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앙미이여엉"ㅎㅗㅏㅇㅁㅣㅇㅕㅇ. 미영이 손을 뒤집어 놓고 검지손가락으로 한글자 한글자 적어보앟다. 어떻게 보면 촌스러운 이름이지만 동글동글한 모양이 좋다. 그리고 내가 부를 때마다 초승달 같이 휘어지는 저 웃음도 좋다. "화앙미이여엉"하고 부른 뒤 하나, 둘, 셋 하면"저엉수우여언"하고 대답할거라는 것도 이미 다 알고 있다. 미영이는 내 이름을 좋아했다. 정수연하고 부르고 난 뒤에 입에 남는 느낌이 좋다고 한다. 정수연 정수연. 나는 아무 느낌도 없는데 하고 말하면 미영이는 나만 알 수 있는거야 하며 내 머리를 콩하고 쥐어 박고는 했다. 너무 흔해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름이었지만 미영이 불러주는 내 이름은 좋았다.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랄까. 그렇게 가만히 앉아 턱을 괴고 앞에 놓은 주스를 빨대로 쪼옥하고 빨아마셨다. 바보같아 하더니 혼자 실실 웃는다. 아무말도 안 했더니 갑자기 얼굴을 들이댄다. 코와 코 사이의 거리가 채 5cm도 안 되는 것 같다. 눈높이를 맞추고 눈을 똑바로 바라보자 또 실실 웃는다. 얘는 나만보면 웃어. "왜"무심코 뱉은 말인데 나도 모르게 딱딱한 말투가 나와 버렸다. 깜짝 놀라 헉 하는 표정을 지었더니 양 손으로 볼을 턱하니잡는다. 그러더니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길래 또 싫은 소리 좀 듣겠구나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귀여워 이런다. 응?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더니 귀엽다고! 하며 눈을 바라본다. 그러더니 쪽-하고 입을 맞춘다. 갑작스러운 뽀뽀에 놀라 벙 쪄있으니 또 실실 웃는다."좋아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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