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교시 보충을 빠져도 병원까지 가는 시간은 촉박했다. 이 근방에 병원이 어딨는 줄도 모르겠고 지금 상태에서 운전을 했다가는 정말 골로 갈 것 같아 학교에 차를 두고 택시를 잡았다. "아저씨, 제일 가까운 병원으로 가주세요. 병원 문 닫기 전에 빨리요." 오늘 병원 못가면 전 죽을 수도 있어요. 이런 섬뜩한 말을 하며 택시 아저씨를 재촉했더니 5분만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저씨 덕분에 살게 되었습니다. 사람 한명 살리신 거에요. 돈을 주며 이런 말을 했더니 날 굉장히 이상하게 보시는 듯 했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미친사람이 아니라는 해명도 하지 못하고 뛰어갔다. 「시원병원」 현재시각 4시 56분. 세이프. 이제 문을 닫을 준비를 하는 듯 간호사 둘이 일어나려고 하는 찰나에 딸랑 울리는 종소리와 등장한 나의 모습이 그녀들의 표정을 굳게 만든 듯 했다. 나는 비틀거리며 그녀들 앞에 섰다. "아직 문 안닫았죠...?" "아 예... 처음 오셨어요?" "예." 접수신청을 한 후 바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도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듯 벗었던 가운을 다시 집어드는 중이었다. 그들의 즐거운 퇴근시간을 방해한 듯한 기분이 들어 살짝 미안해졌다. 야자를 끝내는 종이 쳤는데도 학생 한 명 때문에 집에 못가는 기분과 비슷할까. 그래도 내가 죽겠는데 뭐 어쩌라고. 나는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최시원」 의사가 굉장히 잘생겼다. 영화배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운을 다시 입은 의사가 자리에 앉아 나를 보며 젠틀하게 웃어보였다. "자, 조규현씨?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저, 온몸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래요?" 정말로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내 몸 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할말이 없어 그냥 힘없이 쳐다보니 내 눈을 그윽하게 쳐다본다. 진짜 잘생겼네. 그런데 살짝 느끼하다. "왜 그렇게 봐요. 그렇게 두리뭉실하게 말하면 제가 진단을 못내리잖아요." "그런데 진짜로 온몸이 다 아파요." "좀 더 구체적으로요." 아니 온몸이 다 아프다니까. 할 말이 없는데 자꾸만 재촉하니 살짝 짜증이 나 쏘아대듯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요, 머리 속에서 뭔가 끓고 있는지 굉장히 뜨겁고요. 한쪽 콧구멍이 막히면 한쪽은 뚫려야 되는데 둘다 꽉 막혀서 숨을 쉴 수 없어요. 이러다간 호흡곤란으로 죽을 것 같달까. 기침을 하면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나고 있구요. 이젠 기력이 없어서 움직이는 것도 너무 귀찮아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지금까지의 감기가 그냥 커피였다면 이건 티오피 정도? 이정도면 구체적이게 설명이 되었나요?" "...큽." 갑자기 의사가 입을 막고 땅을 보다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 뭐지... 나는 아파죽겠는데, 놀리는 건가? 병원을 잘 못 선택한 걸까... 지금 나가야 되나. 내가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다는 걸 눈치 챘는지 내 앞의 잘생긴 의사가 웃음을 끅끅 참으면서 몰래 일어서려는 내 팔을 잡았다. "아... 미안해요. 제가 재촉해서 짜증난거에요?" "뭐..." "하핫, 이런 환자는 처음 봐서요. 규현씨 귀엽네요." 처음보는 남자 환자에게 귀엽다...? 뭔가 이상해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청진기를 들고 다가오는 손에 순순히 겉 옷을 들어올렸다. 차가운 쇳덩이가 내 배에 닿자 나도 모르게 움찔했고 잘생긴 의사는 또 큭큭 거리며 웃었다. 이제 보니 말을 살짝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일단 약 이틀분 처방해 드릴테니까 계속 아프면 또 오셔야되요." "네." "열이 많이 나네. 오늘 집에 가서 약 먹고 푹 자요." 갑자기 내 이마에 손을 대고는 열을 잰다. 진심으로 걱정스러워 하는 목소리에 코끝이 찡 해지는 것 같았다. 차가운 그의 손에 열이 식는 듯한 느낌이 들어 눈을 스르르 감았더니 손을 떼지 않고 가만히 있어주었다. 일분 정도 흘렀을까, 눈을 슬쩍 떴더니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 순간 그 잘생긴 얼굴에 두근거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를 꾸벅 하고 진료실을 나섰다. 왜 저렇게 뚫어져라 보는거야. 화끈거리는 얼굴에 손을 대며 진단서를 받고 병원을 나섰다. 열이 많이 나는가보다. "어, 뭐야..." 병원 바로 밑에 있는 약국에 들렀다가 나오니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하, 차도 학교에 두고 왔는데... 하늘을 원망스럽게 올려다봤다. 날 죽이려는 셈인가요. 마냥 서있기엔 쉽게 그칠 비는 아닌 것 같아 한숨을 푹 쉬고 달려가기 위해 앞으로 나가려는 찰 나에 누군가 내 뒷덜미를 잡고 끌어당겼다. "끄악!!" "제정신이에요? 그렇게 열이 끓는데 어딜..." 내 가디건 뒷덜미를 잡아 올린 손의 주인공은 아까 시원병원의 잘생긴 의사였다. 의사 가운을 벗고 사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까 진짜 탤런트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얼굴에 감탄하고 있는 것도 잠시, 우스꽝스럽게 잡혀있는 내 꼴이 쪽팔려서 꿈틀거렸거니 그가 오, 미안해요. 하며 잡고있던 손을 놓았다. 나는 옷 매무새를 가다듬도 그를 살짝 째려봤다. 그가 미안하다는 듯 두 손을 맞대고 웃어보였다. "실례했어요. 그렇게 뛰쳐나가려고 하니까 급하게 잡느라." "마냥 그칠때까지 기다릴 순 없잖아요. 우산도 없고. 차도 두고 왔는데..." "그럼 제가 데려다드릴까요? 전 우산도 있고 차도 있거든요." "예?" 그는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우산을 펼쳐 내 어깨를 감싸안아 빗속으로 걸어나갔다. 당황스러웠지만 딱히 거부는 하지 않았다. 저 비를 다 맞으며 가다간... 끔찍하다. 참을성 없는 저는 결국 2편을 올려버리고... 최션이 등장했어욧 짝짝짝 제글 너무 부끄럽네여ㅋㅋ 션규가 뭔 잘못이겠어요 내가 너넬 핥는게 잘못이지... 제 글 읽으시는 모든 분들 복받으실거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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