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과의 교감
w.ROOP
진지한 그의 동공은 곧 정신을 차린듯 더욱 단단해져..이내 부드러워졌다.
"그랬냐.."
"..어?"
"그랬냐고..아 진짜 야 니가 우니까 내가 더 당황스럽잖아.그 지금,내가 아직까지 상황정리가 안되는데 무튼 보호자없는애를 니가 키우고 있다는거 아냐"
"키워..아 뭐 키운다면 키우는거지."
"니가 알아서 잘하고 있었던거 아니야?잘하고 있는거 같던데..뭘 쫄고 있어- 나 너한테 뭐라 할 마음 없어.그냥 꽤 된거 같은데 왜 진작 말 안했나 섭섭할뿐이야.우리사이에 섭섭도 해보고 웃긴다"
체념한 표정일까,아님 이해한다는 표정일까 종인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나를 주시한다.
"..어..아 미안해 진작 말 못해서"
나는 약간 벙찐듯했다. 실은 잔뜩 타박할줄알았다. 내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걸까 평소 보지도 않았던 드라마를 운운할건 아니였지만,나는 속으로 핏대를 세워가며 화를 내는 종인이까지 생각했었다.
"그래도 내가 처음인것 같으니까 봐준다"
나는 거의 10년정도 종인이와 친구로 지내며 왠만한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종인이가 저런 모습,저런 자비롭다는 저런 표정을 지을수 있다는거에 한동안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
"이제 더 해봐"
그래,이제 어쩌려고?니 계획이나 들어보자.라는 말을 이제 더 해봐 라는 말로 짧게 대신한 종인은 정말로 제대로 상담해줄 생각인지 소파에 제대로 기대어 앉았다.
"쟤 정말 자기 이름밖에 몰라?"
"아니 찬열이라고,내가 지어줬어.원래는 어떤이름이였는지 모르겟고."
"경찰에는 연락했어?"
"응,처음에 연락은 했는데 나중에 연락주겟다고 하고 아직도 연락이 없네.근데 막 좋은소리는 못들을것같고,,"
"아 나 아는 사람중에 변호사있거든?오변호사라고 있는데 내가 그 사람한테 물어봐볼까?"
"아 헐 고맙다..진짜 나혼자 인맥도 짧아서 어쩌나 싶었는데.."
"아 막 그런거 아니야?태어날때부터 막 훈련받고,아님 전쟁때 고아같은걸수도 있잖아"
"야,지금 휴전된게 몇십년전이다!잰 아무리봐도 10대야.아님 동안페이스 20대거나"
"아..응 ㅎ 그래..그럼 처음에 말도 못한거야?아예?"
"응,아예 막 그르렁거리는 소리밖에 못냈어.그래도 금방금방 따라하던데?내이름 말해주니까 바로바로 따라하더라고"
"그럼 알아듣기는 다 알아듣는거 아니야?"
"그렇지,이것저것 알려주고 그러니깜 금방 알아듣고 따라하고 그래.그 내가 너한테 책준비해달라고 해서 가져왔던 책들도 다 찬열이 줄려고 그랬어"
"아,그래서,그래.니가 유아용 책을 읽을리가 없지 나이가 몇갠데,그럼 돈은?애키우는거나 마찬가진데 생계수단은 딱 너하나면서 둘이서 먹여살리겟다고?저 큰애를?"
"여기 시골이라 집세도 거의 안나가 물이나 전기 그런거 말고는.달마다 10만원도 안나가고,우리 회사가 들어가기 힘든만큼 일도 많고 돈도 많이 주잖냐.안그래도 넘쳐나는돈 처리하는 생각이지"
"아 헐 나도 시골로 이사올까.나 요즘 전세끝날때 되서 집찾아보고있는데."
"시골생활도 꽤나 즐겁단다.환영한다 친구야 언제든지 오렴 "
정말로 이사올 생각인지 꽤나 진지하게 고민하는 종인을 보며 약간은 안심되면서 기대되고 또 너무 고마웠다.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의 계획이나 생각을 나눴고,자기도 같이 해결책같은걸 생각해보겟다고 했다. 이제와 다시 생각해보니 한껏망친 성적표를 본 부모님은 수고했다며 뭐 먹고 싶은것은 없냐며 실망 말라며 더 잘할수 있을거라며 혹시나 내가 기죽을까 걱정하며 격려해주셨다.내가 정말 사람복이 좋은건가.
어느새 잠에서 깬 찬열이는 눈뜨자마자 종인을 보고 까물어칠뻔 했지만,내 친구라고 말하고 나서야 조금은 긴장을 가라앉혔다.
처음이야 많이 긴장하고 낯도 많이 가렸지만,종인이가 사교성이 좋은편이라 곧 쉽게 마음을 열것도 같았다.
"안녕,찬열아"
"...."
"난 백현이 친구,김.종.인.이야.백현이가 찬열이 칭찬을 그렇게 많이 하는거 있지?얼마나 이쁘면 그럴까 하고 왔는데 정말 이쁘네."
"...."
"형은 나쁜사람아니야.백현이처럼 형도 찬열이랑 친구하고 싶어.그래도되?"
"...."
"찬열아"
"....응"
"형 이름이 뭐라고?"
"조니니"
"..조니니...가 아니고..~종인.김종인.너는 찬열.나는 종인.응?종.인."
조니니라는 말에 약간 움찔하는것같았지만,애써 다시 끊어가며 이름을 되집어준다.아무래도 같은 전공이였어서 나와 같은 방법으로 타이른다.
"종인..형?"
"응,형이야 종인이형!흐흐 나는 찬열이보다 나이가 많아.찬열이 너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를 보면 형이라고 불러야되."
"....응"
"종인이형은 이제 집에 갈시간이라서 이만 가볼께!다음에 또 보면 종인이형이라고 불러줘야된다?"
끝내 종인이형이라던지 아님 불러주겟다는 소리는 못들었지만,그래도 찬열이는 종인이가 인사하며 안녕할때까지 그리고 그 모습이 사라질때까지 종인에게서 눈을 떼지못했다.
찬열이에겐 또 다른 발전이다.찬열이는 새롭게 새로운것을 배웠다.찬열이는 또 다시 성장했다.
* * *
어릴적 엄마는 내가 아플때마다 곱게 간 쌀로 미음을 만들어 주었다.그리고 예쁜 계란말이도 함께.몸이 약해 잔병치레가 많았던 특히 초등학생때는 학교에 나가는 날보다 아파서 집에 있는 날이 더 많았다.나를 엄하게 키우신 엄마는 무서웠지만 차가운 분은 아니셨다.잔뜩 약이 오른 고뿔을 이겨내느라 난 식은땀을 밤을 새서 닦아주셨고 미음에 간장으로 살짝 간을해서 한숟갈 한숟갈 떠먹여주셨고 먹기 좋게 계란말이를 조각내서 먹여주셨다.
어릴때는 몰랐지만 나는 꽤나 사랑받으며 자란것도 같았다. 바빴던 엄마는 집에는 잘 못들어왔지만,내가 아플때면 꼭 직접 간호 하시곤 했다. 남에게 부탁하는 법없이 꼭 직접 간호해주셨다.좀 커서는 일부러 아픈척도 했더랬지.
.
.
"비상약...해열제...아 여깄다"
새벽녘부터 였나.끙끙거리는 소리에 깬 내 옆에서 앓고 있는 붉은덩어리.찬열이는 온몸이 붉게 열이 올라있었다.감기인건지 아니면 다른 병인건지 알 수 가없었다.일단 당황스러웠고 어떻게 해야될지 고민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하는 병원에 지금이라도 찬열이를 데려갈수 있었다.하지만 찬열이는 신원자체가 확인하기가 힘들다.하지만 지금 당장은 주체하기도 힘들어하는 저 열들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해열제와 물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찬열이를 깨웠다.
"찬열아,찬열아 일어나봐 찬열아"
"....으으"
"찬열아 언제부터 이랬어?아까 저녁에도 이랬어?"
"..아니..백현..머리아파.."
"이거 먹자 응?이거 먹으면 안아파.약이야 찬열이 머리 안아프게해주는거"
약을 먹이고 환기를 시켰다.감기가 유행하고 있다는 뉴스를 어디서 들어본것같기도하다. 빨리 예방접종 맞으라며 백신을 투여하고 있는 의사가 TV에 나온것 같았는데.이제껏 몇달간 저와 함께 있으면서 어디 다친적도 아픈적도 없는지라 이대로 어떻게 되는건 아닌가 싶다.
찬열이의 이불을 걷어내고 옷을 벗겨냈다. 거의 반나체가 된 찬열이의 몸을 찬물에 적신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으으..차가워 백현아.."
"조금만 참아 찬열아."
차갑게해야지 빨리 열내리지.얼굴,목,팔,다리,겨드랑이나 배 그리고 허벅지 안쪽처럼 열이 많은곳도 꼼꼼이 닦아 주었다. 열이 얼마나 나는건지 체온기가 없어서 측정은 못하지만 금방 식어버리는 수건을 보니 적어도 38도는 넘을듯했다.혹시 어디 다른데는 아픈곳이 없는지 이곳저곳 닦으며 물어도 보았지만,그냥 머리가 아프고 열만 나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
.
생각보다 빨리 열이내린(해는 이미 뜬지 오래지만) 찬열이가 속이라도 상할까 예전에 내가 아플때면 자주먹던 미음을 준비했다.엄마가 자주해주신 계란말이를 해주고도 싶었지만 대신 계란노른자를 올려서 간장을 종지에 담아 방으로 가져갔다.
"찬열아 아해"
미음과 달걀노른자를 요리조리 잘썩어 간장으로 간을 했다.비쥬얼적인 면에선 영별로였지만 이거만큼 아플때 먹기 좋은것도 없는것같다.반숟갈정도 떠서 입으로 한참 식혀선 입에 떠먹여 줬다.간신히 침대에 기대어 세우긴했는데 머리가 울리는지 입을 오물거리면서도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두번째 숟갈을 입에 넣어주며 '머리아파?많이?'하니까 또 내가 걱정하는게 눈에 보이는지 아니라며 고개를 내젖는다.아닌척하는건 또 어디서 배운거야
세숟갈,네숟갈 결국 싹싹 먹이고 나서야 다시 눕혔다. 이제 열은 좀 내린것같지만 다시 어떻게 될지모른다. 수건을 더 가져와서 적시고 이마에 한개,배에 한개 올려두었다. 그리고 물에 담가서 차가워진 손으로 이리저리 뭉쳤을 근육들을 주물러줬다.
찬열이는 곧 조금은 편안해진 표정으로 잠에 들었다.
그런 찬열의 옆에서 나도 잠들었다.
찬열아 아프지마..빨리 일어나서 웃어줘
* * *
(하트)암호닉(하트)
띵동님,천사님,장미소년님,라팡님,심키님,루루님,베라님
사랑합니다^♥^
* * *
그리고 내용적인 면에서 아주 조금 수정했습니다.
원래는 백현이가 찬열이를 경찰쪽에 맞기지 않았지만 ,오늘 읽어보셨으면 알다싶이 경찰에도 연락을 하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즉 외부와의 접촉은 전혀 안하다가 하는 방향으로 수정했습니다.
아무래도 그쪽이 이야기를 끌어내기도 편할것같고 더 말이 맞는것같기도 하고요...
*암호닉신청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