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선을 그어주던가
w. 랑데부
1.
"알바 때문에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잘 살고 있거든요?"
- 잘 살고 있긴, 오늘 새 홈메 들어온다며? 말도 못 붙이고 인류애 상실 되겠네
"어쩔수 없다고 그건 좀"
선배 처음 만난 썰부터 풀어보자면 우선 그 열대야의 밤이 처음이었어. 갓 서울 상경해 이제야 삼개월정도 흘렀을쯤, 알바 때문에 새 홈메이트 환영 인사도 생략하고 귀갓길에 고향에서 우정 절절 끓는 친구와 연락을 하고 있었어. 세상에서 네가 가장 둔할 거라며 귓가에 벌레가 스치고 날아가도 모르는 사람의 촉이 자꾸 등을 알음알음 불안감으로 꾹꾹 누르는 거야. 원래 늦은 밤에 다니는 골목길이 그런 감을 주긴 하는데 뒤에서 저벅저벅 거리는 발걸음이 자꾸 겁을 먹게 해서 폰에 땀 차는데 부들부들 쥐고 통화를 하고 있었어.
"여보세요? 야, "
꼭 이런 장면에 폰 배터리를 방전 되곤 하더라, 그 예상 가능한 씬이 나한테도 적용될 줄은 몰랐던거야. 십분은 더 걸어야 할 거리를 내심 티내지 않게 조급한 걸음으로 오분 정도 단축해 걷고, 그리고 대문 보이자마자 뭔가 안도감 들고 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그런지 정말 다리에 힘이 쭉 빠져서 풀썩 주져 앉았지.
근데 너무 아무렇지 않게 옆에 인영이 초인종을 누르는 거야.
"네, 전데요"
그때가 첫만남이었어. 그리고 아, 저 때문에.. 빨리 가신 거에요? 하고 앞에 같이 쭈구려 앉아 물어봐 주는데 엉엉 울었잖아,, 우선 나쁜 사람은 아닌데 막 머리 속에 오해해서 막 미안하고, 그리고 드는 안도감이 홍수처럼 터져서, 그 처음보는 남자는 막 어쩔줄 몰라서 소매자락 끌어와서 눈물 닦아주고 죄송해요, 아 우짜지..하는데, 잘생겼더라. 진짜 내 이십년 인생 그렇게 잘생긴 사람 처음 봐서 호구 같이 끅, ..엉엉엉 딸꾹질하면서 울었어. 그리고 결국 부축 받아서 들어감. 그게 선배하고 내 첫 만남이였어.
2.
남자 기피증까지는 아닌데 여중, 여고 나오면서 그랬을까 자연스럽게 나는 남자애들이 불편했어. 더 일이 있긴했는데, 여튼. 티는 안내려고 했는데 괜히 둘이 있으면 불편하고, 먼저 말걸기가 좀 무섭고 그런 거였는데, 어 그런 거였어. 그나마 같이 다니는 게 자퇴하고 대학 들어온 윤도운이었는데 족보 꼬이기 싫다고 꼬박꼬박 누나라 부르는 그 애랑 같이 다녔어, 내가 그리 말이 많은 편이 아닌데 대신 말도 좀 많이 해주고 요령 없이 끌려가는 술자리에서 많이 빼와줘서 그렇게 친해진 사이였지.
그리고 뭣도 모르고 스물에 첫 연애 중이었어, 그 사람이 진짜 좋아서였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냥 나 좋다니까 느끼는 호감으로 이어오는 연애가 좀 버겁더라. 삼개월정도 지나니까 자꾸 요구하는 스킨십이 나는 너무 싫었거든, 그냥 손잡는 것도 식은땀 흐르고 결국 또 그 일 때문에 싸우고 이렇게 헤어지나 싶었어. 연애 한 번도 안해봐서 내가 잘못한거 같고, 하필 저녁식사에 다툼 때문에 속 얹혀서 갑갑하고 결국 그래서 밖에 나와 잔디에 푹 앉아 있었어. 할 것도 없고, 그냥 혼자 손만 꼼질꼼질 되고 있던 차였는데,
"아, 미안"
찰칵거리는 쇳소리에 생각 없이 고개 들어올리니까 건너편에 흰 담배 물고 그 사람 서 있더라고. 아, 내가 있어서. 급하게 라이터 주머니에 넣고 물었던 담배 도로 집어넣길래 아 괜찮은데..라고 말해야하는데 그냥 입이 안 떨어지더라. 그래서 고개 세차게 저으면서 손 절레절레 했는데 "아이다, 괜찮다"하고 집어넣더라. 방금 민폐였던 거 같은데, 사실 그때까지 뭐하는 사람이지 했어. 한 마디도 안 해봤어서, 어색한데 속은 갑갑하니 방에 들어가긴 싫고 결국 그 분위기로 앉아있었어. 근데 좀 인기척 들리더니 내 앞쪽에 같이 쭈구려 앉더라. 나는 꼴좋게 뒤로 자빠졌지, 엄마야 거기서 엄마도 찾고. 그러려고 그런게 아닌데, 되는 일 하나 없고 쳐다보기도 민망하고 딱 죽고 싶었다.
"이래 하고 말할게, 됐나"
"...아니, 그게"
"좀 덜 무섭제"
네, 사실 좀 많이. 아니 뭐라는 거야, 결국 그 사람이 제 큰 손으로 얼굴 가리고 눈만 빼곰하고 말하더라. 그게 자기도 웃긴지 픽픽 웃는데, 좀 낫더라. 솔직히 저 질문에 네, 라고 답해야하는데 입은 안떨어지고 그래서 결국 또 고개만 끄덕였어.
"내가 이런 거 막 간지러버 해가꼬,"
"친해지고 싶은데"
몇번 부딪혔을때도 그렇고 계속 이런 어색한 분위기에 그 사람이 먼저 말 꺼냈거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건 또 예의가 아니고 네..하고 모기 날아가는 소리만한 목소리로 답하니까 맞나, 하고 웃는데 나 또 이십년 인생 그렇게 예쁘게 웃는 사람 처음 봐서 벙쪘잖아. 그렇게 웃고 헛기침하는데, 진짜 진짜 잘생겼더라.
"입에 벌레 들어간다"
그때야 헤 하고 벌렸던 입 퍽 막았잖아, 얼마나 호구로 볼까 진심으로. 그러니 아예 얼굴 무릎에 묻고 끅끅 웃더라. 내가 생각해도 웃겼을 거 같아 내 얼굴. 그리고 그냥 짧게 짧게 대화하는데 그러더라 나 학교에서 본 적 있다고.
"네?"
"너 윤도운이 친구제?"
같은 동아리더라고, 공연할 때 가끔 따라가 듣곤 했는데 자기 못 봤냐고 묻는데 진짜 한번도 못봤어서 미안하더라. 목소리가 비슷해서 아 보컬..이러니까 맞다고 얼굴 활짝 펴서 고개 방방거리면서 끄덕끄덕 하더라고.
"체교과, 올해 복학했다."
심지어 같은 학교더라. 앞으로 자주 보겠네- 하는데 자주 보면 진심 불편할 거 같았어. 그래서 그냥 고개 또 끄덕끄덕하는데 마침 남자친구한테 연락와서 폰 두드리고 일어섰는데 밤바람 훅 끼쳐오는데 열대야 대신 좀 희미하게 찬 기운 스쳐서 시원하더라. 그게 그 날씨였는지, 조금 어색함 풀어준 그 선배 덕인지 잘 모르겠는데 조금 시원한 바람이었어.
3.
"너 여서 알바하나"
"아, 네"
"몇시까지? 지금 열두시 다 됐는데"
"다음 파트 분이 한 시간만 더 해달라고 해서, 좀 더 해야할 거 같아요"
"알았다"
그냥 그러고 나가길래, 그런갑다 하고 지루한 한 시간 주구장창 여직도 제대로 풀리지 않은 뭣 같은 연애의 연락만 주고 받았어. 그러다 파트 타임 넘기고 졸려서 반쯤 눈 감고 퇴근하는데 고개 수그리고 있어서 앞에 있던 사람을 못본 거야, 그와중에 굽 좀 있는 샌들 때문에 퍽 하고 넘어졌는데 선배더라고.
"니 괘안나? 아, 미안. 봐봐"
너무 늦어서 기다렸다고. 편의점 안에 있음 또 어색해 할 까봐 누가봐도 밖에서 기다린 건데, 이 더위에 괜히 미안해서 안에 계셔도 되는데..했는데 얼굴이 전혀 아니었나봐 아이다 하고 머리 헝클여주더라. 그러고 같이 걸었어, 덕분에 집에 어떻게 뛰어가나 머리로 복잡하게 계산하다 복잡한 일 덜어줘서 고맙기도 하고 밥 한번 사겠다고 하려 했는데 타이밍 놓쳐서 결국 그냥 놓쳤지. 그 날은 그렇게.
*
"너 미쳤어?"
"진짜 미친 건 너야, 삼개월 동안 포옹 한 번 못하게 하는데 남 생각은 안하냐. 아니 남자친구 생각은 안하냐고"
"내가 말했잖아. 나는 우리 엄마아빠가 지독히도 못돼먹게 헤어져서 그런 거 싫다고, 스킨십 애초에 싫다고 못 받아주겠음 그냥 시작도 말자고 난 분명 너한테 말했어"
방학 앞두고 우리 연애는 곪아 터졌어. 한참을 싸우다 도저히 끝이 안날 거 같은데 강제로 손목 잡아 끌어당기니까 무서워서 뺨 때렸어, 진짜 무서웠거든. 손 벌벌 떨며 말했는데 그 애는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되려 소리 지르더라. 아 결국엔 연애가 이렇게 끝날 껄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당장 눈앞에 닥치니까 무섭기도 한데 또 내가 정상은 아닌 거 같고, 그 앨 좋아했는데 그냥 아팠어.
"헤어지자, 더이상 끌어서 좋을 거 없을 거 같다"
"누구 좋으라고 헤어져? 그렇게 기다린 나는 호구 밖에 더 돼?"
"대체 뭘 기다리고 바랬는데. 네가 그토록 원하는 스킨십, 저기 저 모텔로 끌려가 주는 거? 그럴 일 죽어도 없어. 가"
그땐 나도 미쳐서 소리 빽빽 질러 뭐라고 했어, 이런 지랄 맞은 결말 빨리 치우고 싶었고. 독한 년, 못된 년 앞에서 욕 던지는 거 맞고 있으니 비참하더라. 진짜 나는 무슨 생각으로 연앨 시작한 건지, 그래도 좋았던 삼개월이 삼십분도 안돼서 끝나더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울음만 나오더라고, 나도 잘한 거 없는데 한 시간 정도 지나니까 슬슬 실감이 나고 결국 입안까지 차는 울음 참았다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엉엉 울었어. 나는 그렇게 시작한 연애에 뭘 원했던걸까, 뭘 원하고 시작한 거긴 한건지.
"...니 우나"
한참 울어재껴 목이 까끌해져서 울음도 안 나올쯤에 툭툭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리는 거야, 그래서 엄청 놀래서 뒤돌아보니까 선배 목소리더라.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도 같이 사는 쉐어하우스에서 앞뒤 사정 없이 엄청 울었으니까 아 미친 진짜 돌겠더라고, 다시 한 번 문 툭툭 두드려서 대답은 해야겠는데 목이 잘 안나와서 셔츠로 눈 박박 닦고 문 열었어.
"...괘안나"
눈 퉁퉁 부어서 대충 네 하는데 말이 없길래 올려다 보니까 나보다 심각한 얼굴로 내려다 보고 있는데 괜히 눈물 나더라. 들어가세요 하고 눈 비비는데, 문 잡고 안 놔주더라고 그래서 다시 올려다보니까 자라 하고 그때 문 닫아주더라.
4.
"너 진짜 미쳤어? 여기까지 니가 왜 찾아와"
"난 너랑 헤어지기 싫다고, 시발 줄듯 말듯 사람 피 처 말리게 해놓고 내빼는 꼴 빡쳐서라도 못 헤어져"
"내가 물건이야? 너한테, 우선 다른데 가서 이야기해."
"왜 니가 나한테 그런게 쪽팔리냐? 어? 쪽팔리냐고!"
이별은 깔끔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나는 아주 간과하고 있었던거야. 술에 쩔어 집 앞까지 찾아와 난동을 피우는 애를 보니 익숙한 인영이 겹쳐보이더라, 아빠 그 사람. 엄연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간을 나누어 쓰는 하우스 앞에서 고성방가하며 언쟁을 할 수 없어 억지로 그 애를 붙들고 끌었지만 그 앤 오히려 골목이 떠나가라 지랄에 지랄을 하는거야, 그리 많은 정도 아니었는데 오만정 다 떨어지더라고.
"넌 그냥 내 몸에 집착하는 거야, 끝까지"
"집착? 이 미친,"
정말 한 대 칠 기세로 손을 퍽 들어올려 겁이 났어, 눈을 질끈 감았는데 그 아픈 마찰 대신 그 미운 팔을 누가 잡고 있더라.
"미칬나, 보다보다 경찰 불러 줄까?"
"당신 뭔데, 놓고 꺼져 시발!"
"말로 안통하면 똑같이 하고, 그냥 쉽게 경찰서 가서 얘기하지? 할짓이 그래 없나 어디 여자를 때리려"
선배였어, 근처에 있었던 건지 하도 질러댄 소리에 나온건지 딱딱하게 받아치는 목소리가 선배도 화가 많이 나보였어. 딱딱 받아치다 더 깽판 부리려하니 아예 잡은 팔 비틀더라고.
"또 오면 그때는 경찰서가서 이야기하자, 새끼가 진짜"
그 앤 끝까지 밑바닥을 기어코 보여주고 갔어. 신고할거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그 애가 그렇고 그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가버리니 선배한테 괜히 미안하고 쪽팔리더라. 정말 마른 세수 몇 번하고 긴장 풀려서 벽 짚으려 하는데 선배가 어깨 잡아줘서 안 쓰러졌어.
"..아"
그리고 빠르게 손 떼어주더라고. 어디까지 들은 건지, 얼굴 마주하기가 어려워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빨리 방으로 들어왔어. 근데 이제야 좀 속이 내려가는 거 있지, 그 애가 그 밑바닥까지 보여줘서 그래서 확실히 정리가 되더라고. 그 날은 선배도 암말 없이 지나가게 도와줬고.
*
"ㅇㅇㅇ, 우짜노 나 오늘 니랑 학식 못 먹는데. 미안하다, 대신 성진이형이랑 물래? 전화 해주까?"
"아니아니, 절대 하지마. 혼자 먹을게, 너 하면 죽어"
아 미안하다, 진짜. 약속있는 거 깜빡했다고 계속 미안하다 사과하는 윤도운한테 절대 절대 성진선배한테 연락하지 말라고 으름장 놓고 먼저 강의실에서 나왔어. 혼밥이야 못할 이윤 없는데 좀 헛헛하기야 해도. 매번 선배랑 안좋은 일로 엮이니 괜시리 미안하고 불편해서 그 날 이후론 계속 피했어. 종강파티 있는 날이라 집까지 들렸다 다시 나오기도 뭐하고 그래서 결국 교내 식당으로 들어갔어. 한참 점심피크라 그런지 사람 빽빽해서 자리도 안나고, 혼자 먹는 게 편할 거 같더라.
"내 여기 앉아도 돼나"
"...에?"
자리에 앉자마자 너무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 퍽 올려다보니 과잠 입고 있는 선배가 눈 앞에 있더라. 아 네,, 앉아도 되지만 밥은 안 넘어가겠네. 윤도운이 연락한 건지, 너 내가 연락하지 말랬지 라고 바로 연락 치고 수저 드는데 정적이 너무 싫더라고. 밥알이 코로 넘어가는지 목으로 넘어가는지 흘깃흘깃 선배 쳐다보다 눈이 딱 마주친 거야. 미쳤다, 나 뭐한거지 싶었는데 선배가 웃더라.
"와, 체할 거 같나. 물 가져다 줄까"
"아뇨, 끅, 그게 아니고.."
"왜 꼭 몰래몰래 쳐다보는데"
"..그것도 아닌데"
"그것도 아이고?"
선배랑 이만큼 대화해본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오랜 시간 가까히 있는 것도 처음이라 계속 딸꾹질 나는데 선배는 뭐가 재밌는지 계속 말꼬리를 잡더라. 아 오늘 밥 먹긴 글러먹은 거 같아. 그리고 내가 원래 밥 정말 정말 늦게 먹는데 다 먹고 앞에서 기다려주는 거야, 그래서 어쩌다보니 신세 진 게 많아서 눈 진짜 꾹 감고 말했다.
"....커피 드실래요? 제가 살게요"
라고 했는데 대답 대신 계속 웃는 소리만 들려서 뭐지 하고 눈 한 쪽만 뜨니까 뭐가 웃긴 건지 입 막고 고개 수그린 채 웃고 있는거야.
"니 어디 보고 얘기하노, 나랑 계속 이래 마주 앉아 있는 거 괘안나"
평소에 나를 좀 아니까, 그 눈 꾹 감고 거의 랩 뱉듯이 말한 게 웃겼나봐. 근데 내가 생각해봐도 웃겼을 거 같아,,
결국에는 같이 식당 나왔어, 같이 커피숍가서 좀 이야기 나누니까 그제야 좀 편해지더라고.
"니 그래 웃는 거 처음 보네"
근데 불쑥 말했어, 저렇게 말이야. 그래서 당황해서 에? 이러니까
"예쁘다고"
손이 떨렸던 거 같아. 그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다른 의미로.
5.
"근처에서 우리 동아리 회식한다는데 니 갈래?"
종강파티는 진짜 지루했어, 솔직히 왜 앉아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 애랑 하필 같은 과 CC였으니 술맛도 안나고 지루한 두어시간 버티고 있으니 윤도운이 옷 붙잡더라고. 진심으로 여기만 아니면 어디든 오케이였어서, 대충대충 둘러대고 윤도운 따라 갔는데 내가 그 생각을 못한 거야.
"ㅇㅇ가도 같이 왔네?, 앉아라"
선배 있다는 걸 깜빡한거지. 아 물론 전보단 편해져서 다행이었어, 어색함도 조금씩 풀려가고 있었고 무엇보다 자리가 즐거워서 나도 조금씩 술 받아마시고 그랬어. 근데 선배는 술 진짜 세더라, 동아리장이라 그렇기도 하고 후배들 몰아가기에 다 맞춰서 술 마셨는데 하나도 안 취하더라고. 나도 그렇고 윤도운도 그렇고 내 이별을 안주 삼아 한참 까며 술잔 부으니 사물이 두 개로 보이더라,,
근데 윤도운도 마찬가지였는지 입으론 안 취했다는데 딱 하는 짓이 컵에 있는 물 엎지르고 응 딱 취한거지. 그래도 둘이서 막 마시다 자리 파할 쯤 일어나니 머리가 깨질거 같은 거야, 내 주량 이상으로 오랜만에 들이 부은 거라 속도 메스껍고. 근데 윤도운은 이미 기어가는 건지 걸어가는 건지 앞에 가고 있고, 엄마 하고 자꾸 꼬이는 스텝으로 걷다 내 발에 걸려 완전 모양 빠지게 넘어졌어. 나 진짜 스물 먹고 뭐하는 건지 하..
"ㅇㅇ야"
"많이 취했는갑네, 아이고 무릎 봐라"
"저 안취했어요오.."
그때 선배가 손 잡아 일으켜줬어. 알았다 알았다 하는 답 듣고 그 담엔 솔직히 기억이 안나,,
그리고 다시 눈 떴을 땐 벤치 위에 앉아 있었어. 무릎엔 전에 봤던 선배 과잠 덮고 있고, 여기가 어디지 하고 개슴츠레한 눈으로 휙휙 상황 보고 있었는데 선배가 뛰어와 앞에 한쪽 무릎 꿇어 앉아서 내 무릎 쥐더라. 그와중에 방어기제인건지 내가 놀래서 파드득 떠니까 선배가 안 그래도 큰 눈 더 커져서 어버버 하더라고.
"맞다, 아 미안하다. 너 여기 마이 까져가지고"
"..으에?"
"무릎 좀만 들어봐라"
그제야 보니까 아까 넘어졌을때 무릎 완전 까져 핏방울 고여있더라고, 선배는 새끼손가락에 연고 짜서 상처 위에 살살 발라주고 내가 취해서 그랬던건지 엄청 아프다고 으헝헝 거렸던 거 같아. 진짜 나 왜 그랬니,
"..마이 아프나?"
"네, 흐엉엉 아퍼요 으엉"
"밴드, 밴드만 붙이자"
선배 인내심 테스트 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이 기억이 다 되살아 났을때 엎드려 머리 박고 싶었다 정말로.
나중에 다시 눈 떠서 무릎 보니까 반듯하게 데일밴드 두어개 붙어져 있더라. 나 선배 얼굴 무슨 낯짝으로 보니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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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채우기로 시작한 썰,,
썰체를 처음 써봐서 어색하고 이상해보이지만, 더 노력하겠습니다.
이해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