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6
선을 그어주던가
w. 랑데부
26.
그 날 다시 돌아오는 길까지 딸꾹질이 안 멈추다가 다 와갈쯤 선배가 손 잡아주니까 뚝 멎더라 그리고 바로 놓아주었지만. 그리고 이후에 아무일도 없었어가 아니라,
"무슨 이야기 하려는지 아는데, 니 좀 괘안아지면 그때 하자"
"..저 괜찮은데"
"아닌데"
여튼 더 감추기엔 내가 버겁고, 혹시라도 지장이 갈 거 같아서 빨리 말하고 빨리 괜찮아지든 그 반대든 결과 보는 게 맞는 거라 생각했어. 근데 정말 술 한 방울 안 마시고 입을 떼려니까, 차마 말이 안 나오는 거야. 손톱 뜯으니까 에헤이 하지 마라 하고 손도 끌려 다시 무릎에 안착하고. 그렇게 정말 이삼십분, 선배는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봐주더라. 그래서 입을 뗐지.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뭔가 속이 후련하긴 한데, 그 이야기하는 사이에 내가 많이 울었나봐 나도 모르겠는데. 다 말하고 좀 긴장해서 선배 올려다 봤는데.
"이리 와봐라"
꼭 안아주더라고 그리곤 말도 하지 않았어. 그 날이 그렇게 지나가며 단 한마디도 안하더라, 사실 그게 고마웠어. 어떤 위로가 귀에 들리든 솔직히 위로가 아니라 마음만 무거워지곤 했는데 선배가 끝끝내 정말 오래 안아주더라고. 그때, 섣불리 다가서는 건 못해 느려도 이해 해줄 사람일까 이런 느낌 들었어. 그랬어, 그 날은 그냥.
*
그 날 이후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
아, 근데 진짜 급해도 이젠 꼭 머리 묶는 습관이 거의 베였더라. 알바 늦어가지고 진짜 쏜살같이 튀어 달려갔거든, 금요일도 아닌데 호프집에 무슨 손님이 이리 많은지. 어떤 생각이든 할 겨를도 없이, 이러저리 주문 받고 서빙하고 계속 반복했지. 본래 영업시간 보다 한 시간 더 어쩔수 없이 늘어져서 열두시 반이 넘어갈쯤에 마감하고 캐비넷에 앞치마 던지고 나왔는데
"어?"
선배가 서 있더라고. 밖을 볼 새도 없었서 눈치 못 챈 건가,
"너무 늦길래"
"가자"
가는 길에서 약속 있어서 나왔다가 들어온 길에 기다린 거라고 하는데 그런가 싶었지.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 길이 너무 짧더라. 내가 공사하고 싶네, 입이 문제다. 여튼 그냥 그 이후로 아무일도 없었는데, 왜 더 애를 쓰게 되는 건지 선배에게. 정말 들어가기 싫더라, 근데 너무 늦어서 어디를 가자고 할 패기도 없지만 다들 문을 닫은 시간이고. 근데 선배는 안그런건가,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해서 좀 시무룩해져서 집 들어왔어.
"낼 학교갈 건데, 같이 갈거가"
"...아, 네"
"좀 빨리 나갈 건데, 눈 안붓겠나"
아, 이거 때문에. 아침마다 붕어눈 되서 좀 붓기가 빠지면 나오거나 완전 새벽,,아니 아침부터 철벽 방어하던 걸 봤나봐.
"자야겠제"
"낼 보자"
27.
이제는 조금 일찍 일어나서 좀 사람 답게 하곤 나가거나, 같이 나가거나 했어. 근데 자꾸 엇갈리더라고, 알바가 끝날쯤엔 선배가 휴학한 동기들이랑 약속이 있고. 동방에 가면 방금 전에 나갔다고, 그러니까 피하는 건 아닌데 너무 자연스럽게 엇갈렸어. 그렇다고 선배만 찾으러 다닐 순 없는데, 또 불안하고 그래서 좀 생각을 환기 시키려고 나 혼자 캠퍼스 돌고 있는데 우리가 잘 안쓰는 건물이 있는데 거기 선배가 있더라. 담배 물고 있어서 저기 갔구나 했어, 맨날 내 앞에서 버리거나 도로 넣기도 하고 앞에 다른 사람들도 있길래 지나치려는데 나만 그런건가. 왜 담배 물고 있는게 섹시해 보이지, 미쳤나봐.
그리고 다시 동방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엇갈린 게 벌써 나흘인데, 선배는 왜 날 안 찾을까. 괜히 그런 생각하는 건가, 고백하기 전엔 그런 걸 잘 몰랐어서 신경을 안써서 이런 기분이 아니었던걸까. 아, 진짜 뭐지. 이것만 가지고 생각하기엔, 또 내가 뭐하는 거지 싶고 선배가 했던 그 말이 아직도 눈 앞에 있는데.
"누나 니 괘안나"
"...어? 어"
"하늘에서 뭐 떨어지나 들어와서 계속 왔다갔다 뭐하는긴데"
"도운아"
"오야"
"밥 먹자"
*
"아 그래 가지고 그런 거가? 와 누나 니 뭐하는데"
"내가 뭘, 나 뭐했는데"
"썸 타고 있잖아.누나 니요, 니. 그렇게 이야기 하면 딱! 엉? 모르나."
원래 썸은 말 안하고 그렇게 시작해서 타는 거니, 비싼 밥 먹여주니 술술 부는 윤도운을 잡고 완전 경청했어. 이런 거 연알못이라 해? 그건가. 도운이는 한 잔 마시고 웃고, 마시고 웃고 얜 또 왜이래. 왼쪽 팔도 깁스하고 싶나
"형이 밀당하는 거면 어떡할래"
"..에?"
"얼마 안됬으니까 모르는긴데, 아니 아직 안 사귀잖아. 근데 둘이 서로 그런 거 딱 확인했음. 답 나오는 거 아이가,"
"누나 니는 밀당 같은 거, 지인짜 못할 거 같은데"
"한 대 맞고 먹을까 도운아?"
그래서 그러면 뭐 어떡하라고, 그걸 설명해줘야지. 괜히 윤도운한테,, 말린건가. 윤도운이 뱉은 말에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거 그런 거 고백하면 마음이 좀 풀릴까 했는데 이건 또 새로운 실타래지 뭐야. 그래도 윤도운은 친구랍시고 계속 이야기를 들어주더라, 술 밀어 놓고. 그래서 어떡해야하는데 하고 물었을때, 둘다 화들짝 놀랐다. 선배 전환데, 근데 우리 왜 놀라는거야. 남 얘기 몰래해서 그런가, 그게 선배여서 그런건가.
-"ㅇㅇ야"
"네, 네 선배"
-"니 어디고, 근처면 데리러가까"
"..네? 아니 그게,"
-"마이 늦어가지고, 어디 있는데"
개 한마리, 아니 윤도운이랑 술 마셔요. 근데 윤도운은 슬쩍 스피커폰으로 꾹 눌러 바꾸더라 이 시키. 학교 근처..어 ㅁㅁ주점이요. 가깝네, 좀이따 나온나. 그리고 뚝 끊어진 휴대폰을 도운이가 빤히 보더라고. 왜, 핸드폰 바꾸고 싶니. 그리고 그 핸드폰보다 더 나를 빤히 보는데, 그 표정인거야 딱 일,이주짜리 놀림먹잇거리 생긴.
"썸이네"
"뭐?"
"썸이다 이건. 내 장담한다 진짜, 형이 언제 누나 니한테 전화 걸디? 그리고, 언제 이렇게 누나 니 데리러 온 적 있나"
이렇게는 아닌데 알바 끝나고 가끔 왔는데. 그리고 어깨 팍 맞았다, 이 시키가. 그런 거 말고 아 진짜 답답하네. 두 상황이 뭐가 다른 건데, 응 다르다. 이렇게까지 선배가 누나 니한테 하는 거 내는 진짜 본 적없는데. 그리고 가늘어지는 저 눈에, 참 밥 사주기 싫은 우리 도운이. 근데 필요는 한 우리 도운이 많이 먹어. 입에 남은 피자를 쑤셔 넣었다. 손은 먹지 말고 야 진짜. 볼따구에 한참 음식을 물고 무어라 이야기하는 데 내가 너무 많이 넣었나 싶었어, 미안 도운아. 저도 좀 느꼈는지 어깨를 팍팍 거리길래 이 시키가 하려는 순간에 왜 꼭
"아 때릴 데가 어딨어서. 니 내가 고치라고 했나 안했나"
어깨에 손을 올려주었다가 금방 떼는 선배가 있는 거지. 생각보다 빨리 온 선배에 우선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고 잠깐 선배가 고개를 돌렸을때
"느 드시 믄나믄 주거, 즈드로 얘기 끝느즈. 응?"
(너 다시 만나면 죽어, 제대로 얘기 끝내자. 응?)
"윤도운 너도 빨랑 들어가라, 가다 또 넘어져가꼬 팔 뽀개지지 말고 알았나"
결국 선배랑 같이 나왔어. 선배가 정말 반가웠는데, 응 우선 선배부터 보이더라. 그리고 같이 걸어오는데, 좀 변했다고 해야하나 더 편하게 장난도 치고 그러더라고. 나도 좀 그렇게 선배에게 가까워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꼭 집에 들어가는 게 싫었어 물론 홈메이트지만 그냥 좀, 근데 이번에도 시간이 늦어서 그냥 문 열었어, 그리고 들어가세요 하고 등 돌렸는데, 선배가 팔을 잡더라. 아니 쥔 건가.
"너 안 마셨제"
"네? ㅇ,아 네. 전 안 마셨..,"
"내랑 마실래"
와 순간 집 안 공기고 뭐고 다 멈춘 거 같았어, 누군가를 좋아하면 사람은 비정상이 되는 걸까. 이건 뭐 컨디션이고 뭐고, 다 집어 치울 일이지. 그래서 내가 고개 끄덕이니까, 먼저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어, 처음으로 아니 처음은 아니구나 근데 선배방을 이렇게 자세하게 본 적이 있나. 그냥 딱 있어야 하는 가구만 있고 짙은 회색 침대 그거 밖에 없었는데, 되게 깔끔하더라고. 반성하는 시간 가져야지. 너무 둘러보는 거에 빠져 있었나 선배가 들어오는데 그제야 앉았어.
"이거"
아 나는 그냥 앉으려 하는데 선배가 급하게 술 놓고 두리번 거리더니 위에 걸쳤던 가디건? 가디건인가 벗어 주더라고. 나보다 세심하구나,, 그리고 선배가 맥주 건네길래 따는데 손톱을 다시 자르던가 해야지 하고 뜯으려는데, 반대 손에 맥주캔 쥐어주고 가져가는거야. 내가 뭐지 싶어서 보니까 그냥 씩하고 웃더라. 제발 웃을 땐 이유 좀 알려줘요 선배, 나도 같이 웃게... 그 날은 생각보다 적게 마셨어, 그래서 술기운은 조금 아니 그것보단 더 올라오는데 많이 안 취했었거든. 선배가 세번째 캔부턴 안주더라고 치사하게.
근데 조금 취하니까 내가 이렇게 말을 많이한 적이 있었나, 느낄정도로 말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나는 모르겠고, 그냥 계속 웃으면서 가끔 캔 들어 마시는 선배만 보이더라.
"선배"
"오야"
"저랑 썸타세여?"
"푸읍- 아,"
선배가 그대로 맥주 뱉어서 미안하다고, 휴지 꺼내주는거야. 왜 놀라지, 그러고 왜 웃지.
"선배"
"ㅇ,어. 말해라"
"밀당하는 거에여?"
이거 물어봐도 되는 이야긴가, 윤도운이 아무 정보도 안 줘서 그냥 솔직하게 물었거든. 그러니까 선배가 뒤로 넘어갈정도로 웃다가 뒤돌아서 좀 진정하고 나 쳐다봤거든,
"진짜 귀여버서 미치겠네"
"에?"
"아이다"
무어라 분명 이야기 했는데 너무 작아서 안들렸어. 그래서 맥주 한 모금 마시고 진짜 조금 가까히 갔어. 그와중에, 아 이건 넣어두고.
"우리 썸타여?"
"그런거 같은데"
선배가 아무렇지 않게 답하더라고, 아 그렇구나.
"밀당이 뭔데여, 도우니가 알려주가다 말았는데"
"그건 와, 보여줄까"
"왜 나한테만 안 알려줘여?"
선배가 다시 엄청 웃었는데, 나중에 말해야겠어. 왜 웃냐고, 우선 자꾸 말을 안하니까 고개만 갸웃했어. 안 알려주면 뭐, 알겠다구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어. 근데 선배가 불쑥 앞으로 기울이는거야, 아 가디건 가디건. 그리고 답 안해주니까 좀 실망이지만, 윤도우니한테 물어보면 되니까.
"그건 누가 알려줬노"
"뭘, 아니 뭐를여?"
"니가 내한테 물은 거"
"도우니여"
"알았다"
제발 선배 웃을거면 같이 웃어여. 진짜 난 뭐가 웃긴지 하나도 모르겠는거야, 그래서 맥주 두세 모금 마시고 내려 놓았는데 선배가 가져가더라고. 아, 선배애. 그래도 좀 남았는데, 나 진짜 무슨 패기로 달라서 떼 썼는지, 그러니까 선배가 고개 틀어서 그냥 남은 거 다 마시고 "없다, 진짜로" 그랬어. 그리고 그만 마시자하는 거야, 음 그럼 내일은 도우니랑 마셔야지.
"ㅇㅇ야"
"네에"
"대답, 와이리 잘하는데"
"네에"
"ㅇㅇ야"
"넴"
"조급해하지 마라, 다 니 탓 아닌 거 알제"
"..어"
"천천히 가자"
그 말, 살면서 처음 들었거든. 내가 일부러 늦추거나 남들보다 좀 더 빨리 가야한다고 생각했어, 뭐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살든. 무슨 감정인진 모르겠는데, 꼭 슬프지마는 않은, 좀 편안하기도 하기도 했어.
"아 글고"
"밀당인지 뭔지 하고 싶으면,"
"배워와서"
"오빠한테 써먹어라"
네, 오빠는. 오빠요? 취했는데도 내가 화들짝 놀랬어, 놀랄만 하지 않아? 이정도면. 그러니까 선배가 고개 숙이고 웃는데, 그 웃음 못 본게 좀 아쉬웠어.
"그래, 선배한테"
"알았나"
"네에"
오늘 선배 웃는 거 엄청 몰아서 본 거 같아, 왜 내 한 마디 한 마디에 터지는지는 모르겠어서 뭐지 싶었어. 그러니까 선배가 캔들 옆으로 잘 치우고 내 앞에 가까히 왔어. 이게 취기 때문인건지 그땐 놀라지 않았거든, 그리고 선배가 쭈구려 앉아서 묻더라고.
"니 일어설 수는 있겠나"
"..어 아마두여"
"아, 근데 저는 제 자신을 안 믿어여"
"잡아도 돼나"
그래서 고개 끄덕였지, 나 일어서면 진짜 말도 안되는 스텝 밟을 거 같았거든. 그 날은 안 안아주더라, 절대 바란 건 아니고,,
거의 선배한테 기댄건지 뭐한 건지. 사실 내가 그 계단을 어떻게 올라갔는지 기억이 안나.. 그리고 바로 선배가 베개 대 눕혀줬나 그랬어. 그러고 볼 톡 치더라고
"니 내일 술 깨면 내 얼굴 못보겠네"
*
어 그래. 진짜 못봤어, 이불은 전생에 큰 죄를 지었을꺼야 이불 차고 엉엉 내려쳐봐도 왜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걸까. 그리고 선배가 왜 전처럼 안 옮겨줬는지 이제 알았어. 일어났는데 생각보다 편하다 하니 응, 원피스더라고. 그래, 그거 가지고 서운해 한 죽어야지. 선배 얼굴 어떻게 봐. 그리고 전 날 했던 모든 짓이 떠올라서 진짜 머리 쥐싸매고 베개에 얼굴 묻었어. 죽자 그냥, 선배 얼굴 어떻게 봐.
28.
"야 원래 썸 탈때는 다 보여주고 그래?"
"...마셨나, 술"
"그런 거야?"
뭘 다 보여주긴 보여줘, 이 누나가. 니 연애 발로 했제? 이 시키가.
서서히 알아가라고 있지, 누가 막 그랬냐고 말하더라 도운이가. 그래 선배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나 자신은 많으니까. 많을 껄, ..아마도. 책상에 뻗은 윤도운 다시 흔들었지, 아직 궁금한 게 많단다. 먹튀하면 죽인다 했지, 그러니까 진짜 째려보더라.
"뭐, 또 뭐. 누나 니는 연애 막 그런 책 같은 거 쫌 읽고 내한테 온나! 아 진짜"
좀 큰 소리로 말하길래,
"이 시키가, 야 너 일로와"
안 통한다 도운아.
29.
"이거 맞아?
"아, 이건 아니제. 형 니 연락 안되면 음청- 걱정만 할 껄. 니 지난주인가 그 일, 그때 형이 얼마나 찾으러 돌아다녔는지 모르제. 내랑 한 오분에 한번씩 통화했다, 찾았냐고."
"차라리 할 거면 알아서 잘 피해 다녀라, 그러다 만나줘"
결국 윤도운이랑 화해의 악수하고 도서관 가서 연애 기초법 뭐 이런 거 같이 정독했어. 거기 말이 다 맞진 않으니까 하나하나 윤도운한테 물어보면서, 근데 얘는 연애를 많이 한 건지 다 대답하더라. 도서관에서 투닥투닥 거리면서 거의 끝장까지 다 읽었을쯤 누가 내 등을 톡톡 치대.
"여기서 뭐하노"
윤도운은 그 자리에서 터져 가지고 간신히 입 막고 웃더라, 그래 나 망한 소리 나도 들리거든. 책을 바로 윤도운 품에 안겨줬는데, 선배 얼굴에 스윗하긴 한데 그 미소가 번져있더라. 꿈일거야. 그래서 우선 진정은, 무슨 진정 1도 안됐어. 그래도 선배 왜 여깄나하니 동방에 누구 와서 그냥 여기로 왔다는 거야, 그래서 그냥 고개 끄덕였지. 다른 동기가 친구들 데려왔나, 근데 그런 일은 빈번했는데. 그리곤 선배가 열심히 하라고 머리 쓰담, ㅇ, 쓰담?은 처음이었는데 선배가 가버려서 물어보긴 놀래서 그걸 것도 없었어.
"이왕 들킨 거 열심히 읽어라, 누나 니"
"다음 학기 과제 누나가 하나 해줄게"
"딴 책 어딨노"
도운이가 아예 책을 고르러 가서 안 따라가고 그냥 앉아 있었어, 시원하기도 하고 좋아서. 근데 얘가 안 오는 거야, 아까 좀 멀리서 골랐나 싶어서 그냥 근처 아무 책이나 꺼내 읽다가 고개가 아파서 한바퀴 뻐근하게 돌리는데 ㅁㅁㅁ이 보이더라. 할 말은 많았는데 그냥, 선배한테까지 피해갈까봐 그냥 묻자 생각했어. 근데, 그 애가 선배랑 나가는 거야. 순간 누가 뒤에서 내리친 느낌인가, 마음이 엄청 깊숙히 처박혔다 올라왔어. 그래서 정말 그러면 안돼는데, 따라가 들으려 했는데 윤도운이 내 어깨 툭툭 치고 앞서 나가는 거야. 그래 차라리 윤도운이 듣는 게 낫지 싶어서, 그냥 보냈어.
***
"오빠 연락도 없고, 아니 왜 안 받는데. 그리고 그 날 있었던 일,"
"입 닫아라"
도서관 뒷편은 조용했다, 당연히 울음을 터뜨리며 이야기를 꺼내는 걸 성진은 아예 막아버렸다. 그러니까, 그 하나하나가. 너무 늦게 알아챈 저의 잘못이었으나, 우선 성진은 담배를 물었다, 주먹 쥐고 있다 괜히 파이면 그 애가 바로 알 거 같아서, 그러니 울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는지 눈물을 닦고 ㅁㅁ은 변론을 하려 했다.
"그래 가지고 노니까 속이 시원했나, 아를 그래 만들고 나는 호구 만들고"
"..아니 그게,"
"니만 알아서 쉬웠제? 아 앞에서 또 그라믄, 내도 그냥 있지는 않는 성격인거 니 모르나. 알고 있제, 그냥 가"
"..."
고등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낸 애여서 몰랐나, 성진은 제 머리를 괜히 털었다. 왜 그때마다 그 애를 못봤을까.
"그 아 보고가지 마라. 괜히 또 건들지 말라고"
그리고 성진은 눈치가 빨랐다. 홱 돌아 걸어가는 ㅁㅁ에게 언질을 하고 연기를 내뱉었다. 다시 ㅇㅇ에게 가기엔 좀 복잡하고 쉽게 가라 앉지 않는 마음에 보기가 미안했다. 하 시발 담배도 없어, 빈 곽을 구겼다.
"햄, 하나 주까요"
"어"
"사탕도 주까요"
"..어. 그냥 사탕만 도"
복학 하고 몇 번 끊는다 말만하다가 꽤 오래 참았는데, 어떻게 한두달이 흘러갔는지도 모르겠고 답답했다.
"ㅇㅇ가 모르게 그냥 도"
"당연하죠. 근데 ㅇㅇ가 갸가 형 담배 피는 거 섹시하다..,"
"ㄴ니 내한테 뭐라고 했나"
아무래도 도운은 빠른 귀가를 해야할 것만 같았다. 아니 하도 이야기길래, 너무 습관처럼 나왔는데. 왠지 누나한테 처맞고, 과제로 맞을 거 같았다. 도운은 순간의 정적을 유지했다. 죽기 전에 원래 암 말도 안 남기는게 가장 멋이라고 누가 그랬는데,
"햄 그거 말하면, 저 죽어요"
급히 절박한 표정으로 양손을 모으는 도운 앞에서 성진은 웃음이 터졌다. 그 아가 그랬다고? 진짜 미치겠네, 아니 햄 저 죽는다니까요? 햄 전과 할까요, 저. 그러며 사탕을 여러개 꺼내는 도운은 정말 절박했다. 근데 한참을 봐도 성진의 얼굴을 읽을 수가 없었다, 아 이래서 먹금이라 하는 거구나.
그 이후는, 모르는 일이다. 아직 안 썼으니까.
30.
ㅁㅁ은 동방에도, 본관에서도 볼 수가 없었어. 도서관을 나오며 잠시 스친 거 빼곤, 아주 간 건가 어떻게 갔지.
아 그리고 수능 보기 일주일 전처럼 연애 책을 정독하고 파서, 지금은 실행 단계인데. 선배가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집에서 잠깐 마주치면 잘자라고 머리만 쓰다듬어주는거야. 뭐지 피한다고 피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사실 그것밖에 할 줄 몰랐어, 진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윤도운은 자꾸 보였다가 안보였다가, 앤 또 왜 그러는 거야. 나 지금 하고 있는 거 밀당 맞는 거 같은데, 아닌가.
"ㅇㅇ야"
"네?"
"영화 볼래? 아 니 알바 있나"
아뇨, 있어도 없고 없어도 없어요.
"그럼 저번에 그 영화관 거기서, 일곱시쯤 보까. 내는 그전에 할 일 쫌 있어서, 갔다 와야 할 거 같은데. 어디 가 있을래?"
"..ㅇ,아 저도! 할 일이 있어서..."
"그럼 뭔지 알려주면 안되나"
아니요. 안돼요. 싫어요.
선배가 시야에서 사라지마자자 집으로 달려가려 했는데, 선배가 앞을 막고 안 놔주는 거야. 아니 선배 한 시간 십분밖에 없어요. 시간이 없어요, 정말. 그래서 정말 눈 질끈 감고 오른쪽으로 틀었는데 아, 선배 체교과였지. 딱 내려다 보면서 웃는 거야, 아 이 순간을 가져가고 싶다. 근데 시간은 가고 있고, 우물쭈물하니 선배가 그냥 웃으면서 놓아주더라. 그리고 선배랑 차차 멀어졌을쯤, 지구 종말이 올 것처럼 달렸어. 그리고 정말 한번에 숨 몰아쉬며 집 도착하자마자, 방문을 여는데 윤도운한테 문자가 와 있더라고.
- 누나 니는 좀 차가울 필요가 있는데, 못하겠제?
- 밀당 못하겠지?
- 연알못
얘 요즘 왜 이러지, 솔직히 답장해줄 시간도 없었어. 아니 술먹고 귀걸이 다 흘리고 다녀서 짝도 없고, 샤워하면서 뭐 입을까 옷장 스캔이 가능하더라. 사실 괜찮은 옷을 몇 개 사긴 했는데 좀 나아지면 입으려고 옷장에 뒀거든. 선배 앞이니까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아닌가. 나 선배랑 얼마큼의 거리였더라. 썸이란 걸 타봐야 알지, 윤도운이 하는 말을 듣긴 듣는데 아 자꾸 걸리더라. 내가 선배한테 딱딱하게 대할 수 있나,,?
간신히 준비하고 밖에 딱 나왔는데, 아 이래서 다들 어깨를 자르고 다닌 거였구나, 아니 어깨 부분. 영화관까지 버스타면 얼마 안걸리는 거리라 종종 구두 신고 뛰었거든, 근데 딱 버스정류장에서 멈칫했어. 이건 아닌가, 은은하게 퍼진 연분홍색이 살면서 나 처음 입어봤거든? 그 일 이후론 정말 후드티만 입고 다녔는데 결국엔 시간이 없어서 버스 탔어. 다행히 시간보다 좀 여유있게 나와서 폰 넣고 서는데, 아 머리. 머리를 안 묶은 거야, 그래서 대충 버스정류장 유리에 비치는데로 최대한 잘 묶는다고 묶었는데 오늘따라 좀 왜 이렇게 안 예뻐보이지. 다들 저렇게 예쁜데,
그리고 영화관 앞으로 걸어가니까, 아 오늘 처음 하는 거, 그리고 보는 거 되게 많았어. 나 선배 셔츠 입은 거 처음 봤거든, 약간 가볍게 떨어지는 편한 셔츠 같은데 와 셔츠는 셔츠더라. 앞에서 폰 확인하는 선배 앞에서 돌아섰거든, 심장 밖으로 튀어 나올 거 같은 거야, 술 취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래서 눈 꾹 감고 다시 돌아섰는데,
"히익,"
심정지 올 뻔 했어, 그렇게 밖에 설명이 안되는 거야. 바로 앞에 서 있더라고 그래서 선배 얼굴 올려다 보다가 딱 눈 마주쳤거든
"헙"
입 막았어, 아무 말도 안하는게 낫겠다. 아 오늘 안 썼나, 잘생겼어.
"...."
"오면서 안 힘들었나"
"..아, ㅇ..아 네"
선배가 하도 말이 없어서 진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거든. 입고 오지말껄 입고 오지말껄,
"내 이래서 니 안 보내줄라켔는데,"
"이렇게 보니까"
"얼라 안같네"
이야기를 오롯이 듣고 있었는데, 좀 얼떨떨 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고개 숙였거든 얼굴 빨개졌을 거 같고 더 덥고. 막 손부채질해서 얼굴 식히는데 선배가 손 내밀더라고. 아 솔직히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어, 그래서 조금 망설이니까 그 손으로 머리 쓰다듬어 주더라고. 그리고 가자고 해서 발걸음 옮기는데 조금씩 어지러웠던 감정이 정리가 됐어. 후 한 숨 쉬고 선배 팔 붙잡았어, 손을 잡아야 하는데. 그래, 실수할 수도 있지. 그렇지?
"꼭 안 그래도 되는데,"
"아니요"
더 이야기는 못하겠는거야, 막 또 몸 떨리고 그럴까봐 근데 선배가 손을 잡아주더라고. 그리고 좀 걷는데, 정말 아무일도 없었어. 내가 무언갈 하면 꼭 아무일이 일어났으니까, 더불어 아팠으니까. 적응이 안되는데 혼자 예민해서 꼭 쥐었다 놓고 좀 가만히 있질 못하겠는거야, 선배 다 알았을텐데 모른 척 해주더라.
그리고 나 정말 몰랐는데 내가 영화 보면서 한시도 안 놓았나봐,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선배가 얼굴 가리고 엄청 웃는 거야.
"..하, 가자"
그리고 근처에서 밥 먹는데 오늘 뭔가 여러가지로 되게 힘들었나, 좋았던 건가 그러다보니까 긴장이 풀리더라고.
"선배"
"와"
"한 잔만 할까요?"
"업고 가라고?"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너무 아무렇지 않게 답했는데 내가 당황하니까 선배가 먹다 쓰러지는거야. 알았다 알았다, 농담 안하겠다고 약속 걸었어. 예고하고 해주세요, 정말 정말로 떨리니까. 근데 원래 한 잔이 두 잔 되고 다 그런거잖아, 절대 소주는 안 시켜주더라. 선배랑 잔 부딪히고 마시는데, 처음엔 이거 왜 먹나 했거든. 조금 익숙해지는 거 같았어, 그리고 저번처럼 실수 하지 않으려고 조절해서 마셨어. 마시고 나온 가게 밖은 정말 더웠어, 숨이 훅 막히는 더위.
"덥제"
"우응, 아뇨"
솔직히 이야기 할게, 겁나 취했었어. 그래도 같이 가는 길이 그 더운 날인데 불쾌 지수가 하늘로 치솟는 그런 날이 분명했는데, 기분이 좋더라고. 선배가 웃는 거에 반의 반의 반도 안 웃는데, 취기 오르니까 웃음이 많아지더라고. 그랬던거 같아,
"오, 아니 아니 선배"
"와"
"이거 데이트에요?"
응 나 그래, 내일 선배 얼굴 안볼거야. 내 입 찰싹 때렸거든 말하고 나도 놀라서, 그러니까 선배가 딱 멈추더라.
"내랑 밀당하나"
"..에?"
"와 술만 마시면, 아니다."
선배가 너무 작게 말해서 안들렸어. 아, 저번에도 이렇게 넘어갔던거 같은데, 뭐지 뭐지 하다가 집 거의 다 와서 이번엔 내가 섰거든.
"오늘 감사합니다"
"..그래"
"들어가여"
그리고 돌아섰는데, 선배 손이 머리에 턱 올려지더라.
"근데 니"
"한 가지만 하면 안되겠나"
"뭘요?"
"...아이다"
아 근데 이 사람이 또 그러는거야. 나도 궁금하다고, 제발 얘기 좀 해달라고.
"뭘요?"
"적응하고 있다고, 니한테"
그 말, 언제쯤 이해할 수 있을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어, 언젠가 나도 알 수 있을 거 같아서 더 안 물었어.
"늦었다, 가서 자자"
"아 선배"
"어, 늦었다- 가자"
+1 오늘 내용이 너무 부실해서
"아직도 졸리나"
"...."
"ㅇㅇ야"
난 왜 선배 새벽운동 따라가겠다고 해서, 근데 너무 졸린 거야. 선배는 어떻게 하지 이걸, 준비하다 잠들고 신발 신다 잠들고, 그냥 들어가라고 했는데 들어가긴 또 싫은데.
"니 되게 귀여운 거 니는 아나"
"..."
"모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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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의 갑작스러운 변화라 보일수도 있을 거 같아요
둘이 서로를 이해해가면서 단면적인 부분과
좀 더 진솔한 모습을 같이 보여드리고 싶어
오늘도 분량 조절 실패했네요,+ 생각보다 짧네요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정말 조절해서 가져오도록하겠습니다.. :)
항상 부족한 글을 너그러히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죄송한 공지 |
죄송한 공지 하나 적어 두겠습니다. 글의 성격이나 문체에서 느끼셨겠지만 저는 정말 한낮 아무것도 아닌 고등학생 신분이라 곧 개학을 합니다. 개학을,,, 개학일 전까지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스피드하게 달리겠습니다. 개학 후엔 연재주기는 조금 늦어져도 좀 더 섬세하고 더 즐거운 글을 연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