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수험생Y양
여주랑 재환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였음. 집이 가까웠기 때문에 (아파트 위 아래 층) 자주 마주치는 덕에 엄마끼리도 친했고, 맨날 붙어다니고 그런 건 아니어도 학교 가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학고 같이 등교하고, 집 오는길에 또 마주치면 같이 엘리베이터 타는 사이 정도? 초등학교때까진 그랬다쳐도 중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여주가 재환이를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을 듯. 어릴 땐 코찔찔이에 키도 자기보다 좀 작았었고, 말투도 어눌하니 좀 띨빵하지만 착한 애.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폭풍성장을 해버린 재환이는 어느 덧 여주보다 키가 한참 더 커있었고, 등발도 좋아졌었음. 말도 참 잘해서 말도 많았음. 물론 여주는 그렇게 말 많은 재환이를 싫어하지 않았음. 왜냐면 재환이가 해주는 모든 이야기는 그가 가진 특유의 말투 때문에 너무 재밌었기 때문임. 그렇게 마음속에 자신도 모르게 재환이를 품고 짝사랑 하던 여주는 중3 때, 재환이랑 같은 특목고등학교를 가기위해 친구들과 노는 것도 다 포기하고 공부에만 매진했었음. 사실상 재환이는 노력보단 타고남이 더 뛰어났다면, 여주는 지극히 노력형이었기 때문에 공부를 맘 먹고 독하게 하지않는 이상 재환이 성적을 따라갈 수가 없었음. 그렇다고 재환이가 노력을 아예 안하고 자기 머리만 믿었던 애도 아니었음. 그도 그럴 것이 여주는 피나는 노력을 했음에도 재환이랑 같은 학교를 가지 못하게 됐고, 그를 놓칠세라 고등학교 올라가는 동시에 그에게 고백을 한 여주는 재환이와 사귀게 되었음. 그렇게 둘은 서로 다른학교였음에도 지지고 볶고 흔히 보이는 귀여운 남녀고딩커플에 불과했음. 연애하면서 공부도 잘했으니 뭐 말 다했지. 선생님들은 서로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을 참 많이 아꼈고 예뻐해주셨음. 그런데 고3 입시가 눈앞에 닥치고, 재환이는 자기가 꼭 가고싶던 학교에 성적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된 후 현타가 오기 시작함. 그래서 그 탓을 여주에게로 돌릴 거임. 가만히 있다가 재환이가 쥔 총에 총구를 마주하게 된 여주는 그 배신감과 충격을 혼자 다 받아내야만 했음. 왜? 재환이보다 여주가 훨씬 그를 더 좋아했으니까. 자신도 입시 스트레스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재환이에게 맞추기 위해 자기 몸 망가지는 걸 모르고 노력했음. 하지만 김재환은 그런 순수한 얼굴을 하고도 참 잔인한 말을 많이 뱉었음.
"대학가서 다시 만나자."
"야 재환아, 그게 말이 돼? 그냥 지금 각자 알아서 공부 잘 하면 안 돼?뭐가 문제야."
"그렇게해도 달라지는게 없을 거 같아. 솔직히 말하면 지금 내 상황에 널 챙길 시간도 없어."
지극히 이기적이었던 김재환은 여주에게 그런 가시있는 말을 뱉어내고는 이별을 고했음. 여주는 정말 많이 힘들었을 거임. 당연하지. 여주의 모든 학창시절이 김재환으로 시작해서 김재환으로 끝났는데. 이성친구라곤 김재환 밖에 몰랐는데. 하지만 여주는 자기 본분을 다 했음. 자기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계신 부모님이 있었고, 사람 하나 잃었다고 세상 잃은 듯이 절망할만큼 이성적 사고가 부족한 여주는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시간은 흘러 대수능을 무사히 치른 둘은 정말 거짓말 처럼 같은 대학교를 가게 됐음. 헤어지고 나서 서로의 소식을 전혀 모르던 둘은, 캠퍼스 안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정말 많이 당황했을 거임. 사실 여주는 재환이를 어느 마음 한 켠에 두고 꺼내보지 않았던 상황이었는데,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정말 미칠 노릇일 듯.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으니까. 재환이도 마찬가지. 그래서 김재환은 여주에게 다시금 연락을 했겠다. 잘 지내? 뭐 이딴 멘트 하면서 말임. 여주는 얼척이 없었을 거임. 원하는 대학갔다고 살 맛나서 자기를 다 잊은 듯 살더니, 막상 마주치니 미안하긴 한가봐? 하지만 머리는 그렇게 생각해도 마음이 막 안따라줄거임. 자꾸 오는 연락을 계속 받아줄거고, 만나기도 했을거임.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확신이 들려는 찰나, 김재환은 말 없이 군대를 가버렸음. 참 어이없잖아? 사람 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여주는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김재환 뺨 한대만 때리고 싶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엄마에게 그 소식을 접한 후 시체 마냥 살았음.
그리고 2년하고도 몇 개월 뒤, 제대한 김재환은 스멀스멀 학교에 보이기 시작했을 듯. 하지만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여주는 그 때 휴학을 하게 됨. 재환이는 학교에 통 보이질 않는 여주를 계속 생각했음. 사과를 해야하는데 타이밍도 모르겠고, 사실 그러려던 건 아니고 자기도 사정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었거든. 그리고 여주가 휴학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기도 휴학을 함. 아, 집이 아까운데 한 번을 안 마주치겠나 할 수도 있는데, 둘은 대학 들어가고 자취 시작한지 오래기 때문에 서로 어디 사는지도 모름.
암튼 재환이는 어느 날 카톡친구 정리를 하다가 여주는 보게 됨. 한번 연락해볼까? 김재환 존나 생각없이 김여주한테 카톡 보냈음. 커피 한 잔 할래? 그걸 본 여주는 또 기가막히고 코가막혀서 얘는 또 언제 제대해서 무슨 염치로 연락을 하는거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받아줄 거임. 왠지 최소 10년은 봐왔던 김재환 성격이라면 저 커피 한 잔 할래? 라는 말에 할 얘기가 있으니 만나달라는 뜻도 포함 되어있는 거 같았기 때문임. 그래서 여주는 답장을 할 거임. 그래, 어디서 볼래?
오랜만이에요😂 전에 인티 아파서 재환이 글 날라가고, 강다니엘 썰도 마무리 안 돼있어서 너무 허탈하고 허무했는데, 그래도 다른 소재로 재환이 썰 가져왔어요 ㅎㅎ
호출 5이상 바로 댓글 연재할게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