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단체 훈련날이 다가왔다.
처음보다 친해진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떠들었다.
"자 순서 뽑겠습니다."
혼자 심사하러 나온 심사위원 사토가 크게 외쳤다.
"하뉴 유즈루."
다들 설마 자신이 첫번째일까 하고 생각을 하지만
첫번째도 있어야 두번쨰도 있는법.
예상치 못했던 순서에 유즈루가 긴장하며 날보호대를 벗고 얼음위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음악이 시작되고 유즈루는 음악에 맞춰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
유즈루가 스케이트를 타면서 왠지 발이 불편하다고 느꼈다.
평소에 타던 스케이트의 느낌이 아니었다.
그냥 보았을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게 스케이트 날의 형태였다.
조금만 구부러져도 스케이트 타는 느낌이 바뀌고 피겨는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연습전에 항상 확인을 했고 오늘도 아무이상이 없어 스케이트를 신었다.
하지만 유즈루는 혹시나 자신이 대충 확인을한게 아닌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유즈루를 열심히 관찰하던 패트릭은 복잡한 생각을 하며 연기를 하는것을 눈치채었다.
안무가 부드럽지 못했고 표정도 좋지 못했다.
첫 점프 과제시간이 다가왔고 유즈루는 복잡한 생각을 잠시나마 접고 쿼드루플 토룹에 집중했다.
유즈루가 날을 빙판에 찍고 뛰었고 유즈루는 축이 무너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자신있게 착지를 했다.
하지만
"유즈루!"
착지에 문제가 생겨버렸다.
점프 도약자세는 좋았고 이대로 착지만 잘하면 성공할것 같았는데
역시나 스케이트날이 문제였던지 착지를 하자마자 스케이트가 미끄러지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유즈루의 발목을 꺽었다.
심하게 다친건 아니었지만 발목을 삐어 유즈루가 쉽사리 일어나지를 못했다.
유즈루가 주저앉아 발목을 부여잡고 있자 음악은 꺼졌고 사토가 유즈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빙판위로 올라왔다.
사토가 유즈루의 발목을 잠시 보더니 뭐라고 중얼거렸다.
너무 조용하게 중얼거려 유즈루밖에 듣지 못할것같았지만 패트릭은 "한심한놈" 이라고 하는것을 똑똑히 들었다.
유즈루가 도움을받고 링크장을 빠져나가니 패트릭은 괜히 마음이 허전해졌다.
사토는 유즈루의 부상을 스즈키에게 알렸고 스즈키는 곧바로 유즈루를 불러들였다.
"다쳤다고 들었다."
"..."
"스케이트는 어떻게 탈 생각이니?"
"..최대한 빨리 낫게 노력할게요."
"그 동안은? 내가 스폰해주는건 날로 먹으려고 하니?"
"..."
"대회나가서 상을 받지 못한다면 몸으로라도 더 떼워야지."
유즈루는 무섭고 화가나 주먹을 꽉 쥐었다.
"너희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유즈루는 죽을것만 같았다.
안그래도 발목에 통증이 심한데 스즈키와의 관계중 느끼는 불쾌함과 고통에 온몸에 힘을 주고 있으니
정말로 발목이 나갈것만 같았다.
"하아.. 하아..."
유즈루는 이를 악 물고 버텼고 관계가 끝이 나자 유즈루는 평소처럼 허리가 아픈것은 느껴지지도 않을만큼
큰 고통이 발목으로 밀려오고 있다는걸 느꼈다.
일주일간은 지옥이었다.
패트릭은 단체 훈련이 끝나자마자 유즈루에게 상태가 어떤지 물어봤지만
힘들다는 대답밖에 들려오지 않았고
일주일간 연습한번 못하는데 유즈루는 어디론가 항상 사라졌다.
패트릭은 한심하게도 7일쨰 되는날밤 유즈루의 입속에 있던 상처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혹시나 지금 유즈루의 상태와 관련된게 아닌가 걱정했다.
패트릭은 정신이 바짝들자 유즈루가 어디서 뭘하고 있든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방을 나섰다.
패트릭이 건물 복도를 걸어가고 있을때 누군가가 패트릭을 불러세웠다.
"패트릭씨!"
패트릭이 뒤를 돌아보자
보건소의 여의사가 걸어오고있었다.
"마침 잘됐네요, 유즈루씨에게 연습은 그만두라고 말해주세요."
"예? 연습이요?"
패트릭이 연습을 하지 않는 유즈루를 떠올리며 되물었다.
"네, 유즈루씨 발목상태가 조금씩 악화되고 있어요. 이러다가 정말 크게 다치면 스케이트고 뭐고 못해요."
패트릭이 아무대답도 하지 않자 의사는 인사를 하고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유즈루는 연습을 하지 않았다.
대체 무엇을 하고 다니길래 발목이 악화되는지 패트릭은 또 화가났다.
유즈루를 지금 무조건 찾아야했다.
말로만 차는다고 했지만 건물은 필요 이상으로 컸고
방마다 다 열어보고 다닐수는 없었다.
패트릭이 조금씩 지칠무렵 복도 끝에서 사람이 보였고
그사람이 다리를 절뚝이고 있다는것을 알아채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유즈루!"
유즈루는 놀란듯 눈을 크게 떴고 패트릭이 자신의 몰골을 볼세라 고개를 푹 숙였다.
"너! 뭘하고 돌아다니는거야!"
패트릭이 소리를 질렀고 유즈루는 움찔, 살짝 몸을 떨었다.
"일주일간 대화도 한번 안했어. 알아? 내가 힘들때 나한테 말하랬잖아!"
"말하면 안된다고 했잖아요!"
유즈루도 같이 소리를 질렀다.
"저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거 아니라고요!"
유즈루는 스즈키와 있을때도 잘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었다.
"그래도 기대, 넌 아직 너무 어려."
패트릭이 조용히 말하자 유즈루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내가 패트릭씨를 좋아해서 더 말하면 안된다고요!"
유즈루는 결국 저질러버렸다는 얼굴로 이젠 모르겠다는듯 목놓아 울었고
패트릭은 당황해 아무말 하지 못했다.
유즈루는 어느정도 예상했다는듯 힘들게 다리를 끌며 패트릭에게서 등을 돌렸고
그순간 패트릭이 유즈루의 손목을 잡았다.
"네가 괴물이어도, 귀신이어도, 괜찮아. 나도 너 좋아하니까 말해."
너무나도 허무한 고백이었다.
유즈루도, 패트릭도.
하지만 둘에게는 너무나도 달콤한 시간이었고
그 달콤함에 유즈루는 무너져내렸다.
"그럼 나 좀 살려줘요."
그래요, 맞아요.
독자들이 좋아하는 제가 돌아왔어요 하하핫! (허세허세)
오늘도 사랑해요 하트뿅뿅!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