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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길 전체글ll조회 1204l 2






  이 집네 할머니께서 말했던 비는 오늘 오지 않았다. 상혁은 아침부터 비가 오지 않는다며 마당을 한 바퀴 쭉 훑다가 내가 머문 방으로 갑작스레 들어왔다. 동네만 둘러보고 다시 떠날 예정이었던 나는 상혁의 바람으로, 혹은 내 자신의 바람대로 며칠 상혁네 빈 방에 머물기로 했다. 미적지근하게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온 몸을 휘감았다. 무거운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자 상혁은 필요 이상의 힘으로 이불을 걷어냈다.





  “형, 비 안 와요. 오늘은 다른 곳 구경시켜 줄게요!”





  농짙게 걸걸해진 목소리로 조금만, 조금만을 외쳤다. 상혁이의 투정이 들리고 밖에서는 혀를 내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쯧, 젊은 애가 골골대서는.”






  속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상혁에게 씻을 수 있는 곳을 물었다. 긴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으로 비틀비틀 움직이자 상혁이 내 등을 받치고는 따라온다. 오랜만에 긴 잠을 잤더니 몸이 휴식에 익숙지 못함을 표현하는 듯하다. 이 집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썩 틀린 말이 아니다. 약 가지고 다니면서 챙겨 먹기는 귀찮은데.





  “오늘은 어디 갈까요? 혹시 가고 싶은데 있어요?”





  밤새 내 얼굴 위로 자리 잡은 먼지들을 찬물로 씻어 내고 나니 눈이 겨우 뜨인다. 벌려진 눈 사이로 수도꼭지 위에 팔을 받치고 팔 위로 턱을 괸 상혁이 보였다. 나가자고 나를 보채던 녀석이 머리에 까치집을 한껏 멋스럽게도 지어 놨다. 실없이 터지는 웃음에 양칫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따끔한 느낌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게 느껴지는데 상혁이 그 놈은 뭐가 그리도 재미난 지 해사하게도 웃어 보인다. 햇빛 받아 곱게 핀 얼굴이 맑아서, 별 말은 하지 않았다만.





  “어제 목련, 괜히 그랬나 봐요.”





  목적지 없이 흙 길을 마냥 걸으며 뜬금없게도 뱉은 말이었다.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 집 영감님한테 혼꾸멍이라도 났나 싶어 최대한 걱정스럽게 상혁을 바라보았다. 상혁은 내 표정을 보더니 장난스럽게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한숨을 쉬는 듯이 입을 열었다.





  “떨어져서 갈변하지 말라고 띄워 보내준 거라지만 나도 못 보는 거잖아요. 그것들.”





  장난스런 표정과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담담하고 진지한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나를 힐끔 보는가 싶더니 말을 잇는다.





  “흰 것이 검어져도, 길거리 더럽힌다고 남들이 싫어해도 내 옆에 둘걸. 내가 예뻐해 주면 되는데.”

  “다음엔 안 그러면 되지.”





  위로답지도 않은 말을 건넸다. 상혁은 제 팔에 힘을 주고는 그러네, 하며 살갑게 웃었다. 단단한 팔에 목이 조금 죄었지만 그 팔은 곧 물기 진 돌 위에 앉은 개구리를 잡으러 나섰다. 개구리, 싫은데. 표정으로 드러내면 녀석은 금방이라도 개구리를 내게로 던질 것이 분명하였다. 그 미끌미끌하고 기분 나쁜 것이 살갗에 닿는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나는 상혁의 팔을 잡아끌었다. 우리 저기로 가자. 개구리는 그만 놓아 주고.





  “혹시 역마라고 아느냐?”





  어스름하게 길 위를 비추던 햇빛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때 쯤 갈 곳 잃은 우리는 다시 그 냇가에 자리 잡았다. 대답을 바라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동네를 벗어난 일이라면 단 한 가지도 모를 것 같은 네가, 혹시 이것을 알까.





  “옛날엔 말이다. 역에 마패를 보여주면 말을 빌려주었어. 그 말은 그 때부터 달리는 거야. 그 어디로든지.”





  평생? 상혁이 돌멩이를 쌓다 말고 물었다. 그 대답으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다음 역에 도착하면 새로운 관원을 기다렸다가 또 다른 어느 곳으로 향하지. 이것을 반복하는 거야. 상혁이 한 손으로 돌멩이 섬을 망가뜨리고는 그 자리에 덥석 누웠다.





  “힘들겠네요. 지루하기도 할 것 같고. 아, 지루하지는 않으려나?”





  응. 지루하진 않아. 자연스레 내 입에서 굴러 나온 말이었다. 난 말이고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네 말대로 평생. 뒷말을 뱉지 못함의 이유는 나도 알 수 없었다. 지금은 그저 네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ㅇ..아..댓글 쓰고 있었는데 다 날아갔다 어쩌면 좋지..다시 쓰죠 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항상 이런 댓밖에 못남겨서 죄송한데(댓 남긴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자까님 글은 예뻐요ㅠㅠㅠㅠ제가 표현력이 ㄱ똥같아서 이런 댓밖에 못남기는게 죄송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항상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진짜ㅠㅠ댓글마저도 똥손이라 잘 못달다보니까 문학평론 돋게 아주그냥 감상문을 한 줄 한 줄 써드리고 싶은데 그것도 못하겠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는 이렇게나 바버니까 그냥 앓고 갈게요 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 지쨔 독방 지박령이라 하루종일 놀고 있었는데 거기서도 자까님 영업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알신 한 번 울릴 때마다 첫글부터 다시 보고 와요 혹시나 놓친 부분이 있을까봐, 전에 봤을 땐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또 다른 느낌이고 이럴까봐? ㅠㅠㅠㅠㅠㅠ어휴 다음편도 개대하고 있을게요ㅠㅠㅠㅠㅠㅠ자까님 신..아니 신알신이래 바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까님 혹시 암호닉 받으세여..?(소금소금)(콕 찔러본다)
10년 전
솔길
친애하는 ㄷ..독자님?ㅠㅠㅠㅠㅠㅠ 항상 독자님들을 독자님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어서 얼마나 슬펐는지 몰라요. 저도 방금 독방을 둘러보고 오는 중인데 심장 부여잡느니라고 혼났네요;ㅁ; 저는 우리 독자님, 더 예쁜 이름으로 불러드리고 싶어요. 항상 이렇게 예쁜 댓글 남겨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저도 바보라서 그런가 이 고마움! 감사함! 어떻게 표현하는 거죠? 혹시 느껴져요?! 제 심장이 뛰고 있쟈나여 흡ㅎ븧ㄱ 무튼 이렇게 다시 만나서 너무 좋고 곧 다음 편, 다음 글 가지고 와서 우리 독자님 만날 수 있게. 정말 노력할게요!
10년 전
독자2
으아 자까님 긔여어.. 답댓이 바로 달려서 심장 멎을 뻔했쟈나여 ;ㅅ; 아주많이겁나엄청매우 잘느껴져여ㅠㅠㅠㅠㅠㅠㅠㅠ자까님은 바버 아니야..(우럭)그럼 저 암호닉 신청하고 가도 되는고에여 ㅎㅅㅎ? 별빛향기 신청하고 갈게요(수줍)
10년 전
솔길
우리 별빛향기님! 곧 다시 봐요 우리 (수줍)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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