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번외 그리고 마지막)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러다할 정황도 없이 이러난 일은 끔찍하고 또 처참했다. 회사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가 있다며 불만을 늘어놓던 성규가 짧게 울리는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더니 한순간에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이것 좀 보라며 운전대를 잡고 있는 우현의 앞으로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급한 일이야?”
“몰라, 무시할 거야.”
“감당할 수 있겠어?”
“휴일이잖아. 휴일까지 김팀장 그 자식 목소리 듣고 싶지 않아.”
“그러다가 잘리면 어쩌려고?”
“잘리면 뭐, 집에서 내조나 해야지.”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내며 팔을 붙잡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그런 성규가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더 열심히 일하겠다며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쳤고 그 모습에 이번에는 성규가 우현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바보 같아. 나쁜 뜻은 없는 성규의 말에 우현이 성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헤실헤실 웃자 성규가 그런 우현을 보며 입술을 내밀었고 우현이 자연스럽게 그런 성규의 입술을 머금은 순간, 커다란 굉음과 함께 몸이 흔들렸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일정하게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우현이 눈을 떴고, 눈을 뜬 우현은 누군가가 자신의 팔을 잡아끄는 걸 느끼며 고개를 들어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성규야. 성규의 이름을 부르기는 했지만 우현은 앞장서는 남자가 성규가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남자가 성규가 아니라면 성규는 어디 있는 건지 두리번거리던 우현은 계속해서 어딘지 모를 곳으로 자신을 끄는 남자의 팔을 잡아당겨 걸음을 멈추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남자의 손에 잡힌 우현의 팔은 석고상처럼 굳어버린 것마냥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목적지도 모른 채 남자의 손에 이끌리던 우현은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무언가가 반짝하더니 연신 손목을 당겨오던 힘이 사라졌다. 쉿. 어디서 나타 난건지 한 손에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도끼를 들고는 검지손가락을 둥그렇게 만 입술 위로 내려놓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반가운 마음도 잊은 채 성규를 바라봤고 성규는 그런 우현의 모습에 무언가 쫓기듯 급하게 우현의 팔을 잡아 올렸다. 잡아 올린 팔에는 잘려나간 손이 붙어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급하게 그 손을 떼어내 자신의 팔을 잡게 만드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은 아 소리한 번 내지 못한 채 멍청하게 서서 성규를 바라봤다.
“ㅅ....”
“.......”
겨우 정신을 차린 우현이 성규를 부르려 입을 떼어냈을 땐, 성규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진 뒤였고 성규를 찾으려 시도도 하지 못한 채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자신의 옆에서 눈을 감은 채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 성규의 모습이 보였다.
“서, 하아....”
“........”
“눈 좀, 떠,”
“........”
아무리 불러도 올라가지 않는 손을 올려 힘없이 떨어지는 손으로 건드려 봐도 눈을 뜨지 않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은 눈물을 흘리며 그나마 자유롭게 움직이는 고개를 자동차 시트에 몇 번이나 박았고 그 순간, 우현이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바람에 충격을 받은 자동차는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서 점점 멀어져갔고 우현의 몸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성규 쪽으로 쏠려졌다.
다시 한 번 우현이 눈을 뜬 곳엔 꿈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는 거처럼 정체불명의 남자의 손에 이끌려 가는 성규의 모습이 보였다. 점점 멀어지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은 성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지만 성규의 모습은 자꾸만 멀어졌고 다급해진 우현이 멀어지는 성규의 이름을 크게 부른 순간, 거짓말처럼 저 멀리 성규의 팔을 잡고 있던 남자가 우현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
“너구나.”
냄새를 맡는 건지 우현의 목덜미에 코를 가까이 대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우현에게 나지막히 말했고 우현은 얼굴 앞으로 온 남자의 얼굴과 마주했다. 얼굴을 마주한 남자에게는 두 눈이 없었지만 우현은 이 남자가 정확히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에 손바닥에 가득 찬 땀을 남자 모르게 바지춤에 닦아냈다.
“돌아가.”
“뭐?”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이미 죽음의 냄새는 니가 아닌 저 아이에게 베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거 같은 아니, 눈이 없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 하는 남자는 마치 다 보인다는 듯 성규가 서있는 쪽을 가리키며 우현을 바라보았다. 돌아가. 짧은 말과 함께 등을 돌려 성규에게로 다가가는 남자의 모습에 우현이 다급하게 손을 뻗어 남자의 손을 붙잡았고 그 순간, 손을 타고 전해지는 한기에 우현이 살짝 몸을 떨었다.
“내가 죽어야 하는 거지?”
“........”
“원래는 내가 죽어야 하는 게 맞는 거지? 그럼, 날 데려가.”
“이미 죽음의 냄새는 니가 아닌 저 아이에게....”
“다시 바꿔. 죽음의 냄새인지 뭔지 그거 다시 바꾸라고.”
눈을 감고 있는 성규의 앞에 선 남자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우현의 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가 싶더니 손을 뻗어 우현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니가 이 세계를 떠날 동안 이 아이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면 죽음은 다시 이 아이에게로 흘러들어 갈 거다.”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우현이 눈을 감고 서 있는 성규를 배가 떠 있는 강가 아래로 밀어버렸다. 이 배가 저 끝에 도착할 동안만 그 동안만 버텨달라며 우현은 저 아래로 가라앉아가는 성규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지었다.
“반드시, 내가 널 살릴 거야.”
설명 |
(마지막 6편이 이 이야기의 시작점입니다.)
원래 죽어야 하는 운명은 우현이었지만 성규가 이를 중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