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수줍은 내사랑-어쿠스틱 콜라보]
사람은 동물이다. 후회할 줄 아는 동물이기도 하며, 감정의 동물이기도 하다. 3초 만에 사람의 첫인상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도 하며,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
후회할 줄 아는 동물이기에 그렇게 믿은 것에 소위 '뒤통수를 맞았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그리고 사람은 때론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다. 자신의 충격적인 일 또는 수치스러운, 일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기억 저편으로 보내어 스스로 망각시키게 한다.
아무렇지 않게 생활을 하겠지만, 기억의 자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그것은 지금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함과 동시에 아저씨 얘기이기도 하겠지.
얼굴, 어떻게 보지…?
아저씨, 아저씨.
박찬열X김종인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자니 내가 조금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눈을 감자니 더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아, 어떻게 해야 돼.
아저씨는 분명히 술에 취했다. 내일 일어나서 실수였다고,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나는 할 말이 없는 거다. 밀어내지 않은 나만 호모게이시발놈.
입술을 떼어내고 타액이 흥건히 묻은 내 입술을 엄지손가락을 쓱 훑었다.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 모습은 같은 남자가 봐도 잘생겼다.
아, 현타 온다. 한 평생 살며 이 얼굴 어디 들고 다녀도 쪽팔리지 않았는데, 물론 내가 못생겼다는 건 아니고.
"왜에, 아저씨 잘생겨써어?"
"네?"
"뭘 그렇게 봐아, 우리 조이니는 입술도 다네? 그럼 볼도 달아?"
아저씨는 그대로 볼을 깨물었고, 술을 마셔서 힘도 없는지 깨무는 둥 마는 둥 혀로 슬쩍 핥고는 내 어깨로 쓰러졌다. 잠이 몰려와 참기 힘들다는 듯.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 앉으려는 하는 아저씨를 옆으로 안았다. 그러니까 아저씨가 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자세. 내가 걷는 발과 아저씨의 발이 엉켜 걷기가 힘들었다.
포근한 아저씨 특유의 냄새가 좋았다. 향수로 덮인 중년 아저씨의 냄새는 전혀, 결코 아니었다. 중년 아저씨라 하기에는 조금 많이 어려 보였지만. 27살이니 그리 많은 나이도 아니다. 고작해야 내일모레 서른 정도? 그런 아저씨한테서 풍기는 냄새는 가히 어린 아기의 냄새, 분 냄새.
아저씨 집이 11층이라는 건 알지만, 집 비밀번호도 모르는데….
"아저씨, 아저씨!"
"우.움.."
"비밀번호 뭐예요?"
"우으, 도둑.. 도둑이야아!!"
뭐야, 이 미친놈은..
아저씨는 눈도 뜨지 못한 채로 허공에 대고 손가락질을 했고, 혹여 다른 집에 피해가 갈까 계속이나 크게 소리치는 아저씨의 입을 틀어막았다. 처음에는 조금 답답해하더니,
머지않아 소리는 잦아들었다.
집에 같이 사는 누군가가 있을까 싶어 몇 번이나 벨을 울렸지만 나오는 없어 아저씨도 혼자 사는 듯했다. 아저씨, 비밀번호가 뭐냐니까요.
"아우으.. 구이일릴이치샤.."
"뭐라고요?"
"구이..일! 일.. 이.. 칠.. 샵.."
아, 921127#.
번호판에 대고 비밀번호를 누르니 아까 문을 열으려 고생하던 내가 바보가 된 듯 쉽게 문이 열렸고, 집도 똑같이 아저씨와 같은 그런 포근한 냄새가 났다. 혼자 사는 집 치고는 넓은 집이어서 적막해 보였다.
왠지, 아저씨도 나 못지않게 외로운 느낌. 사람이 그리운 느낌.
넓은 침대가 놓인 방에 아저씨를 눕혀 놓으니 웅얼거리며 뒤척였고, 불편해 보이는 넥타이, 정장 마이만 벗겨주고는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더 이상 있으면 내가 정말 미친놈이 될 것 같아서.
다녀왔니, 엄마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왔다. 집에 오니 더욱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만 같다. 얼굴에 열이 올라 눈까지 빨개 눈을 감지 않으면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있자니 있으니 아까 상황이 재연되는 것 같고, 눈을 뜨고 있자니 아무도 없는 방이라 할지라도 타인에게 내가 남자와 그런 짓을 하고 왔다는 것을 들켜버릴 것만 같은 이 기분.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마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경찰한테 걸릴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잠을 청하려 자리에 누워도 오라는 잠은 안 오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만이 방의 정적을 깼다. 정작 나를 범한 인간은 쿨쿨 잘도 자고 있을 텐데.
한번 불거진 내 볼을 쉽게 제 색을 찾으려 들지 않는다. 벌건 게, 열이 심히 나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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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토요일 오전은 한없이 침대에서만 있고 싶다. 어딜 나가기도 싫고, 씻기는 더 싫고.
오늘이 토요일인 게 신의 한 수다. 아니면 오늘 또 그 미끈덕거리는 얼굴을 한 번쯤은 마주쳤을지도 모르는데.
사실 어제 일 이후로 심각하게 난 게이인가, 호모인가, 내가 이런 쪽에 취향이 있었던가. 생각해 봤다. 근데, 정말 전혀 아니다. 살면서 쭉 발렌타인데이에 사탕을 받을, 화이트데이에 사탕을 줄 그런 여자친구도 있었고, 사실 엊그제까지 사귀었다 깨진 여자친구도 있었으니까. 그런 여자들 보면서 설레기도, 떨리기도 다 했으니까.
양성애자인가. 그런데 또 살면서 박찬열 이외엔 보고 또 보고 싶은 남자, 자꾸만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 남자, 입 맞춰도 불쾌하지 않은 남자가 살아가며 한명 이상이라도 있었던가, 아니면 내가 이제야 그런 남자를 찾은 건가. 정말 내가 미친 건가.
청소기 소리, 티비 소리로 시끄러울 거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하기만 하다. 엄마가 어디라도 간 걸까.
"엄마-."
느긋하게 발을 질질 끌며 거실로 나왔지만 차려놓은 밥상 이외엔 누구도 없었고, 아마 어젯밤 어렴풋 오늘 산악회 모임이 있으니 나갔다 온다 했다고 한 것 같다. 아저씨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아마 그 말은 안중에도 없었지. 계란찜, 김치찌개, 그리고 각종 맛있게 보이는 밑반찬들이 식탁을 주 이루고 있었지만, 딱히 내키지 않았다. 속이 허했지만 배고프다, 밥 먹고 싶다. 이런 생각은 없다.
거울을 보니 꼴이 말이 아니다. 붕 뜬 머리에 안그 래도 짙은 쌍꺼풀 두 배로 탱탱 부어서는 내 얼굴이지만, 심각하다, 심각해.
글쎄, 누군가랑 만나기 위해 씻는 것은 아니다. 그냥 자기만족. 씻고 나오니 집이 아무리 따뜻해도 화장실과 화장실 문 밖의 갭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으슬으슬 몸이 떨리는 오소소한 느낌에 수건을 어깨 위로 감쌌다.
딩동-딩동-하고 울리는 벨 소리가 경쾌하다. 뭐, 문제가 있을까 싶어 하의는 속옷만 걸치고 웃옷은 걸치지 않은 체 수건을 대충 두르고는 문을 열었다. 아, 이런 시발.
"어, 종인….커흡, 너 왜.. 옷.. 왜..."
"헐, 아.. 왜요, 아저씨 왜 왔어요. 아 잠시만, 어, 아.. 옷 좀."
마치 여느 여자가 뭇 성인 남성의 벌거벗은 몸을 본 것처럼 아저씨는 놀라서 얼굴이 빨갛다. 정말 아이 같은 남자, 사회에 찌들지 않은 남자.
그렇게 반나체로 얼굴을 봤을 때, 눈을 보다 점점 내려가는 눈길은 황급히 갈 곳을 잃었고, 천장을 본다던가. 벽을 본다던가. 거 참 생각해 보니 뭐 이리 유난을 떨었는지.
방에서 옷을 다 입었음에도 나가기 싫다. 나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지금은 혼자 있고 싶었는데 뭐 때문에, 왜 온 것인지. 어제 실수였다고 그런 사과나 하러 온 것인지. 누구는 내가 동성애자일까, 양성애자일까. 정말 좋아하는 건가. 그렇게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골머리를 앓았는데 그따위의 심심한 사과나 하러 바쁜 사람이 자기 시간을 빼서 온것인지, 그럴 필요 없는데. 대충 내용은 뻔하겠지. 종인아, 미안. 어제는 실수였어.
느릿한 걸음으로 아저씨가 앉아있는 거실로 갔다. 손톱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아저씨의 옆으로 가 앉았다. 쭈뼛쭈뼛 머리카락이 스는 느낌은 싫다.
"어, 학생…."
"내 이름 학생 아니잖아요."
"어? 어..! 종인 학생."
"그냥 종인이, 김종인이라고 부르세요."
이 무슨 젊은이의 패기란 말이냐, 사실은 학생, 뒷말을 이으면 미안하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아서 였을까, 뻔한 말, 살면서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은 더 들은 그 말이 지겨웠다.
정말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건지, 그저 이 상황을 모면하려 미안하다고 하는 건지. 나한테는 안 미안해도 되는데.
끝이 정해져 있는 결말이 참 싫었다. 그래서 가끔가다 따분한 일상에 지쳐 잔잔한 소설을 읽을 때에도 열린 결말만 찾아본다. 그러면 뒤는 내가 원하는 데로 이루어진 것 이니까. 끝은 없는 거니까.
너와 나의 끝은 미안이겠지. 그리고 이제 이전의 좋은 사이도 유지 못하겠지. 서로 얼굴을 마주할 때 내가 욕이나 안했으면, 욕을 해도 네가 상처나 안 받았으면.
"어,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어제…, 미안했어요. 정말."
혹시나는 결국 역시나이다. 아까 나를 보며 웃어주던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체 제 손가락에 시선을 고정한 체 말한다. 이젠 내 눈도 보기 싫다는 듯이 말하네.
밀어내지 않은 내가 잘못일까, 술 마시고 일낸 네가 잘 못일까.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대답은 전자일 것이다. 술 마신 사람은 형량도 줄여주는 이 나라에서.
머리를 긁적인다. 약간씩 인상 쓰는 네가 보인다.
"근데, 왜 안 피했어요…?"
"그게 궁금해서 왔어요?"
"아니, 뭐….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려 왔어요."
"했네, 그만 가요."
지금 상황에서 누가, 어느 누가 말이 좋게 나가리. 첫눈에 반해버린 이 남자는 동성애자가 아닐 것인데. 아, 맞다. 나도 동성애자는 아니지, 아니었지.
큰 눈을 동그랗게 뜬 네 눈은 나를 본다. 울렁이는 속을 제어할 수 없었다. 오래 정을 쌓아두고 만난 사람은 아니기에 간다고 하면 보내 줄 것이지만, 왜 자꾸 눈물이 나려 드는지. 꼭 남자친구한테 차여서 질질 짜는 계집애처럼. 진짜 그런 거 보기 싫은데, 찌질이도 이런 극성 찌질이가 없을 텐데.
우리 집은 화초를 많이 키운다. 그중에서도 가장 보기 좋은 꽃은 유채꽃이다. 추위가 사그라들고 이제 슬슬 봄이 왔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 유채꽃이 만개했다.
봄이 와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 봄이 오는 것이다.
너라는 꽃이 피면 메말라 모든 꽃이 시든 내 마음에 봄이 오는 것이다. 따뜻한 봄이. 오늘따라 바닥에 떨어진 유채꽃 한 떨기가 참으로 예쁘다.
"정말 가요? 진짜 갈까?"
"…왜요, 뭐 할 말 있어요?"
"이 아저씨가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에요. 좋아합니다."
정오의 사담타임(따귀 귀찮은 사람은 패스해여!!) |
이제 연재텀 길다해도 뭐 어쩔 수 없을 듯해요ㅠㅠ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어요ㅠㅠ 오늘도 독서실에서 열공하다 저번에 쓸 때 2편까지 써놓은거 지금 올려요 !! 수정 또 수정하다보니 지금에서야ㅠㅠ 아 우럭ㅠㅠㅠㅠㅠ 뭐 이제 주말드라마? 그런 거라고 쳐요 ...ㅎㅎㅎㅎㅎㅎ +) 어때요오.. 오늘편 .. 쵸큼 ..아주 초큼이라도 심장의 변화가 있다! 그러면 성공이야!! 어때여 .. 아니 뭐 딱히 심장이 아니라도 좋아.. 얼굴의 미묘한 변화가 있다! 그러면 성공이야!! 왜 내가 설레 ... 당연히 내가 받고 싶어하는 고백을 여기다 쓰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우럭) 난 사담 긴 거 조아해여 난 독자님들 사담 듣는 것도 좋아하구 꼭 글 내용 뿐만아니라 오늘은 뭐 어쨌구 .. 그런거 다 받아 줄 수 있어요!.. 딱히 안써두되고!!! 전 그냥 소통함에 있어서 감동감동을 느껴여 ...♡ 아 진짜 독자님들 보면 작은 찻집 꾸려가는 느낌이야 ..ㅎㅎㅎ 오늘도 싸라훼여 소듕한 내 독자들, 영행내독!! 영원히 행복받는 내 독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