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이스트가 누군데요 w. 포뉴 오늘도 결국엔 첫끼의 시작은 오후2시다. 늦잠 자서? 귀찮아서? 아니. 나는 단언컨대 이 나이 또래의 평균보다는 훨신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동기들이 술 퍼마시겠다, 소개팅을 나가겠다, 별별 것들로 이리저리 놀러다니느라 바쁠 시기에 집 안에 콕 틀어박혀 책이나 읽는 재미없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왜 이제서야 밥을 먹으러 어기적 어기적 집을 기어나왔냐하면, 시발. 좆같은 과제가 두번이나 날라가서. 에어컨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작은 단칸 자취방에서 몇 시간을 열심히 모터를 돌리니 컴퓨터 이 새끼도 맛이 갔나보다. 일주일 치 쌍욕을 몰아 내뱉으면서, 배가 더 이상 못참겠다고 항의하는 듯한 꼬르륵 소리에 그제서야 시간을 인지하고 편의점으로 향한 것이다. 20대 자취생의 삶은 고달프다. 웽웽 소음을 내며 돌아가는 미니 냉장고가 있어도 그 작은 공간마저 채우지 못하고 편의점으로 향해 모든 냉동음식을 섬렵해 나가는 것이 일상이다. 신제품이랍시고 나온 망고케이크가 가판대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딱 봐도 먹으면 5분 내로 체할 것 같은 싸구려 티가 팍팍 난다. 저런 거 개발할 시간에 차라리 밥 종류나 더 늘릴 고민을 하란 말이야. 매번 이런 식이다보니 호기심에 시도해보지 않은 편의점 음식이 없다지만 먹는 종류는 똑같다. 라면에 볶음 김치. 라면의 종류는 딱히 상관없다만, 오늘의 초이스는 불닭. 우스꽝스럽게 생긴 닭이 펄쩍 뛰고 있는 모습이 담긴 컵라면을 집어들고 볶음 김치를 겟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아싸, 딱 하나 남았군. 마지막 남은 제품을 가져갈 때의 짜릿함이란. 볶음 김치야 외로웠지. 언니가 데려가서 맛있게 먹어줄... "아" 김치를 향해 뻗은 손이 다른 쪽에서 뻗어오던 손과 부딪혔다.
"....." 손의 주인이 누군고 하니 왠 마스크를 낀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어색함과 당혹감의 시간. 나참. 꼴을 보아하니 이 사람도 여기 주변에서 자취하는 사람같은데, 무슨 집 앞 편의점 나오면서 마스크야 마스크는. 안됐지만 볶음 김치는 내가 가져가야 한다고. "저기, 죄송하지만 이거 제가 먼저 집었거든요" "아닐걸요. 제가 먼저 집으려는데 그쪽에서 제 손을 치셨어요" "하-" 이 새끼 뭔가 뺀질하게 생겼다 싶었더만, 성격 역시 똑같구만. "제가 사실은 볶음 김치 없으면 라면을 못먹어요. 이거 제 첫끼란 말이에요" "그건 제가 알 바 아니구요. 저도 볶음 김치 없으면 아무것도 못 먹어요"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는 남자를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니 남자 역시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고 똑같은 눈초리로 나를 쏘아본다. 어쭈, 해보자는거지. "볶음 김치 말고 다른 김치도 많은데 그거 시도해보는 건 어때요?" "그쪽이나 시도해보세요" "안 바쁘세요? 이렇게 실랑이 할 시간에 그냥 다른거 집어서 가는 게..." "안 바빠요" 그리고 다시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는 시간. 어쩔 수 없다. 미안하지만,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거든. "언니 이거 불닭이랑 김치 값이요! 거스름돈은 그냥 두세요! "야!!" 잽싸게 볶음 김치를 낚아챈 후 대충 지폐를 계산대에 던지고 편의점을 뛰쳐 나왔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남자의 외침이 들렸지만 돌아보지도 않고 달렸다. 흥, 이래뵈도 나 학생시절 계주 좀 뛰던 사람이었거든. 이겼다는 뿌듯함과 고소함에 킥킥 웃으며 코너를 도는데 어깨가 턱 잡혔다. "야, 장난하냐?" "아..하..하하.." 시발 존나 빠르네. 어색하게 웃으며 뒤를 돌아보니 눈을 이글거리며 씩씩대는 남자가 내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거 참, 볶음 김치에 대한 열정이 이렇게 강할 줄은 나도 몰랐지.... "아 왜 이렇게 많이 가져가요. 처음부터 반반 똑같이 나눴어야 했어" "이 정도 갖고는 맛도 제대로 안나거든. 예민하긴..." 결국 몇 분간의 실랑이 끝에 협정의 결과는 하나 갖고 서로 나눠먹기. 편의점 의자에 나란히 앉아 먹으면서도 티격대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야, 근데 왜 아까부터 나한테 반말하냐? 우리 초면 아닌가?" "그럼 그 쪽도 반말 하던가." "씨..." 야 나이 까자, 까. 몇 살인데 이렇게 건방지냐?젓가락으로 남자의 컵라면 입구를 툭툭 치며 물으니 나를 한번 째려보고는 "24살" 이라고 단답한다. 뭐야, 동갑이잖아. "나도 24살인데." "안 물어봄" "와, 존나 재수없다" 후루룩 국물까지 말끔히 먹은 종현이 쓰레기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김치 다 먹은 쓰레기도 좀 치워주쇼. 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하니 툴투거리면서도 잘 치운다. 청소를 다 마친 남자가 편의점을 떠나려고 등을 보일 때 쯤 내 불닭도 바닥을 드러냈다. "이름이 뭐야?" "알아서 뭐하게" "그래도 동갑내기랑 같이 밥도 먹었는데 이름도 모르고 가면 좀 그렇잖아" 남자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하기를 고민하는 듯 했다. 이름이 무슨 비밀이냐, 말하는 걸 망설이게. 됐다고 그냥 가라고 말하려는데 남자가 먼저 입을 연다. "김종현" "김조년?" "김. 종. 현." 아하 아하. 그렇군. 김종현, 오케이. 내 이름도 말하려다가 아까처럼 안 물어봤다고 말할 것 같아 입만 뻐끔거리다가 말았다. "너는" "나?" 오, 이번에는 물어봤네 "나는 김여주" "아, 그래" 뭐야 저 미지근한 반응은. 김종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싸가지가 없는건지, 재수가 없는건지. 둘 다일지도. 그래도 혼밥 안하고 누구랑 같이먹는거 오랜만이다.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고 편의점을 떠나면서 조금은, 아주 조금은 재미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후에도 편의점에서 김종현을 몇 번 더 마주칠 때마다 같이 밥을 먹었었다. 물론 볶음 김치는 따로 사서. 서로 앉아서 하는 얘기라고는 별 시덥잖은 수다였으며 그마저도 95%는 내 입에서 나온 말들이었다. 그러나 홀로 사는 자취생에게 밥 메이트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끔씩 보이는 김종현의 얼굴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최근에는 바쁜지 통 보이질 않는다만. 안부라도 물으려 핸드폰을 켰지만 그동안에 김종현의 연락처를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사간건 아니겠지. 이 동네에 짐 트럭 들어오는 거는 한 번도 못봤는데. 김종현이 어떻게 살고 있든지 간에 나는 내 할일을 해야했다. 학교에 가고, 빌어먹을 과제를 하고, 조별 과제 버스타는 새끼 욕도 신랄하게 하고. 에어컨에 수면제 가루도 섞어 가동하는 건지 눈이 끊임없이 감기던 수업이 드디어 끝났다. 부었는지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면서 침은 흘리지 않았는지 입 주변을 닦았다. 그리고 뇌에 바로 떠오른 생각, 밥 먹어야지. "야 강슬기. 우리 밥..." "순두부찌개 먹자" "콜" 내가 친구는 헛사귀지 않았어. 완벽한 메뉴 선택에 빠르게 짐을 챙겼다. 옆에서 아직 짐을 정리하고 있는 강슬기를 구경하니 얘도 잤는지 필기 노트가 깨끗하다. 역시 내 친구.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매운 순두부찌개 두개가 나왔다. 후하후하 불어먹는데도 뜨거워 입에 넣자마자 온 입 안이 데어버린 것 같다. 혀를 쭉 내밀고 '물은 셀프'라고 적힌 정수기로 향했다. 힘없이 나오는 물줄기에 컵이 차기를 기다리면서 벽에 달린 티비로 눈을 향했다. 아이돌 음악방송. 저런거 팬 아니고서야 보는 사람이 있나. 카메라 무빙이 꽤나 화려한 무대를 구경하다 드디어 거의 다 찬 컵을 들고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화면에서 눈에 익숙한 사람 한명이 보였다. 어, 쟤 나 아는 애 같은... 내가 잘못봤나.
시발 잠깐만. 물이 넘쳐 흐르는지도 모르고 슬기에게로 빠르게 뛰어갔다. "야야, 김여주 너 물 다 흘렸어!" "아니, 아니, 슬기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지금..." "뭐?" "저기, 지금 티비 나온 남자애 이름이 뭐야" "엥? 검색해볼게 잠시만" 설마, 아니겠지. 그럼.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말도 안되는거야 이건.
"김종현이라는데?" 툭, 손에 들려있던 컵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뭐야, 입덕한거야?" 미친거 아니냐고.... --------------------------- 원래... 일은 질러놓고 보는거래요ㅎㅎ.. 어제 뜬 김종현 너무 자취남 아니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