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쿵쿵 두 귀를 때리는 비트에 뇌가 지배 당하는 것 같다. 안개가 낀 것도 아닌데 흐릿한 시야 뒤로 일랑일랑 무언 가가 움직인다. 뭐겠어. 사람이지. 사실 마티니와 진토닉을 스트레이트로 몇잔 마시고 난 뒤라 속은 엉망진창이지만 하드웨어는 멀쩡한 상태여 서 대충이라도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아무리 알코올이 들어갔다해도 밤친구는 만들어야지. 머리를 흔들고 마른 세수를 한 후 발걸음을 땠다. 가까워 질 수록 또렷하기 보단 흐려지는 붉은 빛의 뒷통 수는 이 신나는 음악이 무색하게 조금이라도 까딱일 줄 을 모른다. 비어있는 옆자리에 가 슬쩍 앉았다. 아닌척하며 흘깃흘깃 보는데 무심한 옆 테가 참 귀엽다. 아주 취한 것 같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알코올의 지배를 받고 있긴 하다. "저기요." 굵고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오자 그는 반 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요?" "왜 혼자에요? 그럼 궁상맞게 여기 있지말고 스테이지 에서 춤이나 추지..." "춤추러 온거 아닌데.." 잠시 말을 멈추는 동안 눈을 가늘게 뜬다. "저 남자 찾으러 왔는데요?" 당돌한 대답에 피식 웃으며 어깨를 내 쪽으로 돌렸다. "그럼 난 어때요?" "별로. 내 스타일은 아닌데." 단호하게 말하며 등을 돌려버리는 그에 나는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꼭 이 남자를 데리고 나가겠 다는 결심까지도. "그래요? 그럼 같이 찾죠. 저도 오늘 심심한데." 그러던지 말던지- 하는 눈으로 나를 한번 보고는 고개 를 휙 돌려버린다. 까칠하긴. 가볍게 모히또를 시키고 의자를 돌려 스테이지 쪽을 향 했다. 춤을 추는 수많은 사람들. 평소라는 혹했을 자들도 몇몇 있었지만 오늘은 아니다. 몸은 스테이지로 향하지만 마음은 내 옆으로 향한다. 한 삼십분 그렇게 있었나 그쪽에서 먼저 입을 뗀다. "아, 지금 당신 때문에 아무도 안오잖아요." "무슨 소리에요 그게?" "그렇게 사람들 다 죽일듯이 쳐다보니까 아무도 안오 죠..."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내 볼을 두손으로 주욱 잡아당긴 다. "으아 마하느가에어" "됐어요. 가요." 얼얼한 볼을 매만지며 눈을 크게 떴다. "네?" "가자구요. 남자 찾았으니까." 슬쩍 잡는 소매 끝에 내 입가에 은근한 미소가 번졌다. 조금은 선선한 밤거리를 걸으며 옆을 돌아봤다. 이쁘다. 귀엽다. 귀여워. 조금은 가늘게 찢어진 눈매가 매력적이다. 사나워 보이기도 하지만 웃으면 정말 환하게, 이쁘게 웃 을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조용한 거리의 모텔 앞에서 가볍게 키스한 둘은 그곳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먼저 씻으세요." 침대에 풀썩 앉아 가볍게 스트레칭하며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고 화장실에 들어왔다. 뜨거운 물에 취기가 다시 올라오는 것 같다. 아 작작 좀 마실걸. 겨우겨우 씻고 나오니 자기도 들어간다. 푹신한 침대에 앉으니 기분이 좋다. 역시 물 침대는 다른가... 상체를 훅 졎혔다. 침대에 아직 축축한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물기가 시트 에 스민다. "아... 자면 안돼는데..." 감기는 눈에 가볍게 뺨을 쳤지만 다시 눈이 감긴다. 안돼는데.. 아 진짜 안된다...ㄱ...ㅗ........ "?!" 눈을 뜨니 아침이다. "하... 시발 진짜..." 그래. 나라는 호구새끼. 망할 그놈의 모히또만 마지막에 안마셨어도. 그랬어도... 괜한 모히또 탓을 하며 헝클어진 머리를 더 헝클어냈다. 어젯밤의 아쉬움도 아쉬움이지만 진짜 이건 상대에 대 한 예의 자체가 아니잖아... 옆자리는 당연하게도 비어있었다. 그래. 누가 좋다고 옆에서 곱게 잘까. 병신.병신.상병신. 미안해 죽겠다. 내가 먼저 꼬셔 놓고... 으아아아아아 한참 자학하고 있는데 철컥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어? 안갔어요?" 그 사람이다. "....." "미안해요. 정말로 어제는..." "됐어요. 머리... 머리 좀 어떻게 하고 옷 좀 입어요. 씨발 새끼야." ... 씨발새끼.. 그래요. 씨발새끼... 잘못한 개 마냥 우울한 표정으로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옷을 주워입고 머리를 빗었다. 역시 알코올은 대단해. 어젯밤보다는 예쁘지 않은 그의 모습에 소심하게 생각 했다. "먹어요." "고마워요. 이런걸 다 차려주시고." "됐어요" 차가운 말 한마디에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직접 끓인 북어국은 아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다. 그저 감사할 뿐. 밥을 먹고 설거지는 내가 하려는데 아까 밥먹으면서 컵 을 하나 깨뜨리는 나를 보고는 혀를 차며 제가 하겠단 다. 그리고 달그락 달그락 설거지를 하는데 예쁘다. 그래. 난 저 뒷통수에 반했지. 얼굴이 아니라. 등 뒤로 다가가 슬쩍 목에 두 팔을 감았다. "예뻐요." "...." "뒷모습이 어쩜 이렇게 예뻐요? 손목은 이렇게 매끈하 고 가늘 수 있구나..." "갑자기 오....ㅐ......" 오물거리는 입술을 가볍게 덮쳤다. "미안해요. 어제는." "괜찮다니까요. 체크아웃 시간 됐어요." 고개를 돌리는 그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았다. "우리는 아직이잖아요." "늦었어요. 약속 늦겠어요." 감정없는 대답에 오기가 생긴다. 그리고 귀여워. "어제 멀리서 처음 봤을 때 부터 그 쪽만 보였어요. 첫눈 에 반했어요. 이런식이 아니라 진지하게 만나보면 안될 까요?" 뭐가 웃긴이 얼굴을 씰룩이더니 푸하하 웃는다. 왜지. 뭐지. "삼류 드라마도 대사도 아니고 진부하고 유치하기는" 머쓱해져서 괜스레 머리만 만지작 거렸다. "좋아요. 나도 그냥 허락한거 아니니까. 그런데 진짜 약 속 있거든요? 저녁에 연락해요. 변백현이에요." 건네주는 명함에 DB 주식회사 대리라고 적혀있다. 나도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박찬열 입니다." "박찬열... 저녁에 연락 드릴게요. 그럼." 꾸벅인사하고 사라지는 뒷모습이 이쁘다. 기분이 좋다. 피식피식 웃으며 짐을 싸고 나왔다. 거리는 어젯밤과 달리 조용하고 현란하지 않았다. 그래도 내 마음은 왠지 현란하다. "으아아아아!!" 소리를 지르고 솔로인 종대룰 놀리려 전화를 걸기 시작 했다. 뒷모습. 뒷모습이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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