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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게, 참 웃겼다.
학교에 가서 배우는 가족이란 개념은, 멀고 먼... 다른 세상 이야기 같기만 했다. 국어 시간에도, 사회 시간에도. 서로를 사랑하며 화목하고 아름답고... 끈끈한 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아름답게 포장되는 단어.
그것은 음악 시간에도, 심지어 미술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어머니는 아름다웠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렇지가 않아보였다.
자신의 갈 곳 잃은 마음을 어쩌지 못하다가 나에게 쏟아내는, 병적인 모습이 보였다. 그 처절하면서도 애처로운 모습이 싫어 나도 모르게 가식적으로 행동하곤 했다. 나도 엄마를 사랑해요, 엄마랑 있을때가 가장 좋아요.
말수가 적어지고, 차가워지고, 공격적이 되었다.
외모에 조금이라도 닮은 구석이 없었더라면 그 누구도 부자간이란 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정도로. 여느 신파극처럼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거나 원망스러워한 적은 없다. 처음부터 그는 똑같았기 때문에, 실망하고 자시고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랑 받고싶어 미쳐가는 어머니를 보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진절머리가 났다.
내 또래 아이들이 친근하게 부르는 '아빠'란 단어를 쓰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남 같던 우리 사이에, 나는 최대한 덤덤한 투로 그를 '아버지'라 불렀고, 그는...
그는, 내 이름을 부른 적이 없었다.
평소와 같이 조용하고 냉랭했던, 넓은 우리 집 안에 귀가 찢어질듯 강렬한 파열음이 울렸다.
그리고,
별 일 아닐 거야. 또 혼자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어머니의 발악이겠지. 조금 있으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 방에 들어와 나를 껴안고 처절하게 오열할것이다.
그녀의 방에서 새어 나오는 날카로운 흐느낌과 나지막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는 극명했다.
그날 밤, 나의 방을 찾아온 것은 뜻밖에도 아버지였다.
내 방에 그가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 얼떨떨해 있는데, 침묵을 깨고 그가 말을 뱉었다.
"........."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
하루이틀도 아닌데 그런 말 할 처지 못되지 않아요?
".......네?"
아버지 아들은 나잖아요.
그렇게 말하려다가, 말을 삼켰다. 그 말을 할 정도로 얼굴이 두껍지 못했다.
"......."
"알고 있겠지만.. 네 엄마를 아내로 생각하지 않아."
내가 느낀 그대로가 진실이라서.
"좋은 아버지이고 싶단다."
"........"
"도와줬으면 좋겠구나."
'내 아들이 이 집에 올거다.'
그 아들이란, 내가 아니겠지.
차라리 홀가분했다.
그가 이제야 내게 솔직해졌다.
나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아버지와 그 아이, 단둘만이 한 가족일 것이고,
우리 가족은... 글쎄, 우리 가족이 처음부터 제대로였다면 걱정을 하긴 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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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늦었다.
점심을 먹고도 한두시간이 흘렀을 무렵에야 차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된거지?
의아한 마음에 한참을 바라보고 섰는데 왠걸, 아버지가 옅게 웃더니 반대편 차문 쪽으로 걸어가 열고는 누군가가 내리는 것을 도왔다.
더이상 보기가 싫어 고개를 돌렸다..
바보 뒷바라지 같은거 정말 하고싶지 않은데.
현관의 초인종이 울렸다.
아주머니도 나도 놀라 올려보니, 무섭도록 차가운 얼굴을 한 어머니가 태연히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나를 잠깐 바라보고, 사랑스러워 죽겠단 듯 흐드러지게 웃었다.
곧이어 다시 복도를 걸어 들어온 것은 어머니 혼자였다.
울고 있을까? 심술이 났을까?
어느 쪽이든, 그 면전에 대고 한껏 비웃어주고 싶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내밀자 보이는 것은 아버지의 등이었다.
상체를 살짝 숙여 작은 아이에게 조곤조곤 말하는 그의 등은, 내가 처음 보는 그의 다정한 모습이었다.
그의 얼굴에 부드럽게 퍼져있던 미소가 약간 어설프게 굳었다.
그가 처음으로 나의 이름을 불렀다.
아니면 그저 그 아이가 있던 상황이였기 때문인지
아버지 옆에서 나를 바라보던 한 소년이 내 눈 안에 가득 찼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 역시 나를 바라보고만 서있었다.
그는 너무나도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나와 같은 새카만 머리와 눈동자를 가졌다. 나와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은 조목조목한 얼굴에 여린 몸까지, 한 순간 그 모든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지러울 정도로 붉은 그의 입술에 넋을 놓고 있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며 내 머릿속에 가득하던 생각을 입밖으로 낼 수 있었다.
후회스러웠다. 너무 짧고 유치하고 단순한 한마디였다.
멍청해 보이게.
내 말에 그 소년은 갑자기 제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이리저리 눈을 굴린다.
지호...
우지호.
소년의 얼굴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 세글자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시선을 뗄 수 없어 그의 짙은 눈동자를 계속 쳐다보는데, 그가 살짝 물러나며 눈을 피한다.
그의 가녀린 어깨가 살짝 떨렸다.
내 어머니도,
불쌍하고 애처롭게 몸을 떨다 미친사람처럼 울부짖었다.
그때는 그저 빨리 시간이 지났으면 했는데, 지금은...
지금은 그저 시간이 멈춘 듯 했다.
내 얼굴이 빨개진것 같았다.
"......."
내가 다가가면 될 것을, 이상하게도 그럴 엄두가 안나 손짓하며 말했다.
"........"
"가자."
그냥 좀 그랬다.
"지호야, 안올거야?"
그가 갑자기 놀란듯 귀여운 소리를 냈다.
생각해 보니, 하도 머릿속에 새겨넣어 또렷해진 그 이름을 스스럼 없이 불렀다.
머리가 마구 뒤엉키고 어지러워져 당황스러웠다.
오히려 네가 날 바보로 만들었다.
그게 우스워서 그냥 웃어버렸다.
"......."
"얼른 들어와, 응?"
나조차도 익숙지 않은 단어지만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형이라고 표현하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부드럽고 포근하고 따뜻하며 자그마한 그 손은 몇번이나 메만지고 싶을만큼 기분좋은 감촉을 선사했다.
긴 복도가 끝날 때 까지, 나는 그 손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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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6화가 많이 늦었죠.... 왜그랬냐면.. 제 블로그가 신고당해서 이용정지 당했었거든욬ㅋㅋㅋㅋㅋ 그거 풀고 게시물 복구하느라...^^;;;; 이제부터 블로그연재는 서로이웃제한 겁니당ㅋㅋㅋ
2.
우태운 과거 첫편 어떠셨나용 태운이의 뭔지모를 두근두근한 감정을 같이 느끼셨으면...조켓는뎅....ㅋㅋㅋㅋ 더불어 어린 우지호의 귀여움도....하악....
3.
대학 드가니 느는건 술이요 남는건 살이네요... 여러분 대학가면 다 살빠지고 이뻐진다는거 다 개구라개뻥입니다
4.
댓글좀 써줘요 내가 소통을 한다잖아!!!!! 자꾸그러면 27화 5월달에 낸다?!?!!?
5.
그런의미에서 사랑하는 암호닉 여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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