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rose
하루,이틀,사흘. 며칠이 지나도 너와 택운이의 관계에는 이렇다할 진전이 없었어.
처음만큼 어색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많은 대화는 오고가지 않았거든. 먼저 말을 거는것도 거의 너였어.
처음이 생판 남이라면, 지금은 조금. 아주 조금 친해진 것 같달까.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넌 지치긴 커녕 택운이에 대한 관심만 커져갔지.
이유는 너도몰라. 끌리고있다는 말이 이런걸까싶어.
"택운아!"
종례 후, 아이들이 거의 빠져나간 빈 교실에서 넌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는 택운이의 뒤를 따라걸었어.
자신의 뒤를 따르는 널 슬쩍 돌아본 택운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짧게 대답해.
"왜?"
"같이가자-"
짧은 한마디지만 넌 괜히 들떠서 해맑게 웃으며 바쁜걸음으로 택운이를 쫓아 나란히걸었어.
딱히 거절의 말이 들려오지않아 기뻐하고 있었는데 택운이가 은글슬쩍 너에게 걸음을 맞춰주는게 느껴져서
또 다시 살살 입꼬리가 올라가는게 느껴져.
다행스럽게도 너와 택운이가 집에 가는길은 같았어. 너희 둘은 그저 아무말없이 노을지는 강둑을 따라 걷고있었지만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좋았어. 그래서였을까? 충동적으로 네가 택운이의 손을 잡은건.
손을 잡아놓고는 되려 니가 더 당황해서 택운이를 올려다보는데, 택운이는 딱히 손을 뿌리치지는 않지만 알수없는 표정으로
널 바라봤어. 민망한 마음에 다급하게 허둥지둥 손을 빼고는 헛기침을 하는데, 머리위에서 택운이의 바람빠지는듯 짧은 웃음소리가 들려.
"왜...웃어."
"뭐가."
슬쩍 올려다보자 언제 웃었냐는듯 평소와 같은 얼굴이지만 미묘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야속하게 느껴져서 넌 괜히 택운이를 한번 흘겨보고는
너의 집 앞에 다다르자 뒤도 한번 안돌아보고 집안으로 뛰어들어갔어.
묘하게 일렁이는 눈빛으로 네 뒤를 쫓던 택운이의 눈길은 알아챌새도 없이 말이야.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집 안으로 들어서자 언제부터 다 보고있었던건지 곱슬거리는 머리의 가정부 아주머니가 너에게
다녀왔냐는 인사보다도 먼저 참견을 해와.
"오늘은 좀 늦었드만, 같이 온 남자애는 누구든? 내려온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거 아닌데요."
넌 아주머니의 말 속에 담긴 의미가 뭔지 단박에 알아차리자 좋았던 기분이 확 가라앉는게 느껴졌어.
원래도 좋아하진 않았지만 오늘따라 더 짜증난다고 생각하면서 넌 짧게 툭 던지듯 말을 내뱉고는 네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지.
방문 너머로 쯧쯧거리며 아주머니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지만
신경쓰지않기로 하고 가방을 내려놓고는 씻기 위해 갈아입을 옷을 챙기다 짧게 한번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바라보며 생각했어.
핸드폰번호. 물어볼껄.
때는 점심을 먹고 5교시, 햇빛이 내리쬐는 운동장에서의 체육시간이었어.
당연하게도 체육시간에 참여할 수 없는 넌 스탠드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 체육수업을 받는 아이들을 눈으로 쫓다
한 곳에서 시선이 멈춰. 땀방울을 흘리며 이리저리 열심히 뛰어다니는 택운이였어.
축구부 주장이었으면 말을 좀 하던가. 평생 모를뻔했네. 넌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제 입으로 축구부 주장이라고 말하는 택운이는 상상이 가지않아
픽 바람빠지는 소릴내며 웃었어.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든 순간, 너와 택운이의 눈이 마주쳤어. 당황할새도 없이 다시 열심히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택운이를 보자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간질간질해. 난생 처음 느끼는 감정이지만 이게 사랑이라는걸 알아차리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이미 늦어버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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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가 덜 돼서 엉망이네요 ㅠ.ㅠ 내용전개는 몇편 더 써야 쭉쭉 이어질것같아요. 아마도? 신알신과 댓글 넌 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