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에게 13
14장. 사랑의 완성은 믿음
컴퓨터로 영화를 본 적은 많지만 TV에 연결해 보는 것은 처음이라 버벅대던 은주의 곁에 다가온 성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혼자 할 수 있다고 우기던 은주가 결국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성우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성우는 금세 문제를 해결해 TV 화면에 영화를 띄웠다. 옆에서 지켜보던 은주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거실 불을 끄고 나서 냉장고로 향한 은주가 성우에게 물었다.
“오빠, 냉장고에 캔맥주 있는데 하나 마실래요?”
“나 이따 운전해야 하잖아. 오늘은 안 될 것 같은데?”
“그럼 나 혼자 마셔야지 뭐. 속이 타서 뭐라도 마셔야겠어.”
영화 전반부부터 농도 짙은 애정씬이 나오자 은주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 은주를 귀엽다는 듯 쳐다보던 성우가 자신의 손가락을 은주의 볼을 콕 찍으며 말했다.
“은주 얼굴 분홍색 됐다.”
“영화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알아. 술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아직도 빨개요?”
“응. 아까보다 더 빨개졌어.”
“오빠가 자꾸 쳐다보니까 그러잖아. 나한테 이상한 짓 할 생각 마요.”
“참나. 너나 나중에 술주정 부리지 마세요.”
티격태격하던 것도 잠시, 두 사람은 사소한 장면도 놓치지 않기 위해 화면으로 빨려 들어갈 만큼 영화에 집중했다. 어느덧 화면에서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두 주인공의 재회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성우가 은주를 계속해서 빤히 쳐다보았다.
“쳐다보지 말라니까.”
성우에게 말을 걸기 위해 고개를 돌린 은주가 성우와 눈이 마주쳤다. 성우가 은주에게로 더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키스도 하면 안 돼?”
“하지 말라면 안 할 거예요?”
은주의 옆에 밀착해있던 성우가 다시 멀리 떨어지더니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은주가 그런 성우를 보며 피식 웃고는 성우 쪽으로 다가가 성우의 두 볼을 잡고 귀엽게 입을 맞췄다. 성우의 눈이 동그래졌다. 예상치 못한 은주의 뽀뽀에 놀라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 것도 잠시, 성우의 얼굴에 서서히 웃음기가 사라졌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은주의 턱을 조심스럽게 끌어당긴 성우가 은주에게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한쪽 팔로는 소파를 받치고 있던 성우가 다른 쪽 팔로 은주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한동안 서로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던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지자, 풀린 눈을 한 성우가 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시작한 거다.”
성우는 아무 말 없이 눈만 끔뻑이고 있는 은주를 번쩍 안고는 불 꺼진 은주의 방으로 향했다. 성우에게 안긴 은주는 자신의 팔을 성우의 목에 감았다. 방에 들어온 성우가 은주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고는 침대로 올라와 은주와 눈을 맞췄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연스러운 입맞춤이 계속되었고 성우의 손은 은주의 허리를 지나 어깨로 올라오더니 끝까지 다 잠근 블라우스의 첫 번째 단추로 향했다. 단추를 풀려던 찰나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은주가 당황스러워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성우가 잠시 머뭇거리다 은주를 쳐다보았다. 그런 성우의 마음을 눈치 챈 은주가 배려해줘서 고맙다는 듯 미소 지으며 속삭였다.
“괜찮아.”
지난밤은 설렘과 긴장과 웃음이 공존하던 오묘한 밤이었다. 은주 앞이라면 뭐든 완벽한 모습만 보이고 싶었던 성우는 서툴기만 한 자신의 모습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고, 그런 성우가 마냥 귀여웠던 은주는 괜찮다며 시무룩해하는 성우를 다독여 주었다. 사실 은주는 계획에 없던 첫 경험에 잔뜩 겁을 먹고 있었지만, 그런 은주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성우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 덕에 은주도 다른 걱정 없이 온전히 성우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건 은주가 성우를 믿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우도 은주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신중하게 행동했다. 서로를 마주 보며 잠든 두 사람은 아침이 밝도록 깊은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후 먼저 눈을 뜬 건 성우였다. 성우는 눈앞에서 곤히 자고 있는 은주를 확인하고는 티 없이 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성우는 행여나 은주가 깨진 않을까 조심하며 이불 밖으로 나왔지만 인기척을 느낀 은주가 결국 잠에서 깨고 말았다.
“일어났어?”
“응... 지금 몇 시야...?”
“벌써 아홉 시야. 너 되게 잘 자더라.”
갑자기 어젯밤 일이 생각났는지 얼굴이 빨개진 은주가 이불 안으로 숨었다. 아이 같은 은주의 행동에 웃음을 터뜨린 성우가 다시 침대 위로 올라왔다. 은주가 이불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자, 성우가 은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 믿어줘서 고마워.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 사랑해 은주야.”
“믿음을 줘서 내가 더 고마워. 매 순간 사랑해 오빠.”
두 사람의 눈이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반짝 빛났다.
+ 꺄^♡^
++ 다음 편이 벌써 마지막 화라니...!
완결까지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