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봐;_; |
한번 보고 글을 읽으시면 더 분위기 잡는데 도움이 되실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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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붉게 내려 앉는 넓은 하늘을 잠시 내다 보던 성규가 곧 우현에게로 눈을 돌렸다. 반짝이는 강물에 반사되는 고운 색이 우현의 얼굴 곳곳으로 피어 올랐다. 곧 떠날 사람 치고는 미소를 머금고 있는 모습이 지나치게 맑아서, 괜시리 코를 들이킨다. 뭐가 좋다고 저렇게 웃고 있는 거야. 바보, 남우현은 끝까지 바보다.
“성규야.”
“왜에.”
“내가 계속 언젠간 말해야지, 말해야지 하던게 있는데. 너 있잖아···.”
“···?”
“또 달리다가 넘어져서 다치지 마라. 이제는 내가 같이 보건실도 못 가 주잖아.”
“뭐?”
“그러니까, 주의력이 부족하다고.”
이 씨···. 뜬금 없는 우현의 말에 인상을 팍삭 구긴 성규가 가재미 눈으로 우현을 흘겼다. 내가 언제 넘어졌는데! 이 멍청아! 미운 말만 톡톡 뱉어내는 통통한 입술을 손바닥으로 꾹 내리 누른 우현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생각 좀 하고 행동을 하란 말이야, 김성규. 언제까지 칠칠 맞게 하고 다닐래? 혹시나 우현이 저에게 고백이라도 할까 싶어 한껏 마음을 졸인 성규로써는 가벼운 이 분위기가 달가울리가 없다. 고개를 푹 숙이고 발장난을 치던 성규가 다시 우현과 눈을 마주쳤다.
“뭐야 그게. 마지막까지 와서 한다는 얘기가 고작 그거야?”
“고작 그거라니, 바보야. 걱정되잖아.”
여지껏 웃고만 있는 우현의 얼굴이 그 날 따라 그렇게 얄미워 보일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 낼것 같은 표정으로 우현을 바라 보던 성규가 옷 소매로 눈가를 세게 비벼냈다. 이건 눈물이 나는게 아니라, 해가 너무 환해서, 그래서 그런거야. 오해하지 말어. 종알종알. 우현이 무엇을 오해할 성 싶은지 줄줄 변명을 읊던 성규의 손 동작이 조금씩 느려졌다. 사실은 우현아. 니가 너무 환해서, 너를 제대로 쳐다 볼 수가 없는거야. 서서히 저물어가는 노을 빛이 성규와 우현을 붉게 물들인다. 여전히 우현의 속은 알 수가 없었다. 나만 이렇게 애 태우는 걸까. 대체 남우현은 나에게서 무엇을 바라고 있는걸까. 아니, 나는 너에게서 무엇을 원했던 걸까.
“너 진짜 나한테 더 할 말 없어? 진짜로?”
“없는데. 뭐 듣고 싶은 말 이라도 있어?”
아는구나. 우현은 분명 성규가 원하는 답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거워 보이는 입술을 떼어 질 기미가 없다.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릴듯한 느낌에 하늘을 다시 올려다 보고는 그대로 우현의 어깨를 힘껏 떠 밀었다. 얄미운 자식. 나쁜 자식. 근데도 잘 생기긴 더럽게 잘 생겼네. 그래서 더 미웠다.
“그런거 없어! 걱정해줘서 참 고마운데, 얼른 가! 가 버려!”
“어어, 왜 화를 내고 그래. 삐졌어?”
“안 삐졌으니까 빨리 가라고!!”
자신보다 큰 덩치의 우현을 밀어 내려니 힘이 많이 들었다. 달아오른 얼굴에 축축하게 물기가 어렸다. 한 손으로 눈물인지 무엇인지 모를 습기를 닦아 낸 성규가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얇은 반지를 거칠게 빼어 냈다. 한참을 성규의 손에서 온기를 품었을 반지는 망설임 없이 우현의 손바닥 위로 올려진다. 니가 준 거니까, 다시 니가 들고 가. 색색 내 쉬는 가픈 숨에서 언뜻언뜻 복잡한 감정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조차도 우현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아무 말 없이 반지를 꼭 쥐었다 편 우현이 다시 웃었다.
“그럼 잘 있어.”
“잘 가!”
미련 따위 남아 있지 않은 척 모질게 등을 돌린 성규가 척척 걸음을 옮겼다. 혹시나, 혹시나 나를 다시 붙잡진 않을까. 떠나지 않는건 아닐까. 내심 기대했다. 어서 나에게 달려와 주기를. 시간마저도 뛰어 넘어준 니가 이 짧은 거리도 나를 위해 달려와 주기를. 붙잡듯이 등가를 스치는 작은 바람 줄기가 성규를 다시금 돌아보게 했다. 남우현, 있잖아. 내가 너를···,
너를.
너를. 좋아하는데.
맑은 빛만 쏟아지는 자리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우현의 빈 자리를 보는것이 이렇게도 아플 줄은 몰랐었다. 내내 무표정하던 성규의 얼굴이 이내 일그러지더니, 곧 방울방울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흐, 으으. 우현아, 남우현. 흐윽, 야, 어딨어. 이 바보야···.
한참을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쪼그려 앉아 울던 성규가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정말, 정말로 갔나 보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가 보다. 마지막 그 찰나에 저를 한번쯤도 잡지 않고 떠나버린 우현이나 제대로 고백도 못한 자신이나 모든게 싫었다. 오래 앉아 있었던 탓에 힘이 빠져 후들거리는 다리를 편 성규가 천천히 발걸음을 뗐다. 닦아도 닦아도 그칠것 같지도 않은 눈물은 그냥 흐르도록 내 버려 두었다. 아마도 나는 평생토록 너를 그리워 하겠지, 하는 실 없는 생각도 해 보면서.
길게 그림자 지는 성규의 뒤로 짙은 그림자 하나가 더 생겨났다. 조금은 다급하게, 하지만 가볍지는 않게 탁탁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를 지금에서야 떠올려보면 성규는 듣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기억나는 것은 저를 돌려 세워 끌어 안은 우현, 그 따뜻한 품 속 뿐이었다.
“성규야.”
“···아.”
“미래에서, 기다릴게.”
아, 그것은 어떤 종류의 말 보다도 달콤하고 절절했다. 미래에서, 너와 내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미래에서. 너는 또 다시 나를 위해 와 주었구나. 바보는 남우현이 아닌 나 자신이었다. 언제나 나는 우현이 나를 위해 달려오기를 기다리기만 했다. 그 긴 거리를 뛰어 넘는 시간동안 부르텄을 발이나 깔깔하게 말라 있을 목. 그런것들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를 보며 우현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제는 알것 같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내가 채워 줄 시간이다.
“ 응, 금방 갈게. 뛰어 갈게. ”
꼭, 나를 기다려줘 우현아. 쉬지 않고 뛰어서 갈게. 이제는 내가 너에게로 달려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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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잡에는 처음 글 써보는 거라 좀 설리설리=_=
주로 조각글을 올릴 예정이에요 한 5편 정도 올리면 올린거에 조금 더 살을 붙여서 메일링도 하고@_@...
연재는 다른 곳에서 해봤는데 못 해먹겠더라구요 혼자서 쓰고 있는 장편도 있지만 다 쓰고 나면 차차 연재할 생각도 있어요! 77ㅑ!
잉독방에서 조각만 올렸는데... 이 글도 원래 어제 올리려고 했었지만 새로운 곳에서도 소통을 해보고 싶어서 오게 되었슴다~.~ 잘 부탁 드려요!
(이르케 애매하게 끝나도 메일링 할때는 뭔가 더 붙여져있을거에요 아닐수도 있지만 보통...은...)