作.개아님
엄마는 예뻤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생각해보아도 엄마는 예뻤다. 조그마한 얼굴 안에 이목구비가 오목조목 다 모여있는 게 신기할 만큼 작은 얼굴에, 과장해서 말하자면 얼굴에 반을 차지하는 큰 눈. 오똑한 코. 옛날 미의 기준과 현재의 미의 기준을 비교해보아도 예쁜 축에 속했다. 그런 엄마를 나란 쓰레기 새끼는 좋아했다. 한때는 그저 엄마를 향한 아가페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것이 이상함을 인지 못 하고 엄마에게 애정표현을 했다.
다른 애들이 엄마한테 뽀뽀 한 번 할 때 나는 뽀뽀 5번을 했고, 다른 애들이 엄마한테 '사랑해'를 한 번 할 때 나는 10번을 했다.
그렇게 일 년, 이 년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나 중학교에 접어들고, 사춘기가 올 무렵. 그제야 느꼈다. 나는 엄마를 아가페적인 사랑이 아닌, 에로스적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그때 처음으로 자살 충동이 들었다. 길을 걷다 보면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에 몸을 내 던지고 싶었고, 미술 시간 조각을 하기 위해 조각칼을 들고 있으면 그 조각칼로 내 손목을 동강내고 싶었다. 학교가 일찍 마치는 날은 피시방에서 하루 종일 서든을 했다. 모니터 속 캐릭터에 나를 대입해서, 그 대가리에 구멍을 뚫으면서. 밤늦게 들어오면 엄마는 걱정했다는 듯 말했다. 아들.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와. 연락도 없이. 물어오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아빠는. 하고 물으니 엄마가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 아빠 출장 가셨어. 한 달 후에 오신데. 예쁘게 웃는 엄마를 보니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 급히 방으로 들어왔다. 옷을 갈아입을 생각도 않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쳐다보았다. 천장에 둥둥 떠다니는 엄마의 얼굴에 눈을 감았다. 웃는 엄마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손을 들어 뺨을 내리쳤다. 쓰레기 새끼. 죄책감이 가득했다. 나를 낳아준 엄마를. 내가 숨 쉴 수 있도록 해준 엄마를 상대로. 이 씨발. 쓰레기 새끼야. 얼굴이 얼얼할 정도로 뺨을 내리쳤다.
문뜩 울고 싶었다.
엄마가 물었었다. 아들. 아들은 여자친구 없어? 얼굴이 준수한 탓에 고백하는 여자애들이 많았다. 아무 감정도 없고 사귀기도 싫고 해서 매번 거절했었다. 엄마의 물음에 그 다음 날부터 충동적으로 여자를 닥치는 대로 사귀었다. 사귀고, 헤어지고. 아무 감정 없었다. 정말 좆같게도, 내 머리는 만나는 여자들 모두에게 엄마를 대입시켰다는 거. 그렇게 잘해주다가 문득 제정신이 들면 그 여자와 헤어졌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 변기를 붙잡고 헛구역질했다. 나 자신이 너무 역겨워서. 언제는 진짜 예쁜 애랑도 사귀었다. 엄마보다 예쁘다고 확신할 만큼, 예쁜 아이. 그 아이와 서로의 타액을 나누다, 감은 눈을 살짝 떴는데 그 아이의 얼굴에 엄마의 얼굴이 겹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애의 혀를 깨물어버렸다. 아! 하고 입을 급히 때어낸 여자아이의 혀는 피가 흘렀다. 착각이었다. 나는 여전히 엄마를 좋아했다. 여자아이에게 이별을 고했다.
아이는 울었다. 나도 따라 울고 싶었다.
아빠의 출장이 지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상하게 엄마는 아무렇지 않아 했다. 왜지. 문뜩 궁금해져 엄마에게 물었다. 아빠. 안 보고 싶어? 나의 물음에 엄마는 아무 말도 않고 웃었다. 웃는 엄마를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리는데, 엄마가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 숨이 덜컥 막혀왔다. 괜히 목소리가 떨려올까 속삭이듯 말했다. 뭐야, 놔. 엄마가 등에 얼굴을 파묻고 대답했다. 아들. 아니, 정국아. 매번 아들, 하고 불러오던 엄마가 이름을 불렀다.
그때 직감했다. 아, 안돼.
‘정국아, 엄마 너무 외로워.’
이 싹을 지금 당장 잘라내야 하는데.
‘정국아…. 너도 엄마 좋아하잖아. 그지?’
엄마에게 미쳤느냐고 당장 욕을 내뱉어야 하는데.
‘엄마 안아줘, 정국아.’
어린 나는 본능이 이성을 지배한 나머지, 인간이 차마 저질러선 안 될 죄를 범하고 말았다.
그 후로 엄마와 나는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었다. 같은 침대에서 눈을 뜨고,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방안은 밤꽃냄새가 가득했다. 사정을 하고 나서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다 문뜩 눈을 뜨고 거울을 쳐다보면, 헛구역질이 나왔다. 변기에 얼굴을 처박고 있으니 먹었던 음식물들이 잘게 섞여 목구멍을 거쳐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증오스러웠다. 나 자신을 정말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아 찬물로 얼굴을 박박 씻었다. 문밖에서 엄마의 재촉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을 때리는 물줄기가 폐 속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괜히 숨이 막혀왔다.
존재의 위로
04
시계를 바라보니 지금 당장 출발하지 않으면 늦을 것 같아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었다. 아직 쌀쌀한 바람이 얼굴을 강타했다. 얇은 옷깃을 여미며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아, 춥다. 오들오들 떨려오는 팔을 팔짱을 끼고 장소로 향하니 운동화 코로 땅을 툭툭 차던 석진이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어, 왔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그다지….”
“그럼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으러 가도 되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어깨에 덥석 손을 올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긴다. 어깨에 갑자기 손이 올라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자 머리를 헝클며 웃어 보인다. 돈가스 괜찮지? 아, 네. 사실은 오늘 약속이 있었는데 펑크 났거든. 오래간만에 나왔는데 펑크 나서 어떡하지, 하다가 네가 딱 떠오르는 거야. 그래서 불렀어. 네가 거절했으면 나 진짜 울뻔했다. 주절주절 이야기를 내뱉는 석진의 말에 간간이 반응을 해주며 계속 걷다 보니 어느새 음식점 앞으로 들어섰다.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서 주문하고 말없이 쳐다보다 괜히 민망해져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리자 뭐가 그렇게 웃긴지 큭큭, 거리며 웃어버린다.
“왜 웃어요.”
“아니야.”
“아 왜.”
“그냥, 귀여워서.”
“……”
석진의 말에 귀가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더니 이내 으하하! 하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민망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귀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즘 주문한 돈가스가 나오고 고개를 푹 숙이고 돈가스를 썰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매우 오랜만에 먹던 돈가스인지라 칼질을 못 하자 석진이 빤히 쳐다보더니 제 돈가스 그릇을 내민다.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아. 이거 먹어.”
“……감사해요.”
석진의 눈치를 보다 돈가스를 하나 콕 집어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석진을 바라보자 석진의 손이 다가왔다. 반사적으로 눈을 꼭 감고 몸을 움츠리자 잠깐 멈칫하더니 입 주변을 털어준다.
“왜 눈감아.”
“아, 그냥. 놀라서요.”
“너 어제도 그렇고. 전정국이랑 뭐 있지?”
예리한 석진의 질문에 씹던 돈가스를 목구멍으로 넘겨 삼키고 입을 열었다.
“아니요. 정국이랑 …친해요.”
“태형아.”
“네.”
“혹시라도 전정국이 너 괴롭히면 말해.”
“안 괴롭힌다니…”
“태형아.”
확신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 괜히 진실이 드러날 것만 같아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물자 또다시 손을 내밀어 볼을 꾹 누른다. 붕어 입술이 되어 석진을 쳐다보니 딴 손으로 입술을 튕기며 말했다.
“입술 물어뜯지 마. 아파.”
“….”
“아, 돈가스 먹기 싫어졌다. 그냥 가자.”
“아까운데.”
“그럼 포장해서 가지, 뭐.”
저기, 이거 좀 포장해주세요. 석진이 손을 들고 아르바이트생을 부른 후 카운터로 향해 계산을 하더니, 아르바이트생이 건네주는 포장을 들고서 손짓을 한다. 석진을 향해 가자 포장된 돈가스를 건네주며 또다시 어깨에 손을 올린다. 감사합니다. 할 말이 없어 손톱만 물어뜯으니 어깨에 올려둔 손을 내려 물어뜯는 손을 잡아온다. 너 손 못 물어뜯게 잡고 가야겠다. 너희 집 어디야? 아, 혼자 가도 되는데. 어색한 마음에 단칼에 거절하니 저 역시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아니, 데려다 줄 거야. 어디야? …달동네인데. 빨리 가자, 춥다. 딱 붙어오며 손을 꼭 잡고 걸어가던 석진이 갑자기 손을 놓고 제 목에 둘려있는 새하얀 목도리를 풀더니 휑한 저의 목에 둘러준다.
“아….”
아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또다시 손을 잡아오며 먼저 걸음을 옮기는 석진이 등을 보이자 정국의 등과 오버랩이 되기 시작하자, 걸음이 자동적으로 빨라졌다.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내가 전정국이 좋아서 그 등이 신경 쓰인 게 아니라, 그냥 뒷모습을 싫어하는 거라고, 오버랩이 되던 그 모습은 기억 속에서 지운 채, 석진과 조곤조곤 이야기하며 길을 걸었다.
“어, 다 왔어요. 저기 위에 집. 저기 살아요.”
“벌써 다 왔어?”
“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목에 둘린 목도리를 풀어 석진에게 건네주며 가볍게 묵례를 한 뒤 뒤돌아서는데 갑자기 팔목을 잡아오는 석진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니 석진이 목에 목도리를 다시 감아온다. 저 이거 필요 없는데…. 목도리를 풀기 위해 손을 목 쪽으로 들어 올리자 손을 잡더니 눈을 맞춰온다.
“태형아.”
“네.”
“내가, 생각을 좀 해봤거든.”
“무슨…”
잠시 뜸을 들이던 석진이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앞머리를 살짝 까더니, 그 상태로 얼굴을 내려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놀람과 동시에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팍, 숙여버리자 석진이 귀엽다는 듯이 머리를 헝클며 웃었다. 귀까지 빨개졌을 걸 생각하고 급하게 귀를 손으로 잡자 석진이 목도리를 더욱 단단히 여며주며 입을 열었다.
“나 너 좋아해.”
“……”
“근데 아직 고백하기는 이른 것 같고,”
“……”
“그냥 알아만 두고 있어. 계속 꼬실 거니까.”
석진이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섰고, 석진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가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집까지 대략 반 정도 계단을 올랐을까, 집 대문이 보이면서 함께 보이는 정국의 모습에 걸음을 옮기던 발이 멈추었다. 혹여나 포장한 돈가스를 떨어트릴까 봐 봉지를 더욱 세게 쥐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옆을 보고 있던 정국이 고개를 돌렸다. 언제부터 기다린 것인지 코끝과 귀가 새빨개져 있었다. 정국을 향해 걸어가자 정국이 새빨개진 손끝을 비비며 입을 열었다.
“좆-나 일찍도 오네, 씨발.”
“네가 왜 여기 있어?”
“그러게 말이다. 내가 왜 여기 있었을까. 좆같은 김태형 김석진 로맨스도 보고.”
로맨스 이름은 트윈 김? 김형제의 애절한 로맨스? 지랄 났네. 침을 모아 땅에 뱉은 정국이 다가오며 전신을 스캔하더니 코를 훌쩍이며 턱으로 손을 가리켰다. 그건 뭐냐? 오늘 먹은 거? 저녁. 저녁? 응.
“네 애인이 사줬냐?”
“누가 내 애인이야.”
“그리고 그 저녁값으로 네 이마에 뽀뽀한 거?”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껄렁껄렁 걸어오더니 바로 앞에 서서 입술에 침을 살짝 묻히고 입을 열었다.
“태형아.”
“……”
“내 장난감 다른 사람 손타는 것도 좆같은데.”
정국이 목도리를 잡아당기며 얼굴을 가까이하며 눈높이를 맞춰왔다. 앞머리 쪽에 손을 올려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 이마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바로 가까이에서 보이는 정국의 얼굴에 긴장하여 침을 삼키자, 정국이 다시 눈을 내리깔아 눈을 맞춰왔다.
“장난감에 입도장도 새겼네?"
“……”
“적당히, 개겨.”
이마를 손가락으로 밈과 동시에 목도리에서 손을 떼더니 혀를 입안에 굴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정국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뱉다 집 문 앞으로 향하니 못 보던 종이가방이 놓여있었다. 종이가방을 열어보니 가방 속에는 라면 봉지 두 개와 2L짜리 물 두 병, 그리고 조그마한 배게, 부탄가스와 함께 쪽지가 놓여있었다.
[거지같이 밥 굶지 말고 라면이라도 처먹어. 베개는 라면 사다가 그냥 생각나서 샀다]
종이가방을 손에 쥐고 뒤를 돌아보자 저 멀리 걸어가는 정국이 보였다. 뭐가 그리 짜증이 나는지 눈앞에 보이는 돌덩어리는 다 뻥뻥 차며 지나가는 꼴이 꽤나 귀엽기도 했다. 귀 끝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추워서 그런 것일 거라고 믿으며 집안 문을 열고 들어섰다. 보일러도 틀지 않은 집안이 왜 이렇게 더운지 모르겠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손에 들린 종이가방을 볼 때마다 히죽히죽 웃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돈가스를 저편에 내려놓고 휴대용 가스레인지 통을 열어 정국이 사둔 부탄가스를 집어넣었다. 냄비에 물을 부어 넣고 물이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도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가지 않았다.
매일 이렇게, 다정했으면 좋겠다고.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전정국이 나를 아주 싫어하는 건 아니라고. 종이가방을 볼 때마다 바보처럼 웃음이 실실 터져 나왔다.
야 너 종이가방 봤냐
방금 끓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호호 불어 한 젓가락 떠서 입에 넣으려는데 문자가 도착했다. 답장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고맙다는 말은 전해야 할 것 같아 답장을 보냈다.
응. 지금 라면 끓여서 먹고 있어 고마워.
휴대폰을 옆에 올려놓고 라면을 한 젓가락 더 떠서 입에 집어넣고 우물거리며 맛을 음미하고 있는데 또다시 문자가 도착했다.
야 그거 오늘 다 처먹으라고 준거 아니다. 오늘 다 처먹으면 너 살쪄서 뒤져. 남겨놔. 내일도 갈 거니까.
“……아.”
정국의 문자를 눈으로 훑다가 그만 사레가 들고 말았다. 아. 따가운 목에 페트병째로 입을 대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괜히 얼굴에 열이 올랐다. 문자에 답장을 보낼까 고민을 하다 그냥 휴대폰을 옆에 내려두고 남은 라면을 버렸다.
괜히 입맛이 뚝 떨어진 건 착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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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작은것같은데 착각이 아니고 진짜에여. 정말 작은거같네요....(먼산)
사실 저기 석진이 대사가 형이 태형이 많이 좋아하는거같아 인데 쓰고나서 보니깐 무슨
액희ㅎ~ 옵하가,, 액희 만히 조아하는거 알징~?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쳤습니다. 네. 오글거린다구요? 저도요... 지금 팔꿈치로 타자치는중이에요 손이없어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