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무슨 소개팅을...그것도 여주 신인이야"
"알아. 그렇다고 뭐...남자 못 만나나..."
"아니 그래도..."
"오빠가 여주 첫 선밴님인건 알겠는데, 이미지 손상만 없다면 사귀어도 되는 거 아냐?"
"그거야 그렇지..."
"안그래도 가족이랑 떨어져 사는데 누군가 옆에서 위로해주고 챙겨주는 사람 있으면 좋잖아"
"여주한테도 말했어....?"
"아니. 일단 소개시켜줄 만한 후배 좀 살펴보고"
소개팅...
대화하던 중 수정이가 꺼낸 이야기.
여주에게 남자를 소개시켜 준다는 말에 경수의 가슴이 쿵했다.
멍해져 있는 경수의 표정을 보고
수정은 이내 흐믓한 미소를 띄운다.
'역시나....경수오빠도 여주를 좋아하네. 이런일에 내가 빠지면 안되지....ㅎㅎ'
사실 소개팅 이야기를 꺼낸 것은 경수의 마음을 떠보기 위함이었다.
눈치가 빠른 수정은 둘 다 마음은 있는 것 같은데 표현을 안하니...
보기만 하는게 답답하며 일단 경수의 마음을 떠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 수정의 작전 아닌 작전에 순진하게 넘어온 경수.
"경수오빠"
아직도 멍하게 생각하는 경수를 부르는 수정.
"어?"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아냐...저 수정아..."
"왜?"
"그 소개팅 말인데..."
"소개팅이 왜?"
"그거...해주지마"
"왜?"
"어쨌든 해주지마..."
"그거야 내맘이지. 여주가 좋다면 어쩔건데"
"정수정. 해주지마"
"몰라~난..."
짐짓 심각하게 말해오는 경수를 보며,
대놓고 웃을 수도 없고 속으로나마 승리의 미소를 그리는 수정이었다.
♩♪♬♩♪♬~
"여보세요?"
-여주야~나 수정이
"언니! 요즘 바쁘다면서 어쩐 일이래~?"
-그래도 연말인데 얼굴 한번 봐야지
"모레 종방연 안와?"
-못가. 나 내일이 부모님 생신이고 모레는 스케줄....ㅠㅠ
"아 진짜...? 아쉽다..."
-너는 가지?
"응. 그날은 무슨 CF기획회의 밖에 없어서 끈나는 데로 가려고"
-오늘은 바빠?
"아니. 왜?"
-얼굴 보자구~이 언니가 간만에 쏜다.
"진짜?!"
-당연하지. 지금 4시니까 6시까지 OOO으로 나와
"응"
전화를 끊고 여주는 외출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전화를 건 수정은 미소를 짓고 있다.
이번에도 자신의 예상된 시나리오대로 분명....반응이 올거라 생각하면서...
오늘은 매니저가 아파서....회사 사람 보낸다는 걸 굳이 마다했다.
혼자 돌아다니고 싶었기에....편한 차림에, 모자를 눌러쓰고 추워진 날씨에 목도리를 두르고...
버스노선을 잘 몰라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를 타고 이동중....주모니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벨소리...
"여보세요?"
-뭐해?
"네? 선배님?"
-응...집이야?
"아니요. 수정언니 만나러 가요"
-수정이를 왜?
"네?"
-아니 그냥....
그 순간...핸드폰이 삐삐빅 거린다.
"저 선배님 저 밧데리가..."
말하는 순간...핸드폰의 밧데리가 나가버렸다.
뚜뚜뚜.....
갑작스럽게 전화가 끊겼다.
분명...그녀의 마지막 말이 '박데리'라고 들었기에...
잠시 뒤 다시 걸었다.
그러나 여전히 '고객님의 전원이 꺼져있어....'
라는 기계적인 멘트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아...왜 빨리 밧데리를 안가는 거야..."
괜스레 짜증 섞인 말이 나와버렸다.
그 시각...
끊겨진 핸드폰의 밧데리를 갈려...가방을 뒤져보니 충전된 밧데리를 챙겨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나오기전...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나온 사실이 머릿속에 스치는 여주였다.
"이런...도착해서 언니한테 핸드폰 좀 빌려야겠다...."
궁금하다...
왜 자신에게 신경을 쓰는지...
자신의 일을 묻는 지.... 한가닥 무언가의 희망을 잡고 싶은 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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