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 윤호x민정보고 써본 야동 단편 글.
벚꽃, '벗'꽃
글쓴이 Horeu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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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고, 벚꽃이 만개하는 따뜻한 봄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날씨도, 그리고 주변 분위기도 내 인생에서 가장 지우고싶었던 기억의 일부인 동우쌤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곱씹어 본다면, 그는 참 벚꽃과 비슷한 남자였다. 지나가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유일한 낙이라는 '그 사람' 이 없으면 조용하고 쓸쓸해진다는 부분에서 말이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백색의 벚꽃이 떨어져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벚꽃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 날을 더이상 쳐다볼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불행 중 가장 큰 불행인 것 같다. 고등학교 때, '그 남자' , 정확히 말해 나의 삼촌의 애인이었던 담임선생님을 짝사랑해버리는 바람에 말이다. 여러가지 문제가 병합되어 고등학교를 잠시 휴학하고 머리를 정리하기로 결심한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어느새부터인가, 내 기억 속에서 거의 중심을 머물던 동우쌤이 이제는 끄트머리 모서리 쪽으로 조금씩 밀려나는 것이 느껴졌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아픈 손가락같은 존재였지만, 이제는 그냥 어렴풋이 기억만 나는 정도의 느낌상으로 봐서는 그냥 추억 속의 '첫' 사랑으로 남으려는 것 같았다.
추억이란게 꽤 아름답고 추상적인 단어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레게 하는게 꼭 나를 들었다 놓았다하는 동우쌤과 비슷한 단어같다. 아마 그래서 나의 추억은 곧 동우쌤이라는 공식이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또한 들기 시작했다.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소리에 꺼내어 확인했다. 엄마의 문자였다. '아들. 배낭 여행 잘 다녀오고! 거기서 누가 너 기분 좀 나쁘게 했다고 성질 부리면 너 고딩탈출 못한거야! 오케이?' 참 엄마다운 문자 메시지였다. 오늘따라 오토바이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게 영 찝찝하다.
* * *
삼촌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휴게소에 들려 우동 한 그릇을 시키고 대충 자리에 앉아 전화를 받았다. 응, 삼촌. 왜 전화했어? 아직도 보기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집 안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리고 학교에서 체육수업을 들을 때 마다. 이유는 역시나 내 청춘과 마음을 동시에 흔들어 놓은 장동우선생님 때문에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삼촌이 나를 싫어한다거나 증오한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내가 아무리 좋아한다, 사랑한다 고백을 하고 갖가지 구애를 해도 내 말에 꿈쩍도 하지 않는 동우쌤의 태도때문에. 그래도 그런 동우쌤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정말로 싫어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가끔, 아주 가끔 생기는데 항상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나는 다시 나의 생각을 수정하곤 했다. 동우쌤이 내 고백을 거절 했던 것은 내가 남자로 보이지 않아서가 아닌, 삼촌과 내 사이가 멀어지는 것이 싫어서라고.
" 이제 휴게소 들러서 밥 먹지. 삼촌은? "
- 몰라, 임마. 나 수업 들어가야 돼. 밥 다먹으면 전화해라. 할 말 있어.
할 말이 무엇일까. 누구나 다 상상할 수 있는 기본적인 안부말일까? 아니면, 가족사일까. 아니면 예상치도 못할만한 누군가의 소식일까. 머리가 복잡해져 오는데 저 쪽에서 내 음식이 다 나왔다는 신호음이 울렸다. 번호표와 우동 한 그릇을 교환한 후 음식을 받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먹음직스러운 누런색 국물과 오동통한 면발을보니 또 다시 그가 생각나버렸다.
아마도 때는 10개월 전 겨울이었던 것 같다. 내 눈 앞에서 우는 선생님의 얼굴을 표현하자면 귀염상에 가까운 얼굴이었다. 원래 담임이였던 여선생의 임신소식이 들려오고 일주일도 되지않아 새로 부임한 선생님이 담임을 맡게 되셨다. 아마도 첫 학교가 풍파고이고, 게다가 그 학교에서 가장 문제라는 남학생의 반을 맡으셨으니 말은 안해도 답은 뻔했다. 동우쌤이 1년동안 계속 우는 일이 많아질거라는 것. 첫 날, 선생님의 얼굴은 돌처럼 딱딱히 굳어있었다. 아마 긴장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 저기 얘들아, 조금만 조용히 하자. 아무리 그래도 조례시간에 떠들면 어떡해, 응? "
" 선생님. "
" 응? "
미간을 좁히며 눈을 작게 뜨고 내 명찰을 보려는 듯 했다. 내가 " 선생님 책상에 이름표 붙어있어요 " 라는 말을 하자마자 부끄럽기라도 한듯 발그레해진 볼을 감추며 밝게 웃고는 내 이름을 찾으셨다. 밝게 웃는 선생님의 첫 인상은 여자보다 웃는 모습이 훨씬 예뻤다. 아직도 그 웃음은 잊을 수가 없다.
" 이름이 호원, 이호원이네? 호원아 왜? "
" 문이 열려서요. "
" 그럼 그건 호원이가 좀 닫아줄까? 뒷 문하고 나보다는 가까우니까 호원이가, "
" 아니 그 문 말고 다른 문이 열리신 거 같은데? "
내 말에 선생님은 응? 소리를 내며 이해를 하지 못해 벙 쪄 계시더니, 순간 얼굴이 파랗게 질리면서 뒤를 돌아 바지 지퍼를 황급히 올리셨다. 선생님이 울상을 짓는다거나 환하게 웃는다거나,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 이상하게 내 심장이 쿵쿵 뛰어댔다. 처음엔 그냥 단순히 선생님이 귀여워서 그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후로부터 정확히 두달이 지나고 나서야 그 것은 단지 그 이유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 * *
글이 좀 짧죠?
사실 정말 짧은 단편으로 계획하고 있는 글이에요! 사실은 거침없이 하이킥 재방송 보다가 그냥 쓰고싶었다는건 비밀.
사실 글잡에 그리 좋은 추억이 있는 것만은 아니라 더 이상 글잡에 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결국에는 다시 오게됬네요.
그냥 앞으로도 쭈욱 이곳에 글 연재를 할 생각입니다.
아쉽지만 연재 계획에 결말까지 생각해 놓았던 호거지는 평생연중이 될 것 같아요..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작가라는 이름을 달고 연중을 한다는게 얼마나 큰 잘못인지는 알고 있지만.. 더 이상 저런 밝은 류의 팬픽을 쓰는 것은 힘들 것 같네요..
사실 지금 이 단편 팬픽 ( 벚꽃, '벗'꽃 ) 이 완결이 난다면 바로 장편팬픽 하나를 연재하려고 해요.
그 팬픽 분위기도 많이 어두울 것 같고..ㅠ 제 특유의 밝은 글을 좋아하셨던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아니, 정말 죄송합니다ㅠ
바뀐 저의 글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분들은 신알신을 풀으셔도 되고 더 이상 제 글을 보지 않으셔도 되요..ㅠ
정말 죄송합니다! 아마 밝은 글이라고 해봤자 후에 완결이 나면 메일링할 응답하라1997 야동버전 '친구사이' 정도..
하여튼 이런 고질병돋는 글로 돌아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독자님들 모두 사랑해요♥
+ 벚꽃, '벗'꽃은 총 짧으면 3편, 길면 4~5편 정도로 연재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