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자꾸 이러면 나 여기서 콱 죽어버릴거야. " 내가 소리치자 넌 나즈막히 실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앞머리를 한번 쓸어 넘긴 뒤 애처롭단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나보다 세살 어린 그였지만 나는 그에게 약자가 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건, 나만이 아는 느낌이다.
그는 외모가 준수하며 다정한 성격이다.
하지만 그점이 나를 더욱 옭아매 결국 지금의 상황처럼 벼랑을 만들었다.
항상 나만을 생각하며 나를 위해 산다. 너는 그러했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이성으로 호감을 느끼기에는 우린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나에게 있어 너는 그저 친한동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고 지금도 그랬다.
그는 외모가 출중했으므로 다가오는 여자가 적지 않았다.
오는 여자 가는 여자 막지 않으면서도 그 속 한가운데 나를 가두고 풀어주지 않았다.
내가 너를 노려보기만 하자 너는 교복 바지 주머니에 조용히 손을 찔러 놓고는 한숨을 한번 쉬었다.
" 누나가 죽는게 정말 나 때문이라면. "
그는 말허리를 잠시끊고 나에게 다가와 내 귀에 대고 읊조렸다.
" 다음생에는 나한테 벗어날 수 있다고, 누가 그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