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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지 20년이 훨씬 지났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그래도 그렇지..진짜 여기로 할생각인겨?"
"네.여기가 좋아요"
원래가 한번 결정 한 일은 되집지 않는 성격이였다.시끄러운 도시를 피해 도시외각에 있는 시골에서 집을 찾아다니며 돌아다니며 한달쯤 보냈을까 마치 이 집을 고르기위해 그렇게 본 집들이 맘에 안들었는지 보자마자 외관부터가 맘에 들었다.주변에 시끄러운 차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교통면에선 불편하지않고(물론 회사로 가는데 1시 30분이나 걸리지만)주변은 조용하고, 그저 조용하고 편한곳을 찾던 나한테 아주 제격인듯하다.
"혼자 살기엔 좀 큰거 같긴하지만,적적하면 동물이라도 키울생각이에요"
"겉으론 멀쩡해도 속에 손볼대가 더 많은곳이여.팔기 싫어 이러는 게 아이고 젊은총각이 고생할까 그러제"
"괜찮습니다."
일단 살면서 차차 고쳐나가면되죠.부동산 중계인인 아저씨는 분명 속으로 황소고집이라면서 혀를 찼을것이다. 안그래도 안팔리는 집이고 땅주인도 없는 찰라에 딱 내가 헐값에 사버렸으니.아니꼬우면서도 걱정되나보다.
집은 작고 아담한 이층집에 다락방같은것도 딸려있는거 같고,옆에는 예전에 창고로 쓴듯한 창고하나 우체통하나 그리고 전체적으로 둘러싼 울타리.언뜻보면 동화속에서나 볼듯한 집이다.
생각은 많은편이나,한번 추진력을 얻으면 밀어붙이는 타입이라 망설이지 않고 집을사고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사람들은 정말 이해 할 수 없다면서 극구 말렸지만,별명이 변고집인데 그게 어디 가겟는가.어차피 집에서 왠만한 일을 다 해결하는데 뭐하러 회사랑 가까운집을 고집해야하는냐고.
처음부터 살면서 고쳐나갈 생각이라서대충 집만 살짝 훑어보고 바로 집을 가져왔다.생각보다 의욕이 너무 앞선것도 같지만 왠지 뭐든 잘 풀릴 것 같다. 냉장고며 TV며 소파 세탁기며 새로 산거 하나없이 쓰던것을 그저 가져오기만했다. 너무 녹스는 바람에 물이 나오지않는 수도관정도만 빼고 나머지는 20년동안 누군가 안썻다기엔 너무 잘 작동되었다. 마치 얼마전까지 누군가 살던 집처럼.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하는 부분빼고는 내가 할수있을것같아서 불러와진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침실이며 욕실이며 청소부터하고 벽지를 하든 페인트질을 하던 뭘 어떻게든 해야될것같았다. 일단 짐 보따리에서 이불을 꺼내들고 먼저 꺼내진 소파위에서 잠을 잤다.
2.
안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가.근육통이 생긴것같다.일어나서 보니 이불은 저 멀리 떨어져있고,입고 있던 셔츠가 모두 풀어헤쳐져있다.몸이 알게모르게 끈적한거 같기도 하고..좀 두꺼운 이불을 덥고 자서 더웠나보다.
샤워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오늘은 전체적인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 창문을 열고 이곳저곳을 청소하는데 문득 이상한것이 눈에 보였다.
"...뭐야 이거?"
사람의 발자국.자욱한 먼지를 밟고 지나갔는지 그대로 남았는 발자국 혹시나 정신없던 어제의 내가 맨발로 밝고 지나다녔나 생각보았지만 나는 그런적도없고 이 발자국은 내 발사이즈보다 작은것 같았다.
어제 나만 있던것도 아니고 이삿짐센터 사람들인가 하고 그냥 넘겨버렸다.
청소를 하고 벽지까지 바르니 꽤나 새집같아 보이기도 하다.혼자하니 벌써 날이 저물었지만,오늘 하루 이집을 이렇게까지 만들어논 내가 자랑스럽기까지하다.
"이정도면 꽤 괜찮은데?잘했어 변백현"
혼자 나 자신한테 칭찬까지 해가면서 피곤한 내몸을 위로했다.
그러다 문득 집옆에 딸린 창고에 한번도 안갔던것이 생각이 났다.내일 아침에 갈까하다가 그냥 생각난 김에 가는게 좋을것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보다 깨끗하네?원래 동물키우던곳인가?"
집이랑은 비교될정도로 깨끗한 내부에 신기함을 감출수없었다.
창고안은 아무것도 없었다.덩그라니 놓여있는 침대를 빼면.
"..여기 왜 침대가있지?창고가 아니였나?"
침대에 대해 의문을 품고있을때 빛하나 들어오지 않는 창고안에서 그르렁 거리는 짐승소리가 났다.흠짓 놀라며 몸이 굳었다. 긍정적인 사고를 지녀서 왠만한건 다 견뎌내는 나도 어둠속에 짐승소리는 두렵다.
특히 침대밑에서 나를 쳐다보는 그 짐승의 눈과 마주쳤을때 드는 오한이란.
그리고 서서히 나오는 그짐승의 위협을 피하다가 기절해버렸다.
아니 근데 방금 사람아니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