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ㅎ…^__^..”
“…..”
“….ㅎ….?^0^;;…?”
“너 이리와 새꺄 한 대만 맞자”
“동네 사람들 울 엄마 첫째딸이 사람 죽여요!!!!!!!!!!!!!!!!!!!!!!!!!!!!!!!!!!사람 살려!!!!!!!!!!!!!!!!!!!!!!!!!!!!”
때는 2016년 1월 1일. 열두시 땡 치자마자 3살 터울 난 혈육놈이 나 고3됐다고 놀리는 꼴을 보니 괜히 기분이 우울해졌다.
하지만 괜찮다. 초등학교 때부터 전교1등과 학생회장을 놓쳐본 적이 없는 나는 이번년도도 정말 완벽한 학교생활을 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절~대~로, 남들에게 내 치부를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철천지 원수
01
-금성에서 잘 살고 있는 여자에게 들이닥친 화성에서 온 남자
"여러분!!!!!!!이 2016년, 우리 자랑스러운 선풍고의 진정한 학생회장이 될 사람이 누굽니꽈아악!!!!!!!!!!"
"....쟤 뭐래니 진짜 왜 저리 오바야"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지금 여기는 방송부,
새학기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학생회장을 뽑는 자리에 후보자들이 방송을 통해 학생들에게 연설하는 곳이다.
나는 기호 3번, 내 앞에서 연설한 애들은 그저 소리를 질러대며 지키지도 못하는 추상적인 공약이나 나열하고 있으니,
이번 년도도 학생회장은 따놓은 당상이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기호 3번 김여주입니다.
저는 다년간의 학생회장 경험을 토대로..........."
계획한대로 연설은 잘 끝났다.
시간까지 딱 맞춰서 2분.
마지막에 회심의 미소를 날렸으니 이변이 없는 한 이번에도 나는 학생회장일.....
"다음, 마지막 후보자 기호 4번 황민현 연설 시작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학생 여러분, 기호 4번 황민현입니다."
ㅁ...뭐지
저 얼굴에 '나 학생회장할 꼬에요~'라고 써놓은 거 같은 상큼이는..
"....를 꼭! 이룰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저 기호 4번 황민현!
여러분의 기둥이 되어 솔선수범하는 학생회장이 되겠습니다. 꼭 뽑아주세요. 감사합니다."
x됐다. 예상 외의 복병이 나타났다.
허우대도 멀쩡하니 딱 봐도 뭇 학생들 마음에 불 좀 질렀을 관상인데, 이런 애들 치고 인싸 아닌 애들이 없더라.
학생회장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인싸력, 학생회장-인싸=0이므로, 말하건대 나의 12년 학생생활 중 저렇게 위협적인 학생회장 후보는 없었다.
에이, 그래도, 짬바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는데 내 중학교 동창 친구들이 날 많이 뽑아줬겠지...
...
...
..
...그.그렇겠지...?
.
.
.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선풍고 학생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방송부에서 2016 학생회 선거 개표 결과를 말씀드립니다.
앞서 공지해드린대로, 최고 득표자가 학생회장으로 임명되고,
그 다음으로 표를 많이 받은 사람이 학생부회장으로 임명됩니다. 학생회장은...."
당연히, 이번 년도에도 내가, 학생회ㅈ,,
"3학년 2반 19번 황민현, 학생부회장은 3학년 2반 20번 김여주입니다.
당선되신 분들의 소감 및 각오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학생회장으로 당선된 황민현입니다.
일단, 저를 믿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서 약속드린 내용과 같이, 학생여러분들의 복지와 권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학생회장 황민현이 되겠습니다.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
떻
게
이럴수가...
내 커리어에 완벽한 오점을 마지막 학창시절에 남기다니....
충격에 빠져 소감을 어떻게 말했는지도 모르고 허탈한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황민현은 남은 후보자와 방송부원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전하며 실실 웃어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방송실을 나가고, 그제서야 정신을 겨우 차린 나도 나가려 하는 순간,
"....ㅋ"
누군가가 나를, 분명히 비웃고 있었다.
방금 저 황가(家)놈 x끼 나 비웃은 거 맞지
학생회장 황민현X학생부회장 김여주X전학생 옹성우
의 파란만장 일희일비 찌든 고3 러브러브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