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댄서 오세훈 x 현대무용과 김종인 - 8 세훈은 쥐고 있던 펜을 던지듯 내려놓고 두 손을 들어 머리를 감싸쥐었다. 으으,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머리칼을 쥐어뜯던 세훈은 책상 위에 놓인 흰 종이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김종인 꼬시기 STEP 1] 같은 시각, 종인은 침대에 누워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곧 얼굴이 붉어지는가 싶더니 으악!하는 괴성을 지르며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이불 속을 파고들다, 걷어찼다, 있는 힘껏 이불을 괴롭히던 종인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쳤다. " 아, 씨발, 김종인! 쪽팔리게 거기서 왜 울고 지랄이야! " 잠시 이불을 얌전히 덮고 잠잠해졌던 종인은 머지않아 다시 힘껏 몸부림쳤다. " 아, 아, 씨발! 존나 쪽팔려! " 딱 그 순간, 종인의 휴대폰이 짧게 두 번 진동했다. 〈 야 > 〈 김종인 > 세훈이었다. 종인이 제 이불을 못살게 군 가장 큰 이유. 종인은 괜히 멋쩍은 기분에 큼큼,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액정을 두드렸다. 〈 왜 뭐 > 종인이 답장을 보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세훈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 〈 내가 어제 질질 짜느라 잊었던 게 있는데 > 〈 너 게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냐 > 종인은 왠지 정곡을 찔린 듯한 기분에 숨을 들이쉬었다. 사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처음 본 사람에게 당당히 제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게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어찌 생각하면 종인의 반응이 더 보편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당시의 종인은 처음 본 제게 거리낌없이 커밍아웃하던 세훈의 모습을 조금은 부러워했더랬다. 종인이 곧 액정을 두드렸다. 〈 처음 본 새끼 뭘 믿고 커밍아웃을 하냐 > 〈 그때 너 좀 부러웠다 > 〈 존나 당당해서 > 메시지 옆의 1은 곧바로 사라졌고, 이어서 세훈의 답장이 도착했다. 세훈다운 답장에 피식 웃은 종인이 바로 답했다. 〈 존나 멋있지 나 > 〈 별로 > 〈 튕기긴ㅋ > 〈 또 육갑떤다 > 〈 만나자 > 〈 왜 나 규ㅣ찮은데 > 〈 오타 봐라 존나 귀찮음이 뚝뚝 흐르네;; > 〈 ㅇㅇ 조옹ㅇ오ㅗ오ㅗ옹ㅇㄴ나 귀찮음 > 〈 귀찮아도 어쩔 수 없음 나오셈 지금 집앞으로 감 > 〈 내가 기지배냐 뭘 집앞까지 와 > 〈 잔말말고 나와 > 〈 아 귀찮다고 > 〈 차 끌고 가서 에스코트까지 해줘? 그걸 바래? > 〈 아 쫌; 왜그러는데 귀찮다니까? > 물음표를 입력하고 전송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세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종인은 아직까지 잠겨 있는 목을 간단히 풀고 전화를 받았다. " 왜. " " 왜 만나냐고? " " 응. " " 스텝 원. " " 뭐? " " 일단 만난다. " " 뭔 개소리야. " " 만나서 옴므파탈 오세훈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 " 뭐 잘못 처먹었냐? 헛소리를 하고 있어, 미친 놈이. " " 내 계획이야. " " 알아듣게 좀 말해. " " 오세훈의 미스터 김종인 꼬시기 스텝 원. 일단 만나서 옴므파탈 오세훈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 " 미쳤나. " " 내 계획의 원만한 실행을 위해 좀 협조해주길 바랄게. 종인아, 너네 집 찾아가서 옴므파탈이고 뭐고 존나 덮치기 전에 그냥 곱게 나와. " 제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세훈에 할 말을 잃은 종인이 헛웃음만 짓고 있자니 곧 휴대폰 액정이 밝아지며 세훈에게서 카톡이 도착했다. 〈 존나 박력있지 > 〈 반할 것 같지 > 〈 아직 때가 아냐ㅋ > 〈 오빠 곧 간다 얼른 준비하고 내려와라 > 〈 ♥ >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세훈의 잔망스러운 카톡에 푸스스 웃은 종인이 이내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종인이 준비를 간단히 끝내고 집을 나서니 세훈이 담벼락에 기대 서 있었다. 종인은 마치 여자가 된 듯한 기분에 세훈에게 다가가 괜스레 그의 팔뚝을 퍽퍽 내려쳤다. " 아, 미친 놈아! 왜 때리고 지랄이야! 아! 씨발! " " 내가 기지배냐? 왜 집 앞까지 찾아오고 지랄이야, 지랄이! " " 야, 그럼 네가 나 데리러 올래? 그건 좀 아니지 않냐? " " 왜 아닌데? 씨발, 내가 여자야? " " 내가 게인데 네가 여자면 안 되지, 븅신아! " " 그러니까! 누가 나 잡아간대? 백팔십도 넘는 시꺼먼 남자새끼 누가 잡아갈까봐 벌건 대낮에 집 앞까지 데리러 오냐? " " 예쁘잖아! " " 이건 무슨, 씨발... 내가 존나 잘 아는 정신과 의사 있는데 소개해 줘? " " 너 존나 예쁘잖아. 누가 진짜 잡아가면 어떡해. " " 어우, 지랄 마. 예쁜 건 너지, 새끼야. 남자새끼가 피부 하얗고 입술 빨갛고. " " 야, 나 예쁘단 말 존나 싫어해. 왜 남자보고 예쁘대, 징그럽게. " 순간 종인은 세훈의 자연스러운 모순에 말문이 턱 막혔다. " 야, 내가 지금까지 내 성별을 잘못 알고 살았냐? 나 여자야? " " 아니, 넌 남자지. " " 근데 왜 나보고 예쁘대. " " 몰라. 넌 그냥 예뻐. 존나 까만데도 예뻐. " " 지랄한다, 진짜. " " 피부도 까맣고 어깨도 존나 넓고 다리도 존나 길고 쌍꺼풀도 존나 진하고 입술도 존나 두껍고. " " 그래. 난 존나 예쁜 거랑은 거리가 멀어. " " 아냐. 존나 예뻐. 그냥 예뻐. " " 야, 좀... " " 예쁘단 말 싫어? " " 나도 남잔데 그런 소리 듣고 싶겠냐? " " 아. 근데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예쁜 걸 어떡해. 존나 잘생기고 예쁘고 섹시하고 귀엽고 혼자 다 해먹네, 우리 종인이. " " 어휴, 씨발. " " 야, 근데 내가 아까 얼핏 들은 게 있는데. " " 응, 뭐. " " 너 내 입술 존나 열심히 봤나보다? 피부 하얀 것까진 그렇다 치고, 입술 빨간 건 또 언제 봤대? " 또 한 번 말문이 막힌 종인이 세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세훈은 제가 꺼낸 말에 종인이 아무 반응을 하지 않자 민망함에 괜히 뒷목을 긁적였다. " 야, 왜 말이 없어. 존나 민망하게. " " 응. " " 뭐가 응이야. " " 존나 열심히 봤나봐." " 뭘, 내 입술을? " " 그런가보지. "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대꾸하고 홱 돌아 길을 걷는 종인의 뒷목이 미미하게 붉은 빛을 띄고 있었다. 종인의 빠르고 솔직한 인정에 외려 당황한 세훈이 멍하니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다가 씨익 웃었다. 종인아, 같이 가. 세훈이 종인의 이름을 부르자 그의 걸음이 조금 더 빨라졌다. 세훈이 소리내어 웃으며 종인의 곁으로 다가서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렇게 눈에 띄었나, 내 입술이? 닥쳐, 존나 쪽팔리니까. 둘의 걸음이 향한 곳은 세훈의 크루가 사용하는 연습실이었다. 건물 지하에 위치한 터라 탁한 공기로 가득찬 데다 먼지까지 풀풀 날리는 실내에서 세훈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 여기 왜 온 거야? " " 아까 말했잖아. 옴므파탈... " " 그래, 씨발. 옴므파탈 오세훈의 매력발산 타임. " " 잘 아네. " " 그러니까. 뭐하러 여기까지 와서 매력발산을 하냐고. " " 내가 잘 하는 게 춤 빼고는 딱히 없어서. 대신 춤 하나는 끼깔나거든. " " 너 지금 김종인 앞에서 춤을 논하냐, 새끼야. 나 이래봬도 수석이야. " " 내가 스트릿댄스계의 김종인이야, 임마. 그냥 나 하는 거 조용히 감상하고 끝나면 박수나 쳐. " 종인의 어깨를 눌러 바닥에 앉힌 세훈이 휴대폰과 스피커를 연결시키고 손목과 발목을 돌리며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가만히 바라보던 종인이 입을 열었다. " 오세훈. " " 왜. " " 너무 진부하지 않냐. " " 뭐가. " " 꼬시는 수법이 너무 진부해. " " 우리 종인이가 뭘 모르네. 진부한 게 괜히 진부한 게 아니야. " " 응? " " 진부한 건 그만큼 많이 먹혔으니까 진부해진 거야. 영화의 흔한 클리셰가 괜히 흔하겠냐? 다 인기가 있으니까 흔해진 거지. " 듣고 보니 일리 있는 세훈의 말에 종인이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거울을 통해서 종인을 보던 세훈이 조용히 미소지으며 종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 순간, 종인의 호흡이 조금 더 빠르게 변했던 것 같다. - 독자분들 안녕하세요!! 제가 너무 늦었죠 일단 절부터 받으세요ㅠㅠㅠㅠㅜ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를 매우 치세요ㅠㅠㅠㅠㅠ 많이 죄송하고 아직도 기다려주시는 분이 있다면 감사하고 사랑해요 정말 많이!! 앞으로는 자주 올 예정이에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죄송하고 감사하고 사랑해요♥♥♥ ♥암호닉♥ 초록담요 ͡° ͜ʖ ͡°✧ 둡둡 심키 코아루 레몬 어나니머스 종종 세종 딸기찹쌀떡 푸틴 보라돌이 콩콩이 번개 보잘것없는 글에 암호닉 신청에 매번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어요ㅠㅠㅠㅠ 진짜진짜 감사해요♥ 암호닉 다음 편까지 받습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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