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뒤척이던 성규가 발가락 끝에서부터 느껴지는 저린 느낌에 살며시 감았던 눈을 떴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저린 발가락 끝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발가락을 오므리며 몸을 웅크리자 잔뜩 작아진 성규의 몸 위로 두꺼운 이불 하나가 덮어지며 성규는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날씨 좋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성규가 진작 정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뜨고 있지 않았던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몸 위에 덮어진 이불을 거칠게 바닥으로 던져 내렸다.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한 이불을 밟고 일어선 성규는 탁상에 놓인 시계를 한번 바라 본 후, 그대로 방을 빠져 나갔다.
“아무리 겨울이라도 냉장고에 보관해야지 안 그러면 상해서 탈나.”
“..........”
냄비뚜껑 사이로 흘러나오던 수증기가 집 안 어딘가에서 들어오는 바람에 흔들려 성규가 서 있는 반대쪽으로 흩어졌고 수증기에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흔들던 성규가 멈춘 곳은 성규의 눈 속에 비친 우현에서였다.
“밥 먹고 우리 산책이나 갈까?”
“..........”
“우리 성규 움직이는 거 싫어하는 거 내가 제일 잘 알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너무 오래 있는 거 아니야?”
“..........”
자신과 마주보고 앉은 우현에게 성규는 단 한 번의 시선을 건네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현의 모습은 성규의 시선 안으로 들어왔다. 몇 번 뜨지 않아 아직 가든 밥이 담긴 밥그릇을 들고 일어난 성규가 미련 없이 밥을 싱크대 안에 엎어버렸다.
“더 먹지, 왜 그래?”
“.........”
“입맛이 없어?”
“.........”
“밤에 보니까 기침도 많이 하던데, 혹시 감기....”
쨍그랑. 부드럽게 감겨오던 우현의 목소리가 성규가 싱크대 안으로 던져 깨져버린 그릇에 파열음에 묻혀버렸지만 우현은 자신의 말이 묻힌 것보다 성규의 하얀 팔목 위로 흘러내리는 빨간 피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바보야 피나잖아. 넌 진짜 조심 좀 하지.”
“..........”
“김성규. 뭐해? 피 떨어지잖아. 빨리!”
“너 왜 자꾸 나한테 와?”
“피부터 닦고 말해.”
“아파.”
피가 흘러내리는 팔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하는 성규의 음성에 우현이 금세 당황한 얼굴빛으로 성규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 성규의 팔을 살폈고 성규는 그런 우현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가에 고인 눈물을 떨어트렸다.
“많이 아파? 병원 갈까?”
“...........”
어서 옷을 입으라며 어깨를 쥔 우현의 손을 마주잡은 성규가 한참이나 자신이 마주잡은 우현의 손을 바라보며 쓰다듬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우현의 얼굴에 살며시 손바닥을 가져다대며 눈물을 떨어트렸다.
“왜 그래, 성규야?”
“너야말로 왜 그래?”
“..........”
“남우현, 너......”
죽었잖아. 성규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을 삼키며 여전히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우현의 촉감에서 손을 떼고는 우현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우현을 꽉 끌어안았고 그와 동시에 창문에 비치는 모습을. 정확히는 혼자 덩그러니 서서 고개를 기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死戀 : 죽을 사, 사모할 연 |
암호닉은 당연히 받아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