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찬X진영] 강제 커플석
"…뭐?? 못 온다고??"
[ 몰라 엄마 몰래 옷 산거 들켰어! 아 진짜 망했어! ]
"그럼 나는 어떡하라고! 이미 나와있는데!"
[ 아…진짜 미안. 내가 다음에 밥 살게. 지금 진짜 급하니까 일단 끊어 형! 미안! ]
툭, 끊어진 수화기 너머에서 엄마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을 선우가 생각나 차마 욕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럴거면 좀 빨리 말해주지.
날씨 한 번 더럽게 좋다. 진영이 인상을 찌푸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도 더럽게 맑네. 갑자기 취소된 약속에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나온 것이 아까워 죽을 지경이었다. 내가 차선우를 믿는게 아니었지. 벤치에 앉아 발끝으로 애꿎은 돌멩이만 툭, 툭 걷어차고 있던 진영의 머릿속에 얼마 전 동우와 정환이 끌어안고 울면서 보고 왔다는 영화가 문득 떠올랐다. 나도 보고 싶은데 영화……. 영화관에 가면 무슨 영화를 볼지 몇 십분동안 신중하게 고민하는 성격이라 마침 영화까지 정해졌으니 딱 좋다고 생각하며 진영이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갑자기 누구 불러내면 좀 그렇겠지. 아, 23년동안 갑자기 불러내도 좋을 친구 하나 못 만들고 뭐했냐 정진영!!
…근데 오늘 사람 많으려나??
*~*~*
"7번방의 선물이요. 한 명."
"한 명? 혼자 오셨어요?"
"…네……."
그러니까 혼자 오셨냐고 물어보지 마요……. 영화보는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혼자서도 잘도 보러다닌다던데,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가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다들 무리를 지어 곧 보게 될 영화에 대해 떠들고 있는데 진영 한 명만 고립된 기분이었다. 오늘이 쉬는 날이어서 그런지 사람은 정말 많았다.
"…죄송한데 다음 상영시간에는 남은 좌석이 커플석밖에 없어서…괜찮으세요?"
"…아, 그런가요?"
표를 예매해주는 직원마저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다. 휴일에 커플석에 혼자 앉아 영화를 보는 남자라니, 최악이다. 새삼 스스로가 참 비참하다고 느끼며 진영이 오늘은 날이 아니다, 중얼거리며 뒤돌아섰다. 그 때 제 팔을 붙잡는 낯선 손길에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진영의 앞에 왠 잘생긴 남자 한 명이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지?
"혼자 오셨으면 같이 봐요."
"…네?"
"저도 혼자 와서."
아…그러세요……. 처음 보는 남자와 커플석에 앉아서 이런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니 영 내키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대로 돌아가거나 애매한 영화나 보고 가기도 별로이긴 매한가지일것 같아 남자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그래요 그럼. 진영의 대답에 남자가 작게 웃으며 지갑을 꺼냈다. 제, 제가 반 낼게요. 아무리 그래도 초면에 덥썩 표를 받아내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진영이 외쳤다.
"당연한 거 아니에요?"
"…아, 그, 그렇죠."
"뒤에 가서 앉아계세요. 표는 제가 예매해 갈테니까 돈 주고 싶으시면 나중에 주세요."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속으로는 투덜투덜대면서도 성격이 소심해 대놓고 말하지도 못하고 진영이 알았다며 뒤에 있는 의자에 혼자 앉았다. 나야 그렇다 치고 저 사람은 생긴것도 멀쩡한데 왜 이런 날 혼자 영화를 보러 오지? 여자한테 차였나?
멍하니 앉아 남자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오늘 아침에 밥을 먹고 오지 않은것이 생각나 출출해진 진영이 팝콘과 콜라를 사기 위해 일어났다. 그런데 저 남자도 먹을까? 그럼 팝콘을 두 개 사야 하나? 콜라는? 에이 알게 뭐야. 표만 같이 산거지 영화를 같이 보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뭔가 마음에 걸려 팝콘과 콜라를 큰 사이즈로 사서 품에 가득 안고 돌아가니 그 사이에 의자에 앉아 진영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옆모습도 잘생겼다. 진짜 뭐하러 왔지. 그냥 주변 친구들한테 전화만 해도 여자 소개시켜주겠다고 여럿 달려들겠구만.
"왔어요?"
"아, 팝콘이랑 콜라 좀 사오느라……."
"그만큼 먹으면 엄청 배부르실텐데."
"바, 밥을 안 먹어서요. 다 못 먹으면 같이 드시면 되, 되잖아요."
아 나 왜 이렇게 말을 못해! 평소에 정환이 자신에게 말을 못한다고 놀릴 때 빨리 고칠걸, 생각하며 후회하는 진영이었다. 이제 입장해도 될 것 같은데. 남자가 손목에 찬 시계를 힐끗 보고 말했다. 네, 들어가요. 진영이 팝콘과 콜라를 품에 가득 안고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살짝 웃은 남자가 표를 두장 내밀었다.
자리에 나란히 앉아 불이 꺼지는 순간까지도 남자와 진영 사이에는 아무 말이 없었다. 진짜 어색하다……. 영화에 집중이나 할 수 있을까?
*~*~*
"…흑…끅끅."
아 진짜 슬퍼…….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고 있던 진영이 그만 어깨까지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세일러문 가방이 잘못했네……. 평소에도 슬픈 영화나 책을 보면 잘 우는 성격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터질줄은 몰랐다. 흑, 끅, 으헝, 이상한 울음소리를 흘리던 진영이 눈물을 대충 훔쳐내고 옆에서 남자가 건네주는 콜라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 …헐!!
맞다! 내 옆에 저 남자 있었지!! 아 진짜 쪽팔려……. 아니야, 같이 울고 있으면 괜찮을거야. 남자도 혹시 울고 있지 않을까 싶어 잠깐 훔쳐보자고 생각한 진영이 힐끗, 눈을 돌리는 순간 이쪽을 보고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헉!!!!!! 아니 왜 민망하게 사람 우는 걸 지켜보고 난리야? 그것도 눈물 한 방울 없이 마른 눈으로……. 혹시나 싶은 마음이었지만 역시나 남자는 울지도 않고 영화를 잘 보고 있었다. 간간히 진영이 어색하게 내민 팝콘을 집어먹을 뿐이었다. 나만 우는거야? 나만 소녀감성이야? 잠시 후 다시 옆을 힐끔 보니 이번엔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어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차선우 앞에서 울어도 쪽팔릴 판에 생판 모르는 사람 앞에서!!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혼자 영화를 볼 걸 그랬다고 생각하며 진영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영화에 집중해야지.
출연진들과 제작진 이름이 띄워지고 불이 켜졌다. 진영은 여전히 영화의 여운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던 모양인지, 아니면 남자 앞에서 엉엉 울었던 것이 창피했던 모양인지 앞 의자를 짚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심지어 중간에 너무 서럽게 울어 남자가 진영의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했다. 근데 그런거 있지 않은가. 울고 있을 때 누군가 옆에서 달래주면 더 눈물이 나오는 그런 느낌 말이다. 결국 진영은 남자의 다정한 손길에 또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마시려고 사온 콜라는 반도 넘게 남아있었다.
"안갈꺼에요?"
"…먼저 가세요……. 영화 끝, 끅, 났잖아요."
"…돈 안 주실거에요?"
어휴 네 돈 드려야죠 네! 진영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픽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들고 주머니를 뒤졌다. 얼마 드리면, 흑, 돼요? 진영이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울었다. 아무런 대답이 없음에 의아해진 진영이 고개를 들자 남자가 그제서야 씨익 웃으며 장난이에요. 대답했다. 아, 진짜 부끄럽다. 지금쯤 눈이 팅팅 부어있겠지?
"아니에요……. 돈은 드려야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배 안 고파요?"
…그러고 보니 손에 들고 있던 팝콘도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먹었던 것과 남자가 조금 집어먹은 양을 제외하고는 영화를 보느라 먹지 않아 많이 남았다. 게다가 그렇게 울어댔으니 배가 안 고프다면 거짓말이었다. 고프네요. 진영이 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럼 밥 먹으러 가요. 밥 그쪽이 사면 되잖아요."
"…그냥 돈 받고 가세요. 오늘 같이 영화 봐줘서 고, 고마워요."
진영이 주머니에서 대충 만원을 꺼내 남자의 손에 쥐어주려 했지만 등 뒤로 손을 숨겨버린 탓에 그럴수도 없었다. 결국 남자와 함께 나란히 영화관을 나오게 된 진영이 코를 훌쩍거리며 물었다. 왜 혼자 오셨어요?
"그냥 영화보고 싶어서요."
"아……."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많이 울어요? 누가 보면 그쪽이 영화 주인공인줄 알겠어요."
네 네 미안하네요……. 역시나 속으로만 비아냥거리며 진영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선선한 바람이 부은 눈가를 스치는 것이 꽤 시원했다.
"기분 나빠하지 마요. 감수성이 풍부하신 것 같다는 의미였으니까."
"……."
"그리고 아까 그 자리는 제가 원래 예약구매 했던 자리거든요."
아 진짜요? 네, 그런데 같이 보기로 한 여자친구랑 오늘 아침에 헤어져서……. …헐. 아까 혹시하고 생각했던게 진짜였구나. 진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튼 오늘 같이 영화 봐줘서 고맙다는 말은 제가 하고 싶었는데."
"네? 아, 아니요. 덕분에 잘…."
"잘 보신거 같았어요."
남자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 진짜 웃으면서 사람 속 뒤집어놓네. 진영이 밋밋한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뭐, 밥은 그럼 제가 살게요. 진짜로. 진영의 말에 남자가 소년같은 목소리로 웃었다. 아뇨. 밥 그냥 제가 살게요. 여자친구한테서 못 볼 좋은 구경 한 거 같네요.
"아니에요. 밥 제가 살테니까 그만 놀리세요……."
"근데 혼자 왔으면 어떻게 뒷수습하려고 그렇게 울었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사실 제가 원래 좀 잘…."
잘? 남자가 끊긴 진영의 말에 되물었지만 차마 잘 울어요! ㅇ_< 할수도 없는 노릇이라 진영이 말끝을 흐렸다. 뭐 그렇다구요.
"다음에 혼자 영화 보고 싶을 때 연락해요."
"…네?"
"…음, 근데 이름을 모르네. 이름이 뭐에요?"
…정진영이요. 진영의 대답에 몇 번 입속으로 그 이름을 중얼거리던 남자가 말했다. 전 공찬식인데. 저보다 나이 많으신가? 저 스물 하나에요. …헐. 게다가 나보다 어렸어! 저보다 어린 사람 앞에서 그렇게 울어댄 것을 생각하니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진영이 작은 목소리로 제가 두살 많아요. 대답했다.
"진영이 형."
"…아, 형이네요 형……."
"그럼 오늘은 진영이 형이 밥 사요. 다음에 만나면 내가 사면 되지. 그때도 이런 모습 많이 보여줘요."
알 수 없는 말만 툭, 내뱉고 먼저 앞서가버리는 뒷모습을 진영이 멍하니 보고만 있자 찬식이 소리쳤다. 안 올거에요? 어, 어 갈게요……. 진영이 급하게 발걸음을 빨리했다. 대체 나한테 왜 저러는거지? 진영에게 등을 보인 찬식의 얼굴이 미소를 띄고 있었다. 이미 봄이 온 듯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 코끝에 기분 좋은 새싹내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같이 가요! 다급하게 찬식을 부르는 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갑자기 공영이 써보고 싶었어요... |
사실 전에 임시저장함에 조금씩 저장하면서 써뒀던 글이 점검 이후로 싹 날라갔더라구요... 그걸 보고 멘붕이 와서.... 또 얼마 전에 칠번방을 보고 와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익숙하지 않아여?? ㅇ_< 제가 예전에 썼던 단편중에 어쨌든 메리크리스마스! 라고 공영픽이 또 있는데 그거랑 내용이 반대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이런 스토리 써보고 싶었어요...뎨둉! >◇< 결론은 관심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하다구여......................단편이니까 가볍게 읽으시면 ㄷ..돼여..
지뇽 예뻐요~~~ 찬이 예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