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카디] 귀 뚫어주는 김종인 × 귀 뚫으러 간 도경수
번외 - 재주는 여우가, 속는 건 호랑이가, 재미는 관객이 보는 법이다
재미좋냐? 새끼, 소개시켜 달라고 난리를 쳐서 소개시켜주긴 했다만.. 뭐 니네가 좋다면 좋은 거겠지.
말은 저렇게 했으나 백현은 둘이 꽤나 아니꼬왔다. 물론 둘을 가르고 싶다는 마음은 전혀 아니고, 혼자인 자신에 비해 둘인 저 남자와 그의 애인이 아니꼬왔다는, 단지 부럽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아니꼬움 이었다. 백현이 말하는 와중에도 실실 웃으며 제 연인과 카톡을 하기에 여념이 없는 남자를 발로 툭, 친 백현은 그래도 반응이 없는 남자의 옆에 가서 카톡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응, 밥 먹었어? 어 나도. 아 사랑해. 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달달한 대화는 아니었으나 솔로인 백현의 눈엔 뭔들 좋아 보였으랴. 백현은 남자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왔다. 핸드폰을 뺏긴 남자가 제 핸드폰을 찾으려 백현에게 달려들었다. 백현은 그런 남자를 흘깃 본 후 애인과 자신 앞에서 판이하게 달라지는 행동거지를 비교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핸드폰을 달라며 난리를 치는 남자를 보며 백현은 데자뷰를 느꼈다. 분명 전에도 이런일이... 아, 백현은 생각해냈다. 이 꼴사나운 것들이 만나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생겨난 날에도 분명 이런일이 있었다는 것을.
그러니까, 아마도 저희 대학교 강의실 이었을거다. 강의가 다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으며 수다를 떨기에 여념이 없었던 백현과 경수는 백현이 화장실에 가려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경수가 백현의 패턴을 간단히 풀고 갤러리에 들어가 사진을 구경함으로서 그 뒤로 다시는 징글징글한 제 친구의 앞에 핸드폰만을 두고 화장실에 가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경수는 잘생긴 사람을 좋아했다. 여기서 잘생겼다는 것은 남자를 의미했다. 다시 말해 경수는 남자를 좋아했고, 경수가 제 갤러리에서 보고 첫눈에 반해 소개시켜 달라며 일주일을 내리 졸랐던 어쩌다 우연히 알게 된 동생이었던 종인또한 남자를 좋아했다. 둘은 제가 이어주지 않았어도 어떻게든 만났을거라고 백현은 생각했다. 솔직히 둘은 백현이 봐도 어울렸다. 물론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 사실이었다.
경수는 제 갤러리에 있는 종인과 함께 찍은 사진에 관심을 보였다. 경수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진작 알고 있었고, 자신 또한 그랬다. 종인도 그랬음을 알고 있었으나, 경수에게 종인을 소개시키지 않기 위해 피했던 일주일 간 백현은 속으로 이것저것을 생각했다. 백현은 제 아는 동생도, 같은 과 친구도 모두 소중했다. 둘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 자신은 누구의 편에 서야하는지, 홀로 생각이 많은 백현은 있지도 않은 일을 벌써 걱정했다. 경수는 사람을 쉽게 좋아했고 쉽게 질려했다. 그것을 아는 백현은 쉬이 종인을 경수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지 않았다. 결국은 소중한 제 친구의 작전명 ‘첫눈에 반한 매력이 넘쳐흐르는 남자를 사로잡아라!’ 에 투입 됐지만 말이다.
종인은 쉬운 남자를 싫어했다. 게이바에서 우연히 만난 종인은 여유가 매우 넘쳐흘렀고 매력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종인을 꼬시지 않은 것을 백현은 후회하지 않았다. 단지 원나잇으로 끝내기엔 많이, 정말 많이 아쉬웠던 백현은 종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게이바에서 만난 남자에게 친구하자고 손을 내미는 남자는 몇이나 될까. 백현 스스로도 우스운 그때의 꼴이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지 않았던 것은 온전히 그 손을 잡았던 종인의 덕이었다. 내가 사람 하나는 잘 사귀었지. 백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경수는 여전히 핸드폰을 달라며 난리를 쳤다. 쨌든, 백현은 경수를 뒤로하고 다시 한번 회상에 잠겼다.
쉬운 남자를 싫어하는 종인은 목적을 가지고 다가오는 남자또한 싫어했다. 누군가의 눈에 띄는 법을 잘 알고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자칭 순진한 경수는 종인은 쉬운 남자를 싫어한다는 백현의 말에 작전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일명, ‘매력남을 얻으려면 미끼를 물게 해라!’ 에 백현은 또다시 투입되었다.
종인을 만나러 갈 때 마다 핸드폰 뒤에 경수가 예쁘게 나온 스티커 사진을 붙이고 간다던가. 은근슬쩍 종인이 일할 때 경수와 통화를 하며 경수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목소리를 흘린다던가. 종인이 경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사람을 옆에 두는 게 나름 까다로운 백현이 제 앞에서 저렇게 한사람을 챙기고 노출시키는 일은 드물었고, 백현과 꽤나 오래 알고 지낸 종인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도경수가 누구길래 백현형이 저렇게 관심을 가지고 챙길까, 종인은 도경수에게 흥미와 동시에 관심이 생겼다.
종인아, 그, 왜 그 경수 있잖아. 걔가 귀 뚫고 싶다던데. 여기 가르쳐줘도 돼?
종인의 작은 작업실은 아무나 들어오는 곳은 못 되었다. 종인이 원하는 사람은 아무나에 포함되지 않았고 지금의 종인은 경수를 원하게 되었다. 백현이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인 데다가 귀를 뚫고 싶다고 했다더라, 종인은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수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단번에 허락한 종인은 백현을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그러나 전혀 티는 나지 않게 물었다.
내가, 가져도 돼?
나이스, 속으로 외친 백현이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종인에게는 미안했으나 경수정도면 솔직히, 괜찮잖아. 백현은 스스로에게 말하며 내일 경수를 데려오겠다 말했다. 종인은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웬만해서는 볼 수 없는 흔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백현은 종인의 작업실로 오는 내내 장장 30분간 귀를 왜 뚫어야 하느냐를 경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바늘을 무서워해 주사도 맞기 싫어하는 경수를 모르는 게 아니었으나 종인의 마음에 들려면 귀는 기본적으로 뚫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종인의 특이한 취향을 납득시키기 보다는 경수의 귀를 뚫게 하는 게 빠르겠다. 속으로 생각한 백현은 결국 귀를 뚫겠다 이야기하는 경수에 잘 해보라며 은밀한 가게로 경수를 밀어 넣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간, 아니. 약간은 모자란 듯도 한 호랑이 굴에 스스로 들어간 영악한 여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백현은 사실 이 상황이 매우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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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실 경수가 먼저 종인을 보고 반했고 계략에 빠진 건 종인이 였습니다! 쉬운 남자를 싫어하는 종인이 먼저 반하게 하기 위해 떡밥을 뿌려대던 백현이와 경수였고요. 사실 백현이는 이 모든게 즐거울 뿐이죠. 제가 내용이 이해가 안 가게 썼을수도 있는데 이런 글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드리고 신알신 사랑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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