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팔랑, 하늘하늘
아름다운 나비를 연상시키는 말.
그 말이 꼭 어울리는 남자가 있다.
이종석.
푸른 잔디 위에 누워 있노라면 영락없이 하얀 나비 한 마리.
지나가던 사람들은 누구든지 한 번은 보게 되어 있다.
예쁘지 않지만, 매력이 넘쳐 흐르는 얼굴.
그런 그가 정말로 나비처럼 잔디 위에 누워 있다.
잠이 들었는지 눈은 감고 짙고 긴 속눈썹이 눈 밑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몸을 살짝 뒤척이자, 기모노가 살짝 벌어진다.
그 속에 하얗다 못해 핏기가 없어 보이는 속살은 투명함마저 연상시킨다.
"김우빈."
누워서 눈을 감은 채 살짝 누굴 부르자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남자가 어느샌가 옆에 서 있다.
잔디 위에 깔린 하얀 기모노와는 반대되는 검정색 기모노를 입고 있는 남자는 눈빛이 날카롭다.
침착함 속의 냉정함이 그를 감싸고 있다.
그의 이름은 김우빈.
"네."
"저녁 때, 밖에 나가도 될까?"
"안됩니다. 오늘은 보스가 일찍 오시는 날입니다."
"...그래."
살짝 뒤척여 한 팔을 베고 옆으로 돌아누운 종석이 입술을 깨문다.
눈이 공허하다.
할 말이 끝났다는 것을 안 우빈은 그대로 다시 사라진다.
종석은 자신의 피부색때문에 누렇게 보이는 하얀 기모노의 매무새를 정리하고, 일어난다.
그리고 일어나서는 가는 다리를 놀려 마당에서 집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화선지를 깔고 붓을 내어 든다.
벼루에 먹을 갈기 시작하는데, 우빈이 따라 들어온다.
곧 종석의 옆에 앉아 종석의 손에서 먹을 건네받아 갈기 시작한다.
"...이런 것 정도는 할 수 있어."
"압니다."
"근데 왜 굳이 니가 하는건데."
"안 하셔도 되니까 제가 하는 겁니다."
"...이런 건 내가 하게 놔 둬. 먹 하나 간다고 내 팔이 떨어지지는 않으니까."
퉁명스러운 말투로 받아치는 종석을 바라보며 우빈이 침묵한다.
붓을 들어 먹물을 묻혀 화선지 위로 가져가는 종석.
곧 붓이 화선지 위에서 부드러운 춤을 추기 시작하고, 하얀 화선지 위에는 검은색 나비가 나타난다.
한 없이 씁쓸한 얼굴로 그 나비를 내려다보는 종석.
그리고 한 없이 씁쓸한 얼굴로 종석을 바라보는 우빈.
살짝 열린 창문 너머 처마가 보인다.
그 끝에 쳐진 거미줄에 하얀 나비가 붙잡혔다.
괴로운 듯 발버둥 치는 나비는 잠시 날개짓을 쉰다.
곧 돌아올 거미에게 먹혀버릴 자신의 운명을 단념한 것일까?
더 힘차게 도망쳐 보려고 쉬는 것일까?
날이 저문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고, 그림자가 드리우자 나비는 다시 움직인다.
하지만 힘이 없어 크게 움직이지 못 한다.
다가오는 땅거미가 마치 자신을 잡아 먹기라도 하는 듯 불안해 보이는 나비.
잔인하도록 고요한 시간이 계속해서 흐른다.
작가의 말 |
감춰 둘 내용을 여기에 입력하세요 드디어 [제가] 기다리던 장편이 왔어요 글을 몇 편 쓰다 보니까 코믹/멜로를 많이 추구했는데, 이번건 아우트라인을 짜다 보니 코믹이 위주가 되면 그냥 삼류야설같을까봐 좀 진지해져 보려고 합니다 ㅋㅋ <-근데 이건 뭨ㅋㅋㅋ 너무 시대극인데다가 어두운 소재 아닐까 걱정했는데 쓰면서 보니까 전 재밌을 것 같아요 ㅋㅋ
봐 주시는 독자분들도 그렇지만 전 제가 글쓰는게 좋거든요 제가 재밌어야 써요 ㅋㅋㅋㅋ 그렇다 해도 의견 내 주셔도 감사하고 비판도 감사합니당
오타 발견도 감사 ㅋㅋㅋ 의견 같은 건 소설에 적극 반영할 의사도 있습니다
재밌게 봐 주세요! 으햐햐
왜 이렇게 제가 신나죠 ㅋㅋ 그래도 중간중간 재밌고 야한 단편 많이 가져올테니 신알신 풀면 상처받을거예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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