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열리는 문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던 종인이었지만 고개를 들어 보니 익숙한 누군가에 표정을 바꿨다.
그 누군가는 오렌지 빛이 감도는 목선까지 오는 단발머리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가진 그의 약혼녀였다.
눈도장이라도 찍 듯 하루라도 빼놓지 않고 찾아오는 그녀는 저를 보며 맑은 웃음을 지어보았지만,
사실은 그 속에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비소처럼 느껴졌다.
이 공간 안에서 제 3자는 자신이기에 익숙하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가 원하는 반응은 그게 아니었으니,
몇 번을 반복해도 같은 패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
“ 아메리카노 샷 추가해서 두 잔이요 ”
당연하게 자신의 몫이 아닌 그들의 커피를 챙기기 위한 행동을 하였다.
빠르게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와중에 나쁜 운이 오늘은 더 할 거라는 걸 경고하 듯 구두굽이 부러져 나가며 몸이 기울어졌다.
점점 부어오르는 시큰한 제 발목은 신경쓰지도 못하면서 커피가 쏟아지지는 않았나 바보같이 걱정을 하고 있었다.
건내는 커피를 고맙다는 듯 받아드는 두 남녀의 시선은 온전히 저를 향하고 있었다.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휩쌓인 나는 그 자리에 벗어나고 싶은 것처럼 소리없는 아우성을 쳤다.
거북하고, 속이 뒤집어 질 것 같았다.
“ 이제 가봐야겠네요 ”
손목에 자리잡고있는 시계를 슬쩍 보며 그녀가 말했다.
아쉽다는 듯 제 귀에도 들릴 말을 굳이 그녀의 귀에 다 대고 천천히 말했다.
" 오늘 저녁 10시 하음 호텔 205호. "
답례를 하듯 가까이 다가가는 입술을 떼자 그의 볼에 오렌지빛 립스틱이 한껏 묻었다.
밝은 미소로 일관하던 그는 문이 닫히니 무슨 일에 방해를 받은 것처럼 성질이 나는지 립스틱이 묻은 볼을 거칠게 지우며 말했다.
“ 더러우니까 여기에 니가 남겨봐. 진하게 ”
어느새 제 몸을 끌어당겨 품에 가둔 체 손가락으로 제 볼을 툭툭 건드리는 그는 강압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