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대는 피곤해 보이는 크리스의 눈을 살살 눌러주었다. 많이 피곤해 보이네... 역시 오늘도 그른 걸까. 회사일에 바쁘니까 기념일 같은 건 잊어버리고 있을 것 같아서 한 번쯤 흘려주려 했었는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크리스의 머리를 넘겨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새 바쁜 크리스 때문에 같이 살면서도 거의 이런 모습만 보게 되는 게 아쉬웠다. 내일 모레면 벌써 1주년인데... 그래도 내가 떼 쓰면 안되니까. 종대는 자고 있는 크리스를 한 번 보고는 탁, 스위치를 눌러 전등을 껐다.
"잘 자요, 아저씨."
이틀 후, 종대는 부푼 마음을 안고 일치감치 하교해 크리스에게 줄, 제 딴에는 고심하고 고심해서 고른 선물들을 방에 내려놓고 어떻게 주면 좋을까 고민했다. 쇼핑백에 든 채로 전해주는 것도 괜찮지만, 왠지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였다. 휴대폰을 꺼내 크리스에게 언제 오냐는 메세지를 보낸 뒤 선물을 뒤적이고 있는데, 짧게 지잉-하고 울리는 휴대폰에 얼른 액정을 켜 문자를 확인했다.
-미안, 오늘 회식 있어. 먼저 자.
그 메세지를 보자마자 거짓말처럼 힘이 쫙 빠졌다. 종대는 쇼핑백을 내려놓고 침대 위로 기다시피 올라가 누웠다. 오늘 일주년인데... 기념일을 꼬박꼬박 챙기는 편이 아닌 크리스 때문에, 이때까지 챙겨본 건 100일때뿐. 휴대폰이 한번 더 지잉, 하고 울렸다. 보나마나 스팸문자일 것만 같아서 종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가만히 있었다.
도어락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리고,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종대는 여전히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그것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중간에 잠깐 졸아서 낮잠을 잤더니 저녁부터는 잠도 안 오고, 배는 고픈데 혼자 먹기는 싫고. 가만히 침대에만 누워 있었더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몇 번 휴대폰이 진동을 울려댔지만 그것마저도 받기 싫어 가만히 있었다. 야자 괜히 빠졌나... 이럴 줄 알았으면 문제를 하나 더 풀 걸 그랬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발걸음이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리고, 열려 있는 문으로 크리스가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발소리가 조금 빠른 것 같은데, 술에 많이 취했나 보다. 들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고 종대는 다시 숨을 죽였다.
"...종대."
천천히 이불을 걷어 올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은 종대는 머리를 쓸어주는 크리스의 손길을 느끼다가 발개진 자신의 눈가를 문지르는 큰 손에 멈칫했다. 종대야 일어나봐. 할 말 있어. 천천히 눈커풀을 올리자 왠지 착잡한 듯한 표정의 크리스가 보였다. 눈을 느릿느릿하게 깜빡거리니 더 안절부절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침대 밑에서 뒹굴고 있는 휴대폰을 확인한 후에야 그가 안심한 듯한 숨을 내쉰다.
"문자 왜 안 읽었어."
"...어쩌다 보니."
"답장 없어서 민석한테 전화했더니 너 집에 갔다고, 집전화도 휴대폰도 안 받고..."
진심으로 걱정했다는 듯한 그의 표정에 그래도 맘이 변한 건 아니구나, 하고 안심하게 된다. 그래도 1주년을 챙기지 못한 서운함은 그것과는 별개인 것이여서, 종대는 괜히 크리스한테 틱틱대고 싶어졌다.
-
그냥 어제 독방에 끄적인거 올려옄ㅋㅋㅋㅋㅋㅋㅋ1+2 조각 합친건데 2편은 사라져서 못보신분들 많을듯...? 그리고 2편 몇문장 잘랐어여... 이렇게 끝내고싶지가않아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로 미완성이에여 어휴 정말 똥글이다
아님 그냥 내용이 병맛 똥이라서 덧글이 없는 거일수도^^.....................어휴 암튼 클첸행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