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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길 전체글ll조회 1968l 1


[VIXX/혁엔] 목련 지는 비_上 | 인스티즈

  “너, 거기서 뭐하는 거냐?”





  언 땅이 녹고 햇볕이 제 따스한 몸체를 만족하는 것 마냥 쏟아져 내릴 때의 일이었다. 헤진 옷에 단정치 못한 머리. 햇살 받아 탐스럽게도 피어오른 목련나무에 올라서 그 하얀 목련을 따고 있는 소년의 모습은 그의 옷차림과 같은 느낌을 풍겨냈다. 이웃 어른들이 보시면 뭐라 하실지, 안 봐도 눈에 선하기에 나는 그 나무 주위로 다가갔다.





  “퍼뜩 내려와라. 어른들 보시면 어쩌려고.”





  그러자 소년은 나를 돌아보더니 천진하게 웃어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 맑아서, 순수해서 잠시 그 쪽으로 다가간 이유를 착각할 뻔했다. 나는 소년의 신발 끝을 살짝 잡아 당겼다. 소년은 제 신발을 힐끔 쳐다보더니 웃옷에 가득 담아두었던 목련송이를 우수수 떨어뜨렸다. 보드라운 꽃잎이 내 얼굴을 스치고 땅에 닿자 소년은 작게 소리쳤다.





  “잘 주워들어요. 이 집 주인 할아범 나오면 큰일 나니까.”





  소년은 혹 떨어진 목련을 밟을까 조심스레 땅에 발을 디뎠다. 발이 땅에 완전히 닿자, 소년은 목련을 주워들어 조금 묻어난 흙을 털어냈다. 그리고 제 웃옷을 아래로 길게 빼더니 늘어난 옷 위로 다시금 목련을 담아냈다.





  “왜 잘 피어있는 것들을 따는 거니?”

  “할매가 내일 비가 올 거라던데.”





  수많은 목련이 소년의 품에 안겼다. 소년은 아쉬운 듯이 나무를 바라보았다. 아직 나무에 달려 가벼운 바람을 맞이하는 목련은 소년의 눈길을 피하기에 바빠 보였다. 소년은 손가락 끝을 움직여 제 품에 안긴 꽃잎을 어루만졌다.





  “냇가 갈 건데, 같이 갈래요?”




  냇물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한 길을 따라 흘렀다. 소년은 물 위로 반사되는 빛에 잠시 인상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널찍한 바위 위에 목련송이들을 펼쳐놓았다. 그리고는 하나씩 집어 들어 물 위에 띄웠다.





탐스런 꽃송이 버티기 힘들어 지는 게냐

두드려 맞는 빗방울이 아파서 지는 게냐

어쩌다 난 생채기에 어이 그리 아파하는 것이며

한순간 번져버려 모든 것을 잃는 게냐

연약한 그대여 강길 따라 보내드리리

여릿한 그대여 흘러흘러 죽 아름다우라





  “무슨 시이냐?”





  제법 흥얼거리는 투로 읊조려대는 시구가 흥미로웠다. 소년은 내 쪽을 한번 돌아보더니 꽃잎을 타고 기어오르는 개미새끼에 입바람을 훅 뱉어냈다. 동그랗게 말아낸 입은 바람을 멈추고 웃음을 담아냈다.





  “우리 어머니가 자주 부르는 건데, 무슨 뜻인지는 잘 몰라요. 엄니 말로는 막걸리가 다디달아질 때 알게 될 거라던데.”





  소년의 말에 웃음이 튀어나왔다. 딱 보아도 풋내 나는 외모의 소년은 막걸리의 단맛을 모르기에 충분했다. 그 텁텁하고 쓰디쓴 걸. 소년은 미간을 좁히고는 자갈밭에 주저앉았다. 꼭 한모금의 막걸리가 혀를 타고 흐르는 듯, 소년은 얼굴로 쓴맛을 표현해냈다.





  “저것 봐요.”





  소년의 손끝을 따라 눈으로 좇다 펼쳐진 장관에 나는 작게 감탄했다. 좁게 난 냇물의 수면을 여유 있게 채운 목련. 그것들은 천천히 한길로 흐르고 있었다. 소년은 뿌듯한 얼굴로 내 쪽을 보았다.





  “나는 한상혁이에요.”





  참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소년, 그러니까 상혁이의 옆에 가서 앉았다. 슬쩍 보니 온점으로 끝난 말에 대답을 원하는 눈치였다. 나는 입을 열다가 할 말 없다는 듯 장난스레 다시 닫았다. 그러자 상혁은 마치 내가 몹쓸 것이라도 되는 마냥 얼굴을 찌푸리고는 아쉬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학연이야.”





  잘 어울리네요. 상혁이 말했다. 그리고 흙 묻은 제 손을 털어내는 것으로는 성에 안 찼는지 본디 희었을 웃옷에 쓱 문질러 닦아냈다. 너 같은 동생이 있었음 좋겠구나. 무의식적인, 하지만 진심이 담긴 말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상혁은 꼭 형 같은 형이 있었음 좋겠다며 히죽이 웃었다.





  이 동네에 처음인 나를 위해 상혁은 동네구경을 시켜주겠다며 나를 이끌었다. 우리들이 떠난 그 냇가엔, 목련 하나가 자갈에 걸려 흘러내려가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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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훈훈냄새진동ㅠㅠ혁엔이이리이쁠줄이야ㅜ예쁘네ㅜㅜ횩이는순수한듯~오모오모담편개대개대~*.*
10년 전
솔길
친애하는 독자님! 모자란 글 예뻐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ㅠㅠ 머지않아 다음편을 들고 찾아 뵐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 때 뵙고, 늦은 밤 좋은 꿈 꾸시면서 안녕히 주무시와요'ㅁ'/
10년 전
독자2
잘자요 솔길님!
10년 전
독자3
어휴 진짜 자까님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이 금손 자까님ㅁ 내 자까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 울리자마자 달려오지 않았던 저는 바버에여 바버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떻게 이렇게 쓰시지? 아 글이 너무 예뻐..혁이도 예쁘고....................요니도 예쁘고....어휴 울고 가요 ;ㅅ;
10년 전
솔길
친애하는 독자님! ㅠㅠ칭찬 정말 감사드려요;ㅁ;(수줍) 부족한 글 예뻐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곧 다음편을 들고 올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 때 만나요 우리'ㅁ'/
10년 전
독자4
분위기ㅠㅠㅠㅠㅠㅠ상혁이 왜이리 카와이하죠?ㅠㅠㅠㅠㅠㅠ으어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솔길
전달하고 싶었던 분위기가 잘 전달 되었는지, 고민 많았는데 너무 고마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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