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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에 트라우마 있는 피아니스트 여주 X 회사원 민현 

 

 

 

 

저 위에서 cold winter을 연습하고 있는 사람은 여주였다. 아름다운 선율이었지만 오늘따라 불안한 마음과 손이 여주를 두렵게 만들었다.  

 

 

"여주야" 

 

"그 부분 다시해볼래..?" 

 

"불안해. 무슨일 있어?" 

 

".....아뇨. 죄송합니다." 

 

 

여주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모든 음이 완벽해야했던 여주는 자신을 채찍질 하며 하루종일 연습하고, 연습했다. 피아노를 보기만해도 불안해할정도로. 

 

어느순간. 여주는 피아노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가장좋아하는 것, 가장 잘하는 것이 피아노였지만 그만큼 무거운 압박감이 지윤을 짓눌렀다. 

 

 

"선생님." 

 

"저 못하겠어요. 이제 그만하죠." 

 

"너 이번에 있는 콩쿨도 안나갈거야?" 

 

"그렇게 좋아하는 피아노 그만둘거야?" 

 

"...아파요." 

 

"피아노 앞에 앉을때마다 죽을것 같아요. 숨이 막혀서. 

이번에 틀리면 진짜 끝이에요. 여기 다 뒤집힐거고, 또 다른 애가 와서-" 

 

"..,. 그만하자 여주야. 오늘은 쉬어." 

 

"....죄송합니다" 

 

 

그 누구도 여주곁을 지키지 않았다. 텅 빈 방안에서 서러운 울음소리만 들렸다. 

 

그 뒤로 여주는 피아노를 치지 못했다.  

 

모든 곡들이 딱딱했으며, 자주 틀렸다. 

 

 

결국엔, 여주는 또 버려졌다. 

 

 

혼자서 이런 일을 겪기엔 너무 어린나이 17세.  

방문 틈으로 새어나오는 불빛과 말소리가 들렸다. 

 

 

 

"...이제 저 애 어떻게 해." 

 

"피아노도 못친다며." 

 

"몰라. 데려갈 사람이나 찾아야지."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자기한테 과분한 일인데 지 발로 찬 일이라며 쯧쯧-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를 그렇게 말했다.  

 

 

그러던 그 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여주는 숨죽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뉴이스트/황민현/이대휘] 피아니스트 | 인스티즈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여주." 

 

"....황민현..!!! 넌 또 왜 왔어" 

 

"누가 데리고 가냐고 물으셨잖아요. 어딨어요." 

 

"제가 대학 보내겠습니다." 

 

"네가 뭘 안다고. 민현아 그만. 지금 너 도 넘은거 알지." 

 

"압니다. 그러니까 제가 데리고 갈게요." 

 

"...하아... 그래. 네 고집은 그 누구도 못꺾지." 

 

"그대신...," 

 

"다 필요없고," 

 

"...여주 어딨어요." 

 

"저기 그랜드 피아노방 옆방"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민현은 여주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불이 꺼져있어 몰랐지만 불을 켜보니 보이는 것은 여주의 캐리어와 여주였다. 

 

 

 

".....울었어?" 

 

 

 

다정하게 건넨 한마디에 여주는 퉁명스레 대답했다. 

 

 

"네. 좀요." 

 

"굳이 저 안데려가셔도 되요. 짐만되게" 

 

 

 

이름이 황민현이랬나. 퍽이나 다정한 손길과 목소리에 또 눈물을 흘릴 뻔 했지만 정은 주지 않기로 했다. 다시 버려질까봐. 

 

 

"일단 시간이 없으니까. 가자." 

 

 

"........" 

 

 

한 손엔 캐리어를, 한 손엔 여주의 손을 꼭 잡고 집을 나섰다. 한밤중인 탓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민현의 차에 타자, 왜인지 모를 안정감에 눈을 감고 편히 잠들었다. 

 

 

 

"......여주야" 

 

"김여주.." 

 

"다왔어. 일어나야지." 

 

선생님네 집 못지않게 커다란 민현의 집을 보고  

지윤은 그의 시선을 회피했다. 

 

"..실망이네요." 

 

".........혼자사는줄 알았는데." 

 

"..응? 나 혼자사는데?" 

 

여자친구랑 같이사는줄 알았나- 하고 웃는 민현을 보고 참 웃는게 예쁜사람이다 싶으면서도 갑자기 열등감에 불타올랐다. 

 

 

"...좋겠네요. 여자친구는." 

 

"...응.. 좋아했으면 좋겠다." 

 

"아직은 없어. 여자친구." 

 

 

 

없다는 말에 김이 빠졌다. 

 

 

 

"자-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젠 네 방을 가볼까?" 

 

새하얀 방문을 열자마자 펼쳐지는 광경에 여주는 깜짝 놀랐다. 

 

흰색 피아노, 연하늘색 파스텔 톤 벽지, 창문넘어 보이는 푸른산과 하늘, 도시의 야경, 흰색 나무 책상, 벽지와 비슷한 색인 의자, 깔끔한 흰색 침대 그리고 그 위엔 커다란 곰인형까지. 

 

 

"요즘은 너무 분홍분홍한거 안좋아한데서." 

 

"맘에 들어?" 

 

"그냥요." 

 

"피곤하겠다. 쉬어." 

 

"네." 

 

"아..저...그런데요. " 

 

"응?" 

 

"....피아노좀..치워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 그거야 뭐. 치워줄게. " 

 

"..죄송합니다." 

 

퉁명스럽다가도 금세 꼬리를 내린 여주가 다시금 눈물을 떨궜다.  

 

"....괜찮아?" 

 

민현이 여주를 따뜻하게 안아왔다. 그 품이 너무 따뜻해서, 거부할 수가 없었다.  

 

"나는 네가 피아노를 치지 않아도 괜찮아." 

 

그 말에 더 서러운듯 마구 울었다. 

 

 

 

정신을 차려보니까 민현의 품 안이었다. 아- 민망해. 나 완전 못생겼을텐데. 심지어 티 다 축축해지셨잖아..  

 

"진짜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여주야." 

 

"괜찮아. 다 괜찮으니까. 앞으로 행복하자." 

 

"...네." 

 

"잘자." 

 

여주의 이마에 민현이 뽀뽀했다. 입술이 닿은 자리는, 

밤새 뜨거웠다. 

 

"여주야..!! 일어나" 

 

"나 회사 출근하니까 밥 잘 챙겨먹고. 여기 비타민도 챙겨먹고. 공부도 좀 하고.. 피아노도.. 아 아니다. 그냥 편하게 있어." 

 

"언제..오시는데요.?" 

 

"저녁 늦게. " 

 

"아..잘 다녀오세요." 

 

 

다녀올게. 하며 여주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이 남자. 이상하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게 이상했다. 하루종일 밥먹고 공부하고 있다보니 피아노 생각은 하지 않은지 오래다. 

 

 

그래도 계속 생각나는 민현의 얼굴이 여주의 볼을 달아오르게 했고. 그런 생활이 지속되었다. 

 

 

 

 

그래도 관계를 정의하진 않았다. 서로 정도 들데로 들었지만 이별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그와 그녀가 같이 살기로 한 시간 3년. 

 

 

여주가 20세가 되기 전 날. 민현은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여주야아-" 

 

"나 왔따" 

 

"...술 취하셨어요. 들어가세요." 

 

"아..지짜 보고시펐어. " 

 

"....." 

 

"우린 뭐에요." 

 

"아아 우리?" 

 

"...우리야 뭐..." 

 

"아.. 아니에요. 얼른 들어가서 주무세요." 

 

 

 

어느새 술이 깬 민현이 여주를 쳐다봤다.  

 

 

"....여주야" 

 

"우리가 무슨 사이냐고 물었지." 

 

"듣고싶지 않아요." 

 

"...내가 정의내려도 될까." 

 

"아니ㅇ.." 

 

민현의 입술에 여주의 말이 먹혀들어갔다. 

깊고 진하게. 처음 맞는 키스였다. 술을 마시지 않은 여주도 민현의 알콜향에 아찔했다. 

 

 

"이제, 알겠어..?" 

 

"....나는 너 좋아하는데. 너는 어때?" 

 

"...저도..좋아요." 

 

민현이 여주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다음날 아침, 여주는 3년만에 피아노 앞에 앉았다. 

 

여전히 두려웠고, 무서웠지만 민현을 실망시키고 싶진 않아서.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번도 틀리지 않고 부드럽게 연주를 이어나가는여주였다. 

 

살풋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민현은 깨서 피아노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뉴이스트/황민현/이대휘] 피아니스트 | 인스티즈 

 

 

".. 여주야..지금 너.." 

 

 

 

"...오랜만에.." 

 

 

민현이 여주를 꼭 안았다. 수고했어- 하며. 

 

기나긴 싸움에서 결국 승리한 여주였다. 

 

 

 

 

 

 

 

 

 

 

 

 

천재 피아니스트 여주 × 피아니스트계의 신 대휘 

 

 

 

 

 

 

 

 

이대휘. 흔히 피아니스트계의 신이라고 불렸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높이 평가했고, 그의 연주회는 늘 만석이었다. 그가 연주한 곡들의 음반은 파는 족족 매진을 기록했으며, 모든 대학에서는 그를 교수로 채용하려 들었다. 

 

 

 

그런 그가, 감히 여주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피아노 천재 김여주. 대휘 이전부터 여주의 명성은 자자했다. 버클리 음대 수석 졸업. 벤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대회 한국인 최초 우승. 그녀를 따라붙는 수식어 '천재' 

 

 

둘이 지나가면 서로에게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서로를 경쟁상대라고 보니까.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 

 

 

 

"김여주씨." 

 

"..네?"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해도. 아시죠?" 

 

"...알죠.." 

 

 

대휘는 늘 여주를 견재하며 마음속으로 온갖 저주를 퍼부었다. 그저 한순간의 열등감은, 대휘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칼을 뽑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대휘 집안의 가훈이라고 해도 될 만큼 들었던 말이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객석 불이 꺼지고, 무대에 조명이 들어왔다. 

 

모든 사람들이 숨죽인 가운데서, 대휘가 먼저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쇼팽의 즉흥환상곡, 압도적인 처음 도입에 비해 중반으로 갈수록 여유로워지는 곡이라 흔히들 선곡하지만 난이도는 그만큼 어려워서 한번 틀리기만 하면 명성이 뚝. 떨어지는 곡이었다. 양날의 검인 곡을 지금 무대 위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에 여주는 크시코스의 우편마차라는 곡을 선보였는데, 

대휘의 곡과는 대조되게 밝은 곡이었다.  

 

 

서로 맞대고 피아노를 치는 상황에서 대휘는 알 수 없는 기분을 받았다. 

 

 

무대 뒤로 내려와 대휘가 말했다. 

 

 

"....저..아까는.." 

 

"아 괜찮아요....하하" 

 

"피아노 진짜 잘치시던데요. 한번도 안틀리고.." 

 

"고마워요... 그쪽 되게 멋있는거 아시죠." 

 

대휘의 이상형에 여주가 들어왔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쪽도 멋있어요!!" 

 

 

 

여주가 손을 흔들며 나간 자리엔, 피치향만이 남아있었다. 

간질거리는 마음을 참고 여주가 연주하던 크시코스의 우편마차의 일부분을 쳤다. 통통 튀는 음색이 기분 좋았다. 

 

 

처음엔 분명 열등감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사랑이 되어버렸다.  

 

 

 

2018년, 연말. 

 

 

다시 열린 콩쿨에서 대휘는 여주가 연주했던 크시코스의 우편마차를 쳤다. 치는 도중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그녀 생각에 웃음이 나와서 표정관리를 하느라 꽤나 애먹었지만 말이다. 

 

 

"대휘씨." 

 

"이번 곡에선 진심이 느껴지네요. 통통 튀어요."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뒤로하고 자리에 앉으니,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주가 대휘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내가 더요." 

 

 

대회가 무르익을 쯤 심사위원들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왔다. 

 

 

"대상. " 

 

"이대휘." 

 

 

모든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걸어나갔다. 

 

트로피를 거머쥐는 순간, 웃고있는 여주가 보였다. 

 

 

 

 

"소감 말해주세요." 

 

"아..일단 여기 서게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어딘가 와 있을. 아직 마음을 전하지 못한 사람이 하나 있는데요. 오늘 꼭 그 사람에게 고백하고 싶어요." 

 

"사랑한다고." 

 

 

 

 

콩쿨이 끝나고 의상도 갈아입지 않은채 멍하니 텅빈 홀을 바라보며 여주를 기다렸다.  

 

 

"많이 기다렸죠." 

 

"아니에요." 

 

 

대휘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여주씨." 

 

"긴 말은 생략할게요." 

 

"나랑, 사귀어줄래요." 

 

대휘는 여주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크시코스의 우편마차가 이어준 

 

첫 번째 반지. 

 

 

 

루나잇의 말

하핳..이게..참..새벽감성은 무서워요.. 열심히 썼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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