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이스트가 누군데요
w. 포뉴
바쁠거라던 김종현의 말은 정말이었다. 그냥 바쁜 것도 아니고 정말 정말로 바빴다. 티비를 틀면 바로 볼 수 있는 것이 김종현의 얼굴이었지만 나는 연예인 김종현보다 친구이자 밥 메이트인 김종현을 더 보고팠기에 부러 문자나 전화로 연락하고는 했다. 그러나 일이 새벽까지 계속될 정도로 바빠지면서, 김종현이 내 연락에 답하는 것도 드문드문한 일이 되었다.
소리 샘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편의점 의자에 혼자 앉아 마지막 남은 라면 가닥을 입에 넣었다. 하염없이 신호음만 울리다가 끊긴 휴대폰을 노려보았다. 이렇게 되면 핸드폰 번호를 받은 의미가 없잖아. 나름대로 본인의 스케줄 때문에 바쁠 김종현을 생각하면 내가 너무 이기적인가 싶다가도 섭섭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 퍼뜩 떠오른 생각. 연락할 수단도 없었던 그 때, 다시 김종현을 편의점에서 만났던 그 새벽. 한참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김종현이 올 테니까. 그렇게 나는 대담하게도, 새벽 내내 편의점 앞에서 김종현을 기다기로 마음을 먹었다.
새벽이라 쌀쌀할 줄 알았는데, 여름의 새벽은 여전히 더웠다. 차마 편의점 안에서 새벽 계속 버티기에는 알바생의 눈치가 너무 보여서 편의점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기다렸다. 새벽 동안 깨있겠다는 핑계로 낮 강의시간에 열심히 잤는데. 전에는 꾸벅꾸벅 졸았다면 오늘은 그냥 편하게 꿀잠을 잤다고 해야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이 몰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눈이 감겼다, 천천히 떠졌다가, 다시 무겁게 내려앉는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다시 눈이 떠진건, 시끄러운 소음과 불쾌한 냄새 때문이었다. 여전히 어두운 것부터 아까와 똑같은 주위 모습이었지만 달라진 점이라면 술취한 티 퍽퍽 내는 남자 하나가 앞에 비틀거리며 서 있는 것이었다.
"으- 머어야. 먼 여자애 하나가, 끅, 요로코롬 앉아있냐?"
"왜... 왜이러세요"
풀린 눈으로 손목을 잡아채는 남자에 당황해서 손목을 빼내려하자 더욱 꽉 잡는다. 술에 쩔었으면서 무슨 힘이 이렇게 쎄...!
"야아, 따악 내 딸 같아서 이-쁘고 그렇네에"
"하지마, 하지...!"
"떽, 어디서 으른한테 반말이여! 내가, 끅, 우스워? 앙?"
막무가내로 얼굴을 들이미는 남자에 휙 고개를 돌려 편의점 안쪽을 쳐다보니 알바생은 아예 계산대에 팔을 묻고 자고있었다. 김종현한테 써프라이즈 해줄 것만 생각했지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단 말아야. 술에 취해 이성을 잃은 사람의 분노가 차오르는건 너무도 한순간이다. 이리저리 남자를 피하자 남자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하며 손목을 잡는 악력도 억세져 피도 안통할 것 같다. 발 끝까지 몸이 덜덜 떨리며 머리가 새하얘진다. 경찰, 경찰 번호가 뭐였더라. "이 씨발" 욕을 내뱉은 남자의 손이 올라가고 눈이 질끈 감기는 순간,
"어억-"
"미친놈 아니야"
씨근대며 남자를 죽일듯이 쳐다보는 김종현이 눈 앞에 서있었다.
경찰이 와서 남자를 데려갔다. 술에 많이 취했었으니 이해해달라는 경찰의 말에 김종현이 "애가 이렇게 떨고 있는데 이해라고요?"라며 버럭 화를 내며 따졌지만 변하는 것은 없을 듯 했다. 경찰이 한 말은 고작 '피해가 큰 것 같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잘 진정시켜라'가 다 였다. 드릉 소리를 내며 경찰이 떠나고, 아직도 쭈그려 앉아있는 내 앞에 김종현이 섰다.
"넌 정말... 어쩌려고 그랬어"
"나는... 나는 너..."
"아니야 됐어. 너는 잘못한거 없으니까 변명 안해도 돼. 잘못은 저 사람이 한거야"
밤에 나와있는게 언제부터 알아서 조심해야 할 일이었냐고. 너가 사려야하는게 아니라 저런 사람들이 없어져야 하는건데. 한숨을 푹 쉬며 그래도 집에 가자는 김종현의 팔 소매를 붙잡았다.
"혼자 못 있겠어... 집에 가면 나 혼자란 말이야"
"그럼 계속 여기 있으려고?"
차마 끄덕이지는 못하고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잡고있던 소매자락을 보던 김종현이 다시 한숨을 쉬더니 "따라와" 하고 걷기 시작한다.
"어디가는데!"
"너 이제부터 진짜로 조용히 해야해. 알았지"
영문도 모른 채로 김종현의 뒤를 따랐다. 조금 걸었나 싶을 정도가 되었을 때, 걸음을 멈춘 김종현이 어두운 뒤쪽 샛길로 들어가고, 주차장까지 갔다가 이리저리 돌아서 도착한 곳은 김종현의 숙소, 아니 뉴이스트의 숙소였다.
"오늘 스케줄 늦게까지한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다들 자고 있을거야. 조용히 들어가자"
"저기 큰 길로 가면 바로 오는데 뭐 이렇게... 아"
"없는 것 같긴 하던데. 혹시 누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아. 고개를 끄덕이며 살금살금 집 안으로 들아갔다. 각 방문은 모두 닫혀져 있었고, 정리가 안되어 있어 보여주기 부끄럽다며 방에서 이불을 끌고 거실로 나온 김종현이 소파에 앉고 옆에 앉으라고 툭툭 친다.
"나 뭔가 죄 지은 것 같아"
"뭐가"
"남자 아이돌 숙소에 들어와서 이러는거"
"너네 집 가면 나 내일 샵 가야하는거 시간 못 맞춰서 같이 못 있어줘"
이불 속 발을 꼼질댔다. 우리 집 것보다 훨씬 질 좋은 이불이었다. 보들보들한 감촉에 얼굴을 묻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종현아"
"응"
"고맙다"
"그래"
그대로 아무 말 없이 몇분이 지나고, 앉아서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잠들었던 것 같다. 쎄한 추위에 잠에서 깨니 김종현이 같이 덮고있던 이불을 모두 가져가 둘둘 말고서 자고 었었다. 어제 내 감동 돌려내... 허허 해탈하게 웃다가 느껴지는 갈증에 일어나 부엌으로 행했다. 이렇게 남에 집에서 맘대로 물을 마셔도 되나 싶다가도 타는 듯한 목에 컵에 물을 따랐다.
"뭐야 종현이 왜 저기서 자냐"
헉. 부억 쪽으로 느껴지는 기척에 본능적으로 몸을 숨겼다. 나 있는거 들키면 어떡하지. 숨소리가 들릴까봐 입도 틀어막고 식탁 아래로 숨었다. 곧이어 컵에 물을 따르는 소리가 들리고, 냉장고 바지를 입은 사람이 어슬렁거리며 부엌을 돌아다나는 것이 보였다. 조용히, 조용히 빠져나가자. 발에 쥐 저려서 더 이상은 못 있겠다. 식탁 밖으로 조심히 몸을 빼고 남자와 반대쪽으로 엉금엉금 기어나왔다. 싸한 느낌에 흠칫 뒤돌아보니, 티비에서나 보던 최민기의 동그란 눈동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어... 민기씨 그게요..."
"으아아아아-!! 어뜩해 사생...! 사생 들어왔어어어어ㅓ엉!!!"
"억!! 악-! 민기씨 잠깐, 만!!"
들고 있던 당근 배개로 나를 미친듯이 후려치는 최민기를 진정시키고 상황을 설명해주려 했으나 겁에 질려버린 최민기를 막을 길은 없었다.
"민기씨...! 저 이상한 사람 아니고 종현이 친구...!!!"
"김종현이 여자인 친구가 어디있어어어어어어-!!!!"
결국 최민기와의 소란에 온 숙소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 부엌으로 뛰어왔고, 김종현과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느라 꽤나 진땀을 먹어야 했다. 말하면서도 어이없고 쪽팔려 죽을 것만 같던 시간이 지나고, 창피함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면서 힐끔힐끔 멤버들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다들 방송에서 자주 보던 얼굴인지라 처음보는 얼굴인데도 익숙했다. 모두들 방금 자다가 일어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티비 속 모습과 별 차이가 없다. 사람이 저렇게도 생길 수 있구나.
"와... 존나 잘생겼다"
"네?"
이놈의 입입. 꼬매버리던가 막아버리던가 해야지. 무의식 중에 자연스럽게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옆에 김종현도 만만찮게 놀랐는지 고개를 휙 돌려 나를 바라봤다. 이대로 그냥 튈까. 인생...
"ㅋ...크하핳ㅎ핳ㅎ하하핳"
"아 강동호 그렇게 웃지 말라고"
"아니 근데 너무 웃기잖아 상황이. 으흫, 흐핳항하핳"
강동호의 호탕한 웃음 소리가 부엌을 가득 채웠다. 그 옆 두명을 보니 웃음을 참으려고 애쓰는게 보인다. 이 상황에서 웃지 않는 사람은 김종현과 창문이라도 깨고 뛰쳐 나가고 싶은 심정인 나밖에 없었다. 곽아론이 입꼬리를 꿈틀거리며 먼저 입을 열었다.
"음... 잘생겼다고 해주니 고마워요. 종현이 여자 친구라고요?"
"네?"
"아 형, 여자 사람인 친구랑 여자 친구랑 다른거라고 몇번을 얘기했잖아"
"왜?여자인 친구. 여자, 친구. 나는 뭐가 다른지 아직도 모르겠어"
"엄~청 다른거야. 엄청. 완전. 베리 쏘 머치"
그렇게 곽아론에게 여사친의 개념에 대한 강의를 해주다가 이만 가야하지 않겠냐는 말에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고 김종현과 둘이서 현관을 나섰다.
"너 덕분에 저렇게 잘생긴 사람들이랑 말도 해보고 별일이야 그치"
"응 내가 제일 잘생겼어~"
"와 김종현 대박이다... 원래 성격 이런거 사람들은 알아?"
"나도 몰라"
"야아, 근데 아론 오빠 진짜 잘생겼더라. 방송보다 진짜 실물 갑"
"오늘 처음 봤으면서 무슨 오빠래"
"얼레레. 맨날 오빠 소리 듣는 사람이 왜 이래."
너 설마 삐졌어? 아니거든 내가 애냐. 고개를 휙 돌려버리는 김종현에 일부로 얼굴을 마주치려 이리저리 따라댕겼다. "아 쫌." 짜증을 내면서 나를 밀어내는 것이 퍽 귀여워 짖궂게 "아이구 울 조녀니 삐져쪄" 하고 놀려댔다. 어제까지만해도 나를 달래주던 사람인데 오늘은 완전 유치뽕짝이다.
"김여주"
"왜 뭐."
"앞으로 나랑 밥먹거나 놀거나 하려면 한달은 더 기다려야 해. 그러니까 그 전까지는 좀 참아봐"
"그게 생각대로 잘 안된다구. 점심이야 슬기랑 같이 먹으니까 괜찮은데 저녁이나 주말되면... 나 친구도 없고..."
"으휴. 완전 애다 애."
방금 전까지 내가 유치하다고 놀리던 사람이 나보고 애라니 기분이 묘하다. 뭐야 그럼 내가 더 유치하다는거네.
"나 활동 끝날 때까지 잘 기다리면 그 다음에 하자는거 다 할게"
"엇 그럼 나 기다릴테니까 그거 해주라. 잠꼬대"
"미친...죽을래?"
"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달 그거, 얼른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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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냐세요 오랜만이에요 다들 :) 지각쟁이가 왔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