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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세븐틴 빅뱅 변우석 엑소
탄덕 전체글ll조회 1340l 2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 EPILOGUE 도 있어요 *




' 네가 뭘 알아'


우산 속의 그가 말했었다. 상처 투성이의 두 눈이 아래를 향했고 그 시선에 또 다른 눈동자가 그를 올려봤다. 여전히 천연덕스러운 사탕을 물며 드넓은 들판을 달리고 싶은 아이에 불과했고 내 앞에 선 당신도 그럴테니까. 


' 어른인 줄 알지만 정작 피터팬은 아이였죠, 딱 선배와 나에요.'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더는 상처없이 지냈으면 했으니까. 



카페 안에서 학과 후배와 어쩔 수 없이 미팅을 했을 때 힐끔힐끔 앞자리를 훔쳐보던 그 시선도.

카페를 나서던 나를 보고선 일부러 밖을 나오던 모습도. 뭐가 마음에 들지 않냐며 내 앞에 다가서던 그의 행동도. 

뭐라는 거야, 선배가 어이 없다는 듯 이상한 헛소리를 펼쳐대는 나를 보다 크게 실소를 터트리며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처음으로 본 그의 환한 웃음이 보기 좋았던 그 때부터였을까. 

 

   지금은 재미없다고 하던 그가 좋았던 게.  

그러니까 후배 좀 이용하자, 마주한 서로의 시선에 우린 웃음이 동시에 터져버렸다.


꿈을 꿨다. 아주 아름다운.







[방탄소년단/정호석/박지민] X 같은 선배와의 전쟁 18 | 인스티즈

X 같은 선배와의 전쟁 
18
W. 탄덕











창가로 울려퍼지는 도로 소리에 자연스레 여주의 무거운 눈꺼풀이 위로 천천히 올려졌다. 몇 시지. 폰을 찾는 여주의 바쁜 손놀림이 침대 옆 선반을 향했다. 도무지 잡힐 생각이 없는지 생각보다 멀리 있는 폰에 여주가 나즈막한 한숨을 쉬며 상체를 일으켰다. 아- 순간 찌릿하며 느껴지는 아픔에 여주의 다른 한 손이 허리를 연신 두드렸고 시간을 보던 여주가 여전히 어둑한 밤하늘을 나른하게 올려다봤다. 오늘따라 시간 되게 안 가네. 그러다 무심결에 자신이 입고 있던 노란색의 큰 사이즈 옷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취향하고는. 여주의 입꼬리가 피식 웃음을 띄었다. 편한 옷 달랬더니 옷장을 몇 분이나 뒤적거리던 그가 자신감있게 던지던 유아틱한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이 웃겼는지 괜히 티셔츠 로고를 만지작거리는 그녀였다.


[방탄소년단/정호석/박지민] X 같은 선배와의 전쟁 18 | 인스티즈

" 뭐야. 언제 깼어."


여주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이 잠결에 깼는지 잠시 꿈틀거렸다.


" 방금. 더 자."
" 몇 시야. 벌써 아침이야? "


단잠에 빠져버렸는지 헛소리를 해대는 그가 우스워 이불을 선배의 얼굴 위로 짖궃게 덮었다.


" 피곤하잖아. 더 자."
" 네가 더 피곤한 거 아냐. 얼굴에 딱 써져있는데."


이불에 파묻히던 얼굴을 힐끔 밖으로 뺴내며 장난스럽게 웃어오던 그를 보던 여주가 이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모습에 호석이 다급히 항복을 외쳤지만 끝내 그녀의 손길은 멈추질 않았다. 그만해. 그만. 잘못했어. 다소 생각보다 아파오는 팔뚝을 부여잡던 호석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 


" 우리 지금 하루종일 안고있어도 모자랄 시간이야."
" 그런 말 좀 하지마."
" 왜 부끄러워서 그래."
" 진짜 그럴까봐."


뭐. 호석이 풀이 죽어있는 여주를 자신의 옆으로 다시 데려왔다. 무슨 뜻이야. 베게에 팔을 괴고서 문장의 해석을 요구하는 그의 눈길이 다시 두려움으로 가득 차고 있었고 그 눈길을 고스란히 담고 있던 여주가 별 거 아니라는 듯 의연하게 대답했다. 


" 그냥. 선배가 나만 보면 그런 말 하니까."
" 그러니까."
" 우리가 그 정도나 멀어져 있었나 싶기도 하고."
" .........."
" 처음 우리가 봤던 그 시간에 기억 못 하는 나를 보던 선배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 생각도 들고."


한순간 적막해지는 분위기에 자신이 괜한 말을 한 건 아닌가싶어 여태 천장을 향하던 여주의 눈길이 옆의 호석을 쳐다보았다. 별 거 아니라니까. 그냥 그렇다고. 분위기를 풀어보려 수도 없이 변명거리를 펼쳐내는 여주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호석의 질문으로 이윽고 막을 내렸다.


" 솔직히 기억 못 했으면 했어."
" 뭐."
" 카페에서 기억나? 김태형이 말도 안 되는 미팅 시킨 날."


호석이 은연중에 떠오른 그 날의 기억에 보조개와 함께 웃음을 살짝 입가에 띄었다. 


" 아. 잊을 수가 없지."
" 공부한답시고 새 책을 펴놓고 있는 네가 웃겼어. 여전히 엉뚱하다 싶었고."
" 근데."
" 누가봐도 우리 미팅 얘기가 궁금한 모양새인데 자꾸만 공부하는 티를 내는거야."
" 그랬지. 궁금한데 끼어들 수는 없고."
" 그래서 어떻게 하나. 너 볼려고 계속 앉아있었는데 네가 벌떡 나가는 거 있지."
" 그래서 따라나온거네."


그래. 호석이 자신의 팔베게 위로 누운 여주의 콧잔등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 거기 있을 이유가 없잖아."
" ........."
" 밖에서 네가 날 보며 웃는데 딱 그 생각 들더라."
".........."
" 지금처럼만 우리가 영원했으면 좋겠다. 다 잊고."


먹먹해진 목소리를 뒤로 감춘 채 호석의 시선이 천천히 여주를 향했다.


" 좋아한다고."
"........"
" 그냥 말해버릴까 수십 번은 고민했어."
"........"
" 처음처럼 다시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
" 네가 강의실에서 잠들어버린 날 깨울 때도 그랬었고."
 "........."
" 우리의 이 시간이 네 기억 속에 있기를 바랬어." 


말을 끝낸 호석이 그제야 그녀를 자신의 품 속으로 부드럽게 끌어당겼고 안쪽으로 파고드는 그녀를 힘껏 세게 안았다. 그렇게 호석은 은은한 달빛이 들어오는 어둑해진 공간을 눈에 담고는 이내 조심스레 눈꺼풀을 내렸다.
    
영원. 그것은 참 아름다운 단어다. 호석은 생각했다.



선배. 선배. 저 가요. 거실에 있는건지 어렴풋이 자신을 부르는 음성에 눈을 비비던 호석이 몰려오는 피곤함을 미루고서 한쪽 눈을 찡그린 채 상체를 힘겹게 일으켰다. 언제 아침이 된 건지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창틀을 뒤로 하며 그가 가지런히 놓아둔 슬리퍼에 두 발을 끼워놓았다. 그러고선 새집이 되어버린 머리 상태는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거실로 나선 그가 다소 한량해보이는 자신과는 다르게 굉장히 다급해보이는 모양새를 갖춘 여주를 아래 위로 훓었다. 마치 밥도 해주지 않고 나가냐는 암묵적인 물음표를 띄운 채 그녀를 쳐다보는 호석이었다. 


" 왜요. 옷이 이상해?"
" 아니. 밥은."
" 선배가 유치원생이에요. 자취 생활이 몇 년인데 밥 타령이에요."
" 또 싸운다. 우리."


눈 뜬지 몇 분이 지났다고 벌써 티켝태격하는 모습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짝다리를 짚은 호석이 애꿎은 뒷머리를 매만졌다. 어디 가는데. 볼 일이 있어서. 단칼로 답을 해오며 가방을 챙기는 옆모습에 호석이 보란 듯이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틀었다.


[방탄소년단/정호석/박지민] X 같은 선배와의 전쟁 18 | 인스티즈

" 잘 갔다와라."

" 하나도 안 쿨해보여. 그 모습."

" 나 쿨해."
" 그럼 김남준씨랑 지민이 좀 만나서 풀고 와요."
" 알아서 할게."


저 가요. 싫증이 난 것 마냥 탁상에 올려져있던 피규어를 한 손에 쥔채 채널을 마구 돌리며 괜히 아이같이 구는 그의 행동에 답답한 듯 여주가 올라가지 않은 입꼬리를 입가에 걸친 채 인사를 건넸고 현관에 다가선 그녀의 발걸음이 지나지 않아 호석이 되물어오는 한 질문과 나란히 멈춰섰다.


" 오늘도 올 거지."
" 어디를."
" 어디긴 우리 집이지."


여주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어젯밤에 목이 막히는지 침을 꼴깍 목구멍으로 삼켜냈다. 아주 못하는 말이 없어. 신발을 신으려 아래로 숙인 고개를 좌우로 도리질치며 신발을 구겨신던 여주가 동시에 비밀번호가 눌려지는 바깥소리에 고개를 확 치켜들었다. ㅇ.....아저씨. 여주야. 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그녀를 불러세웠고 생각치도 못한 상황에 뒷걸음치던 여주의 뒷꿈치가 서서히 뒤로 젖혀졌다. 


" 아직도 안 나가고 뭐해. 그 문제는 알아서 한다고-"


현관 쪽으로 들려오는 부산스러운 소리에 복도로 리모컨을 들고 나오던 호석이 순간 뜻하지 않은 손님에 멈칫했다.    


" 아버지."
" 호석아. 여주가 어떻게 네 집에 있는 거니."
" 일단 들어오세요."
" 아니다. 시간 괜찮으면 나가서 점심이나 하자."
" 아. 여주는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 혹시 바쁜 일이니."


네? 여간 당황스러운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로 앞에 서 있던 자신을 향해 물어오는 중후한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여주가 다시 되물었다. 아...아니요. 바쁜 일은 아니고. 마치 울 것만 같은 얼굴로 여주가 우물쩍거렸다. 그럼 얼굴 본 겸 밥이라도 한 끼 먹자구나. 인자해보이는 윤곽과는 달리 어딘가 매서운 눈매가 그를 감싸고 있었고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람을 아주 잘 알고있는 호석은 다급히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뒤지고선 옷을 꺼내입었다.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 나가요. 아버지. 자꾸만 알 수 없는 불안한 감정선들이 친분이라는 명목 아래 그들의 위태로운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 아프다 들었었는데 이제 괜찮니. 기억을 잃어버렸었다고 했지 아마."
" 네."
" 아버지께 전해들었다."
" 괜찮아요."
" 그래. 이사 간 뒤로 도통 얼굴 보기가 어렵구나." 


그간 궁금했던 내용들이 많으셨던 건지 생각보다 많은 질문을 던져오는 남성의 음성과 함께 자그마한 스테이크를 썰던 호석의 칼질이 접시 위로 멎어갔다. 딱히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부러 간을 보듯 다정하게 말을 거는 남자의 모습이 영 내키지 않는 듯 호석이 거칠게 유리잔을 들었다. 이에 그 안의 물결이 깊은 파동을 일어냈다. 


" 궁금한 게 많으신가 보네요."
" 많다마다. 어떻게 너희 둘이 같은 학교에서 만난 건지 참 우연이 깊구나."
" 우연이 아니라 인연이죠."

부러 인연을 우연으로 말했다.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가식적이었다. 호석이 남자를 지긋이 쳐다봤다. 애써 그 지적이 나쁘지 않다는 듯 남자가 쾌활하게 웃어보였다.


" 최근에 기억이 돌아왔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다시 찾게 된 거니."
" 아. 병원 다니면서 치료 받았어요." 
" 호석이가 선배로서 잘 챙겨주고 하는진 모르겠구나 . 도통 이 놈의 녀석이."


학교 선배라는 것을 굳이 강조하는 남자의 행세에 호석이 말라버린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자 이를 느낀 건지 여주가 이윽고 탁자 밑에 있던 호석의 손등 위로 살짝 손바닥을 포개었다. 참아달라는 뜻이었다. 이는 그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그녀의 최선이었다.


" 다 드셨으면 이제 일어나죠. 딱히 저희가 나눌 얘기가 값어치 있어 보이진 않은데."


이 상황이 꽤나 유쾌하지 않은 듯 툴툴거린 채 빌지를 들여다보며 의자를 확 뒤로 빼던 호석을 남자의 낮은 음성이 제지시켰다. 앉거라. 할 말이 있으니까. 방금 전과 달라진 남자의 태도와 완고한 목소리가 순식간에 테이블 위를 장악했고 어떠한 주제가 모습을 드러낼지는 아주 뻔한 일이었다.


[방탄소년단/정호석/박지민] X 같은 선배와의 전쟁 18 | 인스티즈

"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호석이 그 누구보다 먼저 대답했다. 자신의 뜻을 거르는 호석이 못마땅한지 남자의 미간이 좁혀졌다. 

" 그 아이가 누구든 상관없어. 넌 내 뜻을 따라야 해."


쉽사리 그는 호석에게 지지않을 사람이었다. 이내 남자가 고기를 썰던 칼을 내려놓으며 유리잔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와인을 많이 마셨더니 물이 없구나. 그러고선 불안한 듯 입술을 깨물고 있던 여주에게 시선을 서서히 옮겨갔다. 


" 웨이터를 불러줄 수 있겠니. 저 놈이랑 나눌 얘기가 있구나."
" ...네. 그럴게요."


이 모든 상황이 그저 당황스럽고 놀란 건지 의자를 뒤로 빼고서 레스토랑 룸을 급히 나가려던 여주가 호석의 의자에 부딪혀 잠시 휘청거리자 이를 지켜보던 호석이 그녀의 팔을 부리나케 잡았다. 천천히 나가. 하지만 여주의 눈길엔 호석은 담겨있지 않았다. 아니, 못했었던 거겠지. 괜찮아요. 선배. 암묵적으로 둘을 지켜보던 남자의 눈치를 살피던 여주가 호석의 손을 밑으로 떼어냈고 어딘가 딱딱해진 그녀의 존칭에 호석이 들리지 않게 나즈막한 한숨과 함께 머리를 살짝 숙였다. 그러자 레스토랑 룸을 나가려던 그녀의 뒤로 남자의 목소리가 연이어 흘러나왔다.


" 똑똑한 아이니 직접 얘기하지 않아도 알 거다."
"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겉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말이 누구에게로 향하고 있는지 그 아이도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미닫이 문을 열며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호석이 가슴께로 치밀어 올라오는 성미를 애써 눌러담은 채 자리를 일어섰다.


" 마음대로 하세요. 엄마가 어떻게 되든 관심도 없으면서 그 여자랑 연애하셨잖아요."
" 말 조심하거라. 그 여자가 아니라 네 새 엄마야."
" 그냥 화목한 가정이었으면 했어요."
"........"
"서로 생일은 기억해주는 뭐 그런."
" 시끄럽다."
" 처음으로 생일 날 제 돈이 아니라 그 아이한테 케이크를 선물받았어요."
"..........."
" 아세요. 어떤 느낌인지."
" .........."
" 용돈이 얼마 없다며 사준 작은 케이크, 아직도 못 먹었어요."
"..........."
" 먹으면 다 사라져버릴까봐. 꿈일까봐."
"..........."
" 당신에게서 버티지 못해 떠나버린 엄마처럼."
"............"
" 그 아이도 날 버티질 못해서 가버릴까봐."
" 그래도 넌 내 자식이야."
" 아버지."
".........."
" 엄마 뺏으셨으면 됐잖아요."
"........."
" 저에게서 그 아이까지 뺏으시면."
"........."
" 얼마나 더 이기적이실 작정이세요."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 눈시울이 붉어져 터져버릴 것만 같은 호석이 떨려오는 목소리를 자꾸만 감춘 채 말을 이제야 끝내갔고 그 모습에도 한 치의 동요도 없는 남자의 엄숙한 음성이 이내 언성으로 변질되어갔다. 그리고 룸의 미닫이 문을 여전히 열지 못해 밖을 서성거리던 여주가 들려오는 남자의 언성에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 모든 일이 자신으로 인해 일어난 것만 같아 밀려오는 갑갑함이 자꾸만 가슴을 무참히 짓눌렀다.  


" 네가 내 성에 찰 때까지 난 이기적일 작정이다."
" 그만하시라고요. 이사장 아들이라는 명분 필요없으니까."
" 이 놈의 자식이 어디서 어른보다 소리를 높여."
" 아버지는 어른이 아니에요."
"........"
" 아주 지독한 사람일 뿐이니까."
" 이 자식이."


호석이 빌지와 지갑을 챙기고서 룸의 미닫이 문 앞에 섰다. 하고 싶은 말이 남은 건지 고민을 하며 자꾸만 입술을 달싹이던 그 처지가 애련해보였다. 그간 마음 한 켠에 꾹 참아왔던 감정선들이 이제야 더욱 터져버린 건지 격해진 감정을 애써 참으려 목덜미와 머리를 자꾸만 손바닥으로 감쌌다.


" 저 살면서 아버지한테 떼 쓴 적 없어요."
" ........."
" 엄마가 날 버렸다고 해도 알겠다고 했고."
".........."
" 집 나가라고 할 때도 그러겠다 했어요."
" 알고 있다."
" 단 한 순간이라도 제가 당신의 아들이었다면."
"......."
" 이번만큼은 포기하셨으면 해요." 
"........"
" 제가 아버지에게서 엄마를 포기했던 것만큼."


말을 마친 호석이 문을 옆으로 밀었고 그녀의 옷가지와 가방을 챙겨온 호석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보란듯이 다급히 자신을 부르는 여주의 손을 힘껏 움켜쥐고서 레스토랑을 나섰다.

" 가자고."
" 선배. 손 좀 놓아봐."
     

활짝 열린 미닫이 문틈 사이로 들려오는 연인의 목소리에 남자가 부르르 떨려오는 입술 끝을 감추며 숨이 막힐 듯한 기분에 눈을 지그시 감았다. 

' 이제 그만 뺏어가요. 아버지.'

눈을 감으니 아직도 호석이 울음을 삼켜내며 한 글자 한 글자 힘겹게 내뱉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해 남자가 무거워진 눈꺼풀을 올렸다.


" 네가 내 자식이라 포기가 안 되는 거다."
" 부모는 그런 거니까."


떠나버린 두 명의 군중을 뒤로 한 채 모든 심정이 뒤섞여버린 독백이 먹먹해진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비딱한 유치원 모자를 쓴 아이의 손을 잡으며 데려다주고 오겠다던 아이의 엄마가, 유치원 차를 혼자서 내려 집까지 걸어오던 아이가, 아빠. 엄마는. 하며 자신에게 물어오는 호석의 두 눈망울을 생각하던 남자가 다기에 술이 흘러넘칠 정도로 담았다. 
그 조그만 핏덩이를 버린 사람을 왜 그리워하냐, 호석을 다그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호석은 어떠한 감정도, 표정도 없는 사람처럼 그저 묵묵히 대답했다. 


' 그리워한 적 없어요. 그냥 엄마가 있었으면 한 거지.'


그랬던 놈이 다른 한 아이로 인해 자신의 앞에서 처음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흘러넘쳐버린 술이 손 위로 떨어졌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술잔을 입 안에 털어넣었다. 한 번은 호석에게 학교와 관련해 전해줄 것이 있어 계단을 올라가던 중 지민과 호석의 대화를 엿들은 적이 있었다. 떠오르는 옛 기억에 사색에 잠긴 남자가 멍하니 은회색의 벽을 쳐다보았다. 


' 박지민. 넌 어떻게 아버지라는 소리가 쉽게 나오냐.'
' 그냥 아버지가 있었으면 했으니까.'


그렇게 지민은 호석에게 애써 해맑게 웃어보였다. 자식에게 부모란 그런 것일까. 남자가 양복 안에서 폰을 천천히 꺼내들어 주소록을 몇 번이고 만졌다. 그러다 멈춘 하나의 번호에 남자가 쉽사리 화면을 누르질 못했다.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내 마음을 결정했다는 듯 남자가 폰을 귀 옆으로 가져다댔다.











- EPILOGUE -



한 번은 그런 적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정문 앞까지 같이 가자던 선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그 날도 우린 작은 길가의 신호등 앞 갈림길에 마주섰다.


" 그럼 갈게요."


왠지 아쉬워보이는 형색으로 그가 입술을 포개어 입을 앙 다물었다.


" 어... 조심히 가." 
" 네. 선배 먼저 가요. 버스 오겠다."
" 도착하면 연락하고."
" 연락이요?"


마치 우리 사이에 무슨 연락이 필요하다는 듯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너무도 자연스레 불쑥 튀어나와버린 문장에 적잖이 당황한 듯 선배가 답지 않게 말을 더듬거렸다. 


"...아니. 그냥 늦었으니까 잘 도착했다 뭐 이런 안부 정도로 얘기한 거지."
" 지금 다섯시밖에 안 지났는데. 해도 아직 안 졌어요."


하늘을 가리키던 내 말에 선배가 이제야 노을이 지는 하늘을 미덥지 않은 눈으로 쫒았다.


" 그럼 됐어. 간다."


누가 봐도 이기지 못할 상황이 보이자 되려 신경질적으로 버럭 말을 줄이던 그가 먼저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서로의 집 방향이 반대라 반대 차선의 버스 정류장에 멀뚱히 서 있는 그를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몇 분이나 지켜봤다. 무슨 실수라도 한 강아지처럼 부스스한 뒷머리를 헤집으며 버릇처럼 운동화 앞코를 땅에 박아대는 모습이 여간 부산스러웠다. 하여간 세상살이에 뭐가 저렇게 불만이 많은지. 고개를 절레 도리질치다 우연히 딱 걸린 마주친 시선에 순간 무작정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

이게 뭐야. 망했다.

그러자 한 치의 틈도 없이 앙 다문 입술과는 반대로 살풋 희미하게 올라간 입꼬리와 함께 그가 고개를 위 아래로 살짝 흔들었다. 솨아악- 그리고 반대 방면의 버스가 도로를 긁는 소리와 동시에 그의 모습을 감추었고 여전히 난 그 곳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이윽고 그새 떠날 준비를 하려는지 꽤나 요란한 소리를 울리고서 버스는 문을 굳건히 닫았다. 갔겠네. 지나지 않아 시야에서 점점 사라지는 버스를 보며 몰래 중얼거리다 길 건너 정류장 너머로 비치는 인영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짓이겼다.


[방탄소년단/정호석/박지민] X 같은 선배와의 전쟁 18 | 인스티즈

' 먼저 가.'


여전히 반대 쪽 정류장에서 크로스백을 어깨에 걸친 그가 태연하게 입모양을 전했다. 자꾸만 은연 중에 언젠가 들었던 정국의 목소리가 주변을 맴도는 것만 같았다.

- 너 지금 그 사람 좋아하잖아.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입모양을 그에게 그렸다.

' 그런가봐.'

무슨 말인지 도통 영문을 알 수 없는 눈빛을 보내는 선배가 한없이 바보같았다. 알아듣지도 못하고.

영원했음 했다. 그가 보고싶은 이 시간이.













:)  항상 부족한 제 글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꼭 전하고 싶었어요♥
 암호닉은 이번 편까지 받고 다음 편에 최종적으로 공지하겠숩니다.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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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두유망개]에요 ㅠㅠㅠ 역시 자까님은 최고십니다ㅠㅠㅠㅠ
아버지 참 답답하고 그러네요 아직 둘이 넘 안쓰럽고 ㅠㅠㅠ

6년 전
탄덕
두유망개님❤️ 잘 지내셨나여! 두유망개님도 저에게 있어 정말 최고입니다. 언제나 좋은 말씀과 함께 큰 힘이 되어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6년 전
독자2
기다렸어요 작가님ㅠㅠㅠㅠ 최근에 다시 정주행 했는데 역시 ㅠㅠ 다시 봐도 너무 재밌어요 이번편도 최고예요ㅠㅠ 과거의 얘기를 보고 나니 뭔가 마음이 아프고 울컥하네요 ㅠㅠ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 💜 전에 암호닉 신청을 못해서 [마리형님] 으로 신청하고 갑니당 =3 💜
6년 전
탄덕
마리형님님❤️ 안녕하세여! 저의 부족한 글 재밌게 읽어주시고 이렇게 좋은 말씀 해주셔서 또 한 번 한가득 힘 얻고 갈게요. 정말 감사해요.
6년 전
독자3
[넝담]
호석이 아버지가 왜 여주와의 만남을 반대할까요? 아마도 지민이랑 호석이 둘다 여주를 좋아해서 그런가요? 슬퍼요

6년 전
탄덕
넝담님❤️ 잘 지내셨나여! 호석이가 다른 여자와 정략결혼을 해야 해서 그런 거랍니다ㅠㅠㅠㅠ 우리 함께 호석이의 굳건한 사랑을 응원해요ㅠㅠㅠㅠ 언제나 좋은 말씀과 함께 큰 힘이 되어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6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6년 전
탄덕
뿡쁑님❤️ 안녕하세여!
6년 전
독자5
정주행 하고 왔습니다 푸른밤 암호닉 신청할게요 작가님 넘 재밌게 보고 갑니다 ㅎㅎ
6년 전
독자6
저번에 정주행 했던 기억이있는데 암호닉을 신청했는지 모르겠어서 다시 신청합니다!! [키위맛푸딩] 이걸로 신청할게요!! 다음편도 너무 기대되요 작가님ㅎㅎ
6년 전
독자7
진짜 재밌게읽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보니까 새롭고반갑네요ㅠㅠ 암호닉신청했었늑지 모르겠는데 [윤맞봄]으로 신청해요!
6년 전
비회원214.5
작가님 우연히 작가님의 글을 본 독자입니다 첫 화 보자마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정주행 한,,,혹시 암호닉 받으세요? [마카롱]신청해요! 안 받으시는 것 같기도 해서,,,이번 화 아버지랑 한 대화 눈물샘 자극,,,
6년 전
독자8
혹시 암호닉 신청 가능한가요?!?될지 모르겠지만 [망개하리]로 신청할게요ㅠㅜ 정주행하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신청하게 됐어요😘 감사합니당🤗
6년 전
독자9
아이쿠... 암호닉 끝났나보네요ㅠㅠ 괜찮아요!! 정말 너무 재밌습니당 호석이도 이해가 가지만 아버지도 안쓰럽네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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