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짝할짝,기분나쁜소리가 고막을 자극하는데 몸이 움직이질않는다.분명 창고에서 기절을 했던거 같은데.정신이 점점 돌아오는거 같더니 이제는 거친숨소리까지 함께 들린다.
몸을 압박하고 있는 느낌마저 드는데
"...흑!"
약간의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뜨자 움직임이 멈춘다.눈을떠도 아무것도 보이지않는것이 아직도 밤이거나 창고안이거나...
몸을 약간 뒤척거리자 또다시 그르렁 거리는 소리와 숨소리가 들린다. 아주 가까이에 있다. 가령 내가 누어있으니 내 위라던지.
발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본 게 정확하다면 분명 사람손일텐데.
상황판단이 잘안되는거 같다. 분명 밤에 창고 정리를 한다고하고,창고에 왔는데 창고에는 아무것도 없는듯하고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다. 손전등으로 이리저리 보았을때 유독 눈에 튀는것은 깨진 전구나 이리저리 퍼져있는 먼지같은것이 아니라 이질적일만큼 멀쩡한 침대였는데.
지금 나는 그 이질적인 침대위에서 이질적인 상황에 놓여있는듯하다. 내가본 그 '아이'는 지금 내 위에서 내 가슴팍을 핥고 있었고 난 양팔 양발을 강박당하고 있다.
법적으로 따지면 중범죄인데,나는 왠지 모르게 이 '아이'에게 알수없는 감정을 느꼈다. 혐오감이나던가 분노나 공포는 아니였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내 젓꼭지를 핥고있는걸 지켜만 볼순없다. 안그래도 몸이 예민한편인데 이런 구린 상황에서 반응하기엔 내 무덤을 파는 꼴이였으니 말이다.
내 젓꼭지가 떨어져나가기전에 이 짐승같은 아이를 어찌하든가 해야겟다.(몸무게가 가벼운게 체구또한 작은듯하다.)
"..저기..이제..잠깐만..!"
"....."
"....."
이제까지와 다르게 크게 움직이자 움직이 멈춘다.그리고 밖에 해가 뜬건지 창고문으로 새어나오는 빛이 아이의 얼굴을 비췄다.
아이는 처음부터 나를 보고있었는지 짙은 갈색눈동자로 나와 '교감'이라도 하듯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팔좀놔줘"
"....."
"...아파"
팔을 좀 놔달라고 할땐 큰 반응 없더니,아프다고 한마디하니 크게 놀라며 멀리 떨어져 버린다.아이는 내예상대로 사람이였고,짐승이 아니였다.그리고 예상치못하게 사람꼴이 아니였다.해가 뜨고 새어나오는 빛으로 비교적 창고안이 밝아졌다. 눈은 옅은 어둠속에서 아이를 보았다.
아프다는 말에 놀라며 침대밑에서 나를 바라보고있는 아이는,씻기는 씻는지 안씻은지 꽤나 된듯했다 가만히 있을뿐인데 악취가 났고,내가 생각했던거 만큼 아이는 아니였다. 꽤나 몸집이 큰편이지만(물론 나보다는 작지만)기껏해봐야 초등학생 수준을 생각했던 나는 아이가 그저 먹지못해 말라서 가벼웠다는걸 알아챘다.
"너..어?너 왜떨어"
너는 누구냐고 이름은 뭐냐고 여기서 뭐하는거냐고 물어볼려던 찰라였다. 아까부터 이상하긴했지만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떨더니 이제는 기절해버렸다.
내가 무서운건가.그래서 기절한거야? 그런건 아닌듯하다. 이제 이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두고 가고 싶었지만. 나는 이 아이가 누구인지도 모르겟고 잘 못된다면(죽는다거나) 그 책임은 내 소유의 창고에서 마지막을 함께한 나한테 올것이다. 멀쩡한 회사원이 조용한곳에서 일좀하겟다고 이사를 왔는데 오자마자 재판장을 갈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등꼴에 소름이 솟더니 이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기를 결심했다.
자칫 위험할수도 있지만,나는 아직도 확신하는것이 이 아이에게 느끼는 알수없는 감정의 응얼이가 나쁜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아이는 생각외로 가벼웠다.이 아이가 기절한 이유는 그저 의식주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해서인가.먹지못해서 기절한걸수도 있다. 영양분이 모자란 몸을 견딜수 가 없어서.
집으로 데려오긴 했으나.피곤한몸을 재울수도없었다.뭔가 애물단지 같은 이 아이를 어찌하든 해야될듯하다. 평소 좀 깔끔떠는 성격인 편이라 일단 좀 씻기고 옷도 좀 갈아입여야 될것같고,사람집에 데려왔으니 사람꼴은 해놔야될듯했다.
,아직 덜 정리된 짐에서 편하게 입을수 있는 옷을 찾아서 욕실앞에 던져놓고,아이를 다시 업고 옷을 벗겼다.괜히 옷을 벗긴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해지는것도 같았다.아까 자극받은 젖꼭지가 다시 뜨거워지는것 같기도 했지만 정신차리고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옷을 벗기고 욕조안에 눕혀놓고 온도를 확인하고 물을 뿌렸다.
뿌리자마자 곧 땟국물이 줄줄 나오기 시작한다. 비위가 강한편이나 더러운걸 싫어하느지라 약간 정떨어질뻔했다.
머리며 몸이며 이곳저곳 씻기고 옷도 입히고 머리로 말리고 다시 소파에 눕히고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것같다.
피부도 뽀얗고 머리가 덥수룩하니 얼굴은 잘안보이지만,이목구비도 뚜렷한게 빨리 눈뜨는걸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전에 내가 죽을것같다.몸한번 제대로 눕혀보지 못하고 거의 하루꼬박을 정신못차릴 정도로 휘둘렸다.아이에게 물어볼것도 많고 짐도 계속 정리 해야되는데 할일은 많은데 몸이 아주 죽을것같다.
아이가 누운 소파 밑에서 기댄체 제대로 씻지도 못했지만 그냥 다시 자버렸다.
눈을떳을땐 오후 4시쯤이였나 아침 8시쯤 잤으니 8시간 정도 잔거같다. 아침에 자버려서 하루를 통채로 날려버린거 같다. 정말로 죽어버린것인지 내가 잠들었을때랑 똑같은 자세로 미동도 없이 자고 있는 아이. 생각 해보니 너무 오지랍은 아니였을까 싶다.그냥 주변 경찰이나 사람들한테 말해도 해결됫을것을 왜 씻기고 입히고 재우기까지 했는지
"후우...뭐하는짓이냐.."
배에서 밥달라고 요동을 친다.정신없어서 자각을 못했는데 지난 저녁에도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거 같다. 원래 혼자서 밥을 제대로 챙겨먹는 편이아니라서 딱히 식사라고 만들것이 없었다. 결국 그냥 마을 사람들이 주고간 고구마를 물에 넣고 삶았다.
고구마를 삶을동안 옷을 챙겨선 씻었다.이사오자마자 이게 왠 날벼락인지.꽤나 당황했지만 나름대로 잘 처리한거 같아서 뿌듯하다.
밖에 저 아이도 일단 깨워서 집으로 돌려보내고 집정리도 마저하고..
머리를 털면서 부엌으로 가 불을 끄고 고구마를 그릇에 옮기고 거실소파옆으로 갔다.
아이는 언제부터였는지 깨어있다.
"깼어?"
비몽사몽한건지 정신을 못차린다.
내가 왔다는걸 자각하고 나에게 한번눈길을 주더니 고구마가 담긴 그릇에서 눈을 떼지를 못한다.키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웠던 아이의 몸이 생각났다.
"먹을래?배고프지않아?"
별 반응이 없다.일일이 챙겨줘야되나..결국 고구마 껍질을 깐뒤에 손에 쥐어주니 한참을 망설이다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역시 배고픈거였어.
그릇에 담아둔 고구마를 일일이 까주며 "너는 누구야?""왜 그 창고에 있었어?""부모님은 어디계셔?"하며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한참을 물어봤지만 반응이 없으니 약간 질리는감도 생겼다.내가 더이상 물어보지않고 먹는걸 계속 쳐다보자 이제 슬슬 내눈치를 본다
"이제 다먹은거야?"
다시 그르렁 거린다.아님말고ㅎ
결국 물까지 떠다 먹이고 나서야 조금 기운을 차린거 같다.
다먹은거냐는 질문에 그르렁 거린걸보면 못듣는다거나 못알아듣는건 아닌거 같다.혹시 말을 못하는건가? 그르렁거리고 끙끙거렸던걸 보면 소리를 못내는건 아닌거같다. 그냥 말을 못하는 것같다.
질문유형을 바꿔서 물어봐야겟다.
"내가 이제부터 질문을 하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해 알겟지?"
아직까진 경계하는것같지만,곧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그럼 여기에 언제..아니 원래부터 있었어?"
끄덕거린다.원래부터 있었다면 왜 아무말도 못들었지?분명 아무도 살지 않은지 20년이 넘었다고 했는데
"아 정말?그럼 부모님은 어디..아아 부모님은 계시니?"
고개를 젓는다.부모님이 안계시다니..
"보호자도 안계시니?"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아...아 내이름은 백현이야.변백현.따라해봐"
"....?"
"변.백.현.나야 이게 내이름이야.변.백.현"
내가슴팍을 가르키며 이게 내이름이라고 한글자씩 끊어서 말해줬다.
"따라해봐.변.백.현"
"...변백현"
그르렁거리는 거친소리만 내다가 사람다운 언어는 처음써보는 것같다.사정없이 갈라졌지만 정확하게 내이름을 불렀다.
언젠가 기사에서 태어나서 동물들에 의해 키워진 아이에 대한 기사를 본적이 있다.
아이는 인간이였지만 동물처럼 말하고 먹고 행동했다.만약 이 아이도 그런 경우라면 이 상황이 어설프지만 이해가 간다.
또 생각보다 지능이 높은것같다. 바로 따라하는걸보니
또 완전히 인간과 떨어진 생활도 하지않은것같다. 처음에 더러웠지만 인간의 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도 자른지 오래됫지만 한번 다듬어진 머리였다.말귀를 알아듣는걸 보니 지속적으로 사람들무리에서 활동한것도 같다.보호자도 부모도없다고 했지만,나말고도 이아이를 알고있는 사람이 있을것같다.
"그래.내이름은 변.백.현.이야.백현이라고 불러!알았지?백현!"
"..백현?"
"응 백현 나를 백현이라고 불러"
"..."
"어서 불러봐 나를 뭐라고 부르라고?"
"....백현"
"아 이쁘다.잘했어! 아 너 이름은 있어?너를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불러?"
대답이 없다.어쩐다..괜한 오지랍일지도 모르지만 이 아이는 경찰이나 언론밖으로 내비출순 없을것같다.어떤 아이라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일단 착하고 순수한 아이인것같고 딱히 나쁜생각을 할것같지도 않다.그런게 뭔지도 모를것같고.당장에 나조차도 경계하는 아이를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바로 던져놓기엔 무리가 있을것같다.
유아교육과를 나왔지만 체질상 맞지않아 일러스트를 그리는 일로 회사에 들어갔다.지금 그리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찬열이다.과일장수의 아들역할로 나오는 알찬열매라는 뜻이란다.
"그럼.넌 찬열?어때?"
"...."
"이제부터 내가 너를 찬열이라고 부를꺼야.어때?찬열!"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래 찬열아.너는 찬열.나는 백현 알았지?"
아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거렸고,희미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