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27 세 / 까만여우)
1남1녀, 나름이 아니라 진짜 잘나가는 도련님.
조금은 까칠해도 사실은 여려요.
"뭘 봐, 무식한게."
"쥐어터져볼래?"
윤두준 (27 세 / 반달가슴곰)
3형제, 첫째가 꼭 집안을 이끄나요?
조금 철이 없어 보이는 것 뿐, 사실은 꽤 속 깊은 남자랍니다.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쭉!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꺼야!"
"으어! 취한다! 성규야, 김성규!"
[난 니가 참 마음에 든다]
#.00
두 남자의 조그마한 일대기, 시작합니다.
"으윽, 기름 냄새."
없애 버리고 싶다. 열심히 뒤집어 놓은 전들이 지글지글 익고 있었다. 후, 하고 작게 한숨 쉰 성규는 조금씩 아려오는 오른쪽 팔뚝을 주먹으로 툭, 툭 치면서 이제 뒤집어 달라는 듯이 노릇노릇 익은 전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이거 한 다음에, 새우튀김이던가."
어휴. 내뱉은 한숨에 섞인 한탄이 차곡차곡 놓여있는 갖가지 전들 위로 흩어졌다. 어렸을 때는 엄마가 해놓은 것만 요리조리 집어 먹었었는데. 그것도 새우튀김 제일 많이.
"엄마, 미안했어."
저에게 꼬리를 잡힌 새우를 내려다보았다. 방금 입혀진 튀김 가루를 후두두 떨어뜨리며 펄펄 끓는 기름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새우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 떠올랐다.
둥둥 떠오르는 새우들이 '우리 좀 건져줘! 노랗게 잘 튀겨진 거 같지? 얼른 건져!' 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것도 10마리도 넘는 새우들이. 새우를 채로 건져 탈탈 털어낸 후 종이 위로 턱 하고 올려놓으니 어디선가 엉뚱한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오, 맛있는데?"
두준이었다. 바삭바삭해, 아주. 입안 가득 새우를 오물거리며 쪼그리고 앉아있는 성규 옆으로 다가와 궁둥이를 붙이고 앉았다. 튀김옷이 입혀진 체 가지런히 놓여있는 새우들은 요리조리 내려다보던 두준은 한 마리를 냉큼 들더니 펄펄 끓는 기름 속으로 퐁당 집어넣었다.
오오, 잘 튀겨지네. 성규는 감탄하듯 자신이 집어넣은 새우를 구경하는 두준을 쳐다보았다. 뭐야, 나 도와주러 온 건가? 그냥 튀김 몇 개 집어먹고 가버릴 줄 알았던 두준이 자기 옆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새우까지 튀겨주는 모습에 성규는 설마 하는 기대를 애써 삼키며 넌지시 물었다.
"나 도와주려고?"
응? 어느새 가져온 것인지 방금 구웠든 동그랑땡을 씹어먹던 두준이 성규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너무 뜨거워서."
식을 때까지 좀 기다린 거야. 그러곤 벌떡 일어난 두준은 새우튀김을 몇 개 집어들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수고하세요옹.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장난스레 말하며 나가버리는 두준을 허망하게 쳐다보던 성규는 울컥하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유유히 멀어지는 두준의 뒤통수를 흘겨보았다.
"저…! 나쁜 새끼!"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맑은 가을 날씨가 왠지 서러웠다.
이게 뭐야, 엄청나게 서럽잖아. 문득 익숙한 부엌과 안에 앉아있는 엄마의 뒷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이 어렸을때 전을 뒤집는 엄마 뒤에서 기웃거린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들려주셨던 옛날 얘기가 떠올랐다.시집을 가 처음 맞이한 명절이 정말 힘들고, 서러웠다는 얘기였다. 엄마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찡해지는 코끝에 괜스레 천장을 올려봤다. 아, 눈물. 그렇게 코를 훌쩍거리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어머님의 목소리에 성규는 벌떡 일어났다.
"아가, 성규야. 와서 밥 먹으렴!"
네, 어머님! 두르고 있던 앞치마를 급하게 풀며 성규는 부엌을 나섰다. 아슬아슬하게 의자에 걸쳐진 앞치마가 곧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다. 새댁의 아이콘 꽃분홍 앞치마였다. 물론 그것을 고른 게 두준이라는 것은 여담이고.
글은 처음 올려요. 가슴이 두규두규 ㅇㅅㅇ 읽는 사람없어도 쓰..쓰지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