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버들
도시를 지나고 한참을 달리자 녹색의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터널 하나가 나왔다. 깊고 어두운 터널 안으로 들어가자 내 입에서는 큰 한숨이 나왔다.
한국으로 유학을와서 대학과 의사 면허는 한국에서 취득했지만 그래도 의사 면허를 취득한다면 고향인 중국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던 나였다.하지만 중국에 있는 병원을 알아보다보니 일을 하기 위해선 5개월이라는 작은 공백기가 존재했다. 할 일도 없이 5개월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차에 평소 연락없이 지내던 대학 선배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 5개월동안 보건소에서 봉사를 해보지 않겠냐던 전화였다.
남는 게 시간이었던 나고, 마침 기간도 딱 적당히 떨어지자 나는 흔쾌히 허락했지만, 잠시 뒤 도착한 선배의 문자에 나는 봉사를 하겠다고 결심한지 3분만에 후회하고 말았다.
"이런 마을도 존재하는구나..."
한국에 온지 많은 시간들이 흘러 이제는 자신이 중국인이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누구나 다 한국인이라고 생각할것이라고 자부하던 나였지만 난생 처음 들어보는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난감 그 자체였다.
'버들마을'
마을 입구에 쓰여진 이름이었다.
그나저나 이제 어쩌냐... 나는 차를 멈춰놓고, 비가 우두둑 떨어지고 있는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하늘에 경계선이라도 있는지 긴 터널을 통과하자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나는 그저 멍하니 넋놓고 바라볼 수 밖에없었다.
마을에 도착하면 회관을 찾아가라던 선배의 말이 생각나지만 우산도 없이 그저 가진거라곤 차와 짐 밖에 없는 나는 차 밖으로는 나갈 수가 없었다.차라도 타고 가고싶지만 비가 와서 그런지 지나가는 이가 한명도 없어 길 또한 물을 수가 없었다.
마을 전체를 감싸듯 서있는 커다란 버드나무가 비를 가려줄만도 하지만 워낙 많이 떨어지는 비로 인해 그마저도 소용없어 보였다.
그냥 중국에 가서 쉬고있을걸...
밀려들어오는 후회에 한국에 남아있는 선택을 한 내가 원망스럽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은 주어 담을 수도 없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미 이곳에 도착한 후였다.
똑똑
후두둑. 빗물이 창문에 붙이치는 소리와는 전혀 다른 소리에 나는 힐끔 소리가 난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 창문을 두드린 소리의 주인은 작은 소년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데도 우산 하나 없이 서있는 소년은 내가 그저 가만히 보고만 있자 또 다시 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이야?"
"...."
창문을 열고 조용히 던진 내 질문에도 소년은 그저 가만히 날 바라만 보고있어 나 또한 소년처럼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미 비로인해 온 몸이 다 젖은 소년은 아직 겨울이 가시지도 않아 온도가 낮고 차가울텐데 춥지도 않은지 입고있는건 하얀색의 반팔티 하나 뿐이었다. 홀딱 젖은 반팔티 사이로 보이는 소년의 얇은 팔과 가느다란 목덜미가 눈에 뛰었다. 소년의 몸 위로 떨어지는 빗물이 소년의 목덜미를 지나 쇄골을 타고 흐르는 걸 멍하니 보고있자 왠지모르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소년은 아무말도 없었다.그리고 나 또한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정적을 채우는 빗소리만 들렸고, 내 시선은 계속해서 소년의 목덜미에 머물러있었다.하얗고 가느다란 목덜미에는 흉터도 주름도 없이 깔끔했으며 여전히 내 아랫배를 자극하고있었다. 그렇게 의식없이 멍하니 보고있던 시간이 몇분이 흘렀는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내 시야에 들어온 검은색의 물체에 나는 눈쌀을 찌푸렸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소년을 보자 소년은 내게 손을 뻗고 있었다.
우산?
소년의 손에 들린 것은 검은색의 작은 우산이었다.
이게...그러니까..
"나 받으라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보이는 소년은 어서 받으라는 듯 우산을 내게 더 내밀었고, 나는 소년의 작은 손에서 우산을 받아들었다.
"너 우산은 왜 안쓰고 나 주는거야?"
우산이 있는데도 쓰지않고 내게 내미는 소년이 이상하게 느껴져 물어보지만 소년은 또 다시 아무말 없이 내 얼굴만 볼뿐이었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얼굴에 손을 가져다보지만 아무런 느낌도, 손에 묻어나오는 것도 없었다.
그보다도 소년이 계속해서 빗속에서 서있는게 걸리는 상황이었다. 물론 내게는 지금 우산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우산도 없이 반팔만 입고 빗속에 서있는 소년의 우산을 그저 좋다고 받아들 수는 없었다.
나는 소년에게 우산을 돌려주기로 결론을 내리고 소년을 향해 우산을 든 손을 뻗었다.하지만 내 얼굴만 보고있던 소년은 내가 손을 뻗는 것을 본건지 한발짝 뒤로 물러서고는 또 다시 내 얼굴만 처다볼 뿐이었다.
소년에게 무슨 이유에서 그러는지 말이라도 붙여보고 싶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전혀 대답해줄 분이기의 소년이 아니였다.
"그럼 집이 어딘지 알려줄래? 내가 차로 데려다줄께"
뻗었던 손을 다시 차안으로 집어넣고, 소년에게 다정한 어투로 묻자 소년은 오히려 또 다시 한걸음 더 물러섰다. 답답한 마음에 하...한숨을 내쉬자 소년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끝내 뒤를 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한발짝 한발짝 멀어져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도저희 소년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멀어져가는 소년의 작은 뒷모습을 쳐다볼뿐이었다.그렇게 한참동안 후두둑 떨어지는 빗속을 뚫고 지나가던 소년의 작은 뒷모습은 갑자기 걸음을 뚝.하고 멈춰섰다.그리고는 힐끔. 아주 잠깐동안이지만 내가 있는 곳을 뒤돌아 보더니 팔을 들어 어느 한 곳을 가르켰다. 무슨 뜻인지 몰라 그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소년을 보고있자 소년은 내게 입모양을 뻐끔거리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멀리 떨어진 거리에 커다란 빗소리까지 소년의 목소리는 들릴리가 없었다.
"뭐라고?!"
나라도 큰 소리를 내어 소년에게 물었지만 내 목소리가 닫지않았는지 아님 내 큰 목소리에 놀랐는지 소년은 말하던 작은 입을 닫아버리더니 급하게 뒤돌아 그 얇은 다리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빠르게 멀어지던 소년은 이내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나는 머리가 젖는지도 모른체 계속 창 밖에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아씨...나보고 어쩌라는거야?"
버들! |
안녕하세요? 버들이에요! 처음 뵙죠? ㅎㅎ 소설 재미있게 봐주셨음해요... 흐규흐규 제목은 아직 정하지 못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