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타이타닉 OST - My Heart Will Go On]
" 돌아올거라고, 너 때문에 빡쳐서. "
그 동안 한 마디도 없다가 드디어 뱉은 말은 참으로 놀라웠다. 아 진짜 잘못했어, 한 번만 봐줘ㅠㅠㅠㅠ 거의 울다시피 승철이의 팔뚝을 잡고 매달렸다. 그제서야 무시만 할 순 없었는지, 승철이는 나를 빤히 내려다 보았다.
" 왜, 뭐, 그렇게 쳐다보면 어쩔건데? 잘생기기만 드릅게 잘생겨가지고. "
" ...하아. "
내 말에 승철이는 어이없다는 듯 여전한 무표정으로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곤 나를 스쳐 지나갔다. 최승철 어디 가는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도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객실 갑판을 향했다. 나는 그런 승철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승철이를 뒤 쫓아 갔다.
" 그렇게 화 났어?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는데, 식당 가서 뭐라도 먹을까? "
" ...그래, 가자. "
다행히 객실 안은 6명이 묵었지만, 다들 바다를 보러 밖으로 나간 것인지 나와 승철이 둘 뿐이었다. 승철이에게 팔짱을 끼곤, 승철이를 이끌어 객실 밖으로 나가려다가 문뜩 스쳐지나가듯 눈에 띈 것이 하나 있었다. ……방 안엔 6명인데, 왜 구명조끼는 3개 뿐이지?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고 승철이를 데리고 객실 밖을 나왔다.
*
식사때라 그런지 식당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도 그 중 한 자리를 잡아 앉았다. 나는 승철이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승철이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서운하거나 그런건 없었다. 왜냐하면, 승철이는 1000일이 되는 날 까지 날 향해 환하게 웃어본 적이 별로 없었으니까.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말 없이 턱을 괴고 승철이를 바라보았다. 물만 홀짝이며 휴대폰을 바라보는 승철이는 여전히 잘생겼다.
" 승철아, 사랑해! "
" 어...나도. "
늘 그래왔다. 1000일 동안, 단 한번도 나에게 먼저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았고, 내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해줘도 늘 대답은.. '나도.' 였다. 아까는 별로 섭섭하지 않다고 했지만 이럴 땐 조금 섭섭했다. 그래도 좋았다.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아도 사랑한다는 것을 아니까, 늘 내 옆에 있어 줬으니까... 그걸로 좋았다. …정말로 승철이가 나를 사랑하는게 맞을까? 씁쓸한 미소만 지으며 물만 홀짝였다. 이내 음식이 나오고 여전히 나에겐 관심이 없는 듯 했던 승철이가 자신이 먹던 음식을 조금 덜어 내게 주었다. 의아한 눈빛으로 승철이를 바라보자 승철이가 그랬다.
" 너... 좋아하잖아 그거, 많이 먹으라고. "
이래서 못헤어진다. 아니, 안헤어진다. 표현이 서툰 너가 용기 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덜어주는 것. 그래놓고 부끄러워서 괜히 애꿎은 접시만 포크로 긁고 있는게 귀여웠다. 어쩜 이리 서툰 모습도 이쁜지 모르겠다. 대충 행복한 식사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승철아, 우리 밥도 먹었으니까 위에 꼭대기 가서 산책도 좀 하고, 구경도 좀 할래? 듣기론 수영장도 있고 뭐 그렇다던데! "
" 됐어, 나 피곤해. 들어가서 잘래. "
" 치, 그럼 나 혼자 간다! "
승철이는 그렇게 나를 두고 객실로 올라가 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돈을 들여 좋은 여객선에 탔는데 구경도 안해보고 내리긴 아까웠다. 승철이와 함께 산책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다 내음을 느끼며, 바람을 느끼며 혼자 산책하는 것 역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맨 윗층 갑판으로 향해 슬슬 걷고 있었다. 점점 노을이 지고 있어 바다의 풍경은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쿵- 어디선가 갑작스런 광음이 들리며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 역시 놀랐는지 다들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곧 소란스러워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 승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잠시 운항에 문제가 생겨 확인 중이오니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안심하시고 여행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안내방송을 듣고는 아무일도 없다고 판단되어 안심하곤 다시 표정들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아무일 없겠지, 싶어 산책을 계속 하였다. 승철이도 많이 놀랬겠다, 아니. 승철이는 이런걸로 하나도 안 놀랄려나? 항상 무표정인 승철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놀라는 얼굴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푸스스 웃어 넘겼다. 맨 윗층 갑판의 구경을 마치고 아랫층으로 내려와 다른 곳도 구경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쿵- 다시 한 번 광음이 들리더니 배가 아까보다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내 안내 방송이 다시 한 번 울려퍼졌다.
' 승객여러분께서는 지금 즉시 구명조끼를 착용해 주시고,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배 안에 있던 승객들은 모두가 패닉상태에 빠져 하나같이 구명조끼를 챙겨 객실에서 뛰쳐 나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몸이 굳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아무 일도... 아니라며? 그 순간 승철이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 승철아... 최승철....! "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우리가 묵기로 되어있던 객실을 향해, 모두들 밖을 향해 뛰어갔지만 나는 승철이를 찾으러 사람들의 역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이 혼란 틈에서 널 잃을 순 없어. 승철이의 얼굴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배는 지속적으로 큰 소리를 내며 흔들렸고, 그에 따라 넘어지는 사람들도 생겼다. 밖으로 대피하는 이들을 헤쳐 뛰어가다가 흔들리는 배에 넘어진 사람의 발에 걸려 나도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아려오는 발목을 신경 쓸 틈도 없이 다시 일어나려 손을 바닥에 짚자 누군가 나의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 승철아... "
" 어디있었어... 한참 찾았잖아 김여주. "
" 승철아, 너, 너 괜찮아? 어? "
" 지금 내 걱정 할 때야?! "
승철이가 버럭 화를 내자 몸이 얼음처럼 굳어졌다. 그제서야 내가 승철이를 찾으러 뛰어가다가 신발 한짝을 잃어버렸고, 넘어지는 바람에 발목이 퉁퉁 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나를 보고 한숨을 푹 쉬며 승철이는 나를 안아 올렸다.
" 스..승철아 괜찮아, 나 걸을 수 있... "
" 지금 밑에서부터 물이 차오르고 있대, 이대로 가다간, 우리... 죽어. "
" 뭐...? "
" 무조건 구명보트를 타야만 해. 빨리 여기서 나가자. "
쿵- 또 한번 광음이 울렸다. 우리가 향하던 방향의 저 멀리에서 비명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뛰어오기 시작했다. 멀리서.. 물이 차 들어오고 있었다. 승철이는 재빠르게 다른 출구를 찾기 위해 뛰었고, 많은 인파에 밀려 밖으로 나가는 것은 힘들었다. 겨우겨우 출구를 찾았건만, 무슨 이유인지 사람들은 나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승철이는 나를 잠시 내려두고는 말했다.
"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앞에 가서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올게. "
" 알았어, 빨리... 빨리 돌아와야해, 승철아... "
잔뜩 겁을 먹은 나는 승철이의 옷자락을 잡고는 놓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승철이가 놓아주질 않는 내 손을 바라보자 그제서야 나는 내가 승철이의 옷자락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재빠르게 손을 놓아주었다. 그리곤 승철이는 많은 인파들을 헤쳐 앞으로 나아갔다.
*
꽤 시간이 흐르고 승철이가 모습을 들어냈다. 뭐래? 왜 못나가고 있대? 승철이는 앞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하나뿐이 없는 출입구인데, 그게 막힌 모양이다. 다른 하나도 있지만 그곳으론 이미 물이 차오르고 있는 상황. 승객들이 모두들 승무원에게 구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승무원에게 더이상의 답은 돌아오지 않아 이 칸의 승객들 모두가 갇힌 상황이다. 점점 배는 기울고 있는지 똑바로 서 있는 것 조차 힘이 들었다. 앞에서 남자 몇명이 문을 부수려 하는 듯 했다. 나는 차가워진 승철이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승철이는 내 손을 놓았다. 놓여진 손을 바라보자 승철이는 말했다.
" 안되겠다. 구명조끼를 구해올게, 조금만 기다려. "
" 안 돼 승철아, 저쪽엔 물이...! "
" 살아야지, 나 괜찮아. 한 번만 더 나 기다려줘 여주야. "
그 말을 남기곤 반대 방향으로 승철이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많은 인파들이 몰린 곳을 보자 이제 겨우 문을 부수는데에 성공한 모양인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 탓에 사람들은 빠르게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맨 뒤에서 덩그러니 승철이만 기다리고 있던 나는 승철이가 향한 방향만 바라보았다. 그 때, 승철이가 구명조끼 하나를 들고 빠르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 승철아...! "
" 얼른, 이거 입어. "
" 왜 하나야? 너껀? "
" ...못 구했어, 너라도 입어 어서. "
" 그러면 너는... "
" 말 듣고 얼른 입어, 알잖아 나 수영 잘하는거. 그리고 구명보트 타면 괜찮을거야. 어서 입어. "
꽤나 급하게 달려온 모양인지 숨을 헐떡이며 나에게 주섬주섬 구명조끼를 입혀줬다. 걱정스러운 나의 표정에 승철이는 괜히 잘 웃지도 않는 얼굴에 미소를 띄우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반 정도는 갑판을 빠져나간 듯 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인파가 남아있어 밖으로 나가기엔 시간이 조금 걸릴 듯 했다. 이번에는 승철이가 먼저 내 손을 잡아주었다. 잔뜩 힘이 들어간 손이, 절대 다시는 놓지 않을 것이라는 듯, 굳게 맞잡아져 있었다. 초조하게 앞의 상황을 바라보며 서 있는데 뒷쪽에서 큰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뒤 돌아본 모두가 그 광경을 보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물이 들어차기 시작한 것이다. 멀리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본 승철이는 나의 어깨를 꽉 안으며 그랬다.
" 하나, 둘, 셋. 하면 숨 참는거야, 할 수 있지? "
" 응..하지만 승철아 너 구명조끼가... "
" 온다. 하나, 둘, 셋. 참아! "
물은 가차 없이 우리 모두를 집어 삼켰다. 승철이의 신호에 숨을 참았지만 강력하게 우리를 집어삼킨 물의 힘 탓에 모두 쓸려 내려가 버렸다. 큰 고통이 몰려오고 숨을 참기가 어려워졌을 때 쯤, 구명조끼로 인해 물 위로 겨우 떠올랐다. 이미 잡고 있던 승철이의 손은 놓친지 오래였다. 물 위에 떠올라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옆에 있을 승철이를 찾는 일이었다. 하지만 옆에 있어야 할 승철이는 보이지 않았다. 애타게 불러보지만 승철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도 못하는 수영이라 허우적 댈 뿐이었지만 열심히 승철이를 찾으려 애썼다. 물에 쓸려내려가 다친것은 아닐까 눈물이 왈칵 차오르기 시작했다.
" 나 여기있어. 울지마 김여주. "
물에 홀짝 젖어 헤엄쳐 나의 곁까지 찾아와준 너가 고마웠다. 정말 고마워, 무사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일렀다. 배가 많이 기운 모양이었다. 승철이는 나를 이끌고 헤엄쳐 갑판 밖으로 겨우겨우 향할 수 있었다. 기울어진 배의 계단을 올라 갑판 안의 상황을 되돌아 보았다.
아까보다 느린 속도였지만 계속해서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고, 구명보트에 승객들을 한 명 한 명 태우고 있는 승무원들의 다급함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꼼짝 없이 구명보트에 타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 여성과 아이 먼저 탑승하겠습니다! 질서를 지키세요! "
승무원의 말을 들은 승철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너, 지금.. 이상한 생각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승철이를 살며시 올려다 보았다.
" 너 먼저 가 김여주. "
" 싫어, 너랑 같이 갈거야. "
" 그러면 너무 늦을수도 있어 너라도 먼저... "
" 싫어! 아까는 이번만 기다리라며, 더이상 너 기다리기 싫어... "
" 말 들어! 이상한 고집 부리지 마. 나 안죽어, 너만 두고 안 죽어. 그니까 빨리 타! "
싫다는 나의 말도 무시한 체 승철이는 나를 억지로 끌고 구명보트 가까이로 갔다. 승철이는 손을 들어 여자가 있다, 먼저 태워달라 소리쳤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물은 점점 차오르고 있고, 배는 기울어만 가는데 이렇게 나만 먼저 간다니, 널 두고 가면.. 혹시라도 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혼자 남겨진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보트에 억지로 끌려가 타게 된 내가 승철이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 흐윽.. 승철아아... 미안해, 내가... 1000일이라고 놀러가자고 고집만 안부렸어도.... "
" 왜 울어... 그쳐. 응? "
" 진짜 다치지마..승철아 진짜 아무일 없을 수 있지? 흐윽..흑... "
" 나 안다쳐.. 울지마 김여주, 넌... 웃는게 제일 이뻐. "
" 나중에... 나중에 만나자.. 흑..흐윽..흑.... "
" 응.. 나중에 꼭 만나, 잠시만, 아주 잠시만 떨어져 있자. "
" 보트 내리겠습니다! "
" 스..승철아...! "
" 여주야, 사랑해. 내가 많이. 그 동안 이 말 못해줘서... 미안해. "
1000일만에 처음 듣는 말이었다. 승철이의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나온 것은, 그 말을 듣자 눈물때문에 말문이 막혀 차마 해주지 못했다. 나도... 나도 사랑해 승철아, 정말 많이 사랑해,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바다로 내려간 보트는 배에서 점점 보트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멀어지며 승철이의 모습이 아득해질 때 쯤.
배의 불이 꺼지며 더욱 더 빠르게 배가 침몰해 가고 있었다. 이로써 승철이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른 보트와 줄을 연결하고, 다른 배가 구조하러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와중에도 하염없이 승철이 걱정에 침몰해가는 배만 바라보았다. 괜찮겠지... 지금쯤 다른 보트를 타고 나왔겠지... 구명조끼도 없는데 어떡하지... 많은 생각들 때문에 눈물은 멈추질 않았고, 같은 보트에 타 있는 여자들 역시 나와 비슷한 처지인지 울기만 했다. 4시간 쯤 흘렀을까. 어두운 바다 저 너머에서 구조를 위해 온 배 몇대가 빛을 내며 다가왔고, 나는 극적으로 구조될 수 있었다.
*
구조된 지 4일이 지났다. 병원으로 이송된 체 치료를 받고 계속해서 승철이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많이 초췌해진 내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았다. 꼬질꼬질하고 머리도 빗지 않아 헝크러지고, 밥도 먹지 않아 한 없이 말라가 생기 없는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승철이가 보면 이뻐해줄까... 분명 싫어하겠지. 그 순간 마저도 승철이 생각에 웃음지었다. 일어나자, 씻고, 밝은 모습으로 승철이가 돌아오면 맞이해주자.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신발을 신으려 했다. 드르륵- 병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나는 신발을 신던 것을 멈추곤 문을 바라보았다.
" 승..철아... "
" 어후, 그 꼴은 뭐야? 그러고 나 기다린거야? "
눈물이 터져나왔다. 널 다시 만나면 울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4일 내내 울다가 이제 겨우 다짐했는데... 오늘도 울어버렸다. 아무렇지 않게 나를 향해 장난치는 너의 얼굴이 보였다. 얼굴에 상처가 많이 생겨 반창고도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래도 너무 고마웠다. 돌아와줘서.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것 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너에게로 달려갔다.
" 승철아...고마워...정말 고마워... "
" ...많이 기다렸지? "
" 살아 돌아와줘서... 고마워... "
" 너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사랑해.. 여주야. "
구명조끼의 갯수는 턱 없이 부족했지만, 구명보트의 수는 다행히도 크게 모자르지 않아 대부분의 승객들이 구조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비교적 발빠른 승무원들과 기장의 대처로 사상자의 수는 없었다고 한다. 잊지 못할 일이 될 것이고,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아찔한 일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서로에게 조금 더 솔직해 질 수 있어서 좋았지만, 정말로 다시는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승철이와 알콩달콩 이쁘게 사랑하기로 했다. 너는 그렇게 파도가 되어 나에게 밀려왔다. 피할 수 없을 만큼 커져서. 사랑해, 승철아.
1912년 4월 14일 타이타닉호 & 2014년 04월 16일 세월호
오늘은 세월호 4주기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 13일부터 영화 타이타닉을 다시 보았고 16일에 꼭 이 글을 써서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올려보아요.
며칠 전부터 이런 식으로 글을 써야지, 했지만 바빴던 탓에 미리 써놓질 못해서 급하게 쓰느랴 글이 형편 없네요, 표현력도 많이 부족하고..
하지만 글 마지막에 승객 모두가 구조되었다는 점이 어쩌면 두 사건을 보상받고 싶었던 저의 심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처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안타까움이요.
잡담이 너무 길어졌네요, 읽어주신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