중국인이신데 이름은 루한이구요. 사정 때문에 여기 와있는데 불편하세요?" 당황해서 말을 떠벌떠벌 하다가 여자를 쳐다보니까 눈이 커져서 팀장만 쳐다보고 있다. 잠시 그럴줄 알았지만 여자는 자신에게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어보였다. 눈치 없는 민석도 대놓고 팀장에게만 말을 거는 것은 저 개구리 새끼한테만 관심이 있다!로 인지할 수 있었다. 민석은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흔해 빠진 본인보다야 잘생긴 팀장이 여자도 낫겠지하는 마음에 차마 화도 못내고 무슨 말을 할지도 모르겠어 멍하니 있는데 민석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여기서 잠시만이라도 나갈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생각에 살짝 웃으면서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로 갔다. 민석의 생각대로 김준면이였다. 얼마전 새로 하나 산 스마트폰의 잠금을 열자마자 흥분한 준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어때? 예쁘지. 형이 너 위해서 힘들게 알아왔다. 쟤 S대생이래.그럼 뭐 해.. 차마 미모의 중국인 팀장에게 뺏겼다고는 말하지 못하고 민석은 대충 얼버무린 채 종료 버튼을 눌렀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끝난 통화에 어찌 할지 몰라서 멍하니 서있다가 어차피 망한 소개팅 밥이라도 먹자 싶어서 천천히 화장실에서 나섰다. 나가자마자 민석은 후회했다. 화장실에서 나가지말걸, 아니 그냥 이 소개팅을 아니 그냥 루한이라는 사람을 만나지말걸. 민석은 짜증이 났다. 본인이 회사에서 뭘 잘못해서 밉보인건진 모르겠지만 지금 루한에게 웃으면서 전화번호를 묻는 사람은 팀장의 소개팅 상대가 아니라 김민석의 소개팅 상대였다. 민석은 레스토랑으로 가려는 길을 멈추고 그대로 출구로 향했다. 잠시나마 팀장과 눈이 마주친 것 같았지만 민석은 애써 모르는 척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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