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 05
다쓴 양초
w.1213
약냄새가 심하던 하얀방에는 빨간 노을이 나를 반기듯 번졌다.
그 방은 병원식침대와 조그만한 책장만이 있었고 눈을 감은체 눈에 붕대를 감은 한 남자가 있었다. 한번에 직감했다.
"루한 시발 개새끼..."
난 흐느껴 침대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는 내 전 남자친구였다.
이름을 보고 아닐거라 생각했지만 시발 맞았다. 내가 온걸 알았는지 몸을 일으켜 세우는 남자였다.
그 모습에 나는 놀라 쳐다보니 예전과 같은 환하고 깨끗한 웃음을 지으면서 내쪽을 정확히 바라봤다.
"처음이신가봐요. 도우미 꽤 힘든데 저는 왠만한거는 다 할수 있어요.
그냥 눈만 안좋은거라. 어디에 뭐가 있는지 그런것만 알려주시면되요."
"... 어떻게...그렇게 되신건지...물어도..돼요?"
떨리는 목소리로 물으니 다들 그러시는거라 상관없다고 나를 안심시켜줬다
. 눈물이 깊게 났다. 나란걸 알게 될까봐 숨죽이면서 그의 말을 기다렸다.그는 한숨을 쉰뒤 말을 꺼냈다.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크게 사고를 당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부주의인데요
. 대학교 들어가면서 애인하고도 헤어지고 정말 힘들었는데...그래도 행복하게 헤어져서 다행이예요.
대학들어가면서 자취를 하게 됬는데 제가 잘못하고 가스 불을 안잠궜는데 좀 멍청하게 담배를 피웠어요
그뒤로 불하고 터진 잔해가 제 눈과 다리를 깊게 찔렀어요. 그 뒤로 이꼴이 난거죠."
종인아.다시만날 인연은 다시 만날꺼야.
전에 있던 기억이 서서히 몸을 드러내는것같았다.
종인이와 벛꽃이 비처럼 쏟아지는 학교 뒤뜰에서 서로 졸업장을 부등켜 안으면서 서로의 미래를 약속하던 그때를 말이다.
그리고 종인은 아무렇지않게 침대에 다시 누웠다. 나도 침대옆에 앉아 종인을 바라봤다. 종인은 평안해 보였다.
"난 곧 죽어요. 너무 아쉬워요 전 애인이란사람 사실 남잔데 그런거 괜찮죠?"
"...네"
"진짜 귀엽고 이뻤는데 항상 삐지면 토라진것도 너무 귀엽고 웃으면 얼마나 이쁜데요.
난 7년이 지나도 아직도... 그 모습이 선명해요. 근데...근데요..."
종인의 입꼬리가 떨어지지 않을만큼 귀에 올리더니 나중에는 땅에 꺼질듯 내려갔다.
눈은 보이지않지만 아마도 울상일것이다. 한숨을 쉰후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차라리 없어지는게 나았지.
그냥 그때죽는게 나았어요 다시 민석이를 못본다는게 말이 안돼요...왜...민석이를 못봐요...왜...."
눈물이 나는건지 붕대는 촉촉히 젖어 들어갔다. 나는 일어서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었다. 분명 엄청나게 컸던 사람이 이렇게 작아질수 있는건지 의심할만큼 그는 외관상 티는 안났지만 분명히 작아졌다.
그는 눈물을 걷고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아는 민석이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서 냄새 그 표정 모든게 사라져가서 모든게 잊혀져가서 너무 힘들어요...
제발 마지막 한이라도 좋으니까 그를 다시 보고 싶어요."
"...종인아..."
힘겹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난 그를 죽일수 없다. 죽이기엔 난 너무나 큰 죄를 지었다.
좋게 헤어지는 거라면서 나를 다독이던 손길이 눈을 이쁘게 굽혀 웃던 두눈이 잘가라면서 말을 해주던 종인이에게 난 절대 그를 죽일 수 없었다.
그는 누웠던 몸을 일으키면서 손을 들었다. 그의 손을 잡아주니 그는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인체 흐니껴 우는 종인은 아무말없이. 정말 아무말없이 날 안아주웠다
"미안해...내가 잘못했어 종인아...내가 널 먼저 찾지않아서 미안해..."
"민석아 민석아 나도 이렇게 되서 미안해...나 죽이로 온거지?"
깜짝 놀라서 그에게서 떨어졌다.어떻게 안거야...?
내가 떨어지는것을 느낀종인은 침을 삼키고 나를 옆에 앉혔다.
"2일전에 어떤남자가 찾아왔었어. 너를 다시 만나게 해주겠다고 말이야.
7년만에 니 이름을 들으니까 진짜 죽을듯이 기뻤어. 다시 본다니 지금처럼."
"나를 만나게 해준다고?"
"...내 목숨과 널 바꿔주겠다고."
날 잡은 손이 가냘프게 떨렸다. 종인은 쓴 웃음을 지었다.
벌써 종인은 그와 약속을 했다 다시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지났다. 벌써 나와 만나고 있지 않는가
"민석아 나 이런식으로 널 보고싶었던건 아닌데 미안해...사실 나 곧 죽어. 일찍 죽는거라고 생각할테니까 어서 날 죽여"
"내가 널 어떻게 죽여...말이되는소리를 해..."
"니가 날 죽여야 니가 살아. 내가 널 구해줄께 민석아 미안해."
그 뒤로 울던 나를 안았다.
종인아 안돼 안됀다고 흐느끼며 말하자 종인이는 어쩔수 없다고 몸을 일으켰다.
눈을 가린 붕대를 빼고 종인이는 앞장서서 길을 걸었다. 나를 끄는 손에는 힘이 들려있는듯 했다.
내가 아무리 떨리는 손을 막아봐도 이미 엘레베이터를 탄상태였고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 종인은 어느세 붕대를 풀고 나를 쳐다보았다.
초첨이 없는 눈이 었지만 그는 나를 바라보았고 나도 그를 바라봤다. 종인의 맑은 눈은 그대로였다.
붉게 물든 노을에 비치는 눈은 한없이 밝았다.
"민석아. "
"...너 알고 그런거지"
"세상은 너무 작아서 만난거야. 너무 작아서."
띠리릭
어느세 현관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루한이었다.
자신의 손목을 톡톡 두드리면서 나에게 시간이 됬다 말하는것같았다.
루한은 나를 일으켜 종인과 나를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게 해줬다.
집에 들어가니 보이는 종대는 아무런 미동없이 눈을 감고 누웠었다.
난 점점 숨이 가빠졌고 종대는 정신을 잃은건가? 아니 벌써 죽어버린건지 생각이 났다.
종대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내가 걸어온 인생이 허송세월같아 보였다. 하루 딱 하루를 만난사이지만 이미 그의 모든 것을 알았다.
종대는 죽었고 난 종대의 얼굴과 루한의 얼굴이 겹쳐 보이기시작했다.
"읍 우엑!"
"우쭈쭈 이런거 처음 보는구나. 그럴수도 있어."
헛구역질이 나왔다. 눈물과 함께 정신을 못차리는 나를 루한이 나를 잡고 일으켜 세워줬다.
루한의 손을 강하게 뿌리쳤다. 그때부터는 미친거같았다.
"내가 대신한다 그랬잖아...시발 새끼야...시발... "
"종대는 뭐 약을 이기지못해서 죽은거야.뭘 그리 걱정해 "
"..."
"이 친구가 따라갈텐데"
탕 하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총에서 나온 총알에 종인의 머리가 사뿐히 박혔다.
종인은 아픔을 호소하면서 민석아 난 괜찮아 정말 괜찮아를 연발했다 그 소리가 점점 없어질때쯤
난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떨리는 손으로 종인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흐느껴 울 힘도 그를 힘차게 안아줄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시간이 다 됐고 자리는 채워졌어 "
"종인아...종대야.."
"민석, 너만 살아남은거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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