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백] 선결혼 후연애
W_웰츠
찬열의 회사 앞에서를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한 경수와 집에 도착할때까지 메세지를 주고 받았다. 오랜만에 만난터라
할 얘기도, 하고싶은 얘기도 많았던지 여자애들마냥 메세지를 수도없이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했다. 주로 들어주는 쪽은 언제나
경수였지만. 조잘거리며 여태까지 있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백현을 언제나 묵묵히 들어준다. 지금도.
지잉-징. 짧게 두번의 진동이 울렸다. 경수인가 싶어 설거지를 하다말고 고무장갑을 빼고서 휴대폰을 들자 찬열에게서 와있는
문자였다. 끝났나 싶어 시계를 보니 늦는다는 시간치고 조금 일렀다. 궁금한 마음에 휴대폰을 잽싸게 열었다.
[오늘 좀 일찍 끝날 것 같아 30분 뒤에 집 앞에 나와있어]
[따뜻하게 입고]
찬열의 메세지에 답장을 보내고서 서둘러 설거지를 마무리했다. 예쁘게 하고 나오랬는데. 낮에 찬열이 했던 말이 여간 거슬린다.
도대체 어떻게해야 예쁜거지. 찬열의 집으로 들어오고서부터 거의 물건을 버리고 온 백현은 마땅히 입을 옷도 그렇다고 사입을
돈도 없었기에 집 앞에 잠깐 나갈때나 입는 옷 혹은 조금 괜찮은 옷 두어벌 뿐이다. 그나마 제일 괜찮아 보이는 옷을 고른
백현이 급하게 입고서 머리 매무새를 만졌다. 낡은 컨버스의 신발끈을 묶고 집을 나서자 골목 끄트머리에서 딱봐도
고급스러운 찬열의 차가 들어서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요, 지금 막 나왔어요."
"얼른타, 춥다."
보조석의 문을 열고 차를 타니 멋스러운 수트를 입은 찬열이 보였다. 우와. 저도 모르게 소리내어 감탄하자 그런 백현을 본 찬열이
큭큭거리며 웃었다. 분명 낮에도 이 차림새였던 것 같았는데 미쳐 보지못했었다. 형, 진짜 멋져요.
진심을 담아 찬열을 칭찬하자 그가 기분이 좋은건지 웃어보인다. 그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없는 제 몰골이 부끄러워졌다.
"미안해요."
"뭐가?"
"예쁘게하고 나오랬는데..."
고개를 푹 숙인 채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백현이 귀엽고 또 웃겨 소리내어 크게 웃어보이자 더 움츠려드는 백현이다.
예뻐. 다정한 목소리로 예쁘다고 말하는 찬열에 믿지않는 눈치로 그를 쳐다보자 찬열은 진짜라며 믿어달라고 말한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백현을 보고서 여전히 얼굴에 잔뜩 미소를 머금은 찬열이다.
적당히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도착한 찬열과 백현은 미리 예약해둔 자리에 앉았다. 이리저리 레스토랑 안 인테리어를 구경하던
백현이 나즈막히 찬열을 불렀다. 그에 메뉴판을 보던 찬열의 커다란 눈동자가 백현을 향하자 백현은 우물쭈물거리며
비싼 것 같다고 말한다. 그에 괜찮으니까 먹고싶은거 시키라고 말하는 찬열이다.
"A코스로 2개요."
"네. 주문 확인 도와드리겠습니다. A코스 2인 맞으시죠?"
"네."
백현이 한참을 메뉴판을 들고 선뜻 주문하지 못하자 그에 찬열이 저와 같은 걸로 주문한다. 코스면 비쌀텐데.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마냥 안절부절 못하는 백현이 마음에 걸리는지 너보고 돈내라고 안할테니까 편하게 먹으라며 백현을 안심시킨다.
그래서 더 편하지 못한건데. 울상을 짓던 백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요리가 나오기 전 단둘이 이렇게 분위기 있는 곳에서 먹는 식사는 처음인지라 조금 어색했다. 그에 비해 많이 와봤다는 듯이
찬열은 여유로이 앉아있다. 하긴, 나이가 몇인데 전에 사귄 여자친구와도 많이 와봤겠지. 차마 여자친구 한 번 못사귀어 봤다는 소리는
못하겠다. 분위기도 분위기인지라 조금 설레는 기분이 든다.
"백현이 너는 뭐 좋아해?"
"저는 다 좋아해요, 잘 안가려서."
"형도?"
"..네?"
농담이야. 백현의 반응이 귀여운지 장난꾸러기같은 미소를 보인다. 오늘 찬열에 대해 참 많이 알아가는 듯 했다. 이렇게
장난끼도 많고 웃음도 많은 사람이란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러다 찬열이 테이블 위로 네모난 무언갈 조용히 건낸다.
"카드야, 내 이름으로 되어있는."
"에?"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잖아, 밖에나가면 돈써야되고. 먹고싶은거 사먹고 사고싶은거 사고 하라고."
"아니에요."
"받아. 내가 지금 너한테 해줄 수 있는게 이것 밖에 없어서 그래."
알 수 없는 찬열의 압박감에 조용히 감사의 인사를 하고서 카드를 조용히 주머니 안에 넣었다. 아껴서 쓸게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현실에 씁쓸했다. 내게 지금 해줄 수 있는게 돈 밖에 없다라는 말은 결국 금전적으로 해결하는 듯 해서.
어쩌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건 사람일지도 모른다. 돈이 아닌.
"잘 먹었습니다."
"진짜 잘 먹더라, 집에서는 잘 먹지도 않던데."
찬열의 말에 부끄러워 뒷목을 쓸었다. 내일은 뭐해? 차를 타고 집으로 이동하는 도중 고요한 정적을 깨는 찬열의 질문에
언제나 한결같은 대답뿐이다. 맨날 청소만하네, 청소아줌마 고용할까?
"아니에요, 청소라도 안하면 심심해 죽을지도 몰라요."
"미안. 회사가 요즘 좀 바빠서."
"에이, 그게 뭐 형 잘못인가요."
옅게 웃던 찬열이 어깨가 뻐근한지 미간을 찌푸린다. 집에 가서 안마해드릴까요? 그런 찬열을 지켜보던 백현이 조심스럽게 묻자
그럼 나야 좋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마치고 집에 올라가자마자 많이 피곤했던건지 불편한 수트도 벗지않고
그대로 쇼파위로 누워버리는 찬열이 안쓰러웠다. 괜히 저때문에 오늘 무리해서 외식한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형, 옷은 벗고 누워요. 으응. 살짝 흔들어 깨우니 부스스하게 뉘였던 몸을 일으킨다. 제 힘으로 옷벗는 것도 귀찮고 힘들어보여
재빠른 속도로 자켓을 벗겨서 옷걸이 걸었다. 넥타이를 풀으려고 하는 찰나에 손목이 덮석 잡혔다.
"진도가 너무 빠른거 아냐? 적극적이네요, 백현씨."
"아니에요! 그런거.."
"알아, 알아."
정말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옷을 갈아입혀주려고 했으나 생각해보니 제법 건전해보이는 장면은 아니었다.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붉어진 백현을 보고 또 큭큭거리며 웃는 찬열이 얄미웠다. 형, 자꾸 그러면. 자꾸 그러면 어떻게 할껀데?
몰라요..겁을 주려했으나 실패한 백현이 됐으니 안마나 받으라며 찬열의 어깨를 아프지않게 때렸다.
지잉-. 한참 찬열의 뭉친 어깨를 풀어주고 있는데 탁자에 올려둔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찬열의 눈치를 한 번 보고는
휴대폰을 들어 확인하니 경수에게서 온 메세지였다. 밥 잘먹고왔냐는 내용에 밥먹으면서 있었던 내용과 지금은 집이라며
시시콜콜한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누군데 그렇게 길게 문자해."
"친구요."
"아까 그 잘생긴 애?"
"잘생겼나? 인기는 많았죠."
그게 잘생긴거지. 너네 나이또래 여자애들은 잘생긴 애면 꿈뻑하고 죽잖아. 얼굴을 배게에 묻고있어서 웅얼거려 발음이
뭉게지지만 똑바로 알아들은 백현이 작게 공감을 했다. 그래서 전 인기가 없었어요. 자신의 신세를 작게 한탄하자
그 역시도 공감한 찬열이 얄미웠다. 그래보여 백현아. 그의 말에 기분이 상한 백현이 어깨를 주무르던 손에 힘을 더 세개해서
아프게 안마하자 봐주는 척하는 찬열이다. 하나도 안아프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