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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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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줘요."

종인은 하루에 한 번씩 경수의 상처를 봐야한다면서 그를 찾아왔다. 다친 사람을 돌봐주겠다고 온 사람을 내칠수도 없고 해서 경수는 종인이 그의 손을 보러 왔을 때는 가라는 말은 하지않았다. 
톡톡톡, 자신이 꼬맨 자국을 보고 약을 발라주는 종인의 손은 유리를 집던 경수의 손보다도 더 조심스러웠다. 약을 발라주던 종인은 힐끗거리며 경수의 표정 변화를 살폈다. 

"안 따가워요?"

종인이 다정하게 묻는 탓에 경수는 아무 생각없이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고 끄덕이는 고개짓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종인은 빤히 바라보다가 새로 붕대를 감아준 손을 경수의 허벅지 위에 살며시 내려놔주고 항상 하던대로 조심하라는 말을 한 후 집을 나섰다. 경수는 종인이 내려놓아준 그대로 한참을 앉아있었다.
삼주째, 종인은 경수를 찾아와 상처를 살폈다. 다 나았는지 경수는 보이지가 않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종인이 오니까 아직 다 안 나았는가보다 하고 추정할뿐이었다. 굳이 붕대를 풀러서 확인하고싶은 생각은 없었다. 





























경수는 이불과 몇가지 옷들을 빨래해 널었던 것을 거두어 집안으로 들어왔다. 적적한 기분이 들기도하고해서 CD가 가득 있는 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가져와 틀었다. 
어제는 종인이 오지 않았다. 항상 비슷한 시간대에 꼭 찾아오고 가끔씩 몇번 더 찾아왔는데 어제는 아예 오지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 어제 종인의 집은 조용했는데, 밖에 일이 있어서 나간걸까. 경수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계속 확인하면서 종인을 기다렸다. 무릎을 가슴께로 끌어당기고 초조함에 엄지 손톱을 틱틱 물어뜯었다. 계속 기다렸지만, 종인은 오지 않았다.
노래를 흥얼흥얼거리며 걷어온 빨래들을 접기 시작했다. 오른손이 아파서 잘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나름 잘 접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아직 다 안나았는가보네. 오른손이 녹이 슨 로봇이 움직이는 것마냥 약간 삐꺽거렸다.
프에취! 경수의 맞은편에서 재채기소리가 났다. 경수는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에이씨..." 

그리고 경수는 자연스럽게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왔다. 경수의 한숨소리를 듣고 종인은 움찔했지만 입으로는 그렇지않은 척 에이씨거렸다. 또 뭐라고 하겠지? 종인이 고개를 푹 숙이고 쏟아질 경수의 잔소리를 기다리는데 한참이 지나도 경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오히려 종인의 기침에 잠시 멈추었던 노래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이어부르며 옷을 다시 접기 시작했다. 종인은 눈을 꿈뻑거리며 경수를 쳐다보다가 경수처럼 다시 옷을 접었다. 

"여기 밑에 있는 마을 가봤어요? 안가봤죠? 어쩐지 거기 아줌마가 나 혼자 사냐고 그러더라구요."

자신이 있는 것을 알았음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경수의 행동에 종인은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서 슈퍼 아줌마가 옆집에 사람이 있으면 같이 놀러오지 그랬냐고했다, 여기에 무엇을 심으면 잘 난다는 것처럼 별 얘기는 아니지만 여태 자신에게 있었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경수는 그저 듣기만 하는데도 종인의 입은 헤벌쭉해지고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이 없어보였다.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을때보다도 더 기분이 좋았다.

























종인은 딱히 할 일이 없을때 딱히 할 일이 없는 경수의 집으로 찾아왔다. 집에 재밌는게 없다고 경수가 말해도 이젠,

"적적한 사람 둘이 모여서 재밌게 놀면 되죠. 보일러값도 아끼고."

라며 능청을 떨었다. 종인은 이제 경수의 집에 올때 몰래 들어오거나 하지않았다. 가끔은 들어오면서 우당탕거려 경수를 놀라게할때도 많았다. 경수도 이젠 그가 오는 것을 말리지않았다. 내 옆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그렇게 말해놓고 지금은 그냥 오든말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걸 종인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했지만 그는 별 생각이 없어보였다. 
왜일까. 그렇게 밀어내려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러지를 않는건. 아니, 그러지를 못하는 것은. 겨울이라 사람이 그리웠나.
경수가 한참 생각에 잠겨있는데 대문에서 큰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종인이 집에 들어오다가 대문에 발이 걸린 모양이었다. 경수는 방에 앉아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종인이 에이씨, 에이씨 거리면서 발을 터는지 푸드덕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일이냐고 경수가 묻자 종인이 저요?하고 물었다. 그럼 사람이 그쪽밖에 더 있나.

"고구마 좋아해요? 할 일 없으면 같이 먹자고 왔는데."

종인은 제 집에 들어온 듯 자연스럽게 경수의 방으로 들어오면서 방문을 닫았다. 으, 추워. 또 보일러 안틀고 있었나보네. 종인은 방안을 두리번거렸다. 경수가 바닥을 이리저리 손으로 짚어 고구마를 찾아 들었다. 이상한데. 경수가 고구마를 집고 가만히 있자 보일러를 틀고 온 종인이 아! 하더니 말을 이었다.

"나 고구마 못쪄서 쪄달라고 온거예요."

너무나도 당연하게 말해서 경수는 허허 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종인이 놀라서 목소리가 커졌다.

"지금 웃은거예요? 웃었죠? 그 쪽 웃을 줄 알아요?"

경수가 너무 무표정으로 있어서 웃는 법을 모르는 줄 알았다며 이상한 소리를 해대며 종인이 호들갑을 떨어대는 탓에 경수는 웃음을 싹 거두어가려했지만 옅게 웃음이 남아있었다. 종인은 신기하다는 듯 그의 입을 헤헤거리면서 바라보았다. 경수는 느껴지는 종인의 시선에 민망해져서 고구마 쪄올테니까 여기 있으라며 부엌으로 향했다. 경수가 방을 나가고 종인은 풀썩 바닥에 누웠다. 옆집 사람이 웃었다, 처음으로 웃었다, 기분 좋다, 히히. 그리고 뜨듯해지는 방바닥에 종인은 스르르 잠에 빠졌다.
한편, 부엌으로 도망가듯 나온 경수는 밝게 달아오른 볼을 식히느라 난리였다. 덥다, 덥다. 차가운 자기 손을 볼에 가져다대고 했지만 볼은 따뜻하니 열이 가시지않았다. 웃는게 뭐 어떻다고 저렇게 호들갑이야. 아까전의 종인의 신기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기억나 또다시 볼이 붉어졌다. 















경수가 방으로 다시 들어서는 소리가 들리자 자고있던 종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잠에 들면 웬만해서는 잘 깨지 않는데 이상하게 문여는 소리에 깨어난 자신의 모습에 종인도 짐짓 놀랐다. 여기요. 경수가 바닥에 그릇을 내려놓았다. 고구마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다. 뜨거우니까 조심해요. 경수가 말하고있는데 그새 종인은 고구마 하나를 집어서 밑을 휴지로 감싸고 경수에게 건내주었다.

"제일 큰거!"

조그만 아이가 칭찬을 바라는 듯한 말투였다. 경수가 멀뚱히 있다가 작게 고맙다고 말하자 종인은 해맑게 웃었다. 그런 것이 경수에게도 느껴졌다.

"여기 오기 전에 무슨 일 했었어요?"

한참 고구마를 먹으면서 침묵하고 있는데 경수가 먼저 말을 걸었다. 종인은 우적거리며 먹다가 경수가 질문을 하자 씹던 것을 멈추고 경수를 바라보았다.

"그 쪽이 말한거예요?'
"그럼 누가 말해요."

옆집 사람이 웃었다. 거기다가 먼저 말을 걸었다. 정말로 오늘 무슨 날인가? 혹시 꿈 아니야? 종인은 한쪽 손으로 자신의 볼을 세게 꼬집었다. 아프다. 꿈이 아니다. 

"의사였어요?"

경수가 질문했다. 왜요? 종인은 경수의 질문에 대답하지않고 오히려 그에게 되질문했다.

"그냥, 이런거 꼬매고 하는거 보니까 의사였나해서요."

경수가 고구마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껍질을 까면서 그 말을 듣던 종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의사, 좋네요."

경수는 종인의 의외의 대답에 네?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맞다', '아니다'가 아니라 '좋네요'는 뭐야.

"의사였다고 치죠, 뭐."
"그게 뭐예요."
"착한 사람 한 번 해보고 싶어서그래요."

종인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경수는 종인의 말에 토를 달으려다가 그만 두었다. 

나도 질문 하나 해도 돼요? 종인이 물었다. 경수는 뭔가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은 이름이 뭐예요?"

경수는 이름을 말하려다가,

"비밀이요."

하고 대답했다. 종인이 그게 뭐냐며 투덜댔지만 종인도 경수가 한 질문에 대답을 안했으니 똑같은 거 아니겠냐고 대답하자 종인은 재미없어, 재미없어라며 꿍얼거렸다.




























종인은 눈을 감고 햇빛을 받고있던 경수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어디가느냐고 묻는 경수의 질문에도 종인은 입을 꾹 닫고 답하지않았다. 화가 난걸까? 경수는 대답을 하지 않는 종인의 모습에 마음이 철렁해서 자신이 여태했던 말 중 종인에게 상처가 될만한 것이 있었나 머릿속을 헤집었다.
어디로 가는 건지 종인은 경수의 손을 잡고 오르막길을 계속 올랐다. 경수는 그동안 계속 자신이 했던 말들을 돌이켜 생각해봤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어 미칠 지경이었다.

"저기, 김종인씨.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다왔다!"

경수가 정말 미안한 목소리로 종인에게 말을 걸자 종인은 다 왔다며 탄성을 내질렀다. 네? 경수가 놀라 묻자 종인이 히히 웃었다.

"여기에 그쪽이랑 오고 싶었어요. 그쪽이랑 잘 어울려서."

어딘데요? 경수가 물었다.

"벚꽃보러 왔어요."

종인의 대답을 듣고 경수는 잠시 벙쩌있었다. 어딜 가는지 얘기도 안해주고. 실수라도 해서 화가 난걸까 계속 걱정했는데 제 속은 모르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단 목소리로 벚꽃 보러 왔다고 말하는 종인에게 경수는 따질까 생각했지만 원망은 얼마 가지 않았다. 화가 난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는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아, 방금 하려던 말 뭐예요? 종인이 물었다.

"저도 오고싶었다구요."

경수는 하려던 말을 감추고 같이 오고싶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종인은 경수랑 자신이 잘 맞는다며 좋아했다. 그리고 종인은 자신의 손을 경수의 손목에서 손으로 옮겨잡고 여기저기로 돌아다녔다. 종인은 경수에게 꽃이 얼마나 많이 피었지는지, 얼마나 이 곳이 이쁜지를 설명해주었다. 보이지 않는 경수가 이 곳이 어떻게 생겼을지 알 수 있을만큼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종인은 경수의 손을 잡고 걷다가 잠깐만 여기있어보라며 경수를 두고 앞으로 뛰어갔다. 경수는 신발 코끝으로 땅을 톡톡톡 두드리며 종인의 말대로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를 기다렸다. 경수는 숨을 게 들이쉬었다. 공기가 몸에 가득차서 풍선처럼 공중으로 떠오를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았다.

"짠."

언제왔는지 종인이 경수의 귀에 무엇인가를 꽂아주었다. 경수는 손으로 그것을 조심조심 만졌다.
나뭇가지. 그리고 벚꽂이 달려있었다.
종인은 이것도 보라며 자신의 귀에 꽂힌 벚꽃을 만지던 경수의 손을 잡고 자신의 귀에 가져다댔다. 종인의 귀에도 경수처럼 작은 벚꽃 나뭇가지가 있었다. 경수는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이쁘죠? 경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종인은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경수는 자신의 귀에 얹혀있는 벚꽃을 매만졌다. 이뻐요. 종인이 경수의 볼을 가볍게 꼬집으며 말했다. 

"여기 봐요, 여기."

종인이 자신을 부르자 경수는 약간 아래로 향해 있었던 고개를 소리가 난 쪽으로 들었다. 그러자 무언가가 착, 하더니 윙 소리를 냈다.

"사진 찍었어요?"

경수가 묻자 종인은 뭘 그런걸 묻냐는 말투로 맞다고 대답했다. 왜 찍고 그래요. 경수가 툴툴댔다.

"예쁘니까 찍죠."

종인은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의 손을 잡고 다시 돌아다녔다. 간지러, 간지러워. 이상하게, 그냥 웃음이 났다. 























경수는 선풍기 앞에 대자로 누워서 숨을 껄떡였다. 밤인데도 날씨는 무더웠다. 바닥에서 일어나자 땀이 배겨 살과 바닥이 떨어지면서 쩍쩍 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듣고 경수는 몰래 도와주러 왔다가 맨발이라 쩍쩍 소리를 내서 경수에게 들켰었던 종인을 떠올렸다.

"저기요."

때마침 종인이 열려있는 경수의 방문을 똑똑 두드리며 경수를 불렀다. 선풍기 쪽을 바라보던 경수는 종인의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할 거 없죠."

나랑 놀아요. 종인이 경수의 팔뚝을 덥썩 잡았다. 경수가 끄덕이자 종인은 경수 앞의 선풍기를 꺼주고 경수를 이끌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여기 앉아요. 종인은 집 마당에 있는 커다란 평상에 경수를 앉히고 먹을 걸 가져온다며 부엌으로 향했다. 경수는 종인이 잡았던 자신의 팔뚝을 매만졌다. 뜨거웠다. 그 부분만, 이상하게도 뜨거웠다.

"앗 차거."

볼에 찬 것이 닿자 소스라치게 놀라는 경수의 모습을 보고 종인은 아 귀여워! 하는 반응을 보였다. 뭐예요?하고 묻는 경수의 손에 여름엔 시원한 맥주라며 경수의 볼에 가져다대었던 것을 쥐어주었다. 종인은 경수의 옆자리에 앉으며 벌써 마셨는지 크, 하는 소리를 냈다. 경수는 시원한 맥주캔을 만지작거렸다. 
안 마셔요? 종인이 물었다. 술을 원래 잘 못해요. 경수가 말하자 나 많이 사놨는데, 하며 종인이 말꼬리를 흐렸다. 

"애기네, 애기."

종인이 경수의 볼을 잡고 좌우로 흔들었다. 아프-아요으. 종인이 볼에서 손을 떼자 경수는 손바닥으로 볼을 꾹꾹 눌렀다. 그냥 분위기라도 맞춰줘요. 종인은 경수의 손에 또 뭔가를 쥐어주었다. 땅콩이랑 견과물이 가득 들어있는 통이었다. 종인은 혹시나 해서 사왔는데 잘 사왔다며 종인은 제 스스로를 칭찬했다. 경수는 통에서 땅콩을 하나 꺼내 우물우물 씹고 종인이 준 맥주를 한입 꼴깍 삼켰다. 끄-하는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시원하죠? 종인이 묻자 경수는 그러네요, 대답하고 다시 한 입 꼴깍 삼켰다.

"근데 그 쪽 이름 안 알려줄거예요?"

둘 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올랐을 때였다. 안알려줄거예요. 대답하는 경수는 웃음을 흘렸다. 취했나보다. 경수의 모습을 보고 종인이 생각했다. 종인은 평상에 드러누웠다.

"나 그쪽 되게 많이 도와줬는데 이름도 안알려줘요."

그쪽은 나한테 쌀쌀맞게 굴었는데도 난 계속 도와줬잖아요. 종인은 말을 맺고 잠시 조용했다. 경수가 코를 한번 훌쩍였다. 그러다가 종인이 갑자기 일어나 양반다리를 하고 경수쪽을 바라보고 앉더니 경수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나한테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어요?"
"네?"
"네?"

종인이 경수의 손을 만지작거리자 가만히 웃음을 흘리던 경수가 울음을 터트렸다. 종인은 당황해서 말도 못하고 어버버거렸다. 
우, 울지마요! 종인은 경수의 눈물을 제 손으로 닦아주었다. 다만 힘조절을 잘못해서 종인이 닦아준 경수의 볼이 조금 발갛게 부어올랐다. 
나랑 있지 말라구요, 같이 있지 말라고! 경수는 엉엉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종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 주먹을 쥐고는 종인의 어깨를 소리나게 내리쳤다. 
악! 종인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손이 작아서 얕봤는데 야무진 것인지 힘이 은근히 셌다. 경수가 때린 어깨가 얼얼했다. 경수는 계속해서 내리쳤고 종인은 그런 경수를 말리려다가도 경수의 얼굴을 보고 막지 못하고 계속 맞기만 했다. 


















"나는 의사 아니예요."

겨우 울음을 멈추고 다리를 가슴께로 모은 경수는 코를 훌쩍거렸다. 두 손으로 맥주캔을 신주단지 모시듯 잡고있다가 한 입 조그맣게 마셨다.
꼬매는거요, 정식으로 배운 거 아니예요. 경수는 눈을 감았다. 종인은 나긋나긋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의사가 되고싶어요! 종인은 스케치북에 흰색 가운에 청진기를 한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크레파스로 꾹꾹 눌러가며 열심히 그렸다. 난 의사가 되서 병원을 지을거예요. 그래서 우리 아빠를 내 병원에 데려와서 공짜로 고쳐줄거예요. 그리고 우리 엄마도 고쳐줄거예요.
아버지는 사고로 몸이 불편하게 된 이후로 막노동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가족 먹여 살리겠다고 그 불편한 몸을 이끌고 공사판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보다 두 배로 일했지만 임금은 적었다. 게다가 종인의 어머니의 약값을 벌기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임금이 높지만 위험한 곳으로 가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몇달 후, 종인의 아버지는 공사중인 빌딩 옥상에서 떨어졌다. 공사판측의 잘못이었지만 종인의 아버지는 삶을 비관한 나머지 투신 자살을 한 어느 중년의 남성으로 기사에 올랐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가고 나서 남은 어머니는 돈을 벌기에 너무 약했고 종인은 너무 어렸다. 사회에서 지원을 해주었지만 전기세, 수도세, 식비를 빼고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약 없이 골골대다가 아버지의 뒤를 따랐고 종인은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이후로부터 종인은 틈만 나면 싸워댔다. 그러다보니 병원에 가는 횟수도 많아졌고 고아원 원장님의 잔소리도 많아졌다. 걔네들이 먼저 나 놀렸단말이예요! 하지만 원장님은 참으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중학교 졸업이 다가오면서 종인은 고아원에서 받아 모아둔 용돈으로 약품을 사서 혼자 상처들을 치료했다. 하도 병원에 들락날락하다보니 어깨넘어로 배워서 몇번만 어색했지 금방 혼자서 상처를 치료하고 꼬매는 것에 익숙해졌다. 원장님은 병원비가 줄은 것을 보고 종인이 학교생활을 그나마 잘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종인은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날 때 그 쪽일에 들어가면서 고아원에서 나와 생활하기 시작했다. 종인은 한바탕 일이 끝났을 때 자신과 자기 패 사람들의 가벼운 상처들을 치료해줬다. 어디서 이런거 배운겨. 혼자 했어요. 그러면 패 사람들은 천재났다며 칭찬해주었다. 공부만 잘했으면 의사했어도 될뻔 했다고.

"그러니까 위험해진다고 나 밀어내지마요. 내 몸 하나 지킬정도는 되니까."

종인은 경수의 두 손을 잡고 말했다. 경수는 반응이 없었다. 종인은 경수를 보채지않고 그저 보고만 있었다.

"나는요,"

경수는 오랫동안 생각을 하고 말을 꺼냈다. 나는 선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예요. 입술이 파들거리며 떨렸다. 종인은 손을 약간 힘주어 잡았다. 

"선천적 시각장애인은 꿈을 못꾸는 거 알아요? 그런데 나는 꿈을 꿔요."

경수는 말을 끝내고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말을 꺼냈지만 여기서 그만 두어야할지, 더 이야기를 할지 고민했지만, 말을 꺼낸 이상 끝이라도 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경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꿈에서는 항상 사고가 일어났어요. 교통사고, 화재 뭐 그런거요. 나랑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나왔어요. 빠르면 하루, 늦어도 한달이면 꿈에서 본 대로 사고가 일어났고 운이 좋으면 병원 입원이고 죽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어요."

종인은 조용히 경수의 말을 듣기만했다. 경수의 손은 얼음을 쥔 듯 차고 덜덜거리며 떨렸다. 자신이 얘기했다가, 행여나.

"그래서 여기에 온거예요. 사람들 다치지않게, 죽지않게하려고. 그런데 그쪽이, 김종인씨가 자꾸 나한테 오잖아요. 난 정말로."

종인이 자신을 괴물 취급한다면? 경수는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난 정말 김종인씨를 죽이고 싶지 않아서, 나랑 말을 섞지 않으면 내 꿈에 안 나타날 것 같았아요. 그래서 그랬어요. 매일 밤 잠에 들면서 종인씨가 내 꿈에 나오질 않길 바라면서 잠드는데, 가끔은 밤을 샌 적도 있어요. 종인씨가 행여나 나오면 어쩌나하고. 잠에 드는게 무서워서, 말을 걸면 대답하지말까하면서도 종인씨가 없으면 또 무서워져. 혼자남은걸까봐. 혼자 남고싶어서 왔는데 혼자 남겨지는게 너무 무서워."

경수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래, 괴물취급따위. 그런것은 상관없었다. 단지 혼자 남게 될 것이 두려웠던 것 뿐이었다.
혼자 남고 싶어서 온 곳이었다. 경수는 그렇게 얘기했다. 하지만, 아니. 혼자 남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혼자 남는 것이 무서웠다. 사람들과 뒤엉켜서 감정적인 그 무엇인가를 나누는 그런 소박한 것을 원할뿐이었다.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나지않을 경수에 대한 호기심이든지, 단순한 연민이라도 괜찮았다. 그저, 조금만, 개미만큼이라도, 우주 속의 먼지처럼 작아도,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종인은 경수를 처음 본 날부터 혼자 앉아있는 경수에게서 상처가 난 아이를 보았다. 뚜렷하지않았지만, 종인은 보았다. 표정없이 앉아있는 경수는 여태 제가 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간절하게 외치고있었다. 

"꿈 꿔요?"

사랑받고싶다고.

종인이 무슨 말을 할까, 속으로 그가 어떤 말을 할지 두려워하고있던 경수는 종인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네? 하고 되물었다. 물기가 가득한 목소리였다.

"내 미래도, 꿈 꿨냐고요."

종인은 말을 끝내고 웃었다. 순간 경수는 무언가가 벅차오르는 느낌에 숨을 멈추었다. 말 대신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길에서 넘어져 다리에 상처가 난 아이는 단지 아파서 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다리에 나서 피가 흐르는 상처가 무서워서 울지만 아이는, 누군가가 괜찮냐고 물어준다면, 따뜻하게 안아준다면 울음을 그칠 것이었다. 그러나 경수는 위로 한 번 없이 상처만 늘어났었다.
상처가 난 아이는 상처를 내보인 적 없었다. 행여 남이 보고 행실이 바르지 못해서 난 것이라 할까봐 감추려고 노력하고 왜 상처가 나게 그랬을까 자책만 해왔다. 그런 아이에게 처음으로 반창고를 붙여준 사람이 나타났다. 아이에게 처음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상처가 난 것을 알아주고, 상처를 보듬아주고, 괜찮냐고 물어봐주었다.

"그럼 나랑 있는건 괜찮네요"

경수는 종인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였다. 종인은 웃으면서 경수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쪽이랑 나랑 있으면,"
"도경수예요."
"네?"
"도경수, 내 이름이요, 도경수예요."

종인은 갑자기 알게 된 경수의 이름에 얼떨떨해졌다. 그러나 이내 그의 입에는 미소가 번졌다.

"나랑 있으면 괜찮으니까 나랑, 경수씨랑, 항상 같이 있어요. 그럼 꿈같은거, "

종인은 말을 맺지 못하였다. 경수가 울음을 터트려서였다. 종인은 경수를 제 품으로 안았다. 경수는 그의 품에 안겨서 생에 처음으로 가장 서럽게 울었다.






















[EXO/카디] 조직에서 나온 종인X미래를 보는 시각장애 경수 02 | 인스티즈


벚꽃 경수의 모습을 상상하자면 이런 모습일거같네요ㅋㅋㅋ
교복을 입고있는게 다르지만!












암호닉

궈노

디귿

랄라!

모카

몽실

반짝

승쨩

쓰밥

아카시아

에쏘

쮸쀼쮸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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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역시 신알신 하길 잘한 것 같아요ㅠㅠㅠ 저 [디귿] 으로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ㅠㅠㅠ
10년 전
aval
학!!!암호닉ㅠㅠㅠㅠ감사합니다 암호닉 받을게요!
10년 전
독자2
모카입니다.
아ㅠㅜㅜ 경수가ㅠㅠ드디어ㅠㅜ 종인이에게ㅠㅜ 자신을 털어놓았군요ㅠㅠ그래요ㅠㅠ술난 좋은거에요ㅠㅠㅠ 모든걸 술기운으로ㅠ털어놓을수 잏거든요ㅠㅠㅠ

10년 전
aval
모카님ㅠㅠㅠㅠ덧글 이제야보네요 항상 덧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당ㅎㅎㅠㅠㅠ
10년 전
독자3
아 진짜 둘 보기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ㅠㅠㅠㅠ 서로 다정하고 그냥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둘인데 ㅠㅠㅠ 앞으로 안 좋은 일 안생겼으면 하는 욕심이 있지만 ㅠㅠㅠ 그래도 지켜볼게요!! 신알신하고가요!
10년 전
aval
와ㅠㅠㅠ신알신감사합니다ㅠㅠㅠ
10년 전
독자4
대박ㅠㅠ둘이 어쩜 저리 흐뭇할까ㅠㅜ
9년 전
비회원242.180
혹시 브금 노래제목이 뭔지 알수있을까요ㅠㅠ?
8년 전
단도
If I die young입니다 가수는 The band perry예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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