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면 들어오면 편할 줄만 알았고, 즐거울 줄만 알았다.
물론 대학생활 그 자체는 재미있다. 평소에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가보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그런데 참 기분이 이상하다.
고등학교 때는 내가 수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선생님께 전화가 오고, 친구들한테 연락이 왔다. 그게 날 답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오늘 강의에 늦었을 때, 날 찾는 사람은 친구도 교수님도 아무도 없었다. 이상했다.
고등학생 때는 누군가에게 간섭받는 것이 그토록 싫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가 좋았던 것 같다.
학교라는 틀 안에서 누군가에게 간섭을 받고, 누군가에게 충고를 듣고, 누군가가 내 미래를 걱정해주고. 그때는 그게 참 싫었는데.
고삼때 지겹도록 들은 말 중에 하나가 있었다. 학교에서 내 책상에 앉아서 교복입고 수업들을 때가 가장 좋은 때라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이 정말 뼈저리게 와닿는다. 아침에 지하철로 등교를 할때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면 정말 부럽다. 저때가 참 좋았는데.
그때는 수능만을 생각하며 한 길로만 공부했었더라면, 이제는 생각할 것이 많다.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프다.
대인관계도 쉽지가 않다. 항상 입을 조심하고 다녀야 하고, 선배의 눈치를 봐야하고, 마음에 맞는 동기 친구 한명 찾기도 힘들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저 사람이 좋은데, 저 사람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항상 생각하고 다니는 것들이다.
무언가가 날 강하게 짓누르는 느낌이다. 학교에서는 마냥 웃고 다니지만, 집에 오면 몸이 축 쳐진다. 힘이 든다.
대학이 다가 아니었다. 수능이라는 큰 고개를 하나 넘고 나니 그것보다 더 큰 고개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라는 말에 어쩌면 조금 공감한다.
주저리가 길어졌지만, 가끔 이런 생각이 들면 이곳에 와서 글을 또 남기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