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너무 좋다-토리]
아파트 로비에 들어섰을 때, 남자는 술 냄새를 푹푹 풍기며 15층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한쪽 허리에는 하의를 입은 건지 아닌 건지,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하는 짧뚱한 미니스커트에 향수로 샤워를 했는지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와 어디 과거의 기방에서 왔는지 촌스럽기 그지없는 볼기짝이 벌건 여자를 허리에 끼우곤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른다.
항상 보는얼굴, 학교가 끝나고 버스를 타고 집에오면, 항상 아저씨는 나랑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나는 12층, 아저씨는 11층.
여자는 거의 들춰매다싶히 남자를 안았고, 개새끼처럼 낑낑거리며 깨나 힘들어 보였다. 뭐, 잘 들어가겠지.
윤기 흐르는 멀끔한 얼굴을 하고, 항상 그렇게 얼굴을 마주했는데, 오늘은 무슨 이유인지 술을 거하게 마시고는 난데없는 난동까지 피운다.
맨날 보는 얼굴이니만큼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 정도는 했는데, 오늘은 그마저도 이유가 충분치 않다. 한대 맞을 느낌, 그런 쎄한 느낌.
아저씨, 아저씨.
박찬열X김종인
아직 겨울의 기운이 체 가시지 않아서인가, 집에서 나왔을 땐 후-하고 몽글거리며 피어오르는 입김에는 물기가 잔뜩 서렸다. 그리고 퍼뜩. 아저씨는 어제 잘 들어갔을려나. 술 많이 취한 것 같던데.
나와는 전혀 상관도, 관계도 없는 생각으로 머리를 가득 채웠을 때, 위층에서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으으, 거리며 헛기침을 해대는 그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놓칠 새라 재빠르게 내림 버튼을 눌렀고, 12층을 지나 11층에 도달함과 동시에 띵-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안에는 흐틀린 넥타이를 고쳐매는 그가 보였고, 언제나 그랬듯 무표정으로 고개만 까닥였다. 아저씨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항상 안녕, 좋은아침. 고리타분한 인사를 건넸었는데, 오늘은 왠지 딱딱한 표정으로 나를 힐끔거리며 눈치까지 본다.
"아, 저기…."
"저요?"
"어,어.. 어제는 미안했어요."
"아니요, 별로."
"어제 나 시끄러웠죠? ..으, 진짜 술을 못 마시는데 마셔가지고는…. 나 완전 민폐였을 거야, 그렇지?"
어제 어떤 여자랑 같이 들어가던데, 그 여자분은요? 문장이 목 끄트머리까지 차고 올라와 목젖을 비집고 나와 뱉어! 하며 속이 요동치고 있었지만, 아직 그렇게 친밀한 사이는 아니니까 그건 서로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뒷말은 생략했다. 그나저나 어제 일, 기억은 나는 모양이지?
천상이 무뚝뚝한 나와는 다르게 항상 누구에게나 저렇게 서글서글한 얼굴을 하며 웃을 수 있다는 게 마냥 신기했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누구도 대답해 주지 않을 마지막 말을 끝으로 또 한번 힐끔.
"학생.. 혹시 넥타이 묶을 수 있어요?"
"…네?"
직장인이라는 사람이 넥타이 하나도 못 묶고 뭐 한대, 뱉지도 못할 말을 속으로 툴툴거렸다. 나야 커서 로망이 있어서 넥타이 묶는 법을 쳐보기도 했고, 직접 매보기도 해서 할 수야 있지만
이 남자를 어떻게 묶어줘야….
난 뒷머리를 긁적이며 아저씨 가까이로 갔고 아저씨는 학생한테 넥타이를 매어달라고 하는 것이 창피하기는 한 모양인지 억지웃음을 지으며 연신 미안해를 반복했다.
"오, 학생!! 나보다 나은 것 같아, 최고야."
엄지를 추켜세우며 어깨를 쓰다듬어주는 손은 크고 거칠었지만, 손길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마치라잌 솜사탕이랄까.
이 아저씨는 오지랖이 어마무시하게 넓어서 이젠 태워주겠다고까지 한다.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뭐가 그리 고마웠는지, 자기는 빚지고 못 산다며 차를 막무가내로 태웠고, 나야 감사한 마음으로 차에 올라탔다. 아싸, 버스비 아까웠는데.
이른 아침에, 아직 데워지지 않은 차 내부라 서늘한 공기가 바깥공기보다 차가워 느낌이 오소소했다. 아침저녁으로 춥다고 한사코 겉옷을 입고 가라며 등짝을 세게 치던 엄마를 무시하고는 잘 다녀오겠다며, 살면서 1000번은 더 한 듯한 인사를 하며 한숨을 내쉬는 엄마를 뒤로 집을 나온 게 화근이었다.
마이 단추를 잠그려니 가오가 안산단 말이지, 가오가.
"아, 춥다."
덤덤하게, 추운 감정을 무의식으로 뱉은 말이 아저씨에게 신경 쓰였는지, 히터를 강하게 틀었고 조금만 기다려요, 따뜻해질 거야.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세심하게 대답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또 처음이라 새로웠다. 조금 다른 의미로.
"학생, 그러고 보니까 우리 이름도 모르지?"
"김종인이에요."
"아, 박찬열이야. 학생, 나이가 어떻게 돼?"
"이제 18살이에요."
"와, 새삼.. 진짜 어리구나, 난 벌써 27인데.."
나이차는 무려 9살 차이씩이 났고, 자기가 초등학생 때 내가 태어났다고 중얼거리며, 나이가 어느정도 들은 게 속상하기는 한지 손톱은 만지작 거리며 시무룩했다.
그나저나 무어라 불러야 할지, '저기요'는 본지 횟수로 꽤 됐는데 아무래도 조금 야박하고, 형이라고 부르기엔 나이차도 많이나고, 역시 아저씨가 편한데, 기분 나쁘려나.
차를 괜히 타겠다고 한 것 같다. 금방이라도 아저씨와 어색함에 숨이 막혀 죽을 듯했다. 왜 또 길은 처음 본 듯한 길인지, 버스로는 가보지도 않은 길을 가는데 여기가 맞기는 한 건지.
"아저씨."
"…"
"찬열 형..?"
"뭐야, 나 부른 거예요?"
"네."
"나 그렇게 늙어 보여요? 막 아저씨 같아?"
"딱히, 그냥 아저씨가 편해서.. 기분 나빠요?"
"아니요, 학생이 편하면 그렇게 불러요. 우리 이제 자주 볼 건데, 저기요. 저기요 하는 건 이상하잖아요."
아저씨라 하니 못 알아 들어 형이라고 고쳐 부르니, 안 그래도 커다란 눈,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크게 뜨며 나를 쳐다본다. 답지 않게 귀여운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아저씨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이상하게도 웃음이 났다. 그건 실소도 비웃음도 아닌, 조금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아저씨가 귀여워서 절로 나는 웃음,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때 나오는, 그런 자연스러운 웃음.
"도착입니다, 학생."
다행히도 처음 가 본길 치고는 여차저차 잘 도착해 안심이었다. 꼭 택시기사 같은 말투로 양쪽 입꼬리를 곱게 말아올려 웃고는 어깨를 두어 번 토닥여줬다. 공부 잘 하고 와.
자상한 아저씨의 손길에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게, 무어라 표현을 하지 못하고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게, 아마 부모님한테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라 그런가. 누구도 모를 감정을 그저 외로움이라고 치부해버렸다. 그러면 알다가도 모를 감정이 무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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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기 짝이 없는 매 수업 시간 시간은 시계 초침은 초침대로, 분침은 분침대로 도통 움직일 생각을 안 했고, 하염없이 아저씨를 그렸다. 처음 만났을 때 이를 환히 내놓으며 웃던 얼굴, 어제 저를 놀라게 한 술 주정, 그리고 한없이 다정한 아저씨의 손까지. 아는 것도 없고, 심히 무지하지만, 박찬열을 그렸다. 그리고 또 그렸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흘러가 야자까지 마친, 아저씨를 볼 시간이 되어 있지 않을까.
"야, 김종인, 밥 안 먹어?"
"몰라, 이 미친놈. 점심도 안 먹어, 석식도 안 먹어, 다이어트 해?"
"미친, 얘가 계집애냐, 다이어트 하게."
"모르지, 존나 지금도 말랐는데 .. 난.. 한강물 아직도 차갑냐?"
"어, 존나."
아침만 대강 먹고, 점심, 석식을 다 침으로 때워버린 나에게 혀를 끌끌 차며 한마디씩 건넸다. 그렇게 끼니까지 걸러가며 고작 생각한다는 게, 같은 거 달린 시커먼 검은 동물이라는 걸 알면 얘들이 아마 까무러치지 않을까 싶다.
영원히 그 자리에 멈춰 있을 것만 같던 시간은 빠르게 간다. 원래 신경을 쓰면 하던 것도 안되고, 가던 시간도 멈추는 법.
학교를 가고, 공부를 하고, 끝나면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약속이 아닌데도 정해져 있는데로 딱딱 맞춰 해야하는 게 조금은, 아니 조금 많이 지루했다. 반복되는 일상은 따분하고 날 더 지치게 만들었다. 집엘 가도반겨주는 인간 한 명 없이 방에만 틀혀박혀 공부만 계속해야 하는 내가 가엽기도 했으며, 반항을 해 볼까도 했지만 갓 사춘기가 온 중학생도 아닌데, 부모님 속 썩여 봤자 가뜩이나 사이도 안 좋은데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가버려서 영영 되돌아오지 못할까 봐, 역시 메꾸지도 못 할 깊은 갈등의 구덩이는 되도록이면 만들지 않는 게 좋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 언제부터인가 말을 아꼈던 것 같다.
잠에 취해, 피곤함에 취해 18년 매번 같은 길을 걸어오면서도 맡아보지 못한 밤(夜)냄새가 좋다. 사람도 차도 없는 거리에서 온전히 공기의 참 냄새를 맡는 것만 같았다. 길거리는 가로등만이 거리를 밝히고, 다른 계절의 밤보다 활력이, 사람 냄새가, 덜한 게 왠지 밤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계절의 냄새, 외로움이 쉬이 찾아왔다 아무도 모르게 가버리는.
어, 아저씨다.
신발의 앞 코만 보며 터덜터덜 걷다 고개를 들어 앞을 딱 보니, 무슨 일인지 어깨가 팔(八)자가 되어 추욱 처져 보는 나마저 힘이 없어지는 듯했다
"아저씨."
"어..어...조이니네에?"
또 술 마신 건가. 볼부터 셔츠 깃 사이로 살짝씩 보이는 하얀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손이 닿기라도 하면 데여버릴 듯이.
항상 짙은 쌍꺼풀의 두 눈은 풀린지 오래고, 영롱했던 두 눈은 무거워진 두 눈꺼풀에 가려진지 오래였다.
아저씨가 날 발견하자 두 손을 높이 쳐들며 나를 꽉 껴안았고, 푹-하고 안음과 동시에 풍기는 술 냄새에 내 머리가 띵했다. 아저씨는 솜이 물을 잔뜩 먹은 것 마냥 무거웠고, 제 체격이 아무리 성인 남성 뺨칠지라도 몸에 힘을 쭉 놔버린 아저씨의 몸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했다. 아저씨는 머리를 내 목덜미로 가져가 비비적거렸고, 부드러운 머리칼에 쓸리는 목덜미가 간질간질했다.
그러다 아저씨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얼굴을 마주했다.
한 뼘이면 닿을 거리, 너무 가깝게도 들려오는 아저씨의 숨소리에 목구멍이 간질거리다 못해 기침이 나올 것만 같았다. 차고 눅눅한 주위의 공기임에도 콧잔등에 자꾸만 와 닿는 콧바람이 내 양볼마저 달아오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 남녀도 아닌 남남끼리 딱 붙어서 서로 얼굴이 벌개가지고는 눈이나 쳐다보고 있으니, 어르신들이 혀를 끌끌 차며 비난할 상황을 제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인생은 순간이고, 사랑은 찰나다.
아저씨가 내 입술을 포갠 것은 순간이고, 서로 맞닿은 두 남성의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린 것은 찰나다.
거부하지 않았다. 딱히 거부감이 들지도 않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저 나에게 기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저씨와의 어정쩡한 자세는 남색에 못지않은 포옹이었고, 그러한 행위가 아파트의 로비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것이다.
한 번씩 명절마다 귀밝이술로 한 모금씩 어른들이 주시는 술을 마셨을 땐 약을 먹은 것마냥 입안이 써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타액이 묻어 번들거리는 내 입술을 혀로 한번 축였을 땐 마치 달달한 무언가를 먹는 것처럼 달기만 했다. 그날은 왠지 술이 참 달았다.
사랑은 찰나의 순간을 빌어 인간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다. 그것이 이성이 아닌, 동성일지라도.
귀찮으실지라도 읽어주세요. |
정오입니다. 염치없이 ...... 이렇게나 늦게 ............ 저 진짜 다시 학교 가니까 정신이 없어요 정신이 ..ㅠㅠ 집에 오면 12시가 넘어버리고 그러니까ㅠㅠ 이해해주세요♥ (소곤소곤 오늘 모의고사 다들 잘 봤어여?) 정말 죄송하지만 오세훈 찾기는 잠시 아주 잠시만 연중입니다. 오래는 안 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온 김에 찬종 글 들고 왔잖아요?..ㅎ가볍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 !!!!! 영 아니면 뭐 .. 메모장에 썩혀두죠 뭐!! 허허허ㅓ헣허ㅏ하하하ㅏㅎ 아무도 안 봐주셔도 상관없어요 .. 그냥.. 독방에 나와 같은 찬종러가 많아 보여서 .. 나 찬종러는 동맹을 다 돌아도 볼 게 없어서 이렇게 찡찡 거려요'^' 힝힝 +) 띄쓰, 오타 지적은 감사히 감사히, 망설이시지 마시고 말해주세요!! 창피하니까 .........힝 몇번을 보고 또 봐도 오타랑 띄쓰 잘못한 건 항상 있더라구요ㅠㅠ 으으 창피해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