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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 또 다시 인사 - 01

 

완전 대박. 저기 봐 저기,

진짜 잘생겼다. 그치. 내가 주문해 볼까?

야, 왜 네가 해, 내가 할래, 내가.

 

잔잔한 음악 소리가 깔린 작은 카페, 규모도 크지 않을뿐더러 여기저기 놓인 작은 인테리어 장식들 덕인지 분위기는 아늑하기만 하다.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가 떴다. 두 볼을 발갛게 상기시킨 긴 생머리의 여자가 저를 말똥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주문하시겠어요?"

 

무뚝뚝한 듯, 어렴풋이 베여있는 다정함에 여자는 옆의 친구와 안절부절, 도란도란 하며 메뉴판을 꼼꼼히 살핀다.

조용하기만 한 이런 작은 카페에 이렇게 귀여운 손님들이 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분류하자면, 좋은 손님?

 

"저,그럼. 아메리카노 한잔이랑,카푸치노.한잔이요."

"아메리카노랑 카푸치노? 금방 준비 해 드릴게요."

 

얕은 호선을 그리며 잔잔한 웃음을 띤 루한의 얼굴에 여자들은 또 발그레 볼을 붉히며 자리로 향했다.

 

커피를 내릴 때 나는 진한 향이 좋다.마음이 편안 해 진다고 할까. 진열대에 놓여있던 치즈케이크를 작게 조각내어 접시에 담아냈다.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좋은 손님들에게 주는 작은 서비스라고 할까.

 

예쁜 문양이 새겨진 컵들에 커피를 담아내고, 조그맣게 잘린 치즈케이크도 쟁반에 담아 저를 흘끔흘끔 쳐다보는 손님들에게 다가갔다.

 

"케이크는 서비스, 맛있게 드세요."

 

일하면서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듯 한 웃음을 흘리고는 허리를 폈다.

그리고, 청아한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서오세..."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좋은 손님들이 있다.

 

"좋은 점심이네요,"

 

그런가 하면, 불청객도 있기 마련이다.

 

"늘 마시던 걸로 부탁할게요, 루한."

 

네가 그렇다.

 

-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통화가 길었네?"

 

괜스레 삐진 척, 손에 들고 있던 큐브에만 시선을 두었다.

 

"미안,많이 기다렸어요?"

"조금."

 

너는 늘 그랬듯이, 나를 달래려 끌어안고는 침대에 무작정 누워버렸었고.

 

"숨 막혀,"

"원래 한국의 연인들은 다 이렇게 자는 거에요, 루한."

"거짓말."

"진짠데?"

 

됐거든, 괜스레 나는 무릎을 세워 복부를 차버리고는 몸을 홱 돌려버렸다.

 

"루한,삐졌어요?"

"아니"

"삐졌는데?"

"아, 아니라니까?"

 

아니면 말고요, 능청스럽게 말하고는 뒤에서 허리를 끌어 안아 오던 너.

 

"루한"

 

너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어?"

"잘자요"

 

아니면, 내 착각이었나?

 

"새삼스럽게"

"응, 그러게."

 

그리고 다음날 눈을 떴을 땐, 네가 없었다.

 

 

-

 

"너 안 보고 싶다고 했지."

"나 커피 마시러 온 건데?"

 

언성이 높아지려다가 가게 안에 손님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옅은 한숨을 끝으로 무시하고 카운터로 돌아갔다.

얼마 전 부터였다. 대뜸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던 전화의 주인은 너였고. 황당하게도.전화를 받자마자 네가 한 말은,

 

「안녕하세요 형,저 세훈이에요.」

「오세훈이요.

 

뻔뻔스럽게도. 나는 어이가 없어서, 혹은 믿질 못했던 건지 전화를 그대로 꺼버렸고, 그 뒤로 걸려오던 전화들을 모조리 무시해 버렸더니

매일같이 카페에 찾아오는 것이었다. 실소만 터졌다. 네가, 무슨 낯으로?

 

"형, 커피요."

"가."

"커피만 마시고."

 

계속 이야기만 이어 가봤자 손해 볼 건 저인 걸 알기 때문에 지끈하게 저려오는 머리를 손바닥으로 짚다가, 결국 커피를 내렸다.

카페모카.커피의 쓴맛이 싫다던 네가 유일하게 마시던 커피였다. 아마 휘핑크림 때문이었던 것 같다.

수북하게 휘핑크림을 올리고는 네 앞에 탁, 소리 나게 두었다.

 

"마시고 가."

"나 말 잘 듣잖아,걱정 마."

 

어련히도. 입 밖으로 나올 뻔 한 말을 속으로 삼켜내고는 등을 돌려 카운터로 돌아왔다.

한참이나 저를 흘기는 시선이 스치기도 하였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넌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마셨어요, 내일 또 봐요 루한."

 

너는 그 인사를 끝으로 가게를 나갔고, 네가 앉았던 자리에 가보니 휘핑크림만 쏙 빼먹은 카페모카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우습게도, 그 광경에 웃고 말았다.

 

 

- - -

 

 

앞서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체적으로 잔잔하게,길지 않게 편안하게 읽으실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에요

편하게 읽으실 수 있으셨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1
암호닉신청여세훈되나요?아 이런분위기좋아요!근데왜세훈이가 휘핑만 빼서 먹었을까요궁금하네요
11년 전
독자2
담편도 기다릴께요
11년 전
독자3
오와~ 완전 기대되요:-)
11년 전
독자4
글 분위기 좋다ㅎㅎ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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