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상태로 굳어버린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눕히고 그는 유유히 나갔다. 왜저렇게 덤덤해... 내가 과민반응을 하는건가? 저사람은 환자인 날 치료해 주기 위해서 아무의미 없이 한 행동인데? 아니야 사심이 섞여있다고... 으아아아. "미친것 같아..." 상황이 그냥 다 미친것 같았다. 처음 보는 남자의 집에 와서 그의 침대를 차지하고 누워 그 남자와 입을 맞췄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멍하게 누워 아까 그의 입술이 닿았던 내 입술을 더듬었다. 대학 졸업 후 교사 생활을 하며 그냥 말을 하고 음식을 먹을때만 쓰던 청정구역이었는데. 그렇다고 당장 이 자리를 박차고 떠날 기력은 없었다. 아 미쳤어... 그냥 눈을 꼭 감았다. 눈을 감으니 감기약 때문인지 그렇게 자고도 또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내일은 금요일인데... "규현씨, 일어나요." "으응... 몇신데..." "지금 여섯시 반." 눈이 번쩍 떠졌다. 벌떡 상체를 일으키니 그 의사가 침대맡에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얼굴엔 특유의 미소를 장착한 채. 그 얼굴을 마주하기가 민망해 정신없이 침대에서 벗어나 바닥을 밟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하고 말았다. 아침부터 코 깨지고 시작하는 구나 싶어 눈을 꼭 감고 넘어지길 기다리고 있으니 옆에서 내 팔을 확 잡아채는 것이 느껴지고 나는 바닥이 아닌 다른 곳과 부딪쳤다.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코 앞에 있는 그의 얼굴이었고 그는 내 허리를 꽉 잡고 있었다. 너무 가까이에 있는 그의 얼굴이 부담스러워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그는 내 허리를 더 꽉 붙들고 내 눈을 그윽하게 쳐다봤다. "잡아준건 고마운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요?" "규현씨한테 사심있다고 몇번 말해요." 제가 태워다 줄테니까 들어가서 샤워 해요. 그제서야 그는 내 허리를 잡고 있던 팔에 힘을 풀고 나를 휙 돌려 화장실 앞까지 안내해주었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화장실 문 앞에 가만히 서 있던 나에게 그는 새 속옷과 수건을 가져다주었다. "옷은... 내 옷 입을래요? 박시하게?" "됐어요. 입고온 거 입을게요." 컴플렉스인 어깨를 건드리는 그의 말에 그를 잠깐 째려보며 속옷과 수건을 빼앗듯 채갔다. 그는 또 하하하 웃어댔다. 보기보다 웃음이 헤픈 남자다. 샤워를 끝내고 나니 학교까지 가는데 시간이 좀 촉박해져 그를 재촉했다. 그는 나를 놀리는 지 느긋하게 겉옷을 입고 차 키를 챙겼다. "미안한데 조금만 서둘러줄래요? 늦으면 안된단 말이에요." "전 아홉시까지라서 시간 많은데. 급한가봐요?" "아 선생님!" "번호 가르쳐주면 퀵으로 보내드릴게요." 이걸 진짜... 능글맞게 웃으며 휴대폰을 내미는 잘생긴 얼굴을 한 대 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못해 내 번호를 쳐 주었다. 그는 전화를 걸어 내 휴대폰이 울리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서두르기 시작했다. 생긴거랑 안어울리게 얄미웠다. "어디로 가면 되요?" "수주 고등학교요." "아, 선생님이셨어요?" 아 그렇구나. 혼자서 큰 걸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를 무시한 채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창민에게 전화, 문자, 카톡이 엄청나게 와 있었다. 미안해서 문자로 이제 봤다고 보내니 바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너 뭐야, 왜 전화 안받아. "창민쌤, 걱정했어? 나 무사하니까 괜찮아." -하, 진짜. 너 학교 와서 봐. 사실 창민과는 좀처럼 찾기 힘든 빠른 88년생 동갑이라 금방 친해져 사석에서는 편하게 말을 놓는 친구사이다. 그래도 호칭은 꼬박꼬박 조규쌤 하고 불렀었는데 너라고 한 걸 보니 화가 좀 난 것 같았다. 하긴, 8교시 보충도 바꿔줬는데 갑자기 잠수를 타버리다니 나라도 화가 날 만한 상황이다. 은근 삐돌이인 창민을 달래줄 생각을 하며 한숨을 쉬니 옆에서 나를 힐끗 본다. "같은 학교 선생님?" "네." "그 분도 규현씨랑 나이가 비슷하신가?" "그렇긴 한데... 왜요?" 라이벌이 있었네. 그는 앞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뭔소리를 하는건지... 어느새 학교에 다다랐다. "의사선생님, 감사합니다. 학교 앞으로 가면 안되고 여기서 세워주세요." "내 이름 알죠?" "예?" 또 무슨 꿍꿍인지 차를 세우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나를 본다. "이름 불러줘요. 내 이름 최시원 이에요." "아 예... 시원씨, 감사합니다." 나는 건성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고 차에서 내렸다. 왠 낯선 차에서 내가 내리니 등교하던 학생들이 전부 나를 보고 수근거렸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왜이렇게 관심들이 많으실까. 역시 잘생기면 피곤하다. 아무렇지 않게 눈이 마주치는 학생들과 눈인사를 하며 서둘러 가니 뒤에서 날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또 왜... "규현씨!!" "왜요!" "약 가져가요.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되요." 그가 친히 차에서 내려 내 약봉지를 한 손에 들고 달랑달랑 흔들었다. 학생들의 시선이 더 쏠리는 것 같아 재빨리 그의 손에 있는 약봉지를 잡아챈 후 학교로 달려갔다. 잘생긴 그의 얼굴을 보며 여학생들이 꺅꺅 거리기 시작했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맙소사. 학생들의 시선을 즐기고 있었다. 심지어 손까지 흔들어주며. 그런 그가 쪽팔려 더 빨리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 "규현쌤, 안녕하세요!!" "어 그래, 안녕." "쌤 저 사람 누구에요? 진짜 잘생겼다." "어, 기사 고용했어." 여학생 무리가 우루루 와서 역시나 그에 대해 물었다. 내 대답에 아이들이 자지러지듯 함성을 질러댔다. 우리학교 아이들 정말 이상하다. "쌤 근데 왜 어제랑 같은 옷 입었어요?" "응?" 예상 못한 질문에 목소리가 크게 흔들렸다. 항상 침착하던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니 아이들은 더 흥분한 듯 오오오- 하며 짐승소리를 냈다. 아침부터 힘들다. 오늘 뭔가 굉장히 꼬일듯한 하루가 예상되는 건 느낌탓일까... 빨리 집에 갈 시간만을 기다리며. 그냥 지르고 보자!! 시피 쓴 글이라 가면 갈수록 제가 난감해지네요...ㅋㅋㅋ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힘 닫는데 까지는 노력해볼게여!! 힘 닫는데 까지만.... 읽어주시는 분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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