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03
호그와트에서의 수업은 꽤나 재미있었다. 마법 수업은 말할 것도 없고 마법약이나 마법의 역사, 변신술 등등 생전 처음 듣는 과목이라 더욱 재밌는 건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약초학은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처음 듣는 단어들이 많아 가장 어려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흥미가 생겼다.
“김예림. 왜 이렇게 구석에 있어, 한참 찾았잖아.”
“오니까 자리가 없어서. 배유빈은?”
“좀 다쳐서 병동에. 얜 누구야?”
처음 보는 애가 내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어제 기차에서 내리고 사귄 친구.”
“그새 친구 사귄 거야? 안녕, 나 얘랑 같은 방 쓰는 유시아야.”
“아, 안녕. 김희완이야.”
“김희완? 헐, 대박. 진짜 교복이 다르네? 소속 없다고 교복도 안 준대?”
“그건 아니고 깜빡하고 못 샀어.”
“머글세계에서 왔구나? 신기하다. 머글친구 처음 사귀어 봐. 거긴 아직도 성냥 써?”
“야, 무슨 질문이 그래. 밥이나 먹어.”
점심시간이라 연회장은 북적였다. 어제 만찬과 같이 푸짐한 음식들이 탁자 위에 세팅 돼 있었고, 식탁은 어제와 같이 기숙사별로 나뉘어 있었다. 어딜 앉아야 하나 고민하다가도 예림이가 내 팔을 잡아끌어 자연스럽게 그리핀도르에 앉았다. 어쩐지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는 것 같았지만 소속이 없다고 밥 먹지 말란 법은 없으니 아무데나 앉아도 상관없지 않을까.
“배유빈은 왜 다쳤는데?”
“말도 마. 아까 비행수업 때 빗자루를 아주 끝내주게 운전하셨다. 그래프 그리는 줄 알았어. 아주 오르락내리락.”
“와. 빗자루장군이 너 말고 또 있었네.”
“조용히 해.”
김예림이 비행수업이 끝나고부터 계속 빗자루장군이라고 놀리는 통에 결국 입에다 빵을 쑤셔 넣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아니라 현승희를 놀려야 하는 거 아닌가? 조금 억울하다.
“빗자루장군? 왜?”
“누가 장난쳐서, 어떤 애 빗자루가 지구 밖으로 나갈 뻔했거든. 근데 그걸 얘가 구해줬어.”
“진짜? 대박이네. 빗자루 처음 타는 거 아냐?”
“맞아.”
“머글세계에서 와도 마력은 사람마다 다른가 보다. 근데 걔는 누군데? 빗자루에 장난친 애.”
“김도연이지 뭐.”
“아냐, 그 뒤에 있던 애였어.”
“그럼 그 지구탈출 할 뻔했다던 애는?”
“저기 오네. 쟤야.”
맞은편에서 현승희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저기, 희완아. 어젠 정말 고마웠어.”
“아, 아니야.”
“부끄러워 하기는! 야 현승희, 너 김희완이한테 잘해라.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명의 은인!”
“무슨 생명의 은인씩이나…….”
“맞아, 생명의 은인! 너 아니었으면 난 아마 한 학기를 병동에서 보냈을 거야. 진짜 고마워. 참! 교장선생님이 너 부르시더라.”
“나?”
“응응. 이 말 전해주려고 왔어. 겸사겸사 인사도 할 겸…….”
“그래 고마워.”
현승희는 다시 쭈뼛쭈뼛 자기 기숙사 쪽으로 발을 돌렸고, 그런 승희의 뒷모습을 보며 유시아가 말했다.
“쟤 학교생활 힘들 것 같다.”
“왜?”
“그냥 그렇게 생겼어. 근데 교장쌤이 넌 왜 부를까?”
“글쎄. 기숙사 때문인가?”
“어, 부엉이다.”
김예림의 말에 창밖을 쳐다보자 부엉이들이 떼거지로 몰려왔다. 지진전조현상인가 싶어 심각한 눈으로 보고 있는데 부엉이들이 갖고 있던 짐들을 던지는 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발에 뭘 달고 오거나 부리에 뭘 하나씩 물고 있다. 예림이 앞으로도 뭔가 툭 떨어졌다.
“내 양말!”
“양말?”
“수면양말. 집에서 두고 왔거든. 난 수면양말 없으면 잠 못 자.”
“맨날 칼잠 자면서.”
부엉이들은 지진전조현상이 아니라 우편배달부였다. 회장이 까먹고 안 보여준 내 부엉이도 이런 일을 하는 거겠지? 미리 골라뒀다 했으니, 민희가 본 부엉이가 내 부엉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회장은 학교에서 보자는 말을 한 지가 언젠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호그와트 안에 있으니 언젠간 만나겠지. 만난다면 궁금한 건 다 물어 볼 테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회장을 만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으리으리한 교장실에서 부리부리한 눈매의 교장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교장이라기에는 꽤나 젊었다. 입학허가서에는 위대한 마법사니 뭐니 엄청난 수식어가 여러 개 붙어 있던데. 젊은 나이에 많은 것들을 이뤘으니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거겠지. 나는 내 앞에 놓인 찻잔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호그와트에 온 지 벌써 사흘째네요. 그간 불편한 건 없었나요?”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하하, 가장 큰 이유는 기숙사겠죠?”
“아마도요.”
“제가 희완 양을 부른 이유는 그 기숙사 문제를 말씀드리기 위해섭니다.”
교장선생님이 찻잔을 내려놓고 손을 모았다. 분명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거래를 하러 온 청부업자 같아 절로 침이 삼켜졌다.
“들었을지 모르지만, 분류모자가 보류를 외친 것은 호그와트가 생긴 이래로 처음입니다. 모든 성향이 비례해서 생긴 일이에요. 용기, 혈통, 지혜, 정직. 뭐 그 외에도 갖가지 성향들이. 그래서 희완 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다른 교수님들과 의논을 길게 했고, 여러 가지 의견들이 많이 나왔지만 결론은 하납니다. 희완 양이 기숙사를 선택해야 해요.”
“제가요?”
“이 교수님께 전해 들었을 겁니다. 퀴디치 수색꾼이 된다죠? 십 년 동안 퀴디치에는 수색꾼이 없었어요. 수색꾼은 비행실력이 뛰어나야 하는데, 그만한 실력을 갖춘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웬만한 비행실력이 있다 해도 죄다 다른 포지션을 맡는 통에 수색꾼 없는 퀴디치가 이어져왔습니다.”
“수색꾼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인가요?”
“그럼요. 우승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수색꾼이에요. 그래서 희완 양의 기숙사가 아주 중요합니다.”
“제가 소속될 기숙사가 우승할 확률이 크니까요.”
“역시 이해가 빠르네요. 아, 벌써 시간이. 아쉽지만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해야겠어요.”
“네?”
일어난 교장선생님을 당황스럽게 올려다보자 때마침 제훈쌤이 들어오셨다.
“시간 맞춰 잘 왔어요, 이 교수. 희완 양을 퀴디치 연습장으로 데려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뒤돌아 가려는 교장선생님에 얼떨결에 소리쳤다. 나는 기숙사 말고도 궁금한 게 많은데 이렇게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건 반칙 아닙니까.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교장에게 물어봤자 별 소득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타깃을 다시 바꾸는 수밖에.
“회장은 어디 가면 볼 수 있나요?”
“시완 군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마 보기 어려울 거예요. 부회장이 자리를 나오는 바람에 할 일이 늘어났거든요. 정 만날 일이 있다면 래번클로에 가 보세요.”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진 교장선생님에 빈자리만 허망하게 쳐다봤다. 정말 호그와트 사람들은 혼자 남겨두고 가기를 즐기는 게 틀림없다.
퀴디치는 야구와 비슷했다. 게다가 퀴디치 월드컵이 있을 정도로 마법세계에서는 유명한 운동이었고, 학교에서는 학기마다 경기가 이뤄졌다. 야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빗자루를 타고 플레이 한다는 건데, 그래서 퀴디치 경기장에는 추락을 대비해 바닥이 푹신한 모래로 돼 있었다. 추격꾼, 몰이꾼, 파수꾼, 수색꾼, 총 일곱 명의 선수들이 한 팀이며 내가 맡은 수색꾼은 ‘스니치’라는 공을 잡는 역할이었다.
“보다시피 스니치는 아주 빨라서 잡기 힘들어. 그래서 수색꾼은 비행실력이 좋아야 하는 거야. 수색꾼이 스니치를 잡으면 150점을 얻으면서 경기가 끝나지만, 그래서 다른 선수들의 표적이 되기 쉬워. 비행실력이 좋아야 하는 두 번째 이유란다.”
“스니치는 경기장 안에서만 돌아다니나요?”
“아니. 경기장 밖으로 얼마든지 돌아다녀서 꽤나 골치 아프지. 분명 눈앞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져서는 또 순식간에 나타나 사람 약 올리게 하는 재주가 있단다.”
연습장에는 이미 한 팀이 연습 중이었다. 어느 기숙사인지는 모르지만 넥타이가 노란색인 걸로 봐서 그리핀도르는 아닌 게 분명하다.
“곧 있으면 시합이라 매일 한 팀씩 연습할 거야. 너도 매일 나와서 어느 기숙사가 너와 맞을 것 같은지 고민해 보렴.”
“같이 연습하라는 거죠?”
“그렇지. 아마 다들 적극적으로 도와줄 거야. 네게 좋게 보여서 나쁠 건 없으니까. 참, 나는 다음 수업 때문에 미리 들어가 봐야 돼서 그런데, 남은 시간 동안 여기 있을래? 길은 알겠지?”
“네, 그럼요. 들어가 보세요.”
나는 어느 기숙사가 맞을지 보다는, 빗자루를 타고 능숙하게 날아다니는 학생들을 보며 과연 내가 저렇게 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처음 탄 빗자루의 기억이 썩 좋았던 건 아니었던 터라. 비행수업을 열심히 들어야겠다 생각하며 연습장과 날아다니는 학생들을 구경했다. 제훈쌤이 알려준 포지션을 생각하며 학생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는데 반대편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강례원?”
잘못 본 게 아닐까. 처음 임시완을 봤을 때처럼 눈을 비벼봤지만 똑같은 얼굴이었다. 너무 놀라 입만 벙끗거리고 있는데 강례원이 연습장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강례원이 나온 곳이 어디로 통하는지도 모르면서 한참을 뛰어다녔다. 대체, 저 애가 여길 어떻게 온 걸까.
아무리 돌고 돌아도 강례원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벽에 기대 숨을 골랐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쫓아 나온 거지. 날 보면 퍽이나 기뻐하겠다. 좋지 않았던 마지막을 떠올리며 머리를 쓸었다. 이름 부르지 말라는 마지막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으윽…….”
그때, 기억의 목소리 사이에 다른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얼굴이 이쪽 복도로 오고 있었다.
전정국.
거칠게 내쉬는 숨은 계단을 올라오느라 차오른 숨이 아닌 것 같았다. 비틀거리면서 난간에 기대는 모습 또한 복도가 아니라 병동에 있어야 할 사람 같았다. 다가갈까 망설이는 동안 전정국은 주머니에서 꺼낸 통을 손에 털더니 입 안에 쑤셔 넣다시피 했다. 그러고는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보며 나는 뒤돌아섰다.
봐선 안 될 장면을 본 기분이었다.
아 진짜 한 문장 한 문장에 떡밥 너무 많아서 쓰기 힘들다
맨날 처음 부터 다시 보는 나,,,
이거 근데 1부 2부 3부 나뉘어져 있어요 놀랍죠? 근데 깜빡하고 1부 안 적었엉ㅎㅎ 2부부터 적으면 되지 뭐
3부까지 언제 다 쓰지 1부만 20화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