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킴 - 있잖아
고백의 정석
부제: 연하남과 소꿉친구
“... 헤어지자.”
나쁜 놈...
“나 이제 네 얼굴만 봐도 지쳐 유리야.”
개새끼...
누가 보면 내가 바람 핀 줄 알겠네.
남자친구... 아니 전 남자친구 새끼에게 보기 좋게 차였다.
나 좋다고 그렇게 쫓아다닐 땐 언제고..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100일을 넘게 연애를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어째 하나같이 마지막이 이따위냐...
그리고 나는 그럴 때마다 얘를 불러서 술을 마시고는 했다.
1. 연하남 박우진
“그 새끼가 찼어요?”
“... 나쁜 새끼..... 나 오늘 진짜 죽어버릴 거야.”
“그만 마셔요. 속 다 버려.”
소주를 병 째 마시려는 내 손을 급히 막는다.
짜증나 진짜...
또 그 새끼 생각하니까 눈물 나잖아.
“ㅇ으어어어어어어ᅟᅥᆼ어유ㅠㅠ 짜증나ㅠㅠㅠㅠㅠㅠ”
“... 울지 마요. 어째 그딴 새끼만 꼬여요 속상하게.”
“끕.. 네가 생각해도 나 그렇게 매력 없어?”
“그 새끼가 그렇게 말했어요?”
“... 응. 내 얼굴만 봐도 지친대 이제.”
“... 솔직히 누나가 훨씬 아까웠어요. 뚝해요 얼른.”
그래도 말 할 사람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네...
크흡...
“고마워 우진아...”
“ㅋㅋㅋ 고마우면 술 사요.”
“흡.. 당연하지..... 오늘 내가 계산할게.”
“아 겁나 못났어 진짜ㅋㅋㅋ 눈물이나 닦아요.”
우진이가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내게 손수건을 건넸다.
씨...
계속 눈물이 나는 걸 어떡해.
손수건에서 박우진 냄새나..
“근데 우진아.”
“네?”
“너도 여자친구 없잖아.”
“거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요?”
짜식...
발끈하는 게 꽤 귀엽다.
“아니.... 뭐.. 너 좋다는 애들 많잖아...”
“그냥.. 관심 없어요 걔네한테는.”
그리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뭐지 이 분위기...?
“ㅇ.. 왜 쳐다봐..?”
“근데 진짜 몰라서 묻는 거예요?”
“뭘...?”
“하 누나 진짜...”
뭐야.. 뭐지....
뭔데....?
“왜왜 나도 말해줘..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아오... 미치겠다ㅋㅋㅋ”
“왜 웃어.. 그럼 뭔데....”
“누나.”
“응?”
“누나가 나 부를 때마다 안 온 적 한 번도 없죠.”
“응.”
“누나 술 마실 때마다 내가 데리러 갔죠.”
“...응.”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
예상치도 못한 우진이의 말에 말문이 턱하고 막혀버렸다.
정말로 생각해보니까 그랬다.
말할 사람이 필요할 때 우진이가 항상 옆에 있었고...
내가 술을 마셨을 때마다 나를 데리러 오고는 했다.
“어... 음.. 혹시... 네가 나 좋아하는 거..? 뭐 그런 걸까...?”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네.”
“...”
이게 무슨 상황이지..
우진이에게 갑작스러운 고백을 받았다.
그동안 나는 왜 전혀 눈치를 못 챈 거지...
멍하니 박우진을 바라봤다.
얘가 원래 이렇게 잘생겼었나 싶기도 하고...
술 때문인지 심장이 겁나 빨리 뛰는 것 같기도 하고...
“야... 이렇게 갑작스럽게 말하면... 어떡해..”
“... 술 마셨을 때 말해야 될 것 같아서.”
“...”
“이제 나 좀 봐줘요.”
“누나가 나한테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전 남친 새끼들보다는 백만 배 잘해줄 수 있어요.”
“흐헣.. 부끄럽네.”
부끄러운 듯 머리를 만지막대는 우진이의 귀가 빨갰다.
“고마워 우진아...”
“혹시 그거 대답이에요?”
“...”
“누나 나 봐봐요.”
“저기... 나 좀 부끄러운데..”
뭐 저렇게 예쁘게 웃어...
웃는 게 나보다 예쁘네..
꽤나 시끄러운 가게였지만 우진이의 목소리가 더 크게만 들렸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자꾸 다정한 그 목소리가 내 귓가에 맴돌았다.
2. 소꿉친구 김재환
“그 새끼 내가 만나지 말라 그랬잖아 선수 같다고.”
“아씨... 니가 내 마음을 아냐..?”
“ㅋㅋㅋ 아 오늘 진짜 못생겼다 성유리..”
안 그래도 우울해 죽겠는데 이 와중에도 장난을 치는 김재환이다.
서러워서 눈물이 다 나네..
“짜증나... 으어어어ㅓ어유ㅠㅠ”
“야.. 너 울어...?”
“흐ㅜㅇ어어어어ㅓ유ㅠㅠㅠㅠㅠㅠㅠ 다 필요 없어..”
다 크고 나서는 얘 앞에서 우는 게 쪽팔려서 운 적이 거의 없다.
근데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진짜 좋은 사람일 거라 믿었었는데...
그래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야... 울지마..”
내 눈물에 당황한 듯한 김재환은 휴지 두 장을 얼른 뽑아 내 손에 쥐어줬다.
“내가 미안... 장난치려고 한 건데..”
뭐야...
가끔 우는 것도 괜찮다 싶다.
내 눈치를 보는 김재환의 모습이 너무 웃겼다.
“... 이제 다 울었어?”
“응... 쪽팔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면 됐어.”
씨...
망할 김재환 놈.
“넌 나 놀리는 재미로 사냐?”
“... 그럼.”
고오맙다 아주 그냥.
그냥 술이나 마셔야지..
“나 진짜 미친 것 같다..”
“갑자기? 뭔소리야.”
“잠깐 나갔다 올게.”
뭐야...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한참을 기다려도 김재환은 오지 않았다.
뭔 일이라도 있나 싶어서 밖으로 나갔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너를 찾았다.
“김재환!!!”
“ㅇ... 야 오지마 담배 냄새나.”
담배는 또 뭐야.
담배 피는 거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그리고 김재환은 내가 오는 걸 보고는 급히 담배를 비벼 껐다.
으아 냄새...
“너 담배 펴?”
“... 가끔.”
“어..? 너 담배 피는 거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네가 싫어하니까.”
응 그렇구나..
새끼... 조금 감동이네.
“근데 여기서 청승맞게 왜 그러고 있어?”
“... 그러게..”
“...? 무슨 소리야.”
“야 만약에...”
“응.”
“아 아니다.. 이제 집에 가자.”
술값을 계산하고 집으로 가는 길.
뭔가 모르게 평소와 달라진 느낌이다.
김재환은 아무 말도 없었고 그렇게 집 앞 골목까지 와버렸다.
“야... 뭐라도 말 좀 해봐.”
“성유리.”
“... 왜.”
“... 우리가 만약에 사귀면 어떨 것 같냐..”
“...”
사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붙어 다녔던 우리는 늘 연인 사이로 오해를 받고는 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사귀다가 만약에 헤어지면...?
친구 사이로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게 너무 무서웠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착각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정리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안 돼.”
“내 앞에서 다른 남자 얘기하는 것도 이제 못 듣겠고.”
“아무렇지 않은 척 못 하겠어 나.”
“친구 성유리를. 잃을까봐 무서워.”
“... 근데 내가 더 잘할게.”
“너 울리진 않을게 내가.”
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모습의 김재환이다.
지나간 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온통 재환이 밖에 없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을 때도, 담임 선생님과 싸워서 반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을 때도.
내 옆에는 재환이가 있었다.
그래서 가끔 너에게서 설레는 감정을 느낄 때마다 내 감정을 무시했다.
소중한 친구를 잃을 것만 같았다.
“미안.. 나도 내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된다... 하..”
머리가 복잡한 듯 보였다.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 재환이가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야 왜 또 울어..”
“... 슬프잖아 흐어어어어유ㅠㅠㅠ”
“ㅋㅋㅋㅋ 아 진짜 미치겠네 성유리.”
“... 흐엉...”
“거절을 뭐 그렇게 슬프게 해.”
“.. 나 거절한 적 없는데?”
“진짜? 진짜로? 그럼 나 받아주는 거야?”
“... 몰라..”
“내가 진짜 노력할게.. 정말로...”
오늘 재환이의 마음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졌고 나도 모르게 심장이 자꾸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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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엄청 오랜만이에요... 청추니입니다ㅎㅎ 드디어 종강을 했어요ㅠㅠㅠ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흑흑.. 이번에는 글을 좀 새롭게 써보고 싶어서 주인공을 2명으로 써봤는데,, 어떠셨나요? 그냥 한 명으로 하는 게 나은가요?! 댓글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이 글을 혹시 여러분들이 좋아해주신다면.. 정석 시리즈로 해서 여러 버전과 여러 멤버들로 써보려고요! 제 글에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았던 멤버들도 한 번 써볼까 해용^-^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보내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