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문자를 보낸거에요?"
경수가 울다 지쳐 쓰러진 그 날 그 애의 핸드폰을 보게됐다. 경수가 그 동안 한 번호에만 보낸 수많은 발신 문자들. 그리고 딱 하나의 수신 문자. 모두 백현에게 보낸 문자였고 딱 하나의 수신 문자 또한 백현에게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절대 답장이 와서는 안되는 번호였다. 경수가 그렇게 운 이유가 그 문자 때문이었다면 난 그 이유에 대한 책임을 크게 묻고싶었다. 많이 참고 있던 경수를 결국 무너지게 한 책임.
"위로해주고싶었어요."
경수의 번호로 전화를 했다. 할 말이 있다고. 상대방은 '하세요.' 라고 하더라. 어디 사냐고 물었더니 나랑 한시간 거리에 산다는 대답에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더니 그 때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알겠다고 했다. 전화로 넘어오는 그 덤덤한 말투.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큰 일인지 모르고있는 눈치였다. 그냥 문자 한통이겠거니 생각했겠지. 아니라는걸 똑똑히 알려주고싶었다.
"오히려 상처 받았어요."
나보다 약간 앳되보이는 소년이었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먼저 와 기다리고있었고 인사도 깍듯이 했다. 때묻은 컨버스에 청바지 그리고 예쁜 회색니트를 입고있었다. 순간 그 애에게서 백현이가 보였던건 왜일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쁜 뜻으로 그런건 절대 아니에요."
"그럼 무슨 뜻으로 그랬어요?"
"번호를 바꾼 제작년 7월부터 문자가 왔었어요. 처음에는 번호를 잘못 썼거니 귀찮아서 그냥 있었는데 십일이 넘도록 계속 오니까 얘기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얘기하려니까 하기가 싫더라구요.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어요...나쁜 일이라는거 알고있었지만 그냥 그 사람의 추억을 공유받는 것 같았어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내용들이었고 가끔은 진짜 내가 백현이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했으니까."
"그럼 그쪽이 진짜 백현이가 됐다는 망상이라도 한거에요? 그래서 그런 문자를 보냈어요?"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그 동안 원망한다거나 미워한다거나 하는 문자를 보낸적이 한번도 없는데 그 날 그런 문자가 오니까 그냥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그리고 드디어 그 사람 이름을 알게됐고. 답장을 해줄 수 있겠다 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어요. 백현이라는 사람한테 답장이 오면 기뻐하지 않을까 하고..."
"아니요. 틀렸어요. 그쪽 때문에 경수는 아파요. 무뎌지려고 부던히도 노력했던 애에요. 참고 참던게 당신때문에 무너졌어."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그러려던게 아니었어요..."
더 화를 내고 싶었다. 경수의 슬픔의 이유를 모두 다 이 아이한테 떠넘기고싶었다. 하지만 울고있다. 계속 미안해요 미안해요 하며. 내 앞의 소년은 지금 모든게 진심이다. 진심으로 말하는 사람에게 내가 더 화를 내는건 나쁜 짓이다.
눈물을 멈추지 않는 소년을 겨우 말려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눈물은 흐르고 있는 상태.
"번호 지워요. 더 이상 문자하는 일 없을거에요."
"..."
"알겠죠?"
"그 분한테 미안하다고... 꼭 전해주세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조심히 가세요."
순간 백현이의 향기가 났다. 아까 내가 이 애에게서 백현이를 본건 어쩌면 실수가 아니였을지 모른다.
뒤돌아간 아이를 붙잡았다.
"직접 가서 사과해요."
+
백현이 생일에 딱 올리고싶었는데ㅠㅠ 오십분 지났지만 생일축하해 하트하트
후후편이 있을 예정이에요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은 소수정예입니당 하트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