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물의 클리셰
01 , 팀의 이해
"선수 입장. 김태형, 자리 잡았어?"
"와우, 우리 여주 너무 지나치게 예쁜거 아니야? 귀족 아가씨들 질투 좀 하겠는데."
김태형, 25살. 메인 저격수야. 하도 페이크가 많고 속내가 안보이는 애들이라 진짜 목표물 찾으려면 얘 총구녕 따라가는게 가장 정확한데, 멀리서도 명중률이 아주 높은 편이라 위치를 확인할 수가 없어. 반대 위치에서 김태형 찾아서 쏴봐도 손끝 스치기도 어렵단 얘기지.
"까불지 말고 자리나 얼른 잡아. 여주 저런 조신한 연기랑은 안맞아서 힘들다."
민윤기, 26살. 이 조직에서 가장 오래 버티기도 했고 이 팀의 모든 지휘를 하는 실질적인 팀장이라고 볼 수 있지. 감적수 같은거. 김태형 명중률이 그렇게 높은건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민윤기 역할이 꽤 커. 몸보단 머리를 아주 잘 쓰는 애거든. 해킹 실력도 끝장나고. 오히려 이런 놈들이 제일 잡기 힘들지.
"내 자리는 나이스한데, 3분만 시간 좀. 막내가 준비가 덜 돼서."
"여주님 쏘리요. 3분만. 화장실 다녀오느라."
전정국, 김여주. 둘 다 나이로는 스물셋인데 첫 임무 팀부터 민윤기랑 김태형이었던만큼 기가 차는 애들이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될거다. 전정국은 뒤에서 걸리적 거리는 놈들 다 처리한다고 생각하면 편해. 권총 하나로 뒤에서 서브 다 봐주니까, 실력에 대해서는 크게 말 안해도 알아서 조심들 하고.
“오케이, 액션.”
김여주 얘는 주로 배우야. 옆에 딱 붙어서 사람 방심하게 하는거. 민윤기가 판 깔아주면 김여주가 선수로 나서는거지. 칼이든 뭐든 눈에 보이는 뾰족한건 다 무기로 사용해서 찌르는데 능숙한데 직접 나서는건 잘 못봐. 김태형이랑 전정국이 알아서 호위해주는데 나설 일이 없는거지. 특이점은 총을 못다루는거. 다룰줄 모르는건지 안다루는건지 총을 사용한 적이 없어. 옆에 총이 버젓이 있어도 칼만 쓰거든.
"굿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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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1시 조영학 국회의원의 아들이 사망한 채로 발견되어 충격을 주었는데요, 故 조 모씨는 평소 우울증과 약물 중독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검찰 측에서 비공개 조사 중인걸로 …,
"크, 하여간 대한민국 윗양반들 포장 참 잘해? 아들놈이 총맞고 뒤졌는데 우울증에 약물 중독이 뭐냐. 그 자리가 뭐라고. 지 목숨도 위태로운 판에."
"야, 넌 그 상황에 화장실이 가고싶디? 3분 끌어주느라 곧 고인될 사람한테 엉덩이까지 내줬다."
"그래서 손모가지 날려줬잖아. 감히 나도 못만져본데를 씹'새가."
"막내야, 좀 씻어라. 피 냄새 진동하는거 봐."
"형이 할 말은 아니거든요."
"난 피 안튀어. 멀리서 쏘잖아."
"저격수라는 사람이 피를 싫어한다게 어울립니까? 가오 죽게."
팀워크는 분명히 잘 맞는데 왜 일만 끝나면 서로 못놀려서 안달인지.
"남자가 이렇게 넥타이 서툴게 매는거 아냐. 못매면 매지를 마, 나한테 매달라고 하든가. 화면만 보고 있는 사람이 왜 수트는 고집이래."
삐뚤어진 넥타이를 고쳐주는 여주의 손길에 윤기가 피곤한듯 눈을 감으며 소파에 몸을 뉘인다.
경찰 측에서 우리 아이피를 추적했던 흔적이 있어.
윤기의 말에 단번에 소파로 모여드는 게 이럴 때만 보면 그저 형 잘 따르는 똥강아지에 불과했다.
"그 아이피에서 빼낼 우리 정보는 거의 없어. 그 쪽에서도 알고 있고."
"뭐야, 그럼 문제될거 없네. 난 또 우리 형이 그렇게 허술했나 실망할 뻔 했네."
"우리 아이피에 접속한 이유가 따로 있어."
윤기가 보기 쉽게 해석해놓은 화면을 뚫어져라 보던 태형이 도로 윤기에게 이게 뭐냐는 듯 시선을 돌려도 담배를 물고는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해석은 내가 다 해줬잖아, 판단은 너네가 하는거지. 남 일 처럼 태평하게 말하는 윤기에 여주가 헛웃음을 치며 윤기의 잇새에 물려져 있는 담배를 가져와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태형은 그저 담배 좀 피지 말라며 여주를 붙잡고 찡찡댈 뿐이었으며, 정국은 윤기에게 수도 없는 물음표를 던져댔지만 윤기는 열려진 창 옆에 또 다른 창을 말없이 띄울 뿐이었다.
Maybe we can be a good team.
형사과장 김석진, 특수 범죄 수사팀 팀장 김남준을 사살하라.
두 문장이 나란히 놓여지자 이번엔 태형도, 정국도 그저 입을 다물었다. 경찰의 은밀한 접촉과 동시에 경찰 사살 명령이 떨어진건 과연 우연일까. 여태껏 단 한번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경찰을 건들이는 위험한 명령을 내린 적은 없다. 이렇게 대놓고 우리를 쫓는 놈들을 잘라내라는 건, …깔끔하게 처리하고 명예조직원으로 이름을 남기거나, 혹은 뼛가루 하나도 못남기고 흔적없이 죽거나. 어쨌든 죽으란 소리였다. 명령은 곧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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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저 뭐 하나 여쭤봐도 됩니까.”
“그렇게 허락받고 물어봐야되는거면 안하는걸 추천하는데.”
“물어보면 안됩니까.”
“추천은 권유지 강요는 아냐.”
“왜 저를 이 팀으로 부르신겁니까.”
“뭐야, 겨우 그게 궁금했냐?”
“당연히 궁금하죠. 그 때 제가 오지랖 넓게 굴어서 저한테 화나신줄 알았거든요.”
“바라던 바 아니야?”
“네?”
“우리 팀, 오고 싶어서 그렇게 지’랄 떤거 아니냐고.”
“아니, 그건 맞는데 ...”
“니 또래라며. 꼭 죽여야되냐며. 그럼 옆에서 제대로 지켜봐야지. 죽여야될지, 살려야될지.”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말이 맞는 것 같아서 절 부르신거 아닙니까?”
“글쎄, ...맞는 건 없어. 덜 틀리는 쪽을 고르는거지. 빵점보단 오십점이 낫잖아?”
지민은 멍하니 남준을 쳐다보다가 이내 헐, 하고 볼을 부풀렸다.
그게 뭡니까, 당연히 빵점보다 오십점이 낫죠. 당연한 말을 너무 멋있는 척 하시는거 아닙니까?
지민의 툴툴거림에 지민의 이마를 툭 치고는 놀이터를 가리키며 웃어보였다. 아닌 척 지민의 고개도 그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애들 봐봐. 하나같이 귀엽고 예쁘지 않냐.”
“팀장님 그런 감성도 있으십니까. 애라면 질색할 것 같이 생기신 분이.”
“저렇게 마냥 천사같은 애들이 나쁜 환경에서 자라서 나쁜 짓을 하면, 원래는 천사같았다고 그 죄가 사라져?”
“아니죠.”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는데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어딨습니까. 세상 어디도 그런 핑계는 안통합니다.”
“통할거같던데, 너 걔네 감싸주는거 보니까.”
“그건... 그, 그거랑 어떻게 같습니까. 솔직히 걔네를 죽일 필요까진 없다는거죠. 정작 뒤에서 돈먹는 윗대가리들은 똑같을텐데.”
“실질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다닌건 그 놈들인데? 그 놈들은 불쌍하다고 그냥 두고 우리 병력 다 써가면서 윗대가리만 붙잡고 있는게 맞을까?”
“...”
“세상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일들이 많아. 여기서 일하면서 그런 것 좀 배워야돼 넌.”
“...”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나도 아직 멀었는데 넌 모르는게 당연한거야. 추운데 유난떨지말고 빨리 들어와라.”
제 생각이 잘못됐다는걸 깨달은 듯 주먹을 꽉 쥐고 땅만 보고 있는 지민의 어깨를 가볍게 두어번 토닥여주고는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남준에 멀리서 이도저도 못하고 커피를 들고 서있던 호석이 그제야 지민에게 다가왔다.
커피 사왔어. 너 좋아하는 스타벅스. 들어가자,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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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너무 짧으셨나욤?!
마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재는 아닌 만큼 분량을 조금씩 잘라서 올리려고 해요
너무 길면 지루해질 수도 있을까봐 ㅠㅠ
앞으로 기대 많이 해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세요!
시간 나시면 댓글 신알신 부탁드려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